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족과 연관된 가족펀드 운영사와 투자사 대표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를 진행한 이후 피의자 신병 확보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9일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상훈 대표(40)와 코링크PE로부터 투자받은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대표는 코링크PE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에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57)와 자녀로부터 실제로는 10억5천만 원을 출자받으면서 74억5천500만 원을 납입을 약정받았다고 금융당국에 허위로 신고한 혐의를 받는다.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최소 투자금액을 3억 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 장관 자녀들은 각각 3억5천500만 원 출자를 약정하고 5천만 원만 투자했다. 검찰은 코링크PE가 펀드 규모를 부풀리기 위해 정 교수 측과 이면계약을 맺은 것이 아닌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코링크PE의 또 다른 사모펀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를 통해 인수한 2차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 등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 자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코링크PE 등 관련 업체 직원을 시켜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한 증거를 없애도록 지시한 정황을 포착하고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적용했다. 최 대표는 웰스씨앤티 회삿돈 10억 원 안팎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는다. 웰스씨앤티는 2017년 8월 조 장관의 처남과 그의 두 아들을 포함한 일가의 사모펀드 출자금 14억 원 가운데 대부분을 투자받은 업체다. 코링크PE는 일가의 출자금에 자체 자금 10억 원을 더한 23억8천500만 원을 웰스씨앤티에 투자했다. 사모펀드에서 투자받은 이후 관급공사 수주물량이 급증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조 장관의 영향력이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1일께 열릴 전망이지만, 추석 연휴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양휘모기자
고양시가 국토교통부의 스마트도시 시범인증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9일 고양시에 따르면 스마트도시 시범인증은 스마트도시법 제32조(스마트도시 등의 인증)에 명시된 스마트도시 인증을 본격 시행하기 이전에 혁신성, 거버넌스 및 제도, 서비스 기술 및 인프라 등 세부평가요소 및 평가제도의 검증을 주요목적으로 이뤄졌다. 평가방식은 필수지표, 선택지표의 적절한 배분으로 지자체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정량적정성적 평가는 5대5 비율로 시행했다. 고양시는 ▲IoT 개방형 스마트시티 플랫폼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 ▲고양 스마트도시계획 수립 ▲고양 스마트도시 표준가이드라인 수립 ▲고양시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조례 제정 ▲시민주도의 스마트도시 리빙랩 프로젝트 수행경험 ▲고양 스마트시티 지원센터 운영 등 스마트도시 추진을 위한 기술적제도적정책적 노하우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스마트도시 시범인증은 전국의 인구 30만 이상 지자체를 대상으로 인증평가위원회의 엄정한 심사와 치열한 경쟁을 거쳐 고양시를 포함한 총 10개 지자체가 스마트도시 시범인증을 획득했다. 스마트도시 시범인증을 획득한 지자체는 2020년 시행예정인 본인증 시행 시 우선적으로 인증을 부여받게 되고, 향후 정부지원 사업 시 가점부여, 스마트도시 홍보활동 지원 등의 혜택을 받게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스마트도시 시범인증의 획득은 고양형 스마트도시의 우수한 양적질적 수준을 정부가 제시한 객관적 지표로 증명한 것이라며 고양시가 국내 최고수준의 스마트도시 선도모델로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유제원ㆍ송주현기자
말과 글이 넘쳐나는 세상. 언뜻 사람들 사이는 소통에 막힘이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다. 모두가 소통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클래식 음악은 어떤가. 이렇다 저렇다 한 마디 말 없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감동) 소통을 이끄는 음악이다. 평택이 고향인 변예진 바이올리니스트는 단절의 세상에서 클래식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을 꿈꾸고 있다.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주는 클래식음악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함께 공유하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그녀의 바람은 학문적인 연주를 통해 느꼈던 경험에서 우러난 것으로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녀는 일찍이 세계적인 연주자를 꿈꾸며 러시아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다. 16세 때 최고의 음악학교로 알려진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에 입학해 알렉산더레비치, 에두아르도 그라치 등 거장의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피나는 노력 끝에 실력을 인정받으며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스위스로 유학을 떠났다. 바젤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후 스위스 생갈렌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입단해 최연소로 제2바이올린 수석 자리를 꿰찼다. 그녀는 오랜 시간 해외 유학과 연주활동을 마치고 2017년에 귀국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귀국 독주회와 함께 솔로 연주에서 듀오, 콰르텟, 퀸텟까지 다양한 변화를 추구하는 실내악 연주 단체 솔리드 앙상블을 창단해 본격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변예진 바이올리니스트는 클래식 음악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힘이 있다며 연주를 보고 난 관객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낯선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클래식 대중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평택=최해영ㆍ박명호기자
김포도시철도 개통 중단으로 50억원의 재정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일부터 열린 김포시의회 제194회 임시회에 올린 제2회 추경안 철도예산으로 모두 49억9천여만 원의 추가비용을 계상했다. 우선 지연기간 동안 김포도시철도 운영사에 도시철도 운영 및 유지관리 위탁비(개통 전)로 44억1천169만 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원인이 됐던 차량 떨림현상을 검증하는데 3억5천만 원이 투입됐으며, 도시철도 시설물 유지관리(개선) 사업비에 1억500만 원, 김포골드라인 운영 상생발전을 위한 연구용역비로 1억2천500만 원이 더 들어 모두 49억9천169만원의 재정투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직접적 비용 외에 대중교통(전세버스) 긴급 투입비 등을 감안하면 50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할 형편이다. 시는 도시철도 개통중단에 따른 출근시간대 교통대책으로 지난 7월29일부터 서울 연결 5개 노선에 전세버스 20대를 긴급 투입, 연말까지 2억8천400여만 원의 예산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같은 추가 철도예산에 대한 심의를 벌인 시의회 도시환경위원회(위원장 배강민)에서는 지난 6일 집중적인 질타와 추궁이 이어졌다. 홍원길 의원은 철도 개통중단으로 엄청난 규모의 시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질타했고 최명진 의원은 상생발전 연구용역을 통해 운영사 내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강민 위원장도 1억2천500만 원의 상생발전 용역에 인력 적정성 검토가 들어가 있는데, 이전 보고 때는 다른 철도 운영 지자체와 비교해본 결과 인력 규모가 적정하다고 보고하지 않았나? 왜 말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난 7월 당초에 추경예산 올릴 때는 개통 시점을 예측할 수가 없어 추가 위탁운영비로 3개월분 44억여 원을 예상했었는데 2개월여 지연돼 2개월분만 집행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차량떨림 현상에 대한 장기용역결과 원인과 책임소재가 규명되면 (개통 재연기로 인한 추가 투입비용 30억원 환수를 위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시의회는 상당한 금액을 삭감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져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포=양형찬기자
법치는 어디까지 존중되어야 하는가. 법치에 대한 항거는 어디까지 정당한가. 요 며칠 대한민국 정치가 던지고 있는 화두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9일 현재) 주변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청문회를 앞둔 상황의 이례적 수사 개시다. 현직 경기도지사에 대한 항소심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유죄를 선고했다. 유력 대권 후보와 관련된 충격적 반전이다. 차세대 대권 주자의 성폭행이 최종 유죄로 확정됐다. 회복할 수 없는 파멸의 끝이다. 하나하나가 상당한 무게를 갖고 있는 정치 사건이다. 이런 일이 며칠 사이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사건마다 꼬리 무는 파장을 국민이 목도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한 여론의 조직적 반격이 극에 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처벌 청원이 50만 명에 달한다. 이재명 경기지사 유죄에 대한 반발도 상당하다. 대권 주자를 앉히려는 사법부 음모설이 파다하다. 안희정 전 지사 사건 역시 정치적 해석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이다. 조국 장관을 수사한 게 검찰총장 잘릴 일인가. 수사의 착수ㆍ진행ㆍ결론은 검찰의 고유 권한이다. 그걸 자의적으로 해석해 총장을 흔들어 대면 안 된다. 차기 대권 주자라도 법 앞에서는 평범한 피고인에 불과하다. 판결에 관한 최종 결정권은 판사가 갖고 있다. 그 판사가 만든 판결문을 제쳐놓고 정치적 셈법만으로 옳고 그름을 퍼 날라선 안 된다. 이 모든 일이 결과적으로 법치(法治)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검찰ㆍ법원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다분히 그 빌미를 준 구석이 있다. 청문회 논의가 한창인데,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다. 잘못이라 할 수 없으나, 전례 없는 일임이 틀림없다. 이러니 검찰 개입 불만이 나왔다. 정황적 증거는 바뀐 게 별로 없는데, 툭하면 1,2심 판결이 정반대로 나온다. 법관의 재량(裁量)을 떠나 판결의 안정(安定)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이러니 해석이 정치로 갈 수밖에 없다. 검찰ㆍ법원의 문제가 결코 작지 않다. 이제 조국 법무부 장관 시대다. 오늘 0시부터 법무부 통솔권자는 조국 장관이다. 정부 여당이 시종일관 그에게 붙였던 상징성은 개혁이다. 이 개혁의 기대감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검사장 직책 몇 개 없애는 게 검찰 개혁이 아니다. 검사장들의 출신 대학 분포를 몇 % 바꾸는 게 검찰 개혁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개혁, 그건 법치에 대한 신뢰 확보다. 죄 있는 사람 벌주고, 죄 없는 사람 보호하는게 법치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다.
자발적 고립을 택해 식사, 여가 생활 등을 홀로 즐기는 문화를 나홀로 문화라고 한다. 나홀로 문화와 더불어 나타난 신조어로 혼술ㆍ혼밥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혼-을 붙여 홀로 하는 행위임을 나타낸다. 함께가 아닌 혼자를 즐기는 이들을 혼족이라 한다. 혼족이라는 신(新)인류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쇼핑을 즐기며, 혼자 여행도 하는 등 혼자 활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혼족은 1인 가구가 늘면서 더 뚜렷해졌다.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는 585만여 명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30%다. 1인 가구 급증으로 사회 트렌드가 크게 바뀌었다. 취업난과 경제불황,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혼족 증가에 한몫했다. 혼족은 혼자 사는 1인 가구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사회적ㆍ문화적으로 보다 폭넓은 의미를 지닌다. 의식주 활동은 물론 문화생활과 놀이, 여가활동 등 모든 부문에서 혼자 활동한다. 이들은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가족보다 자신의 건강과 경험을 중요시하며 인생을 즐긴다. 취미나 자기계발 등을 위해서 과감하게 지갑을 열어 관련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12일부터 추석 연휴다. 명절 연휴를 맞아 고향집에 다녀오거나 가족모임에 참석할 수도 있지만 국내외 여행을 떠나거나 취업ㆍ결혼 등을 묻는 명절 스트레스를 피해 나홀로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도 많다. 유통가에선 혼추족을 위한 소용량, 간편식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돼 경쟁이 치열하다. 한 편의점은 9가지 명절음식으로 한상가득도시락을 내놨는데 매년 명절 도시락 매출이 200% 이상 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성인 남녀 2천8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8%가 추석을 혼자서 보낼 예정이라고 답했다. 남성(22.4%)이 여성(17.3%)보다 더 많았다. 취업 여부로 보면 취업준비생이 28.5%로 가장 많았고, 직장인 20.2%, 대학생 12.7% 순이었다. 또한 미혼이 기혼자보다 약 7배 많았다. 잡코리아가 직장인과 알바생 1천192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조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 64.7%, 직장인 45.0%가 추석 연휴에 출근한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 출근은 직장이 정상 운영해서가 57.1%, 추가 수당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가 40.6%였다. 스트레스와 번거로움을 피해 나홀로 추석을 즐기는 이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여서, 어쩔 수 없이 일하게 돼서 홀로 추석을 지내는 이도 많다. 이들에겐 명절에 스트레스가 더 크고 더 우울하다. 혼추족을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고대로부터 추석(秋夕)은 단순한 가을 저녁으로 그치지 않았다.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수확한 음식을 서로 나눠 먹는, 어쩌면 저승까지 모두 기꺼운 중추(中秋)였다. 익은 벼를 어루만져온 금빛 바람으로 각박한 세상살이에 다친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시간이었다. 이런 추석의 핵심에는 가족이 있다. 가족은 천륜일진대 가족과 모르는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가족에게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이 사람 본래의 인정이라고 맹자(孟子)는 말하였다. 돌아가신 부모의 시신이 들짐승에게 뜯기는 걸 차마 보지 못하여 매장하기 시작한 것이 예(禮)의 첫 뜻이라고도 하였다. 맹자를 빌리자면 나이 든 어른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 예가 아니듯 남의 소중한 자식인 며느리나 사위에게 가혹한 것도 예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으로 추석은 성립한다. 희미한 자전거 등에 의지해 먼 길을 마중 나온 할아버지의 여윈 팔뚝을, 오다가다 집어먹던 고소한 동태전을, 고향집에 어린 딸을 처음 데려가던 그 순간을 영원처럼 소환함으로써 추석은 계속된다. 해마다 이 땅 위 삼천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추석을 확인하러 가깝고 먼 길을 간다. 귀향 DNA가 어김없이 작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추석 풍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일인 가족이 늘어나고, 부모를 여읜 후 고향을 같이 상실한 경우도 많아졌다. 외국여행은 늘어나고 제례의 설득력은 점점 약해진다.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적 견해를 역시 빌려보자면, 추석은 농업혁명의 부차적 산물로 특정지역 호모 사피엔스가 가족공동체의 억압을 강화시키고자 고안한 문화적 관행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변화하는 추석 풍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추석을 궁리하게 한다. 행복한 추석은 어떤 것이며, 충돌하는 여러 가치관 속에서 다수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추석 풍경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는 이미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추석의 핵심이 가족이라면, 이번 추석부터 가족의 범위를 확대시키면 어떨까. 가족의 범위가 넓어지면 귀향길 음주운전이 있을 수 없다. 부모 자식이 걸어다니는 도로에서 누가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겠는가. 지난 5년간 추석연휴에만 1만4천201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다는데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를 한 가족으로 여긴다면 교통사고도 대폭 줄어들지 않겠는가.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는 운전자라면 양보운전, 배려운전을 늘 실천할 것이다. 남의 자식을 자기 자식처럼 아끼는 운전자에게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과속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돌아가신 부모의 시신이 들짐승에 뜯기는 것을 차마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이의 처지도 잘 헤아릴 것이다. 이런 사람만이 자신의 마음에 비추어 다른 사람의 고향도 얼마나 소중한지를 헤아릴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저급한 지역감정 따위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이번 추석 역시 넉넉할 터이나 어떤 이에게는 태풍이 할퀸 자리에서 고통스럽게 주저앉은 시간일 것이다. 비록 추석이 고대 한반도 농업혁명의 부차적 산물로서 시대변화에 따라 언젠가 종결될지 모를 관행적 절기에 불과할지라도, 천륜에 근거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명절이라는 점은 현재로서는 분명하다. 떠났으되 차마 잊히지 않는 죽은 자를 기리며 남은 자와 이승의 고마운 음식을 나누는 행위가 추석의 시작이었다면, 생각과 풍습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에 이르러서는 가족의 범위를 넓혀 어려운 이웃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알지 못하는 타인조차 더 배려하는, 내 몫의 송편을 함께 나누는, 더불어 넉넉한 추석, 상하좌우가 안전한 추석, 즉 새로운 추석으로 완성하면 어떨까 한다. 추석을 완성한 후 혹여 남는 시간에 부동산투자 성공요령 같은 책 대신, 좋은 시집을 골라 여럿이 함께 낭독해 본다면 한가위 보름달은 아마 더 낭만적이 되거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해지겠지. 김성훈 손해보험협회 중부지역본부장
지난 4주간 장관 인사청문회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그 절정이었고 후폭풍도 대단하다. 청문회가 끝났지만, 국민은 오히려 후련하기는커녕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스트레스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도 온 국민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이 둘로 나눠 진영논리로 사생결단하듯이 싸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에 더해 여당과 청와대가 검찰과 대치하는 것은 온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으로 조속히 정리돼야 할 시급한 상황이다. 장관 인사청문회의 본질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이 우선이며 도덕성은 그다음이다. 이번 조국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은 애초부터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은 찾아볼 수 없는 정쟁으로 시작했고 검찰의 수사로 절정에 달하며 가족의 비행으로 막을 내린 듯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국회의 정치 후진성에 대한 비난을 넘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온 나라가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일본의 경제적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힘을 합쳐 대처해도 시원찮을 판에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웃지 못할 정치 현실이다. 때맞춰 불어온 태풍이 잠시 국회의 정쟁을 식히는 듯했으나 청문회의 끝은 보이지 않고 검찰과 현 정부의 대치로 이어지는 것은 더욱더 안타까운 상황이다. 여권과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출발한 윤석열 호가 불과 2개월이 지나면서 180도 다른 입장이 되고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누적된 검찰 개혁과 적폐청산을 위한 적임자에서 마치 내란음모 수사나 조직폭력배 소탕을 하는 제왕적 검찰총장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의 사법부서로 그 권위는 온데간데없고 정치의 한복판에서 위상을 하는 것이 우리 검찰의 모습인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검찰 스스로 개혁하고 반듯하게 위상을 정립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허탈감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검찰은 무엇이 그리 두려워 검찰 개혁을 자임한 조국 장관을 사생결단하면서 막는 것일까? 정녕 그들만이 누려온 온전한 기득권과 무소불위의 특권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인가? 이 모두가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검찰 스스로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며 전화위복을 기대한다. 과거 정권의 입맛에 맞춰 권력을 사유화했던 오욕에서 벗어나고 정치에서 독립하는 노력을 통해 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공정하게 한 사람의 억울한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선진 인권의 첨단 검찰이 돼야 한다. 우리 국민은 검찰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매하지도 않고 영악하지도 않다. 검찰이 스스로 견제하면서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르게 되어 따가운 회초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는 발전했는가? 퇴보했는가? 야구를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늘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프로야구의 발전은 흥행과 비례할 수밖에 없는데 야구경기의 재미는 어디서 만들어질까? 1구 2무(一球二無) 공 하나에 승부를 걸 뿐 두 번째 공은 없다는 김성근 감독의 말이 최근에는 야구공 하나에 재미와 흥행 두 가지가 없어졌다는 말이 생겨났다. 야구공은 무게가 142~145g(그램), 둘레 23.2㎝, 반발력 계수 0.40340.4234로 이루어져 있고, 108개의 실밥은 단순히 공을 꿰맨 자국이 아닌 타자를 교란시키는 다양한 변화구를 창조한다. 공은 마운드에서 투수가 시속 150㎞의 속도로 공을 던지면 0.4초 이내로 타자에게 가고, 그 순간 타자는 스윙해야 할지 말지를 0.4초 안에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야구의 모든 것은 공으로부터 시작되어 공으로 끝난다. 지난 한국 프로야구는 타고투저(타자는 높고, 투수는 낮다는 것으로 투수보다 타자가 강세) 현상으로, 홈런이 무려 702개 경기에서 1756개로 2017년보다 209개나 늘어나고. SK, KT, 롯데 등 3개 구단은 홈런을 200개를 넘겼고, 40개 이상 홈런을 친 타자도 무려 5명(김재환-두산, 박병호-키움, 멜로하스 주니어-KT, 로맥, 한동민- SK) 이나 탄생했다. 이처럼 홈런과 안타가 많이 나오는 투수들의 수난 시대가 계속되면서 리그 평균 자책점이 5.17까지 올라가면서 좋은 타자의 평가 기준인 3할 타율의 가치도 하락하였다. 이처럼 타고투저 현상으로 인해 첫째, 경기 시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팬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둘째, 투수들의 혹사와 위력이 떨어지고 셋째, 투타 불균형으로 재미 감소 넷째, 재미가 없어지자 시청률이 떨어지고 다섯째, 관중 감소로 흥행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타고투저의 해결책으로 KBO는 야구공의 공인구 반발력 계수를 0.42에서 0.41로 0.01 낮추었다. 반발력은 야구공의 탄성으로 홈런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으로 공을 시속 100㎞의 속도로 던질 때 벽에 맞고 41㎞의 속도로 튕겨져 나온다는 것으로 반발력을 줄이면 타구의 비거리가 감소하여 홈런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줄이자, 경기 시간이 줄어드는 반가운 변화가 생겨났지만 홈런이 줄고 타저투고의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프로야구가 흥행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는 현재 10구단 중에 100만 입장 관중팀이 없고, 최소 관중을 기록했던 2015년(736만530명)보다 적은 관중이 입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다가 홈런이 지난해 비해 무려 42%나 급감하였고 점수가 적게 나오고 흥미 없는 경기가 벌어졌다. 또한, 타자들이 비거리가 줄자 힘을 더 쓰고 타격 자세가 흐트러지다 보고 슬럼프가 오기 시작하면서 프로야구 흥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야구공의 반발력 계수 조정이 흥행의 스모킹 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0.01의 반발력이 무슨 흥행인가 하지만 단순 수치만으로 경기의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복잡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브랜치 리키 前 LA 다저스 단장은 야구는 아주 작은 차이에서 승부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이처럼 작은 차이가 큰 흥행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0.01 반발력 계수는 단순하게 야구판에서만 적용될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던지는 변화의 시작이자 단초가 되는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문제는 이제 올해가 아니라 내년이다. 내년에는 문제가 되는 반발력을 유지할 것인지 다시 조정할 것인지 큰 숙제가 되어 버렸다. 작은 공 하나(一)가 이(二) 무(無) 두 가지 재미와 흥행을 날려버린 작은 차이를 보면서 정치나 경제나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하고 즐거울 것이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
임성은 조선후기의 문신으로 사도세자를 마지막까지 지키려 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1755년(영조 31년) 진사로 정시문과에 급제한 뒤 세자시강원 설서로 관직에 입문했다. 세자시강원은 조선시대 왕세자의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설치된 관서로서 설서는 정7품 관직에 해당한다. 당시 세자인 사도세자가 대리청정하게 되자 그 측근에서 보필했으며 1758년부터는 강직한 성격을 인정받아 오랫동안 사간원의 관원을 역임했다. 그러던 중 1762년 사서로 재직 중일때 나경언이 세자의 비행을 상주하자 영조가 크게 노해 세자를 죽이려 했다. 당시 임성은 세자의 잘못을 간곡히 빌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세자가 죽은 뒤 그는 세자의 보필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파직됐다. 이후 그의 능력을 아깝게 여긴 영조가 다시 지평, 교리, 승지, 대사간 등을 맡겼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사후 이조판서에 추증됐으며 시호는 충희다. 현재 그의 묘소는 하남 초일동 일원에 위치했다. 하남문화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