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현ㆍ안연주 남매, 경기도회장배골프 ‘동반 V’ 쾌거

안성현(용인 나산초)ㆍ안연주(화성 비봉중) 남매가 제33회 경기도회장배 골프대회서 나란히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삼남매 골프家의 둘째 안성현은 26일 전북 군산CC(파72)에서 끝난 대회 최종일 2라운드서 이븐파 72타를 기록, 합계 4언더파 140타로 윤병찬(화성 한울초ㆍ147타)을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 지난해 준우승 아쉬움을 씻어냈다. 이로써 안성현은 지난주 경기도종합선수권(22일) 2연패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오르는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다. 또 안연주는 여중부 2라운드서 5언더파 67타로 맹타를 휘둘러 합계 1언더파 143타로 이유정(안양 신성중)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남매가 경기도 대회에서 함께 정상에 오른 것은 안성현, 안연주가 처음이다. 한편 남녀 고등부서는 피승현(파주 광탄고)과 나은서(수원방통고)가 각각 2라운드 합계 11언더파 133타, 5언더파 139타로 조성엽(여주 대신고ㆍ139타), 고은혜(수성방통고ㆍ140타)를 제치고 정상에 동행했다. 남중부서는 최정원(비봉중)이 합계 4오버파 148타로 같은 학교 정의민(149타)에 1타 앞서 1위를 차지했고, 여초부서는 정다원(안산 별망초)이 합계 4오버파 148타로 동타를 기록한 현세린(용인 석성초)을 누르고 우승했다.황선학기자

‘황재균 부상이탈’ KT 위즈, 뎁스야구 첫 성패 도마 위

프로야구 KT 위즈가 부상으로 캡틴 황재균을 잃은 가운데 시즌 개막 전부터 천명해 온 뎁스야구가 시험대에 올랐다. 황재균은 지난 24일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5회 안치홍의 타구가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며 코뼈를 강타당했다. 출혈이 심해 부상 직후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고, 코뼈 골절 진단을 받아 약 2개월간 결장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T는 3루수 황재균 외에도 2루수 박경수가 허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내야진은 지난 25일 3루수에 천성호, 2루수에 신본기가 출전했고, 내야 백업은 신인 권동진과 중고참 김병희가 맡았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우려대로 이날 첫 실점은 천성호의 포구 실책이 빌미가 됐고, 타선에서도 18경기에 나서 타율 0.324를 기록한 황재균의 공백은 컸다. 팀 타선이 현재 OPS(출루율+장타율)가 리그 4위로 준수한 반면, 홈런은 10개로 리그 8위에 그치고 있는 상황서 황재균의 부상은 뼈아프다. 허리부상 중인 박경수는 다음주부터 운동을 다시 시작한다.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려면 5월 초가 지나야 복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이번주부터 신본기가 2ㆍ3루를 오가고, 권동진ㆍ천성호ㆍ김병희가 남은 자리 경쟁을 벌인다. 박경수가 복귀해도 황재균의 복귀까지 시일이 제법 걸릴 전망이어서 5월 중순부터는 신본기가 3루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KT는 지난 2월 부산 기장과 울산에서의 동계 전지훈련 당시 권동진과 천성호 등 젊은 내야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이번 주전 내야수들의 이탈은 이강철 감독이 구상한 뎁스강화의 질을 판가름하는 건 물론, 유망주들의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는 기회라는 평이다. 과거 황재균도 히어로즈(키움 전신) 시절 김일경, 김민우 등 베테랑들의 부진과 부재로 기회를 잡아 성장했고, 박경수도 LG에서 류지현, 권용관, 박용근 등과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KT 관계자는 팀에서도 내야 운영 방안에 고민이 많은 상태라며 백업 출전 선수들이 잘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권재민기자

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수상

이변은 없었다. 74살의 노장 배우 윤여정이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주역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수상자 호명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같은 부문에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등 쟁쟁한 후보들이 올랐지만, 영예는 윤여정에 돌아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계 102년 역사상 윤여정이 최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 4관왕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썼지만, 한국 배우가 연기상 부문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시아 배우라는 기록도 세웠다. 우메키 미요시는 수상 당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상태였다. 윤여정의 수상은 일찍이 점쳐졌다.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의 상을 받았다. 이 가운데 30여개의 트로피는 윤여정이 올렸다. 한국 배우 최초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GA)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또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등 주요 비평가협회상 트로피를 싹쓸이해 오스카상 수상이 일찌감치 점쳐졌었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식에서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내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를 이길 수 있겠냐라며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로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아이들에게 화투를 가르치는 등 전형적인 할머니의 틀을 벗어난,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정자연기자

경희대, 춘계대학럭비리그 21년 만에 정상 트라이

전통의 럭비명가 경희대가 2021년 전국춘계럭비리그에서 21년 만에 대학부 정상 트라이에 성공했다. 덕장 안덕균 감독이 이끄는 경희대는 25일 양주 고려대 송추운동장에서 열린 대학부 풀리그 마지막날 경기서 이재환과 장현구가 나란히 15점을 득점, 연세대에 32대27로 역전승을 거뒀다. 앞서 단국대(68-6 승)와 고려대(34-33 승)를 꺾은 경희대는 3전 전승으로 고려대와 연세대(이상 1승1무1패ㆍ득점 차)를 제치고 21년 만에 대회 우승기를 되찾았다. 경희대 최성덕은 대회 최우수선수상(MVP), 안덕균 감독은 최우수지도자상을 각각 수상했다. 경희대는 전반 6분에 장현구의 페널티킥으로 3점을 선취했으나, 4분 뒤 연세대 박우빈에게 트라이(5점), 고승재에게 컨버전킥(2점)을 허용해 3대7로 역전을 내줬다. 이어 경희대는 전반 17분 장현구의 컨버전킥으로 다시 3점을 추가했지만, 고승재에게 페널티킥으로 3점을 내주며 여전히 4점 차로 뒤졌다. 경희대는 전반 30분 연세대 양준철에게 트라이를 내줘 6대15로 점수 차가 벌어졌으나, 40분 이휘원이 트라이로 응수해 전반을 11대15로 뒤진 가운데 마쳤다. 후반들어서도 경희대는 2분44초께 연세대 김명수에게 트라이를 내줘 9점 차로 뒤졌다. 반격에 나선 경희대는 후반 8분 이재환의 트라이에 이어 장현구의 컨버전킥으로 7점을 만회했고, 15분에도 이재환 트라이, 장현구 컨버전킥으로 7점을 보태며 25대20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연세대가 후반 21분 윤영민의 트라이와 컨버전킥으로 7점을 획득해 25대27로 다시 역전을 허용한 경희대는 29분 이재환이 트라이를 찍고, 장현구가 컨버전킥을 성공시켜 5점차 승리를 챙겼다. 승장 안덕균 경희대 감독은 어려운 여건에서 박용돈, 한상훈 두 코치가 정말 열심히 지도했고, 선수들 역시 나무랄데 없을 정도로 좋은 경기를 펼쳐 시즌 첫 대회서 값진 우승을 이뤄냈다며 동문 선후배들의 성원과 선수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이뤄낸 결실로, 앞으로도 더 좋은 경기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황선학기자

한국GM 생산 재가동 출근길 스케치 [포토뉴스]

코로나 시대, 특별한 도서관에서 독서해 볼까?

언제 어디서든 다양하게 책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도서관이 뜨고 있다. 코로나 시대, 자연에서 집에서, 때론 특화된 책들이 몰린 공간에서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자. ■ 힐링은 덤, 자연에서 즐기는 독서 수원 광교호수공원에는 사색하고 힐링하는 숲 속 독서공간 푸른숲책뜰이 있다. 지난 8월부터 운영된 이 공간은 독서 캠핑장에서 출발했다. 가족, 친구 등과 함께 (코로나19로 현재 2명 이내) 숲속의 공간에서 자연을 즐기며 책을 볼 수 있다. 총 5개의 공간이 마련됐으며 3시간 이내 1만원이다. 매달 1일 수원시 도서관 통합예약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조선시대 임금들이 자연을 감상하고 독서했던 창덕궁 후원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 창덕궁관리소는 후원에서 만나는 한 권의 책 행사를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매주 수요일부터 토요일 1일 2회 운영한다. 창덕궁 후원 내 왕립도서관이자 학문을 닦는 연구소로 정조 때 문예 부흥의 산실이었던 규장각ㆍ주합루 권역 내 전각과 정자가 휴식과 독서의 장소로 제공된다. 전각과 정자 내에는 최소한의 도서만 비치하며, 참여자는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올 수 있다. ■ 독특한 개성 있는 도서관서 지식, 마음의 양식 쌓고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 지혜의 숲은 복합문화공간이다. 가치 있는 책을 한데 모아 보존 보호하고 관리하며 함께 보는 공동의 서재로 불린다. 지혜의 숲1은 학자, 지식인, 전문가 등이 기증한 도서로 채워졌다. 지혜의 숲2는 출판사가 기증한 도서를 읽을 수 있는 곳으로 출판사별로 놓여 있다. 지혜의 숲3은 출판사, 박물관, 미술관에서 기증한 도서가 있다. 8m의 서가가 로비와 복도를 따라 이어지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이 서가에는 20여만권의 책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가 책을 꺼내볼 수 있다. ■ 내 손안의 도서관 전자책, 오디오북 코로나19로 외출을 꺼리는 요즘 전자책과 오디오북 이용객들도 대폭 늘어난 추세다. 대표적인 독서앱으로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예스24 등이 있다. 경기도사이버도서관을 비롯해 지자체 도서관에서도 파일형태로 제공되는 도서를 PC태블릿스마트폰 등 여러 전자매체를 통해 읽을 수 있다.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귀로 듣는 독서로 바쁜 현대인들이 이동하거나 일하며 책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적인 연출로 듣는 재미를 더한다. 정자연기자

힘든 오늘을 위로해주는 곳,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거리를 다니다 보면 흔하게 편의점을 볼 수 있다. 골목, 집 앞 등 곳곳에 있으며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자 도시락을 사러, 퇴근길 혼술을 하러 각자의 이유로 편의점에 자주 들리곤 한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 가깝게 있는 편의점에서 말하지 못한 속내와 희로애락을 나눈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김호연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나무옆의자刊)이다. 김호연 작가는 지난 2013년 출간한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을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을 생생하게 포착해 흥미로운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김 작가는 친숙한 인물들과 대사를 통해 흔하고 뻔한 이야기가 아닌 힘겨운 2021년을 살아내는 우리네 삶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책은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염 여사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작된다. 독고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며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손님을 잘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하루만에 편의점 품목을 외우고 편의점의 진상을 퇴치하면서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아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된다. 또 사람들에게 골칫거리였던 구석의 편의점을 활기와 온정이 넘치는 곳으로 변화시킨다. 김 작가는 개성 넘치고 저마다 사연을 지닌 인물들을 차례로 등장시킨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 해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아르바이트생 시현,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라면과 김밥, 소주를 사 혼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등. 각자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와 대화하며 오해와 대립, 이해와 공감의 과정을 겪는다. 독고는 이들에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작가는 책 속 인물을 통해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안부를 걱정한다. 혼자인 시간이 많아지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지금 편의점이라는 친숙한 공간을 통해 조금씩 사람들과 벽이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독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고 힘든 오늘을 위로받을 수 있다. 김은진기자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9-②

해안에 다다르자 바닷바람에 철썩거리는 도성이 들리고 수평선의 보임거리를 바라보노라면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이 그윽하고 평온한 나락에 빠져든다. 나그네는 칠십 평생 깊은 심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짓누르던 잡념을 파도에 실어 멀리 밀쳐내고 마음의 평화를 찾으려 탁난친다. 코히마르 해변은 헤밍웨이의 쿠바 인연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강물이 흘러드는 포구 앞에는 스페인 식민통치 시절 아바나 외곽 방어를 위해 1648년에 지은 또레온 코히마르 망루가 파수꾼도 없이 세월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남루한 차림으로 멍하니 바다만 바라본다. 코히마르는 아바나 동쪽에 있는 작은 어촌으로 헤밍웨이가 쓴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곳으로 잘 알려졌다. 아마 헤밍웨이도 이 망루에 올라 앞바다를 바라보며 소설 속에 그릴 노인과 바다, 청새치와 상어 등의 소설 속 플롯을 구상하지 않았을까. 헤밍웨이는 이곳을 떠났고 망루 옆에는 쿠바 사회주의 운동가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한 대문호의 흉상이 초라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늘도 그는 바닷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바다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짓는다. 마치 자신 안에 존재하는 산티아고를 생각하며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된 순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어를 읊는 듯하다. 초라하지만 듬직한 망루 옆에서 바다를 바라본다. 바닷바람이 건듯 불자 감미로운 카리브의 냄새가 코끝에 스미고 헤밍웨이도 느꼈을 이곳의 정취가 온몸을 스친다. 바닷바람에 파도는 쉬지 않고 방파제를 두들기자 하얀 물보라가 일렁인다. 사라지는 물보라를 바라보며 헤밍웨이는 그 속에서 어떤 잔영을 보았을까. 순간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제 몸을 가누려고 이리저리 날갯짓하며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소설에 그려진 대로 산티아고 노인이 실망하지 않고 다시 바다로 나가서 커다란 청새치를 낚아 올리는 오뚝이 같은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날 헤밍웨이는 이 마을 출신 늙은 어부 푸엔테스가 거대한 청새치와 이틀 밤낮에 걸쳐 사투를 벌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인의 삶을 모티브로 살아생전 마지막 작품인 《노인과 바다》를 구상하고 쓰기 시작한 지 13년 만인 1952년에 라이프 지에 발표했다. 그 후 이 소설은 헤밍웨이 문학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가와 함께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4년도에는 노벨상을 받았다. 박태수 수필가

[낭떠러지 앞 시설물유지관리업계·上]“업계 사라지면 기술·전문성 무너져”

시설물유지관리업 종사자들은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 혁신방안이 시설물 유지관리 기술력 퇴보는 물론 결과적으로 국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십 년간 시설물유지관리 기술력과 전문성을 쌓아온 업체들이 사라지게 되면서 경험이 없는 업체들이 시설물 유지 관리를 맡게 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 각종 시설물 사고가 터지면서 정부가 1995년 시설물의안전관리에관한특별법을 제정,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도입됐다. 이후 관련 법령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 종사자들은 시설물을 완공한 후 그 기능을 보전하고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높이기 위해 점검ㆍ정비ㆍ개량ㆍ보수ㆍ보강하는 공사를 해왔다. 상당수의 시설물유지관리업 종사자들이 법이 만들어지고 난 뒤 수십 년을 시설물유지관리업에서 각자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키워왔다. 이러한 시설물유지관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약 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토부 건설산업 혁신 방안이 시행됨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 종사자들은 기술력 퇴보와 국민 안전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자 A씨는 건물을 새로 신축하는 것과 완공 이후에 건물을 보수ㆍ보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의 공사라며 신축 건물에 치중해있던 건설업계에서 시설물 보강을 함께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결국 제대로된 시설물 유지관리나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종래에는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설물유지관리업자 B씨는 앞으로 우리나라에 노후화된 건물이 쏟아져나올 것이 분명하고 그에 따른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상당히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토부의 결정으로 시설물유지관리업체들이 존폐위기에 몰리게 해 기술력 퇴보는 물론 전문성도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곧 안전하지 못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승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