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 이주 80주년… 윈윈 가능한 정책 필요
고려일보는 카자흐스탄에서 발행되고 있는 한글신문이다. 1923년 3월 1일 창간된 ‘선봉’신문은 1937년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이후 ‘레닌기치’로 제호를 바꾸어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서 1938년 5월 15일 복간되었다. 이루 1978년 신문사를 알마티로 이전하여 구소련 고려인사회의 구심점이 된 매체이다.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1991년 제호를 ‘고려일보’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고려일보’로 변경돼 이후에는 러시아어에 익숙한 젊은 독자층의 확보를 위해 러시아어판과 한글판을 같이 발행하고 있고, 이후 격변하는 사회, 경제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행부수는 축소되어 있지만 ‘선봉’과 ‘레닌기치’의 정신을 이어 고려인 사회를 대표하고 있다.
필자는 2002년에 인터넷 봉사단으로 알마티를 처음 방문하였다. 당시 고려일보를 방문하여 자료실을 둘러보다가 레닌기치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후 2년여에 걸쳐 1938년부터 발행된 레닌기치 전편을 스캔하여 데이터베이스를 제작한 바 있다. 당시 김게르만 교수와 카자흐스탄 국립대 한국학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시 사용하던 장비는 지금도 고려일보 자료실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려인 사회는 한국과 반세기 이상 단절된 상태로 지속되어 전통문화가 독특한 형태로 보전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려인 음식이다. 조금 이른 점심으로 시킨 국시는 잔치국수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 차가운 고깃국물에는 토마토가 들어있는 것은 다른 점이고 온갖 고명을 얹어 먹는 것은 익숙하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익숙하면서 색다르다. 참기름에 버무리지 않고 나온 육회도 의외로 산뜻했다.
고려인은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주류사회로 성공적으로 편입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의회 상하원에 모두 진출하였고, 가장 큰 규모의 전자제품 양판점도 고려인이 운영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데니스 텐도 고려인의 후예이다. 고려극장은 꾸준히 새로운 작품으로 공연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의 여러 단체와 꾸준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이 되는 해로 여러 건의 행사가 계획되어 한국에서 많은 손님들이 온다고 한다. 먼 곳에 있어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지만, 이제 서로를 층분히 이해하게 만남이 이어진 만큼 일반적인 수혜나 원조가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건설적인 제안들이 필요할 때가 되었다는 점에 김게르만 교수와 필자는 동의를 하며, 점심을 마쳤다.
김상헌 상명대학교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후원: 경기문화재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