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새천년 유라시아 통신] 따이공에게서 무역을 배우다

▲ 유라시아통신 따이공 (1)
티끌모아 태산. 청년창업가로서 유라시아 열차횡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중국의 따이공을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낀 소감이다. 평택항에서 배를 타기위해 기다리는 동안 평택항은 이미 중국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중국 롄윈강으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을 때 사방에서 중국어가 들려왔다. 중국인들은 한국어를 쓰는 우리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우리가 비행기가 아닌 배에 탑승한 것이 이들에게는 신기한 볼거리가 됐나보다.

 

우리가 탄 단동페리호의 수용인원은 1천500명인데 450명정도의 인원이 탑승하였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평택항을 통해 중국을 갔지만 지금은 보따리상만의 길이 돼 있었다. 배에 오르기 전 사람들의 차림새를 살펴보니 한국에서 관광을 즐기다 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부분 남루해보이기까지 했다.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는데 ‘70L+5L’라는 글씨가 쓰여 있는 가방을 매고 있는 것이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가방의 용량을 나타내는 숫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인 보따리상인 이들은 한달에 4~5번 한국을 오가며 시장과 면세점에서 물건구매 대행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번 왔다 가는데 수입이 10~20만원, 한 달에 많아봐야 100만원 미만의 수입을 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얼굴은 희망차 보였고 배 안에서의 모습은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선체 내에서 노래도 하고 마작실, 게임방 등 다양한 시설들을 능숙하게 즐기는 따이공의 삶이 내 눈에는 낭만적이었다.

 

▲ 유라시아통신 따이공 (2)
비록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두 나라를 오가는 보따리상이지만 따이공의 영향력은 만만치 않다. 포털사이트에 ‘따이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이들의 영향력에 대해서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조치로 면세점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판매 상품의 매출액은 소규모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 일례로 지난 달 중국에서 한국의 화장품을 반입한 양이 많아 매출액은 통계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최근에도 “소문대로 따이공 손은 컸다”, “면세점 매출 유커 대신 따이공, 따이꺼우 지탱”등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티끌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태산이 된 따이공을 우리는 아직까지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따이공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들의 영향력이 어떠한지 제대로 된 수치 자료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한중 무역이 위기를 맞은 지금, 우리는 먼저 한중 무역의 감소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혜롭게 해쳐 나가기 위해 자료조사와 인식변화를 수반해야 한다. 중국 무역의 문화적 특수성을 대표하는 따이공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여러 조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발판이 될 것이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승영 SERCUS 대표

사진제공= 신춘호 유라시아철도횡단 탐사단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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