보고 싶어요, 밀려오는 그리움… 하늘도 울었다

세월호 1년… 잊지 않겠습니다

“봄비의 촉촉함을, 따스한 햇살을, 싱그러운 바람을 우리만 느껴서 미안해…. 사랑하는 내 친구들아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2014년 4월16일, 그들은 함께 제주도로 향하는 수학여행길에 올랐다. 배를 타기 전까지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며 ‘오래도록 이 시간을 잊지말자’고 우정을 약속할 때까지도, 그들 누구도 ‘이별’을 예감하지 못 했다.

정확히 1년이 흐른 2015년 4월16일, 그들은 꽃같은 친구의 사진 앞에 국화꽃 한 송이를 놓았다. 친구의 영정사진 앞에 국화꽃이 쌓일수록 함께 나눴던 약속과 꿈들은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이날 오전 9시30분 안산 단원고등학교 운동장.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은 그날의 아픔을 상기하듯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3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800여명의 전교생은 모두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았다. 두 줄로 서 친구와 손을 잡은 학생들은 1년 전 헤어진 친구를 만나기 위해 벚꽃길을 걸었다. 20여분을 걸어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화랑유원지에 도착하자 애써 참아왔던 눈물이 눈꼬리에 그렁그렁 고이기 시작했다.

노란 난으로 둘러싸인 희생 학생과 교사들의 영정 앞에 선 학생들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쥔 채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친구의 등을 어루만지며 ‘울지마, 괜찮아’라며 위로하는 여학생의 목소리도 어느새 가느다랗게 떨려왔다.

영정 앞 재단에 국화꽃을 내려놓으며 학생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묵념을 마친 학생들은 265개의 영정사진 속 얼굴들을 다시 한 번 둘러봤다. 애써 외면하듯 사진을 쳐다보지 못하는 학생도, 영정 속 한 명 한 명의 친구를 머릿속에 깊이 새기려는 학생도, 직접 준비해 온 노란색 국화꽃과 분홍 장미 꽃다발을 환하게 웃는 친구의 사진 앞에 내려놓는 학생도 있었다.

▲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학생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추상철기자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학생들이 온전히 돌아올 수 있었다면, 그날 수학여행길에 오르지 않았다면 지금쯤 대학 진학과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눴을 친구, 선·후배의 얼굴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영정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분향소 밖으로 나온 일부 생존학생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을 통곡했다. 탈진에 가까운 증상을 호소하며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헌화를 마칠 때까지 한동안 분향소에 머물러 있기도 했다.

추교영 단원고 교장은 “학생들은 종종 친구들이 있는 분향소에 다녀왔지만 오늘은 1주년이다 보니 전교생이 한자리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구재원 김예나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