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새천년 유라시아 통신] 고속열차 ‘삽산’ 타고 푸틴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유럽풍 건물·광활한 평야… 마치 미술관 보는 듯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레닌그라드역(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이름)으로 향하는 고속열차 삽산(러시아어 сапсан). 러시아어로 ‘매’를 뜻하는 열차 ‘삽산’은 ‘새’의 부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날렵했다.

 

지난달 21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행 열차에 몸을 싣은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삽산의 독특한 내부 구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목 탁자를 중심으로 승객 4명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좌석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특히 열차가 출발한 뒤 곧바로 제공되는 작은 식사(?)는 인상적이다. 닭고기와 피클로 속을 채운 빵과 달콤한 향을 품은 쿠키는 고달픈 여정에 지친 이들의 배고픔을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레닌그라드역으로 향하는 동안 시속 300㎞ 속도를 유지하며 빠르게 질주하는 열차 안은 비교적 고요했다. 좌우로 심하게 ‘덜컹덜컹’ 거릴 것만 같았던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간이역을 통과할 때마다 오래된 선로 상태 탓에 속도를 줄여야만 했다.

 

이와 달리 창밖 풍경은 고혹적이었다. 마치 미술관에 온 느낌이다. 수백 년 전 지어진 것으로 보이는 유럽풍 건물은 물론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광활한 평야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열차 ‘삽산’은 우리나라의 서울과 부산을 잇는 KTX처럼 러시아의 대표적인 고속열차다. 지역 간 거리가 먼 러시아 특성상 항공기 비용보다 저렴하고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러시아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러시아=정민훈기자

후원: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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