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尹정권 망할 짓 했다…의대생 모두 괴롭게 만들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윤석열 정부 몰락 이유에 대해 "망할 짓을 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첫날 ‘윤석열 정부가 5년 임기도 못 채우고 몰락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어 "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잘못 하나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숫자 2천명을 가지고 의대생 문제로 모두를 괴롭게 만든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히는 '내란 종식'에 대해선 "적어도 고위직에 있던 분들이 당시 처신을 명료하게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역사에 교훈을 남겨야 한다"면서도 "하위직으로 가면 공직사회의 활성화를 위해 과도한 조사 등에 대해서는 절제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에 대한) 감사 등은 이후 특검이나 내란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감안해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이 대통령도 군이든 관료든 내란 척결 과정에서 과도한 범위의 확산으로 피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는 제기를 일찍 했다"며 "그게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공직사회가 같이 고민해야 할 일이고, 새 정부의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사건 관련자와의 금전거래 의혹과 출판기념회, 자녀 유학자금 출처 의혹 등 재산 관련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또, 김 후보자 아들의 고교 시절 입법 추진 활동, 홍콩대 인턴 이력 등을 놓고 미국 대입 준비 과정에서 유력 정치인의 자녀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일꾼 28人… 경기·인천 미래 밝히다 [제32회 경기일보 공직대상 시상식]

공직사회의 귀감이 된 경기·인천지역 모범 공직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제32회 경기일보 공직대상’ 시상식이 24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32회를 맞은 경기공직대상 시상식에는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국민의힘 송석준 국회의원(이천), 정윤경 경기도의회 부의장, 신항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과 이순국 대표이사 사장, 이재식 수원특례시의회 의장, 김재병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엄범식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김성록 NH농협은행 경기영업본부장, 김도훈·최병선·이상원·장한별 경기도의원, 김상회 경기아트센터 사장, 홍순택 인천지방국세청 남동세무서장, 차성근 아이비네트웍스 대표이사와 심사위원장인 권혁성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장 심사위원장 등 내빈과 수상자 가족 및 동료가 참석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자치경영대상 부문을 비롯해 자치의정대상 부문, 공공경영대상 부문, 일반행정대상 부문, 경찰행정대상 부문, 소방행정대상 부문, 교정행정대상 부문, 세무행정대상 부문, 사도(교육행정)대상 부문 등의 28명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먼저 자치경영대상에서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이상일 용인특례시장 ▲김경일 파주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 ▲김덕현 연천군수 ▲김찬진 인천광역시 동구청장이 수상했다. 자치의정대상 부문은 ▲최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김성수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정흥범 화성특례시의회 부의장 ▲손준기 부천시의회 재정문화위원회 의원 ▲김용희 인천광역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의원에게 돌아갔다. 공공경영대상 부문은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위극 한국전력공사 인천본부장에게, 일반행정대상 부문은 ▲서진석 경기도 세정과 지방세무주사 ▲성윤화 경기도의회 총무담당관 지방행정주사 ▲성백준 인천광역시 사회재난과 지방시설주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찰행정대상 부문에서는 ▲송유종 경기남부경찰청 김포경찰서 강력2팀 경감 ▲문성준 경기북부경찰청 일산동부경찰서 교통과 경위 ▲최재황 인천연수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경감이 수상자로 시상식 단상에 올랐다. 소방행정대상 부문은 ▲곽영민 경기도특수대응단 특수구조팀 소방위 ▲최윤수 인천광역시 소방본부 홍보교육담당관 소방경이 수상하게 됐다. 교정행정대상 부문은 ▲한동훈 화성직업훈련교도소 교감이 선정됐으며, 세무행정대상 부문은 ▲강민구 중부지방국세청 성실납세지원국 법인세과 세무주사보 ▲김유경 인천지방국세청 남동세무서 세무주사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사도(교육행정)대상 부문은 ▲배미랑 소현초등학교 교장 ▲신선자 인천공항초등학교 교장 ▲염경미 관산중학교 교사 ▲최두업 장안고등학교 행정실장이 수상했다. 신항철 대표이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기일보는 경기·인천지역 언론사 중 유일하게 국내 양대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카카오 뉴스 콘텐츠 제휴사로 선정돼 300만 구독자 시대를 열어가며 전 세계로 실시간 뉴스를 서비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기·인천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사로서 성실한 공직자가 우대받는 공직사회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중 부지사는 격려사를 통해 “수상자 여러분의 헌신 덕에 도민의 삶이 한층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도는 앞으로도 도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 만세를 외친다고 해서 ‘만세맨’으로 불리는 유튜버이자 ㈜정중한F&B와 카페비니 아치울점을 운영 중인 정정중 대표가 만세삼창을 외치며 수상의 기쁨을 함께했다.

尹측 "기습적인 체포영장 청구…정당절차 따르면 소환 응할 것"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24일 내란 특별검사(특검)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청구가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특검이 이날 오후 5시50분 서울중앙지법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에 "특검 발족 후 일정 조율을 거쳐 조사에 응할 계획이었으나 특검은 단 한 차례도 출석 요구나 소환 통지를 하지 않고 기습적인 체포영장 청구를 한 상황"이라며 "정당한 출석 요구가 있다면 소환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률 대리인단은 특검이 출범 직후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는 점과 향후 정당한 절차에 따른 특검의 요청에 따라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우리는 특검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위헌적인 절차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고도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전날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도 "특검법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특정 정치 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추천하고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이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는 건 역사상 전례가 없다"며 특검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을 펼쳤다. 한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 수사를 본격 개시한지 엿새 만인 오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두 차례 불응했고, 특검이 수사를 시작한 후인 지난 19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후 소환 통보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윤 전 대통령에 관한 체포영장 발부는 여부는 이날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 '교제 살인' 20대에게 항소심도 무기징역 구형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20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수원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김종기) 심리로 29일 열린 A씨의 살인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1심은 객관적 증거에 의해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했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가 격분해 부엌에서 칼을 들었다는 피고인 주장에 대한 면밀한 수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 판단 하에서 형량도 확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A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사랑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도 마음이 찢어진다”며 “전 결코 흉기로 찌른 사실이 없다. 잘못이 있다면 피해자를 살리지 못한 사실이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처벌이라도 감내하고 받겠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8월3일 0시15분께 하남의 한 주거지에서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A씨는 “여자친구가 자해했다”며 119에 신고했지만 B씨 시신 부검 결과, 타살 소견이 나오자 경찰은 이를 토대로 A씨를 체포했다. A씨는 19일간 만난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살해 과정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하다”면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미용실로 차 몰고 돌진 60대 운전자, 경찰 추격 끝에…

충남 당진에서 60대 승용차 운전자가 상가를 들이받은 뒤 경찰 추격을 받다 숨진채 발견됐다. 24일 당진 경찰서에 등에 따르면, A(60대) 씨가 전날 오전 9시 29분께 본인 승용차로 지역의 한 상가건물 1층 미용실로 돌진했다. 혼자서 미용실 영업을 준비 중이던 B씨는 다행히 대피했으나, 이 사고로 차량이 불이 난 데다 건물 일부로 불이 번져 소방 당국 추산 2천8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을 통해 몸에 불이 붙은 채 도주하는 A씨의 동선을 추적해, 오후 2시께 인근 건물 4층에 은신 중이던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경찰을 발견하자 생수통 등을 던지며 저항했고, 접근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소방 당국에 에어매트 설치 등을 요청하는 한편 A씨를 상대로 설득을 이어갔지만 결국 실패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관계자는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 및 음주·약물 투약 여부, 계획 범죄 여부 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또, A씨가 최근 B씨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사실 등을 토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성곤의 말글풍경] TV 오락프로그램의 ‘호칭 인플레’

방송사에서 예능 프로그램은 큰 수익원이다. 광고나 협찬이 거의 집중된다. 차치하고 예능이란 이름이 맞나. 공자는 정명순행(正名順行)이라 했다. 실제에 부합하는 이름이라야 매사가 합리적으로 진행된다는 뜻.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해야 걸맞다. 예능과 오락은 엄연히 다르다. 예능은 재주와 기능의 영역이며 음악·미술·연극·영화 따위의 예술과 관련된 능력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분야를 제외한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오락 프로그램이다. 오락은 쉬는 시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분을 즐겁게 하는 일이란 의미다. 독일말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운터할퉁(Unterhaltung·오락)은 반드시 대화와 환담을 전제한다. 그러니까 공연이나 퍼포먼스 위주는 예능 프로그램, 토크와 재담 따위의 구성은 오락 프로그램으로 바루어야 제대로 된 이름이다.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호칭은 무엇이 문제인가. 언제부턴가 연예인들이 우르르 나와서는 “아무개가 아무개보다 형. 네가 그러니까 동생. 인제 보니 누나네.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 언니였어요? 몰랐어요”라며 키득대는 모습을 본다. 몹시 잔망스럽고 보기 불편하다. “나이가 자기보다 곱절이 되면 아버지처럼 대하고, 열 살 이상 위면 형으로 대하며, 다섯 살 정도 차이면 웬만큼 공경하는 게 좋다.” 조선시대 학자 이율곡의 말이다. 적어도 열 살 차이는 나야 형∙동생 관계이니 요즘에 적용하면 초등학생에게 대학생은 물론 형이지만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친구뻘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현실과의 괴리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서너 살, 아니면 대여섯살 차이를 갖고 서열화∙위계화하는 모양새는 외려 퇴행적이다. 나이가 좀 위랍시고 상대에게 들입다 “야, 너” 반말을 하고 그 반대면 이내 ‘형님, 누나, 오빠, 언니’ 하는 모양새가 오히려 비례(非禮) 아닐까. 웬만한 나이 차이에서는 서로 높임법을 쓰고 적당한 거리를 두다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예사말을 쓰던 이전 세대의 모습이 차라리 낫다. 3~4세 안팎은 서로 아무개씨 하는 적당히 낙낙하고 느슨한 관계가 바람직하다. 존댓말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예사말의 존재감을 망각하는 부박함이 안타깝다. 지칭(指稱)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진행자∙출연자들이 나이∙지위가 위인 사람들을 언급하며 형님∙누님에서부터 대표님∙사장님∙선생님∙대선배님 운운하며 극존칭을 쏟아낼 때 시청자는 당혹스럽다. 또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신인급이라 하더라도 이들을 함부로 하대(下待)하는 따위도 생각 없기는 마찬가지다. 방송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시청자가 중심이며 주인이다. 연예인 특유의 라포(Rapport·친근감)를 앞세워 얼토당토않은 극존칭을 쓴다거나 역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을 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의 구현을 방송 프로그램이 가장 자주, 크게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차제에 연예인 관련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오빠’를 다뤄보자. 오빠는 이제 ‘손위 남자 형제를 부르는 친족어’로서의 기능보다 연인이나 젊은 부부 사이에서 여성이 남성을 부르는 호칭으로 더 친숙하다. 명절 때 ‘오빠’를 부르면 친오빠와 남편이 동시에 돌아본다는 아내들의 경험담이 익숙한 현실이다. ‘오파(opa)’는 놀랍게도 글로벌적(?)이다. 독일어∙네덜란드어∙인도네시아어에서는 ‘할아버지’의 애칭 혹은 노인을 뜻하고 스페인어로는 ‘바보·멍청이’, 또는 ‘안녕‘이라는 인사말로 쓰인다. 우즈베크어는 ‘누이·형’을 아우른다. 그리고 베트남어는 희한하게도 우리처럼 그대로 ‘오빠’의 의미다. 케이팝 팬들의 ‘오빠, 오빠’ 아우성은 그래서 자연스러운지도 모른다. 오빠에는 그런데 음습한 면도 있다. “아저씨가 뭐야. 오빠라고 불러, 오빠 믿지?” 이런 경우는 젠더(gender)의 위계를 교묘히 악용하는 사례 아닌가. 그 사람 자신을 뜻하는 ‘자기(自己)·자기야’가 차라리 상대를 직접 부르지 않고 간접 소환하는, 괜찮은 완곡어법이라는 생각이다. ‘자기’를 과감히 재소환하고 ‘오빠’는 다시 친족에게만 쓰는 건 어떨지. 물론 케이팝 팬의 ‘오빠’는 그 자체로 단단한 성채이니 손댈 일은 아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부국원이 보이는 풍경-향교로

부국원은 종자와 종묘, 농기구, 비료 등을 판매했으나 조선총독부 산하 농사시험장 등과 연계돼 산미증식계획과 식민지 농업 수탈의 어두운 역사에 일조한 곳이기도 하다. 1950년대 수원지방법원과 지방검찰청, 수원교육청사와 민주공화당사, 수원예총회관 등으로 변모했으나 1980년대 이후 박 내과라는 병원이 있었다. 나이 많으신 원장님은 2015년경 이 건물을 매물로 내놨다. 필자는 이 근대적 향수가 있는 건물이 참 좋았다. 그러나 한 건설업자가 이 건물을 원룸으로 재건축할 계획으로 사들였다. 필자는 언론매체에 이 사실을 알리고 건물이 사라지지 않을까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시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재매입해 위기를 넘겼다. 건축주는 애초의 계획을 변경해 부국원 옆에 보이는 원룸만 짓게 된 것이다. 필자의 화실에서 뒷문을 열면 팔달산의 사계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이 원룸에 가로막혀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 벚꽃 피는 봄도 단풍잎 고운 가을도 볼 수 없다. 한때는 이 거리가 수원의 중심 도로였지만 45년을 살아온 길 치곤 그다지 변한 게 없어 어쩌면 정감이 간다. 건너편 행궁동에 비해 유동 인구가 적어 소규모 가게들의 생업은 어렵지만 말이다. 저녁 눈처럼 그리움 묻어 오는 이 길을 오늘은 주간반 최승은님이 그렸다. 도화지 앞에만 서면 하안거의 스님처럼 정진하는 그의 과도한 몰입이 날로 깊어짐을 느낀다. 뜻깊은 꿈이 길을 이룬다는.

[천자춘추] 문화의 힘이 나오는 바탕

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가 출범했다. ‘진짜 대한민국’을 표방하며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K-컬처를 통한 신성장 에너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당면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소위 ‘잘사니즘’을 실현하기 위해 현 정부는 대선 시기에 세 가지 성장 에너지를 제시했다.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그리고 K-컬처다. 문화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영역이라는 인식 아래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이다. 문화의 힘을 이처럼 중요하게 인식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매출액은 153조원에 달한다. 문화 콘텐츠를 잘 만들어 세계시장을 점유하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며 미래 먹거리를 생산하는 전략은 현 시대에 부합한다. 현대 산업은 제조업 기반 산업 시대에서 지식 기반 산업 시대로, 다시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발전해 왔다.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지닌 창의성이다. 창의성의 힘으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이를 위해 창의적인 K-컬처 산업을 육성하는 일은 타당한 성장 전략이다. 그러나 K-컬처는 문화산업 시스템 자체에 대한 투자와 육성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통해 창의적 시도와 도전을 끊임없이 이어갈 수 있는 예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K-컬처 활성화의 전제이자 본질이다. K-컬처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창의적 서사와 보편적 공감대 형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대적 아픔에 대한 공감과 성찰 없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불가능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 격차에 대한 통찰과 풍자 없이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작품상 및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동반돼야 K-컬처가 세계 시장에서 이른바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이는 현 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사실이다. 또 지역문화를 진흥하고 생활문화를 육성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이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문화’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양식이며 함께 공유하고 지켜 나가는 가치 체계다. 지난 정부 때 ‘지역문화진흥원’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문화를 창조하는 일이 중단되고 관료가 주도하는 분위기로 변해 버린 것이다. 새로운 정부는 이를 빠르게 복구해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문화자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의 주도성과 창의성이 발현되는 문화가 형성되고 창의적인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다. 창의적인 인물이 많아야 K-컬처가 성공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K-컬처 성공의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지역문화 진흥과 생활문화 육성을 통해 ‘문화자치’ 시대를 여는 것이다. 기초예술에 대한 강력한 지원, 지역문화 진흥 및 생활문화 육성을 통해 문화자치 시대로 나아가는 변화야말로 K-컬처 성공의 전제이자 본질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재명 정부의 문화 정책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