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보호구역에 쓰레기산? 포천 운악산 검은 천막의 비밀

운악산 자락 높아만 가는 ‘쓰레기 山’
남양주지역 업체 포천에 땅 임대해 옮겨
10m 높이 5천t 규모 건폐물 무단 방치
비오면 한탄강·조정천 유입 오염 우려

▲ 20일 포천시 화현리 운악산자락에 건축자재와 생활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이 산처럼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 김시범기자
▲ 20일 포천시 화현리 운악산자락에 건축자재와 생활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이 산처럼 버려진 채 방치돼 있다. 김시범기자

“경기 오악산 중 가장 빼어나다는 운악산이 쓰레기 산으로 변하다니 통탄할 일입니다”

 

20일 사단법인 환경보호운동본부 관계자와 함께 찾은 포천시 화현리 일대. 운악산 끝자락이자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 지역인 이곳은 인근 군부대만 눈에 띌 뿐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산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검은 천으로 만들어진 펜스 너머 산처럼 쌓인 쓰레기더미가 등장했다. 가까이 가보니 건축자재는 물론 생활쓰레기 등 각종 폐기물이 10m는 족히 돼 보이는 높이로 쌓여, 마치 ‘쓰레기 산’의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방금 이곳에 쓰레기를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5t집게차가 시민단체와 취재원을 확인한 후 부랴부랴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수부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가평군 지역본부 감시단장(76)은 “지난 17일 순찰활동을 벌이던 도중 이 쓰레기 산을 발견하게 됐다”며 “불과 5개월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분명 임야였는데, 5개월 만에 쓰레기 산이 생겨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겉으로 보이는 것만 2만t 이상의 쓰레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펜스도 일부 무너져 있어 비가 내리면 인근 한탄강과 가평 조정천으로 쓰레기들이 유입될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도든 포천시든 누군가 나서 하루빨리 쓰레기 산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 가운데 포천시는 이미 지난해 이 ‘쓰레기 산’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포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2월28일 주민들의 민원을 통해 ‘쓰레기 산’의 존재를 알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 남양주시에 소재한 A 업체가 지난해 11월 남양주시로부터 폐기물 원상복구 명령을 받자 포천시에 땅을 임대해 폐기물을 옮겨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부지 소유자는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폐기물이 아닌 건축자재를 보관하는 줄 알고 임대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포천시는 지난 1월17일 A 업체 대표를 포천경찰서에 ‘무허가 수집운반 협의’로 고발조치 했으며, 포천경찰서는 지난달 1일 의정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진행되는 사이 폐기물은 두 배 가량 증가했다. 포천시가 최초 인지한 지난해 12월께는 시 추산 3천400t가량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지만,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이후인 지난달 25일 포천시 현장 점검 결과 쓰레기가 5천400t까지 불어나 있던 것. 이후 지속적으로 쓰레기가 버려진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쓰레기가 7천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천시 관계자는 “처음 쓰레기더미를 인지했을 당시에는 단순히 임시로 폐기물을 옮겨 놓은 것인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폐기물을 버리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A 업체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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