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마리 비극… 경기도 ‘뒷북’이 키웠다
AI는 ‘현재진행형’이지만, 경기도의 방역대책은 여전히 살처분하기에만 급급할 뿐 제대로 된 대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현 상황을 진두지휘해야 할 남경필 경기지사는 대선 행보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초동 대처에도 실패했다.
이에 본보는 경기도가 AI로 입은 피해와 비극을 짚어보고 부실한 방역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경기지역으로 창궐한 조류인플루엔자(AI) H5N6형 바이러스가 한 달 만에 천연기념물을 비롯해 1천만 마리 이상의 도내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등 사상 유례없는 비극을 낳고 있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충북 음성에서 지난달 16일 처음 발생한 AI는 서해안 벨트를 타고 닷새 만에 양주의 한 양계농가 닭 수백마리를 폐사시킨 뒤 무서운 속도로 확산, 최근까지 양주·포천·이천·안성·화성·평택·양평·여주·용인·김포·광주 등 11개 시ㆍ군을 휩쓸었다.
이로 인해 도내에서 사육되는 가금류 5천400만여 마리의 20%에 가까운 1천77만여 마리가 살처분됐거나 될 예정이다. 이는 292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해 역대 최악의 AI라고 여겨졌던 지난 2014년 사태와 비교도 할 수 없다.
이 같은 파죽지세의 AI로 인해 가금류 산업이 지역 경제를 이끄는 도내 도농복합 시군의 경제까지 흔들고 있다.
특히 1천100만 마리의 닭을 기르며 국내 최대 닭 산지인 포천시의 경우 이번 사태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았다. 지난달 22일 최초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이후 한 달째 연일 의심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발생 농가와 주변 농가들에서 기르던 닭 26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천시 역시 AI 급습에 맥없이 쓰러졌다. 사육 가금류 491만 마리 중 절반에 육박하는 245만 마리를 매몰처리해 지역 내 가금류 산업이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번 AI는 가금류 농가를 휩쓸었을 뿐 아니라 지난 16ㆍ17일 이틀에 걸쳐 사상 처음으로 서울대공원동물원에 살던 황새와 원앙 등 천연기념물까지 손길을 뻗치며 역대 최악의 피해를 만들고 있다.
더욱이 감염 유형이 기존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 방역 당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AI 바이러스는 가금류 중에서도 오리류가 바이러스를 쉽게 전파하는 특성을 지니면서 그동안 오리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가를 강타해 도내에서만 798만 마리의 산란계가 살처분 됐다. 이 때문에 계란 값 폭등은 물론 제빵업계 등 관련 업종까지 큰 타격을 받았다. 결국 정부는 계란을 수입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8일 안성천에서 발견된 야생조류 분변을 검사한 결과, 기존과 다른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동시에 2가지 형의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방역 당국을 더욱더 당황케 했다.
이에 도는 기본적인 방역 매뉴얼과 더불어 최근에는 10만 마리 이상 대규모 가금류 농장 출입로에 임시 이동 방역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강력 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예상보다 AI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도내 가금류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고있다”면서 “추가 방역시설을 마련하는 등 방역에 총력을 다해 조속히 AI 사태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경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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