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헬프미 안전점검 서비스, 1년의 성과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는 시설물을 유형별로 규모에 따라 제1종시설물, 제2종시설물, 제3종시설물로 나눈다. 시특법에 따른 제1ㆍ2ㆍ3종 시설물은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고, 안전점검을 이행치 아니한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인천의 원도심권에 있는 소규모 주택, 쪽방, 산업단지 내 재난취약시설물 등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는 열악한 시설들은 안전점검 자체를 받아본 적이 없는 시설물이 태반이다. 시특법상 제1ㆍ2ㆍ3종 시설물을 제외하고는 안전점검의 의무가 없는 시설물이 많다는 뜻이다. 헬프미(Help me) 안전점검 서비스는 이렇게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시설물을 점검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인천시는 2015년부터 57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안전전문 기동점검단을 발족해 시설물 점검을 무상으로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군구를 통해 신청하면 시군구, 민간전문가가 합동으로 점검을 하는 시스템으로 특히 점검 요청이 많은 건축, 토목분야는 국가안전대진단 기간에 한꺼번에 몰려 점검에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이에 시는 2019년부터 이런 사항을 보완해 민간전문가 386명으로 구성된 헬프미 안전점검 서비스를 시행했다. 헬프미 안전점검 서비스는 건물주든 입주민이든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청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시청 안전정책과에 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시 홈페이지의 헬프미 안전점검 신청창구를 이용하면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나 신청 가능하다. 대부분의 민간전문가는 안전점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공감하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인천지역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인천지역본부,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건축사협회, 기술사협회 등에서 추천해준 전문가들이다. 건축, 토목, 전기, 가스, 소방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화학, 에너지 등 생소한 분야도 민간 전문 인력을 충원하여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고, 점검 빈도수가 많은 건축분야의 경우 설계, 구조, 시공, 설비 등으로 구분했으며, 토목분야의 경우도 일반토목, 철도토목, 농업토목, 도로, 지질 등 세분화된 전문가를 다수 확보해 맞춤형 점검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2019년에 시작한 이 서비스는 2019년 255건, 2020년 6월 현재까지 125건의 안전점검을 했고 보수보강 방안을 제시했다. 분야별로는 건축분야가 233건으로 제일 많았고, 토목 75건, 전기 37건, 소방 22건, 기계 8건, 가스 5건 순이다. 380건의 점검결과 중 전체적으로 시설물의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나 내구성 또는 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해 일반적 보수 및 보강이 필요한 경우가 143건, 결함이 발생하여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31건, 사용중단 또는 개축이 필요한 경우가 15건이었다. 그 외에는 단순조치 및 주의관찰 등이 필요한 경우다. 작년 9월에는 남동구 간석동에 소재한 아파트의 11층 복도 난간이 바깥쪽으로 기울어져 불안한 주민들이 헬프미 안전점검 서비스를 신청했고 전문가의 자문을 토대로 보수보강 공사를 완료해 주민들의 불안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 시민안전보험이 사후 대응책이라면 헬프미 안전점검 서비스는 사전 예방책이다. 인천시는 시민안전이 최고의 가치임을 인식하고 안전점검이 꼭 필요한 시설물에 헬프미 안전점검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또한 안전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주민, 노인,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헬프미 안전점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안전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거나 재난징후가 발견된다면 즉시 요청길 바란다. 5일 이내에 헬프미 전문가들이 찾아갈 것이다. 한태일인천시 시민안전본부장

폭염에 달아오른 도심

경기도의회 임시회 '제344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경기농협, 찬찬찬 사랑의 여름김치 나눔행사

인천경제청, 현대건설 6·8공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 68공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현대건설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 소유인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의 외국인투자(외투) 지분이 모두 빠져나가더라도 토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협약계약을 허술하게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22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인천경제청과 SLC의 송도랜드마크시티(송도 68공구) 개발사업과 관련한 협약 및 토지공급계약에는 SLC가 외투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없다. 이는 지난 2015년 사업계획 조정과 지난해 개발이익 분배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을 당시에도 동일하다. 이 같은 협약계약은 외투 유치를 위해 시세보다 싼 가격의 토지를 외투기업에게 수의계약으로 공급하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의 기본 원칙과 정면으로 상충한다. 특히 송도 내 다른 개발사업시행자는 협약계약 당시부터 외투기업 조건을 유지하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시행자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만 하더라도 지난 2018년 미국계 외투 지분 70.1%를 정리하면서 홍콩싱가포르계 외투로 대체했다. 인천경제청이 지난 2001년 NSIC와 토지공급계약을 하면서 NSIC가 외투 지분을 51% 이상 유지하도록 조건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NSIC는 개발사업자 자격을 유지하려 외투지분(70.1%)을 지키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16년 송도에 연구소 등을 건립할 목적으로 인천경제청과 토지매매 수의계약을 한 오스템글로벌㈜조차 20%의 외투 지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안고 있다. 이와 함께 인천경제청은 그동안 SLC의 외투 지분이 계속 줄어든 정황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SLC는 지난 2006년 11월 미국계 자본 기업인 포트만 홀딩스가 100%의 지분으로 설립했다. 이후 2007년 8월 인천경제청과 개발사업 협약을 하기 3일 전 증자를 통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각각 19.5%의 SLC 지분을 차지했다. 반대로 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포트만의 지분은 60.1%로 감소했다. 이후 2015년 1월 사업계획 조정 합의할 때까지 12번의 증자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포트만의 지분은 다시 16.3%로 줄어들었고,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지분은 오히려 각각 41.4%로 늘어났다. 더욱이 사업계획 조정 합의로부터 3일 뒤 포트만은 SLC 지분의 절반 이상을 현대건설에 매각했다. 결국, 지난해 12월까지 계속 이어진 증자와 지분 매각을 통해 포트만은 SLC에서 완전히 빠져나갔고, SLC는 현대건설이 99.28%의 지분을 차지한 국내기업으로 돌변했다. 이러한 정황의 반복에도 인천경제청은 SLC의 외투 지분을 붙들어 놓을 장치를 마련하지 않아 현대건설이 송도 68공구 개발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상황을 봐준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천경제청은 최근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킨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3차와 관련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2007~2009년의 송도 분위기는 지금과 달라 개발사업 유치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SLC가 송도의 개발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협약계약 내용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우리도 협약계약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 등을 감안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며 특혜 의혹은 보는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민기자

[반환점에 선 민선7기 박남춘호]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박남춘 인천시장은 임기 내 20곳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과 오는 2022년 18부두 재개발 착공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들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집행률을 끌어올리는 것과 인천항만공사(IPA)와의 협의가 과제로 꼽힌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정책의 가장 큰 걸림돌은 난항을 겪고 있는 각종 도시재생사업 실적이다. 지난 1월 기준 2016~2018년 선정한 인천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 12개의 예산 집행률이 약 40% 수준이다. 이는 전체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낮고 국토부가 연차별 사업비 집행의 최저 기준인 60%에도 못 미친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10일 2020년 인천의 도시재생뉴딜 국비 지원비를 14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2019년 300억원보다 줄어든 수치다. 140억원으로는 최대 3곳만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추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시가 행정력을 끌어올려 현재 추진 중인 뉴딜사업의 집행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국토부가 시범사업 등을 통해 추진 중인 총괄관리자 제도, 도시재생 혁신지구 공모에 적극 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은 군구에서 직접 추진하는 것들이 많지만 시에서도 현장에 나가 집행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내항 재개발 부분에서는 항만공사와 18부두 사업 계획을 둔 협의가 핵심이다. 항만공사는 라운드 테이블을 구성해 18부두 항만재개발 사업화 계획 보완 용역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 보완 용역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항만공사가 사업성 확보를 위해 어떤 것을 요구할 지다. 앞서 항만공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와 마련한 사업화 방안에서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18부두 용도 변경과 상업용지 용적률 상향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 공공부지 비율을 50%로 유지한다는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과 충동할 여지가 많고 내항 재개발이 수익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시가 해양수산부로부터 18부두 부지를 매입해 사업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수부가 항만공사에 출자할 때인 장부가격대로 부지를 매입하면 시의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박정숙 시의원은 지난 5월 열린 2020 내항재생뉴딜 정책토론회에서 (18부두)전부를 매입할 수 없다면 고밀도로 올릴 수 있는 부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시에서 매입할 필요가 있다며 첫 삽을 뜰 수 있는 역할을 일부분이라도 주도적으로 매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인천항, 1만t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입항 시대

인천항이 1만t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입항 시대에 돌입했다. 22일 오전 4시께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에 인천항 유일의 미주항로인 PS8(Pacific South 8)을 운항하는 1만77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HYUNDAI EARTH호가 입항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HYUNDAI EARTH호는 미국 서안으로부터 대형 유통업체 신선화물, 전자상거래 업체 화물, 전기 자동차 등의 고부가가치 화물을 싣고 들어왔다. 862TEU의 화물을 내리고, 948TEU의 화물을 싣는 등 총 1천810TEU의 화물을 처리했다. 글로벌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가 운항하는 PS8 서비스 기항지는 인천-상하이(上海)-광양-부산-LA(롱비치)-오클랜드-부산-광양-인천 등이다. 디 얼라이언스는 독일 하팍로이드와 일본 ONE(일본 NYKMOLK Line 합병법인), 타이완 양밍 해운이 결성한 세계 3대 해운동맹 중 하나다. 종전 PS8에는 8천600TEU급 컨테이너 선박 6척을 투입했지만, HMM의 디 얼라이언스 해운동맹 가입으로 HMM이 중남미와 미주 동안 서비스에 활용하던 선박 6척을 PS8(미주 서안-인천항)에 신규 투입했다. 이날 HYUNDAI EARTH호 입항에 이어 오는 28일엔 HYUNDAI MARS호, 7월 5일 HYUNDAI JUPITER호, 7월 26일 HYUNDAI SATURN호의 입항을 앞두고 있다. 항만공사는 미주 최대 신선화물 수출항만인 오클랜드의 오렌지 등 냉동냉장 화물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등 물동량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이정행 인천항만공사 운영부문 부사장은 운송기간 단축, 참여 선사 증가, 선박의 대형화 등 인천하의 미주 교역 활성화 여건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잠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비대면 마케팅을 통해 물동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수기자

방치된 다문화가정 자녀, ‘후천적 장애’ 위험 노출

#1. 애 안아주면 버릇 나빠져! 22살에 한국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 A씨는 양육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워낙 어린 나이에 결혼 생활을 시작한 탓에 갓 태어난 아이가 울고 보채도 배가 고픈 것인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것인지 모른 채 방치하기 일쑤였다. A씨의 양육 매뉴얼은 오롯이 시어머니에게서 나왔다. 평소 시어머니는 베트남은 교육 수준이 낮아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없다며 우리나라 양육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훈계했다. 그렇게 배운 양육법은 아이를 안아주지 말라는 것. A씨는 시어머니의 말에 따라 가급적 아이를 품에 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 A씨의 자녀는 세 살이 될 무렵 중증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자녀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껴 장애인 복지관에 신고했고, 진단 결과 발달장애 1급에 해당하는 수준의 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정됐다. 당시 A씨의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는 아이가 감각통합치료만 제때 받았어도 후천적 장애를 얻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버릇이 나빠진다는 이유로 아이를 안아주지 않으면서 아이의 시각ㆍ청각ㆍ촉각 등 기초적인 감각 기능이 발달하지 못했고, 피부 접촉이나 움직임, 빛, 소리 등을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져 장애를 갖게 된 셈이다. #2. 일 방해할까 봐 방에 홀로 뒀는데 중국에서 나고 자란 B씨는 20대 초반 결혼이주여성이 되면서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고 안산에 터를 잡았다. 신혼생활 도중 낳은 아들이 엉금엉금 기어다닐 무렵, 본국에 남은 가족은 B씨에게 먹고살 게 없으니 한국에서 돈을 벌어 생계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의 월급을 떼 용돈을 보내기엔 B씨의 3인 가족도 책임지기 벅찬 상황이었다. B씨는 맞벌이를 고민했지만 밖에 나가 사회생활을 하자니 아이가 너무 어린 게 마음에 걸렸다. 낯선 땅에서 그녀의 아이를 돌봐줄 사람은 없었고, 서툰 한국 문화를 감당할 자신 또한 없었다. 결국 B씨는 차선책으로 재택 부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마저 순탄하진 못했다. 집에서 작은 부품들을 다루고 있으면 아들이 다가와 만지고 삼키려 들었다. B씨는 일이 방해받지 않도록 아이를 방에 가두고 문을 걸어 잠갔다. 한 시간 두 시간, 하루 이틀 엄마와 아들이 분리된 시간이 길어졌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아들 역시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 올해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B씨의 아들은 당시의 기억으로 여전히 타인과의 애착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분리불안 장애 판정을 받았다. 경기지역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사회와 가정의 홀대 속에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위험에 노출됐다. 또래보다 언어 발달이 늦어도, 이상 행동을 보여도 단순히 한국과 외국의 문화 차이로만 여겨져 조기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다문화가정 지원 정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대부분 결혼이주여성의 초기 정착에만 중점을 두고 있을 뿐, 자녀 보육 문제는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산시장애인복지관 최은옥 아동발달지원 팀장은 부모나 선생님 등 보호자들이 아이의 건강 상태를 보면 장애 치료를 위한 특수 교육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는데, 다문화가정은 취약한 게 사실이라며 상당수가 문화 차이로 치부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아예 인지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애를 선천적으로 타고났건 후천적으로 얻었건 보호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개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애 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ㆍ이연우기자

[경기도의 성곽과 능원] 고양 서삼릉과 어두운 역사의 그늘

조선 중종 조,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태종의 헌릉(獻陵, 지금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바로 옆) 서쪽에 능이 조성됐다. 기뻐야 할 그 희릉(禧陵)이, 피를 부르는 권력 다툼의 단서가 됐다. 당시는 간신이 간신을 치는 시대, 김안로(金安老)허항(許沆)채무택(蔡無擇)의 정유 3흉(丁酉三凶)과 심정(沈貞)이항(李沆)김극복(金克福)의 기묘 삼간(己卯三奸)은 치열한 권력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당대 권간들은, 훈척 세력과 손잡고 4대 사화를 일으켜 사림의 등용을 차단하는데 성공했고, 임사홍, 유자광, 송익필 등은 죽은 뒤였다. 당시의 권신이자 대표 간신 김안로는 희릉이 잘못된 위치에 잘못 조성됐다는 낭설을 퍼뜨렸다. 무덤 아래 큰 돌이 있어 크게 불길하며, 이는 왕조의 기를 훼손하는 역모 사건이라 키워 정적인 남곤, 정광필 등을 제거했다. 당시 왕릉의 산역은 그만큼 중대한 사건이었다. ■ 삼간(三奸)과 삼흉(三凶)의 시대 준비 안 된 지도자의 한계 서삼릉 예릉(睿陵)에는 강화도령 철종과 비 인철왕후 김씨가 묻혀 있다. 원래 조선조 국왕은 세손이나 세자로 책봉되면,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꽉 짜인 일정으로 당대 최고 대학자들의 훈육을 받고 심신을 단련하고 어른들에게 문후를 올린다. 제왕 수업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철종은 아무 생각 없이 강화도에서 나무하다 갑자기 국왕이 되었으니 흉중에 큰 뜻이 있을 리 없고, 뜻이 있어도 실천할 일머리가 있을 리 없었다. 결국 철종조부터 조선은 외척인 안동 김씨 세도가 본격화되고, 삼정이 문란해져 전국에서 민란이 빈발하게 된다. 인종과 비 인성왕후 박씨의 효릉(孝陵)은 인종의 재위기간이 1년도 채 못 되었으니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 오늘 필자는, 잘 알려진 역사의 주인공이 묻힌 왕릉보다 원과 묘에 묻힌 덜 알려진 비운의 주인공에 관심이 쏠린다. ■ 인조(仁祖)인가 인군(忍君)인가 회기동과 효창공원, 의령원 서삼릉에는 소경원(昭慶園)에 소현세자가 묻혀 있고, 부근에 제주도에 유배됐다가 13살, 9살에 죽은 소현세자의 장남 경선군(慶善君) 차남 경완군(慶完君) 묘가 있다. 인조 이중은 청나라가, 중국 심양에 9년 동안 볼모로 묶여 있던 장남 소현세자를 더 지지한다고 생각하고 소현세자를 경계했다. 거기에 인조의 총희 조 소용은 소현세자를 참소하고 세자빈 강씨(민회빈)을 견제했다. 결국 소현세자는 귀국 두 달 만에 사망하는데, 실록조차 독살 정황과 인조 배후설을 강하게 제기한다. 얼마 후 세자빈이 사약을 받고 소생인 어린 아들들이 유배지 제주도에서 의문사하는 것을 보면서, 인조의 잔인함이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 이상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묘호는 인조(仁祖)가 아니라 잔인군(殘忍君)이라야 옳지 않을까? 회묘(懷墓)는 월탄 박종화의 역사 소설 금삼의 피를 비롯해 많은 역사소설과 드라마의 모델이 된 성종의 폐비 윤씨의 묘다. 성종은 자신이 윤씨를 폐위하고 사약을 내렸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애틋한 마음이 있었던지 특별히 윤씨지묘라는 묘비를 허락했다. 갑자사화(甲子士禍)는, 즉위 후 어머니의 한 맺힌 죽음을 알게 된 연산군이 어머니 사사의 장본인들을 사사한 사건이다. 회묘가 고양으로 옮기기 전 원래 있었던 서울 동대문구 마을은 회기동(회묘동(懷墓洞) 회묘동(回墓洞) 회기리(回基里)로 불리게 된다. 효창원(孝昌園)은 홍역에 걸려 5살로 일찍 세상을 떠난 정조의 맏아들 문효세자(文孝世子)의 묘다. 고양으로 오기 전 원래 자리가 오늘날의 서울 효창공원이다. ■ 훼손된 민족 정기와 극일(克日), 천장(遷葬)과 태실 이봉(移封) 의령원(懿寧園)은 영조의 첫 손자며 사도세자의 첫아들 의소세손(懿昭世孫)의 묘다. 그러니까 정조의 동복형인 세손이 태어나자 영조는 크게 기뻐하며 돌박이를 세손으로 책봉한다. 그러나 두 돌을 넘기자 마자 병으로 죽자 영조는 크게 상심해 하며 친히 조문(弔文)과 비문(碑文)을 지어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의령원 표석 글씨도 영조 친필이다. 영조가 정조 이산을 세손으로 책봉한 것은 세 돌 지나서니 의소세손에 대한 괴임은 참으로 남달랐다. 서삼릉에는 그밖에도 후궁묘, 왕자묘, 왕녀묘, 태실 등 다양한 신분과 형식의 묘역이 있어 이채롭다. 후궁묘 22기는 대부분 원래 이 자리에 있던 것이나, 왕자묘 8기와 왕녀묘 14기는 일제 강점기에 옮겨진[遷葬] 것이다. 옮겨진 묘에는 원래 비석과 옮겨진 후의 비석이 나란히 서 있는데, 일본 연호를 삭제한 흔적이 남아 회한을 더한다. 거기에 국왕 태실 22기, 왕자 공주 태실 32기 등 태실이 54기나 옮겨 모셔져 서삼릉은 문자 그대로 조선 왕실의 음택이요 세계적 문화재가 되었다. 일제는 조선 팔도 명당에 묻혔던 태실을 파헤쳐 옮기면서[移封] 조선 왕실과 지역민의 유대를 차단했다. 그리고 태실의 문화재는 빼돌리고 옮긴 태실은 규모는 줄이고 형태는 日 자로 만들어 민족 정기를 말살하려 획책했다. 극일(克日), 21세기에도 우리 민족 최대 과제의 하나다. 김구철 시민기자(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