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를 잇다] 老人 옛말 勞人 펄펄

내 나이가 어때서... 일하는 데 나이가 있나요
'老人' - 노인: 늙은 사람, '勞人'  노인: 일하는 사람

어르신들에게 ‘노동’이란 생계를 위한 수단이면서도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노인 일자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도 이미 오래됐다. 은퇴 후에도 어르신들에게 일자리가 주어진다는 건 노년의 기쁨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어딘가로 출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르신들에게 큰 행복이자 위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디서 어떻게 직업을 찾아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어르신들도 많다. 경기일보는 어르신들을 위해 일자리 찾아주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단체와 어르신들이 일하고 있는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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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에코스팀세차장 효’

머리 희끗희끗 어르신들 스팀 쏘고 물기 닦고

세차의 달인들 분주...어느새 차량 반짝반짝

■ “실력은 젊은 사람 못지않아요” 세차 열정

용인특례시청 지하 1층 한 세차장(165㎡).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 6명이 나란히 차 두 대에 스팀을 쏘고, 물기를 닦는 등 세차하는 데 분주하다. 지저분했던 차들은 어르신들이 차를 닦은 지 20분 만에 새 차처럼 윤이 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땀방울로 가득했지만, 깨끗해진 차를 보며 보람 차다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이곳 단골이라는 직장인 김민수씨(38·직장인)는 “차에 흙탕물이 묻어 세차하려고 찾아왔다. 가격도 괜찮고 어르신들께서 꼼꼼히 세차를 해준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찾은 곳”이라며 “(이곳은) 주변 세차장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세차도 완벽해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세차장은 입소문을 타고 남녀노소 지역 불문하고 모두에게 인기다. 이곳에서는 만 70세 이상 노인 15명(남성 14명, 여성 1명)이 일하고 있다. 경기도와 용인특례시가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2019년 만들었다. 이 세차장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은 평일 하루 3시간씩 월평균 16회 일하고 한 달에 40만원 가량을 받는다.

나이는 들었지만, 실력은 젊은 사람 못지않다고 직원들은 자신있게 말한다. 직원 박남진씨(82)는 “체력이 달리지도 않고 일이 힘들지도 않다”며 “자식에게 용돈을 받지 않고 내 스스로 번 돈으로 손주에게 용돈을 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심광진 용인시니어클럽 사업2팀장은 "어르신들이 세차를 꼼꼼하게 해준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차다. 주변에도 소문이 났다”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보니 손님이 밀려오는 인기 많은 세차장이다. 하루 평균 8~12대가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어르신들을 ‘선배 시민’이라 생각하고 모시고 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르신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서 “어르신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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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니어클럽

‘시니어금융가이드’로 은행서 활약...자긍심 쑥쑥

방문 어르신들에 업무지원·보이스피싱 예방 홍보

■ “나이는 숫자에 불과” 어르신 일자리 산실

남양주시니어클럽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어르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남양주시니어클럽은 지난 2009년 문을 열었다. 당시 5개 사업단과 70명이 일자리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21개 사업단, 총 1천383명의 어르신들이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남양주시니어클럽은 6개 은행과 협약해 만 6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경력과 활동역량을 활용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영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니어금융가이드’ 사업이 대표적이다. 시니어금융가이드는 각 금융기관에 교육받은 어르신들이 배치돼 은행을 이용하는 또 다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금융 업무 지원, 보이스피싱 및 금융범죄예방 홍보 캠페인, ATM 사용 및 전표 안내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13명의 어르신들이 주 5일 하루 3시간씩 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간은 10개월이다. 성취감과 편의를 느낀다는 어르신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아 남양주시니어클럽은 올해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하고 참여자를 증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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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제조사업단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직접 과자 제조·판매

2009년 4명 시작… 현재 34명으로 8배 이상 늘어

■ “정성으로 만든 도라지청·정과 맛보세요”

식품제조사업단은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직접 과자를 제조하고,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은 식품제조판매, 공산품제작판매, 매장운영, 운송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2009년 4명의 어르신이 함께 시작한 식품제조사업단은 현재 34명으로 8배 이상 늘었다. 당시 지역 내 유관기관 및 이용시설 대상으로 무인판매대를 통해 판매하던 중 경기도 초기투자비 지원사업을 통해 ‘로컬푸드판매사업단’을 개소, 국내산 도라지를 사용한 도라지청, 정과 등의 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또한 과자류와 음료류(액상차)의 소규모 HACCP 인증을 통해 위생적인 환경과 식품안전성을 확보하여 다양한 온오프라인 판로를 통해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다.

용인·남양주=김경수·이대현기자 / 사진=윤원규기자


[Interview] 이수진 남양주시니어클럽 관장

“노인들 경험과 연륜 활용 제2의 인생 든든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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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남양주시니어클럽 관장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을 계기로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선 이수진 남양주시니어클럽 관장의 목표는 단 하나다. 바로 다양한 일자리 개발과 노인 인적자원 육성을 통해 노인들의 사회적 경험과 연륜을 활용해 지속적인 경제 활동 및 사회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관장은 “2025년은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데 역량과 경험이 풍부한 베이비붐 세대가 빠른 속도로 노인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라며 “학습과 교육 경험이 풍부한 노인이 기대하는 노년기는 이전과 다르기에 노인 스스로의 능력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노인의 다양한 일자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인일자리사업은 지역 안에서 시민들과 함께 발전해 성장하고 있다. 남양주시의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며 지역과 함께하는 변화를 통해 어르신들의 즐거운 노후를 위한 책무에 감사함을 느낀다”라며 “우리가 노인이 되었을 때 노인일자리사업에 행복한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웃음지었다.

그러면서 “사회참여 활동을 소망하는 노인들이 있기에 우리가 존재하며 노인들을 위한 노인일자리 전문가로 거듭나 즐거운 노후를 위한 든든한 조력자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양주=이대현기자 / 사진=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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