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 얘기다. 지역 내 한 기관 소속원에게 지시가 내려졌다. “교도소 개를 구해 오라.” 소속원은 그때 처음으로 ‘교도소 개’를 알았다. 말 그대로 교도소에서 키우는 개를 말했다. 재소자들이 버리는 ‘잔밥’을 먹여 키운 개다. 사료를 먹여 키운 시중 개와 달랐다.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소속원이 교도소를 찾아가 사정을 말했다. “개가 작은데, 돼지는 어떻겠냐.” “안된다. 반드시 교도소 개를 구해야 할 중요한 모임이다.” ▶그 ‘중요한 모임’은 기우회였다. 기우회(畿友會)는 경기도 주요 기관ㆍ단체 대표자들 모임이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모임 자체의 상징성은 컸다. 현직 도지사가 전체를 관장했다. 조별(組別)로 편성된 모임에 각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도지사 외에도 검찰ㆍ경찰 등 사법기관과 정보기관 등 대표가 다 회원이었다. 가히 경기도의 ‘파워그룹’ 이었다. 그 기관이 조별 모임을 주관하는 차례였다. ‘교도소 개’를 찾아야 할 이유로 충분했다. ▶기우회의 기원은 박정희 정부로 올라간다. 지역의 기관장들이 친목을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약속이나 한 듯 모든 지역에 등장했다. 공화당 정부가 지역 통제를 위해 결성을 조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면면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했다. 기업인들이 다 가입하고 싶어했다. 그 문호가 열린 것은 민주화 이후다. 그즈음 모임 성격도 변했다. 권력 모임보다는 사교 모임 성격이 커졌다. 이 모임에서 시작된 인맥이 비리로 불거지기도 했다. ▶인천 지역 모임의 이름은 인화회(仁和會)다. 박남춘 시장이 29일 특별한 선언을 했다. “인화회가 시민의 자리에서 시민을 대변하는 모임이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하는 마음으로 회장직 사퇴와 모임 탈퇴를 결정했다.” 인화회에는 즉각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박 시장 탈퇴 이후 모임에 기관장 다수가 불참했다. 앞으로 모임 탈퇴를 선언하는 기관장이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는 전국의 모든 모임이 뒤숭숭해졌다. ▶기우회, 인화회는 박정희 정부 시절 그것과 다르다. 적어도 권력을 찬동하는 통치의 수단은 아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대로(大怒)할 회원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왜일까. 혹시 이 때문 아닐까. 돌아보면 기우회든 인화회든 딱히 한 게 없다. 그 막강한 ‘힘’들이 모였는데 무엇을 해놨다는 기록이 없다. 그러니 시민들이 곱지 않게 본다. ‘힘 있는 사람들 만나 웃고 거들먹거리는 모임’. 자업자득(自業自得)일 수 있다. 김종구 주필
경기도가 각종 민간단체에 지원하는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감사관실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에서 보조금을 받은 민간사업자 1천213곳을 감사한 결과, 74개 단체에서 125억7천900만 원 상당의 보조금을 부정 집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부적정하게 선정된 단체가 30개, 부적정하게 보조금을 집행한 단체가 8개, 보조금을 부적정하게 정산한 단체가 44개(이상 중복 지적 사항 포함) 등이다. 3년간 지원한 도비 민간보조금은 총 3천327억 원이다.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공모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를 거쳐 보조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청 11개 부서는 정상적 공모를 거치지 않고 기존 보조사업자 30곳을 임의로 지원대상에 선정했다. 이들에게 투입된 보조금만 88개 사업 119억1천300만 원에 이른다. 보조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다 적발된 단체도 있다. 모두 8곳에서 보조금 4억8천800만 원을 무등록업체와 계약하거나 지방세를 포탈했다. 3개 병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현장응급의료지원차량 구매비용으로 6억9천만 원을 지원받았으나 의료기기 판매업체가 아닌 무등록 자동차업체로부터 사들였고, 병원에 차를 공급한 업체는 거래명세서와 견적서를 허위로 작성해 세금 500만 원을 떼먹었다. 다른 용도로 보조금을 사용하거나 허위 증빙자료를 내 정산한 사례도 있다. 모두 44곳으로 부적정하게 사용한 보조금만 1억7천800만 원이다. A단체는 현장교육 보조금 4천만 원을 관광성 경비로 사용했고, B단체는 강의를 하지도 않고 허위로 서류를 꾸며 강사료 100만 원을 가로챘다. C단체는 1억4천5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법을 위반하며 수의 계약했다. 경기도는 그동안 직속 기관ㆍ사업소, 공공기관, 시ㆍ군 보조금에 대해선 정기 감사를 해왔지만 도청내 부서를 대상으로 한 민간보조사업 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에서 드러났듯 ‘관행적’ 업무 처리로 사업자 선정부터 집행, 정산까지 규정을 벗어난 엉터리가 많았다. 심지어 1992년부터 24년간 공모없이 보조금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 도민의 혈세가 줄줄 새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세금을 공익적 목적에 맞게 유용하게 써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 멋대로 쓰다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보조금을 눈먼 돈, 쌈짓돈이라 생각하니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의 배를 불리거나 목적과 다른 일에 쓰이는 일이 없도록 대상 선정부터 엄격하게 따져 세금이 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빼돌렸거나 잘못 쓰인 보조금 환수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조금이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쓰이도록 관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분권 개헌 정부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철석같이 약속했다. 실제로 분권을 향한 정권의 움직임이 바쁘다. 518개에 달하는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넘기기로 했다. 지방 분권을 전담하는 조직을 청와대에 두고 있다. 분권형 개헌도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야권의 반대가 있지만,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겼다. 지방 정부에 대한 중앙 정부의 악성 갑질이다. 발단은 고양시의 한 직원의 폭로였다. 행안부의 감사를 받았다며 이 직원이 공개한 내용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이 직원은 행안부 감사관이라는 전화를 받고 시 주차장 공터로 불려나갔다. 주차 중인 차에는 행안부 감사관 2명이 있었다. 직원은 차에 태워진 뒤 1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자료만으로도 (당신을) 끝내 버릴 수 있다.” 감사관이 한 말이다. 직원에게 잘못한 행위를 모두 적으라고 강요했다. 공무원이 잘못을 부인하자 감사관은 “나 만나서 살아남은 공무원 없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모욕적인 언사도 다수 있었다. “공무원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느냐. 집은 뭐야. 애들은 몇이야. 아직 신혼이냐.” 조사를 마친 공무원은 행안부 소속 감사관들이 맞는지 경찰에 확인했다고 한다. 도저히 행안부 공무원이라 여겨지지 않았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감사 업무의 성격상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뇌물 수수 등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긴급 수색하는 행위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공무원을 차량에서 감금한 채 조사를 해야 할 시급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감사의 필요성을 넘는 과도한 협박과 공포 분위기를 조장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끝내버린다” “살아남지 못한다”는 등의 표현은 잡범을 수사할 때도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확인이다. 고양시 직원은 이 같은 사실을 시청 내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올렸다. 사실이 아니라면 행안부 감사관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행안부 감사관에 대한 엄벌이 따라야 한다.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을 수 있다. 다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통상적인 감사의 범위를 넘은 부당한 감금이고 위법한 모욕이다. 분권을 통치에 기초로 삼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중앙 정부의 권위를 없애겠다며 뛰는 김부겸 장관이다. 이런 대통령과 장관 모두에게 욕이 돌아가게 하는 언행이다. 혹여 해당 공무원의 비리 내용을 공개하며 강압 감사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다른 문제다. 우리가 놀란 것은 고양시청 공무원의 비리가 아니라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안부 감사관의 탈법적 행동과 삐뚤어진 권력의식 자체다.
“변호사님… 저 안전하게 이혼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최근 이혼소송을 상담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다. ‘안전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혼할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것이다. 왜 사랑에도 ‘안전’이 필요해진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부부간의 ‘안전이혼’에 대한 위협은 연인간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안전이별’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부부는 혼인해 자녀를 함께 양육하고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는 등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기에, 배우자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될 때도 이를 문제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정 내 문제라 치부하며 당사자 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안일한 생각에 경찰 등 제3자의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가정 내 구성원의 폭력 등의 경우,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해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하는 등 그 처벌의 정도가 가볍다. 위 법률의 입법취지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최근 대검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재범인원은 해마다 2배 이상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4년 1천92명이던 재범자수는 2015년 2천219명, 2016년에는 4천257명을 기록하며 그 어떤 범죄보다 높은 재범률을 보이고 있다. 결국 안전이혼은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만들어낸 서글픈 시대의 자화상인 것이다. 최근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국회에서는 피해자 보호는 강화하고 폭력 행위자는 엄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가정의 양육비 지원책 마련을 위해 여성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이혼가정 양육비 수급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한 피해자 상당수가 가해자의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한 접근을 우려해 양육비를 포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필자는 ‘안전이혼’을 돕기 위해 접근금지명령 등 사전처분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본 소송에서도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는 것은 물론 두 번 다시 가해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안전이혼을 걱정하는 의뢰인에게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배우자에게 위협을 주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막상 공권력이 개입되거나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집니다.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숨지 마십시오. 그럴수록 용서하지 말고 법과 제도를 적극 활용하세요”라고 조언해준다. 어쩌면 ‘죽어도 못 보내’라는 유행가 가사가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안전이혼’이라는 단어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과거 쌀 한 톨이 금쪽같던 시점에 있었던 일이다. 매월 15일을 ‘쥐 잡는 날’로 정하고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 집에서 잡은 쥐의 꼬리를 가져오게 했다. 그런데 이 ‘쥐잡기 운동’은 시간이 갈수록 잘못된 방향으로 변질되어 갔다. 학생과 학생, 학급과 학급, 학교와 학교 간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허위로 숫자를 부풀려 보고하는가 하면 심지어 오징어 다리를 잘라서 쥐꼬리라고 제출하기도 했다. 사실 오징어 다리를 살짝 불에 그을려 쥐꼬리라고 제출하면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이처럼 통계를 잡는다는 것이 수학이고 과학이면서 오징어 다리가 끼어들고 경쟁심이라는 불순물이 작용하면 그때는 수학도 아니고 과학도 아니다. 오히려 그 수학의 공식이라는게 불순한 목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의 통계나 여론조사가 자주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종교계의 통계조차 그런 소리를 듣는다. 눈을 돌리면 곳곳에 교회가 많고 사찰이 많지만 실제로는 불교, 기독교 등 6대 종교의 신자 수는 전국민의 50.7%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각 교단에서 발표하는 신자 수를 합치면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는 모순이 나타난다고 한다. 얼마 전 TV에서 모 지방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의 교통량을 보도했는데 여기서도 통계의 불신이 도마에 올랐다. 처음 이 다리를 놓을 때 당국이 실시한 교통량 예비조사에서 1일 수천 대의 차량이 왕래하여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쏟아부은 다리는 개통 후 너무 한산하기만 했다. 교통량 통계작성에 수학의 공식이 작용하지 않고 정치가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실효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않고 많은 세금을 투입해 건설한 교량, 도로, 심지어 비행장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그 지역에 정치적 거물이 있을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지게 마련이다. 이렇듯 통계는 순수한 수학공식이 보여주는 결과물이어야지 사(私)가 개입하면 안 되는 것이다. 황수경 전 통계청장의 경질로 빚어진 가계소득 통계방법의 논란도 이런 관점에서 국민들의 우려와 불신을 낳고 있다 하겠다. 특히 황 전 청장이 이임식에서 울먹이며 “나는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그것이 국가 통계에 대한 국민신뢰를 얻는 올바른 길이다”라고 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발언이다.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공자에게 자공이 물었다. “정치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백성이 먹고 사는 ‘食’과 나라를 지키는 ‘兵’, 그리고 백성들로부터의 ‘信’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경제, 안보, 국민과의 신뢰가 아닐까? 자공이 공자에게 이 셋 가운데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냐고 다시 묻자 공자는 ‘信’이라고 하면서 백성들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서양 속담에도 ‘점쟁이가 배부르고 통계학자가 배고프면 백성은 운다’는 말이 있다. 점쟁이도 통계학자도 앞으로 있을 일을 예언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지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점쟁이에 귀를 기울이고 바른 말하는 통계학자는 외면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렇게 통계는 국가 신뢰의 기본인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망월사혜거국사부도는 경기도유형문화재 제122호로 소재지는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1동 산91번지다. 부도는 승려의 무덤을 상징하여 그 유골이나 사리를 모셔두는 곳이다. 망월사 내에 있는 이 부도는 혜거국사의 사리를 모시고 있다. 기단 위에 탑신을 올리고, 꼭대기에 머리장식을 갖춘 모습으로, 탑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8각을 이루고 있다. 지대석은 3단의 각형 괴임으로 마련되었는데 자연 암반과 같은 돌로 조성되었다. 기단부 역시 팔각으로 그 윗면의 단 중앙에 1조의 음각선을 돌렸다. 문화재청ㆍ경기문화재연구원 제공
생각의 차원을 달리하는 철학적인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이든지 온 세상 사람들이 함께 겪고 있는 현실적인 얘기다. 요즘에는 노동과 성(性)과 권력이 서로 결탁하고 공생하면서 싸우는 시대가 됐다. 노동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 특정한 형태의 만족을 이루어 내는 인간의 행동’이라 규정하고 있다. 정신노동은 자신의 배움과 지식을 활용하는 두뇌 활동의 노동이고, 육체노동은 피와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근로자의 노동이다. 국가의 통치는 예나 지금이나 문관들이 다스려 왔다. 국가와 시대에 따라서는 군사 및 무력혁명으로 반란을 일으키고, 민간인들은 횃불이나 촛불을 들고 혁명정신으로 정권을 탈취하고 있는 시대도 있었다. 최근 노동조합원들의 집단행동과 폭력시위가 빈번해지면서 집회 활동은 다반사가 됐다. 정치를 한다는 위정자들은 노동자들과 정책을 연대하여 표몰이를 하고, 노조원들은 이들과 연대하여 자신의 이권을 챙기고 있다. 반면 성(性ㆍsex)의 역할은 어떠한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따른 분위기를 만들어 내며,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이다. 옛말에 ‘남자는 세상을 지배하고, 여자는 남자를 지배하였다’라는 말이 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에는 여성의 파워가 더 세다는 증거가 되는 것일까. 중국의 ‘양귀비’가 그랬고, 이집트의 ‘클레오파트’가 그랬다. 요즘 우리사회는 여성들이 ‘미투(me too)’라는 정풍운동을 일으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였다. 하루아침에 권력의 별들이 뚝뚝 떨어졌다. 권력의 힘은 어떠한가. ‘국가사회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결정하는 원동력의 상호작용이 일방적·강압적으로 내려지는 명령’이다. 온 세상의 정치인들은 자신이 권력을 잡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권력자는 세상의 천하를 다스리고 있다. 국가를 좌지우지한다. 북한에서는 권력을 세습 받고, 국토를 상속받고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과 몽골의 ‘칭기즈칸’은 세계의 권력자요 지배자가 아니던가. 노동자들은 조직화·집단화가 되다보니 자가당착에 빠져 돈과 일자리를 잃게 되고, 성(sex)의 역할과 힘은 점점 표면화·노골화가 되어 상대의 무기로 변해가고 있다. 역대의 권력자들은 자신의 권력을 잘못 행사하여 감방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러한 세 사람의 상관관계에서 노동자들의 행위는 돈을 목적으로, 이성의 행위는 돈과 명예를 수단으로, 권력행위는 이성과 돈을 상대로 해서 삼각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느낌이다. 반면 모든 사건의 뒷면에는 반드시 돈과 이성이 존재하고, 권력이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그 잘못된 결과는 주검으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의 사회는 세 영역의 사람들이 힘자랑을 하면서 싸우고 있다. 욕심 많은 어느 정치인은 다른 이성을 지배관리하고, 폭력배의 집단세력을 활용하여 권좌에 올랐다고(?) 구설수에 올랐다. 한편 권력과 연계하여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다 잘못되어 법정을 드나들고 정치인도 있다. 권력 10년 못 가고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이 있다. 과연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노동·성·권력의 삼각관계는 어떠한 관계인가. 서로가 괴물이요 보배일 것이다.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승자 없는 패자만이 남는다. 지금까지 인류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만든 핵심의 동력은 무엇이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역사학자 ‘윌리 톰슨’은 모두가 노동·성·권력의 합작품에서 이루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삼각관계에서 정치는 논리적·변증법적인 정반합(正反合)이 전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 네가 아니면 내가, O 아니면 X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행위가 전개되고 있다. 내가 아니면 안 되고, 자신들의 물건이 제일이라는 생각으로 키 재기를 하고 있다. 그 결과 사회는 시끄럽고 국민들의 시선은 집중되고 있다. 서로의 관계가 조화롭게 잘 이루어져 상생의 정치를 할 때에, 살기 좋고 행복한 건전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세재 평택서부노인복지관 운영위원장
뜨거운 여름철은 지나가고 선선하고 쾌적한 시기인 가을철에 접어들고 있다. 가을철은 일기 조건이 양호하고 쾌적하기 때문에 차량의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과속·난폭운전 등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행태가 나타날 개연성이 높은 시기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가장 많이 사망자가 발생한 달은 10월로 전국적으로 한 달 동안 평균 503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주요 사고원인으로는 △운전자의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 △전방주시태만으로 인한 안전거리 미확보 △조급증으로 인한 과속 △차량 브레이크 결함 등이 대형사고의 원인이다. 따라서 행락철 대형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운전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수칙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차량을 운행하기 전에 반드시 타이어 마모상태, 냉각수 수위, 브레이크 상태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타이어 불량은 제동거리를 길게 하여 추돌사고의 원인이 되며, 브레이크 불량은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업용 전세버스 차량의 경우 노래방기기, 반주기, 대형앰프 등이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이는 과전류 흐름의 원인이 되어 차량의 화재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 스스로 철거하기 바란다. 둘째, 가을철에는 밤낮의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안개가 끼는 날이 자주 발생한다. 안개는 운전자의 가시거리를 짧게 하여 추돌사고의 원인이 된다. 안개가 끼는 날에는 차량 속도를 낮춰야 하며,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또한 비상등·안개등을 켜서 내 차의 위치를 상대방 운전자에게 알려, 사고 발생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셋째, 곡선구간이 심한 커브길을 조심해야 한다. 커브길에서는 전방이 보이지 않는 관계로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 충돌사고의 확률이 높고, 차량의 원심력 작용으로 인해 도로이탈 사고가 흔치 않게 발생한다. 따라서, 커브길에 이르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주는 운전습관이 필요하고, 앞차를 추월하는 행위는 절대금물이다. 넷째, 가을철에는 일반국도 및 지방도를 이용하는 농기계와 자전거, 보행자가 많다. 저속으로 운행하는 농기계와 자동차가 주행속도의 차이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일반도로는 고속도로에 비해 대체로 도로 폭이 좁고 경사도(구배)가 심해, 도로 상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 운전자는 해당 구간을 주행할 시에는 저속으로 운행해야 하며, 경음기(크락션) 등을 적극 활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그 외에도 운전자는 출발 전, 여행 구간에 대한 충분한 정보습득 및 휴식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 여유시간을 염두에 둬, 시간에 쫓기는 무리한 운행이 없도록 해야 한다. 승용차는 동승자와 수시 교대운전 해야 하고, 사업용 전세버스 등은 1회 운전하는 시간을 2시간이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1회 운행 후 10분 이상 휴식시간을 반드시 갖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 교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안전의식이다. 순간의 방심과 안일함이 자칫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운전자 스스로 명심하고 안전운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기 바란다. 김영철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부장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화재진화설비 밀집시설에서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2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4일 오후 1시55분께 용인시에 있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에 있는 화재진화설비 이산화탄소 밀집지역에서 협력업체 소속 직원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확인결과 L씨(24)는 숨졌고, J씨(26)와 K씨(54)는 의식불명인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산화탄소 유출은 기흥사업장 내 6-3라인 소화설비용 이산화탄소 저장창고 점검 중 실린더가 터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사고를 당한 협력사 직원들과 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경찰, 소방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 2014년 3월에도 수원 삼성전자생산기술연구소 지하 기계실 내 변전실 소방설비 오작동으로 이산화탄소가 살포, 5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진 바 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경기도는 긴급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재명 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지만 재난본부로 신고된 것은 지금 이 시각(오후 8시께)까지 전혀 없다”면서 “소방기본법에 명시한 현장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흥사업장에 대한 긴급조사를 실시해 사고 원인 규명 및 대처 과정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용인=김승수기자
“40도에 달하는 폭염에도 추석 대목만 바라보며 애지중지 기른 작물인데…갑작스러운 폭우가 모두 할퀴고 가버렸습니다” 4일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1만 1천570㎡ 규모의 포도농가에서 만난 정우련 대표(59)는 옆구리가 툭툭 터져버린 포도를 어루만지며 이같이 토로했다. 포도농가 바닥에 깔린 검은 비닐막에는 아직까지 물이 고여 있는 등 거센 빗줄기를 맞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는 여름 내내 이어진 무더위에 혹여나 줄기와 잎이 마르지는 않을까 매일 찾아가 살피며 애지중지 기른 포도가 최근 내린 폭우로 열과(裂果)가 진행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열과는 물리적 요인이나 병충해 등에 의해 과일이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현상을 말한다. 열과가 진행된 과일은 과피와 과육이 손상돼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정 대표는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폭염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가을이 오자마자 집중호우로 인한 폭우 피해까지 겹치니 하늘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라며 “포도 품질이 좋으면 5㎏당 2만 5천~8천 원 수준으로 판매하는데, 열과 등 부실한 포도가 많아 5㎏당 1만 원 이하로 내놓을 계획이다. 평년보다 생산량도 30%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파평면의 60여 개 동 규모 비닐하우스에서 열무, 시금치 등을 재배하는 안상준씨(54) 역시 지난달 28~30일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해 전체 비닐하우스 중 절반이 넘는 51개 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비닐하우스 1개 동에서 나오는 열무와 시금치를 정상가로 판매한다고 가정할 때 200만~25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안씨의 비닐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을 잔뜩 머금은 채 썩어버린 누런 열무와 시금치뿐이었다. 안씨는 “물기가 잔뜩 스며든 땅이 마르기까지 약 20일, 열무와 시금치 등을 다시 심어서 재배하는데 30일 등 다시 수익을 얻기 시작하려면 최소 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외국인노동자를 12명 고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2달간 이들의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41도까지 치솟던 역사상 최악의 폭염에 이어 곧바로 4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극과 극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경기도 내 과수원 및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으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이번 폭우로 도내 21만㎡의 논ㆍ밭, 비닐하우스 87개 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피해 입은 과수원 및 농가를 대상으로 배수 지원 등 적극적인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침수된 비닐하우스 등의 현장에 약 160회 정도 출동, 300t에 달하는 물을 빼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