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경기도지사 후보들이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나란히 ‘지역 발전’ 공약을 내놓고 격돌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는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26일 ‘지역 발전’ 공약을 내놓고 표심 잡기에 나섰다. 김은혜 후보는 이날 동부 자연보전권역 8개 시·군(이천·남양주·용인·가평·양평·여주·광주·안성)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10대 공약은 ▲경기 동부 거점 대학병원 유치 ▲대규모 대학 캠퍼스타운 조성 ▲친환경 첨단산업단지 조성 ▲경기 동부권 GTX 신설 및 도로 개설 ▲도시가스 대폭 확충 ▲중앙정부의 팔당 상수원 규제 권한 경기도 이양 ▲친환경 농업, 스마트 축산 특구 조성 ▲관광레저단지 및 문화관광마을 조성 ▲찾아가는 보건소 시범 운영 ▲세대 이음 교육문화체육센터 조성 등이다. 김은혜 후보는 “동부 자연보전권역 내에 있는 종합병원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양질의 의료 서비스 확충을 위해서라도 대학병원 유치가 시급하다. 이에 중앙 정부와 경기도, 동부권 시·군으로 구성된 ‘동부 대학 병원 유치 추진단’을 구성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교통 공약과 관련해선 “GTX-A 동탄~안성 노선 신설과 GTX(Y자, 수도권 남부) 신설, 지하철 8호선 연장과 경강선 연장, 경강선 강천역 유치와 GTX-B 노선 연장, GTX E·F 신설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은혜 후보는 팔당 상수원 규제 권한을 중앙 정부로부터 이양받겠다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그는 “자연보전권역은 수도권 규제와 환경규제가 중첩됨에 따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러 한계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에 도가 직접 팔당 특별대책지역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끝으로 김은혜 후보는 “경기 동부지역은 자연보전권역에 속했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 체계적인 개발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합리화하고 대학병원 유치와 GTX 연장, 팔당 상수원 문제 해결 등으로 청년과 신혼부부가 살기 좋은 동부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는 26일 “성남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판교를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후보는 이날 성남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이 집적된 판교테크노밸리와 인접한 서울공항은 미래 첨단기술 육성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거미줄처럼 연결된 테스트 베드를 구축해 판교를 세계 최첨단 ICT 밸리로 육성하고, 판교의 글로벌스타트업시티 모델을 경기도의 주요 거점지역으로 확산시켜 경기도 전체의 산업 발전과 혁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후보는 추진 로드맵도 언급하면서 “수원 군공항 이전과 연계 문제, 공항 대체지 등을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 제가 당선되면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국방부장관과 협의해 제 임기 내에 이런 사업들이 어느 정도 가시화돼서 추진되고 일부분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타임테이블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날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교수·교재·학비가 없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교육기관인 프랑스의 ‘에꼴42’를 모델로 ‘42경기’ 스타트업 학교 설립도 약속했다. 이를 통해 성적, 학력, 경력을 불문하고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성남지역 고도제한을 해제하고 그동안 묶여있던 용적률과 층고를 상향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고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그는 “서울공항으로 인한 도시 재정비 제한과 비행 소음으로 인해 성남시민께서 많은 고통을 받아 왔다. 국가안보와 공동체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확실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능력 있는 도지사 후보인 김동연이 성남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임태환기자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인지역협의회가 지역 언론 및 미디어 활성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26일 김동연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와 전국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는 수원에 있는 마라톤 빌딩에서 올바른 지역 여론 형성을 목표로 한 정책 협약식을 진행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김동연 후보 동행캠프의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인 조정식 의원(시흥을)과 선임대변인인 김승원 의원(수원갑), 조성진 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 의장과 정자연 언론노조 경기일보 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양 측은 도민의 더 나은 삶과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지역 언론과 미디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이에 따라 ▲지역언론 지원 조례 제정 ▲지역방송 등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방송 콘텐츠 지원 정책 수립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 미디어 재단의 독립성 보장 ▲정확한 지역언론 실태조사 제도화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조정식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중 최초로 김동연 후보가 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와 정책 협약을 맺었다”며 “도민을 위해선 건강한 언론과 미디어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언론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 경인지역협의회에는 경기일보를 비롯해 OBS와 경인일보, 뉴시스 경기본부와 인천투데이, 경기방송과 인천일보, 경기신문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임태환기자
수원시장애인체육회는 26일 제24회 하계데플림픽에서 남자 탁구 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오세욱(20) 환영회를 개최했다. 수원시체육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환영회는 김순례 수원시장애인체육회 이사가 포상금(2천만원) 전달했고, 이영희 수원시장애인탁구협회장이 격려금을 전달했다. 오세욱은 지난 9일 브라질 카시아스 두술에서 열린 남자 탁구 복식 경기에 이창준(서울시청)과 팀을 이뤄 금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데플림픽 탁구 사상 최초로 획득한 금메달이어서 더욱 값지게 여겨지고 있다. 이성금 수원시장애인체육회 사무국장은 “손가락 부상을 딛고 데플림픽 탁구 종목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한 오세욱 선수가 자랑스럽다”며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해주신 어머니와 열정적으로 선수를 지도한 최상호 감독(수원시청 여자탁구팀) 및 김정수 코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영웅기자
경기도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은 26일 평택도시공사와 ‘중증장애인생산품 찾아가는 전시전’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장애인생산품에 대한 인식개선과 우수한 품질 및 다양성을 홍보해 구매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평택 내 판촉물, 인쇄물, 쌀, 복사용지, 화장지, 제과제빵 등을 생산하는 직업재활시설이 참여, 공사 직원들이 다양한 중증장애인생산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유병우 평택도시공사 본부장은 “평택에 있는 직업재활시설과 도시공사가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너무 좋다. 중증장애인생산품이 더 잘 홍보되고 구매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발판이 더 마련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원부규 경기도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원장은 “평택도시공사에서 중증장애인생산품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지역의 직업재활시설과 공공기관이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보다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태환기자
“웃음과 행복이 가득한 광주를 만드는 데 방세환이 앞장서겠습니다” 국민의힘 방세환 광주시장 후보는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시는 인구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교통 문제가 심각하고 생활기반시설도 부족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여당 후보인 방세환만이 중앙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드시 생활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방세환 후보는 광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정치인이다. 환경운동과 광주시청 환경전문 정책위원, 제8대 광주시의원 등을 역임하면서 빼어난 능력을 입증했고, 그 결과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그 누구보다 지역 현안에 빠삭하다고 자부하는 그는 광주 발전을 위한 방안으로 교통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는 인근 시·군의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주거시설이 급증했고, 물류창고시설이 급격히 증가해 교통체증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도로 체증이 심각한 부분을 중심으로 도로를 확장해 차량의 분산을 유도할 것”이라며 “또한 지하철 8호선(판교~오포)과 경강선을 연장하고 수서~삼동 복선전철과 위례~광주 철도교통망 추진을 통해 광주의 교통허브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선 “광주는 난개발방지를 위해 지난 2020년 강화된 도시계획조례를 개정, 성장관리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개발과 보전의 균형과 지역적인 특성 반영을 고려하지 않아 과도한 개발규제로 인해 토지주의 재산권 피해를 유발하는 데 있다”며 “시민을 위해서라도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권역별, 차등화된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 더는 부동산으로 눈물 흘리는 시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끝으로 방세환 후보는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그는 “광주는 팔당상수원으로 인한 중첩 규제로 제대로 된 발전을 못 하고 있다”며 “광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반드시 풀어 꽉 막혀 있는 시민의 속을 시원하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한상훈기자
인천의 주요 정당이 27~28일 2일간 이뤄지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률에 사활을 걸고 투표 독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득표가 더 많았던 강화·옹진군의 사전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는 점을, 더불어민주당은 승리를 거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전체 투표 중 사전투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던 점 등을 들어 높은 사전 투표율이 유리 할 것으로 각각 분석하고 있다. 26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25일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를 필두로 사전선거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유 후보는 ‘인천발전의 적임자 유정복에게 2번에는 사전투표’라고 적힌 홍보사진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하면 시장 선거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군수·구청장) 선거 등에서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투표를 최초로 도입한 6회 지방선거 이후 인천의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34.09%)을 보인 20대 대선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강화·옹진군의 윤 대통령 득표율이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41.49%와 48.97%이고, 윤 대통령과 이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각각 25.48%p와 24.41%p에 이른다. 반대로 인천 평균보다 사전투표율이 낮았던 지역 가운데 미추홀구를 제외한 남동·부평·계양·서구에서는 이 후보의 득표율이 윤 대통령보다 높게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24일부터 박남춘 시장 후보가 직접 최전선에 뛰어들어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미 자신의 SNS를 통해 “꼭 투표해 주십시오”라며 인천의 민주당 군수·구청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의 ‘더불어챌린지’를 이어가는 중이다. 민주당은 높은 사전투표율이 나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전신 정당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19대 대선, 7회 지방선거, 21대 총선에서 인천의 전체 투표 중 사전투표가 차지하는 비율이 6회 지방선거, 20대 총선보다 10%p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이 중 21대 총선에서 인천의 전체 투표 중 사전투표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39%다. 이와 함께 최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한 직후 이번 지방선거가 바로 치러지기 때문에 민주당을 지키려는 지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높은 사전투표율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의당 역시 진보성향이 강한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늘리기 위해 이정미 시장 후보를 선두로 사전투표 독려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사전투표가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지지층의 결집을 바라는 정당들 모두 사전투표율 올리기에 열중하는 모양새”라고 했다. 이어 “어느 정당에서 지지층의 결집과 사전투표 참여 등을 잘 끌어낼지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라고 했다. 김민기자
6·1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가운데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맞붙은 임태희·성기선 후보가 막판 부동층 잡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임태희 후보는 현장 유세 활동을 통해 중도 보수층의 결집세를 모으고 있는 한편, 성기선 후보는 임 후보를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이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임·성 후보는 26일 경기도내 곳곳을 다니며 도민들의 민심을 청취하고 활발한 현장 행보를 벌였다. 임 후보는 평택과 안성, 오산, 화성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고, 성 후보도 안양, 화성, 광명, 시흥, 부천을 찾아 유권자 표심잡기에 주력했다. 전날 법정토론에서 ‘혁신학교’, ‘고교평준화’ 정책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두 후보는 이날 현장 유세 활동 중에도 치열한 ‘장외 공방전’을 펼쳤다. 성 후보 측은 ‘9시 등교 폐지’를 공약한 임 후보를 상대로 “9시 등교는 보수 후보들의 반대에도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도민의 선택을 받았다”며 “이를 재론하는 것은 그야말로 낡은 레코드판 돌리기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2세기로 나아가고 있는 경기교육을 삼청교육대 시절로 되돌리려 시도하지 말 것을 강권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임 후보 측은 성 후보 측 공격에 곧바로 ‘경기교육의 불편한 진실’ 시리즈 1편 ‘9시 등교제’, 2편 ‘혁신학교’ 자료를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임 후보 측은 “학생 수면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도입했다는 9시 등교제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행과정은 획일성, 일방통행식 불통행정, 학교자율성 침해 등에 문제가 있다”며 “겉과 속이 다른, 전형적인 표리부동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학교는 숫자의 정치로 변질됐으며, 이제 과반이 넘는 일반학교가 되면서 시행 초기 교육적 가치는 퇴색하고 교육감 생색내기 치적사업으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두 후보는 장외 공방 외에도 각자 정책 공약을 잇따라 발표했다. 임 후보는 학교체육 활성화와 학교체육 엘리트 육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학교체육 활성화 공약을 내놓으며 부동층 표심 공략에 나섰다. 성 후보도 공교육의 국가책임을 완성하는 ‘유아교육의 무상교육 실시’, ‘교육복지우선사업 대폭 확대’, ‘사교육 절감 대책’을 발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민훈기자
‘포천’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자신의 경험과 관심에 따라 명성산과 산정호수를, 광릉 국립수목원이나 한탄강을, 금수정을 비롯한 ‘영평 팔경’을, 이동막걸리나 이동갈비 또는 한과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다. 주상절리로 유명한 한탄강을 품은 ‘포천(抱川)’은 구석기시대부터 1950년 한국전쟁 전적지까지 역사문화유산이 매우 풍부한 도시다. 그러나 포천시를 즐겨 찾는 여행객은 물론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지역민들도 포천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포천은 땅의 크기가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가평, 양평에 이어 세 번째에 속한다. 그러니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시 전체를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고구려는 포천을 ‘마홀’이라 불렀는데, 물이 많은 고을이란 뜻이다. 신라는 견고한 성을 쌓아 ‘견성’이라 부르다가 ‘청성’이라 했고, 고려는 개성의 배후 지역으로 관리하며 ‘포주’라고 불렀다. 지금의 지명인 포천으로 부른 것은 조선 태종때인 1413년이다. 포천의 ‘천’은 한탄강을 가리킨다. 한탄강 줄기를 중심으로 구석기-신석기-청동기의 문화가 모두 남아있다. 삼국시대부터 고려와 조선의 역사유적도 풍부하다. 포천시에는 총 84건의 문화유산이 있는데, 국가지정문화재가 10건, 경기도 지정문화재가 23건, 등록문화재가 2건, 포천시 향토유적이 49건이다. ■ 크진 않지만 알찬 박물관 “자연이 아름다운 옛 선비들의 고장” 포천을 제대로 만나려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 있다. 바로 2015년 7월에 개관하여 2017년 7월에 경기도 공립박물관으로 등록한 ‘포천역사문화관’이다. 장보정 학예연구사의 표현처럼 포천역사문화관은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내용이 꽤 알찬 실속형 박물관이다. 상설전시실은 포천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실에서 150만 년 전 포천에서 살았던 구석기인들이 사용한 돌도끼와 신석기인들이 사용한 ‘어망추’와 옷을 지을 때 사용한 ‘가락바퀴’와 마주한다. 유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것이다. 유리관에 돌조각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용암이 분출될 때 생성된 흑요석인데, 날카로운 날을 만들 수 있어 신석기인들에게 최고의 도구였지요. 포천 한탄강 일대에서 약 2만 점에 달하는 구석기 유물이 쏟아졌다고 해요” 포천이 아득한 옛날부터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다. 내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기법이 흥미롭다. 청동기인들은 고인돌 안에 무엇을 넣었을까 궁금했는데,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무덤을 잘라 부장품이 보이도록 전시한 것이다. 온전한 모습을 갖춘 형이상학적인 ‘그릇받침’은 원삼국 시대의 유물이다. 물론 삼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의 유물도 있다. 기와 조각에 ‘마홀수해공구단’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고구려가 포천을 ‘마홀’이라 불렀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유물이에요. 백제가 경기 북부지역을 점령했던 5세기 중반 때 처음 쌓기 시작한 반월산성(사적 제403호)은 포천이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철로 만든 도끼와 낫, 그리고 숫돌은 반월산성에서 출토된 것이죠” 반월산성은 포천에 있는 10개의 산성중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 구읍리 군내면사무소 부근에 있는 반월산성은 성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 백제 한성이 함락된 후 6세기 중반에는 고구려에서 활용한다. 포천에는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부하 왕건과 싸우다가 패해 도망치다가 통곡했다는 명성산(울음산)을 비롯해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지는 것은 바로 옆이 태봉의 수도였던 철원이기 때문이다. 빼어난 인물들을 여럿 배출한 고장답게 포천에는 서원이 4개나 있다. 옥병서원에는 사암(思庵) 박순 선생이 배향되어 있다.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그는 학문에 조예가 깊었다.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로 활약한 백사 이항복도 포천의 인물이다. 백사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화산서원은 1659년에 사액서원이 되었다. 용연서원은 한음 이덕형과 용주 조경을 모신 곳인데, 흥선대원군이 서원철폐령을 내렸을 때도 살아남은 47개 서원의 하나다. 임진왜란을 극복한 명신이자 청백리이며 우정의 대명사인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은 포천의 자랑이다. ■ 살아 숨 쉬는 예술과 충절의 정신 “영중면 양문리에 위치한 금석문은 우리나라에 4개 밖에 없는 한글비입니다. 1686년 낭선군이 제작한 이 비석은 제작배경이 정확한 것으로 종친이 만든 유일한 금석문이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비인 이윤탁의 한글영비(1536년) 이후에 제작된 이 비는 국어 발달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유물입니다” 한글비 탁본이 시선을 끈다. 장 학예사가 비석에 새겨진 글 뜻을 풀어준다. “선조의 서자 인흥군 이영이 묻힌 곳에 세워진 비석에 새겨진 글씨인데 현대어로 옮기면, ‘이 비가 매우 영험한 힘이 있으니 어떠한 생각으로라도 사람이 거만스럽게 낮추어 보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 한글 비석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의 하나라고 한다. 봉래 양사언의 멋진 초서를 비롯해 임금이 친히 쓴 어필도 있다. ‘인평대군치제문비’는 인조의 셋째아들이자 소현세자와 효종의 동생인 인평대군 이요(1622~1658)의 인품과 업적을 기리고 위로하고자 신북리에 세운 비다. 효종과 숙종, 영조와 정조 네 분 임금의 글씨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점이 특별하다. 인평대군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두 형이 풀려나면서 대신 볼모로 가야 했지만, 돌아와서는 사은사로 4차례나 청나라를 왕래하는 외교관으로 활약했다. 박물관에서 비문의 내용을 살펴보고 현장에 찾아가서 비문을 마주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면 우리 문화재를 이해하는 안목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토정 이지함(1517~1578)이나 벽암 이벽(1754~1785)처럼 특별한 인물도 만날 수 있다. 포천 화현면 출신인 이벽은 처남 정약전, 정약용 형제에게 천주교와 서양의 선진문물을 전해준 인물이다. ‘토정비결’로 더욱 유명한 이지함은 포천 현감으로 재직하며 한반도의 중앙인 포천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상업활동을 권장하여 부유한 고을로 만들 방안을 조정에 제시한 선각자이다. 포천에는 보수의 상징인 인물도 있다. 관복을 입은 한 사람이 정면을 응시한 초상화가 조금 낯설다. 면암 최익현 선생의 부릅뜬 눈이 이 시대를 꾸짖는 듯하다. 포천면 신북면에서 태어난 면암은 ‘바른 것을 지키고 옮지 못한 것을 물리친다’는 위정척사운동을 전개하다 대마도로 유배되어 단식투쟁을 하다 1906년에 돌아가셨다. 그의 아들 최면식도 아버지를 이어 의병으로 투쟁하였다. 고운 최치원의 후손인 최익현은 채산사에 모셔져 있고, 영정은 청성사에 모셨다. 전시유물은 현대로 이어진다. 사진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1960~70년대의 포천 모습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 ‘사통팔달’ 한반도의 중심도시를 알리는 박물관 포천역사문화관은 2015년 개관한 후 ‘봉래 양사언과 형제들’, ‘나의 보물’이라는 특별전을 열었고, 지난 2021년에는 ‘포천 옛길, 전철로 잇다’라는 기획전을 준비했다. 조선 6대로 가운데 제2대로인 경흥대로(경흥길)를 중심으로 포천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그렸으나 코로나19로 시민들에게 제대로 홍보도 하지 못했다. 옛길을 주제로 한 기획이 신선하고 흥미롭다. “지도상으로 보면 포천은 한반도의 정중앙이에요. 포천선(전철7호선) 철도가 건설되는데 2027년에 개통될 것이라 합니다. 여기에 맞춘 기획이죠.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경제협력이 이루어진다면 포천은 일찍부터 상업의 중심지였듯이 물류의 중심지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통일시대 한반도의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릉 수목원과 한탄강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은 포천의 자랑이다. 2019년에 개관한 한탄강지질공원센터는 국내 최초의 지질전문박물관이다. 천연기념물인 대교천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와 아우라지 베개용암, 그리고 화적연과 멍우리 주상절리 협곡을 함께 둘러보면 포천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포천의 과거와 현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포천역사문화관은 작지만 알찬 실속형 박물관이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여름비는 소 잔등도 가른다’는 속담이 있다. 소 한 마리의 등 위에서도 비를 맞는 부분과 안 맞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비가 국지적으로 내린다는 의미다. 이렇게 국지성이 강한 여름 소나기는 같은 지역에서도 강수량 차이가 크다. 조선시대 문헌에는 소나기를 ‘쇠나기’라 표기했다. ‘쇠’는 ‘몹시’ 혹은 ‘심히’를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여기에 ‘나기’는 한자 ‘날(出)’이 더해져 소나기는 ‘심히 내리는 것’, 즉 급하고 세게 내리는 비 ‘급우(急雨)’라는 의미다. 갑자기 구름이 발달해 굵은 빗방울이 한 시간 내로 짧고 강하게 내리는 소나기는 한여름에 대기의 기온을 조절하는 에어컨 역할을 한다. 고온 다습한 지상의 공기는 소나기 발생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뜨거운 지상의 공기가 5~12㎞ 상공까지 짧은 시간에 상승해 열을 전달하고, 상공에서 차가운 공기로 급냉각되며 소나기가 만들어진다. 소나기는 빗방울이 커 빠르게 하강하는데 대기 상층에서 급냉각된 상태가 유지돼 내리기 때문에 지상의 기온을 10도가량 뚝 떨어트린다. 그러나 소나기는 국지적으로 짧고 강하게 내려 땅이나 나무가 흡수하지 못해 가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소나기는 물 공급보다는 지상과 대기 상층의 열교환을 통해서 자연 에어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대기의 에어컨 역할을 하던 소나기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지상의 기온이 강하게 오르면서 대기 상하층의 기온 차가 더욱 커져 소나기 강도가 매우 강해지고 있다. 또한 산과 같은 높은 경사가 있는 지형에서는 공기가 강제 상승해 평지보다 강하고 불안정한 소나기가 내린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지형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갑작스럽고 강한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 근래 들어 보면, 지난해에는 5월부터 천둥·번개·우박과 함께 요란한 소나기가 자주 내렸다. 평년보다 짧은 장마가 끝난 이후에도 소나기가 자주 내렸다. 이때의 소나기는 지상의 높은 기온도 한몫했지만, 우리나라 상층에 차가운 공기가 통과하면서 대기 상하층의 기온 차로 대기가 불안정해져 소나기가 많이 내렸다. 소나기 발생 스위치가 지상이 아닌 대기 상층에 있었던 것이다. 지상 기온이 높을 때 소나기가 발생해야 하는데, 오히려 상층의 기온이 내려가 오작동하는 에어컨이 돼 버린 것이다. 너무 잦은 소나기로 인해 일조량 부족이 우려될 정도였고, 5월은 계절의 여왕 타이틀을 내놔야 했다. 한여름에 맑은 날을 자주 볼 수 없었고, 열대지방 스콜처럼 오후에 반복적으로 소나기가 내렸다. 가끔은 돌풍과 우박을 동반하면서 도심에서는 시설물 피해가, 교외 지역에서는 농작물, 레저 시설물에 피해가 났다. 이처럼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강수 특성이 국지적으로 강하게 발달한 소나기가 잦아지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박광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