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관련,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 측이 합동분향소에 걸린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 현수막에서 업체 명칭을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이천시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수십명에 달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참사와 관련이 있음에도 유가족에 대한 반성은커녕 기업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고 있다.
1일 이천시와 한익스프레스 자문업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익스프레스 자문업체 관계자는 화재현장과 유가족들이 머무는 모가실내체육관, 합동분향소 등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합동분향소에 설치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라고 쓰인 현수막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 업체명이 현수막에 걸려 있는지 문의하며, 한익스프레스라는 업체 명칭을 제외해 달라는 의견을 이천시에 전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번 참사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표기하라고 했다며 현수막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천시 관계자는 “합동분향소 현수막에 있는 한익스프레스라는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한익스프레스가 이날 대표와 관계자 등이 모가실내체육관을 찾아 사과의 말을 전한 겉모습과 달리, 기업의 이미지 손실 막기에만 급급한 행태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오후 한익스프레스 이재헌 대표는 시공사 ㈜건우 대표 등과 함께 유가족이 모여 있는 모가실내체육관을 찾아 “준공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이런 일을 당해 황망하다. 유명을 달리한 근로자와 유가족 등에게 애도와 위로의 말을 드린다”며 “이 사고의 해결에 있어 시공사 및 감리사와 적극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익스프레스 자문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 화재에 대해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라고 표기하라는 지침을 내렸기에, 왜 합동분향소 현수막에는 다르게 표기가 된 것인지 물어본 것”이라며 “한익스프레스라는 명칭을 내려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정오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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