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출산장려… 경기도내 공공산후조리원 ‘태부족’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지만 민간 산후조리원 대비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공공 산후조리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18곳, 경기도에는 고작 2곳에 불과해 산모들이 값비싼 민간 산후조리원으로 내몰리거나 산후조리를 포기하고 있어, 출산율 제고를 위해 공공 산후조리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도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도내 민간·공공 산후조리원은 총 145곳으로, 이중 공공 산후조리원은 여주와 포천에 각 1곳씩 위치해 있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민간 산후조리원 대비 절반 수준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산모들의 호응이 높다. 실제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민간 산후조리원 평균 이용료(일반실 2주 기준)는 326만원이었지만, 공공의 경우 절반 수준인 171만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도내 공공 산후조리원이 2곳에 그친 탓에 대다수 산모는 부담을 감내하며 민간 시설을 이용하거나 더러는 원정을 고민하다 산후조리 자체를 포기하는 실정이다. 용인 기흥구에 거주하는 김혜진씨(36)는 지난 6월 출산을 위해 산후조리원을 물색했지만, 민간 시설 2주 치 이용료가 300만원을 훌쩍 넘기자 산후조리원 입원을 포기했다. 김씨는 “처음엔 멀더라도 공공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려 했지만 무리라고 판단, 가까운 곳에 사는 시댁의 도움을 받아 가정에서 산후조리를 했다”고 말했다. 광주시에 살며 다음 달 출산이 예정된 신우연씨(30)의 경우는 공공 산후조리원 입원을 결심했지만, 예약이 이미 끝난 탓에 민간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고 있다. 신씨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산후조리원을 알아보려 애쓰고 있지만, 공공 산후조리원과 비교해 너무 비싸 부담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2021년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출산했지만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은 산모의 27.4%는 ‘비용 부담에 이용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도는 공공 산후조리원 부족 원인으로 설립에 필요한 재원 대부분을 시·군이 부담하는 구조를 지목했다. 기초단체가 부지 선정, 재정을 모두 도맡아야 하는 탓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도가 일부 비용을 지원하지만 공공 산후조리원을 확충하려면 해당 지자체가 훨씬 많은 예산을 세워야 해 실질적으로 시·군 여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공 산후조리원 확충 노력과 함께 산후조리사 가정 방문과 같은 산모 건강 관리 사업도 적극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년 민생사업 ‘발등의 불’... 본예산 칼바람 부나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내년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방보조금 사업의 평가 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민생과 직결된 경기도의 사업에도 칼바람이 불어올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이 전망된 것이 발단인데, 교통과 복지 등 시·군과 함께 추진 중인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 및 중단의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5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1일 지방보조금 예산편성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담은 ‘2025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기준 일부 개정안’을 공개했다. 지방보조금은 도가 시·군 및 민간 단체에 내려주는 예산을 뜻하며 도의 사업에는 교통비 지원, 사회간접자본(SOC) 정비,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등 31개 시·군의 주민과 밀접한 사안이 포함됐다. 도는 각 부서와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를 통해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등 5단계 단계로 사업을 평가하고 있다. 이번 주요 개정을 살펴보면, 행안부는 매년 혹은 3년마다 진행하는 성과 평가에서 ‘미흡’ 혹은 ‘매우 미흡’을 받은 사업에 대해 예산 증액 불가뿐만 아니라 삭감 및 사업 폐지 조치 등을 주문했다. 기존 삭감만 가능했던 것보다 강화된 지침으로 사업 폐지까지 담았는데, 이는 부동산 시장 둔화 등 지자체의 세입 여건이 악화한 데 따른 조치다. 도는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저평가를 받은 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 및 사업 폐지 조치 등의 명확한 추진 근거를 확보했다. 따라서 도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평가 시기가 도래한 총 1천164개의 지난해 사업을 평가한 결과, 저평가를 받은 102개 사업은 예산 축소, 폐지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도의 세수(6조8천863억원)가 경기 침체 이전인 지난 2022년 같은 시기(7조8천35억원)보다 적은 점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또 신규 사업에 대한 엄격한 평가 지침을 내놨다. 일례로 중복 방지, 효율성 향상 등 사업 계획 평가 과정에서 그동안에는 10점을 받으면 예산 편성이 가능했으나 개정에 따라 12점 이상이 나와야 하는 등 지방보조금 관리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다만, 도는 신규 사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해 도는 세수 부족에도 지자체 역할을 이유로 확장 재정 기조를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신규 사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성 지향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내년도 도의 예산 편성 기조가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도 관계자는 “예산 상황이 나아진다고 판단할 수 없는 가운데 미흡한 평가를 받은 기존 사업의 경우 재정 절감 방안을 고려한 채 정부 지침을 반영할 것”이라면서도 “내년도 본예산안에 대한 도의 기조가 정해지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쩐의 유혹’에 흔들리는 공직… 공무원 ‘뇌물 범죄’ 기승

#1. 지난 5월 경기도청 공무원이었던 A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 및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경기도 민간임대주택 팀장으로 근무했던 시절, 도내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진행 중인 시행업체 회장과 대표이사로부터 시가 4천460만원 상당의 오토바이와 민간 임대아파트를 당시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억800만원으로 차명 분양계약을 받았다. 그는 업체 측에 오토바이를 사달라고 요구하면서 시행업체 직원을 데리고 여러 매장을 쇼핑하며 최고가 한정판 모델을 사달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시행업체는 진행 중이었던 임대주택 사업이 계속 지체되면서 좌초 위기에 놓이자 A씨에 인허가를 신속하게 해달라며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2. 이달 1일께는 사건 관계인에게 수사 편의 등을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경찰 간부가 징역 5년에 벌금 7천만원을 선고받았다. B경감은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가들의 형사고소 사건과 관련해 출석 일정을 조율해 주는 대가로 총 1억여원 상당의 뇌물을 받아냈다. 당시 이 사업가들은 B경감이 팀장으로 있는 팀에서 담당하는 사건을 비롯해 여러 사건 수사 대상자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직부터 행정직까지 경기도내 공무원들의 뇌물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 범죄의 특성상 ‘공무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뇌물을 대가로 부정한 편의 등을 제공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년~2022년)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뇌물 범죄 건수는 총 45건이다. 뇌물 죄는 공무원이 범죄 주체일 때 성립하는 범죄다. 현행법상 공무원은 직무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직무와 관련된 금전 및 기타 이익을 수수할 수 없다. 공무원이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 약속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공무원이 담당 직무에 관해 청탁을 받고 뇌물을 약속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진다. 하지만 뇌물 범죄의 경우 공무원이 범죄 주체이기 때문에 목격자의 제보나 내부 고발이 아닌 이상 범행 자체를 알아차리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대해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뇌물 범죄의 경우 내부 고발이나 제보가 아닌 이상 적발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발 시스템 및 철저한 감사 체계가 필요하다”며 “적발 즉시 법에 따라 처벌은 물론, 공무원의 직위를 박탈하고 연금을 평생 수령할 수 없는 등의 조치를 취해 뇌물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돌풍·벼락 동반 소나기에도…찜통더위·열대야 지속 [날씨]

처서를 일주일여 앞둔 금요일인 16일에도 전국적으로 찜통더위가 이어진다. 한때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이 있겠지만 비가 그친 뒤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폭염이 나타날 전망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2~27도, 낮 최고기온은 29~34도로 예측된다.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당분간 최고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오르며 매우 무덥다. 서쪽 지역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발생하는 곳도 많다. 제주와 호남 등 일부 지역에는 소나기구름이 발달하면서 비 소식이 있다.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40㎜ ▲강원도 5~40㎜ ▲충청권 5~40㎜ ▲전라권 5~60㎜ ▲울산·경남 5~40㎜ ▲경북 동해안 5~20㎜ 등이다. 돌풍과 천둥, 번개, 벼락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 지역들도 있어 교통 안전 등에 유의해야 한다. 비가 내리면 기온은 일시적으로 내려가지만 그친 뒤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낮 동안 다시 기온이 오를 수 있다. 기상청은 “무더위로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축사의 경우 집단폐사 가능성 있으니 송풍과 분무장치 가동해 축사 온도를 조절해야 하고, 농촌 지역은 한낮 농작업과 나 홀로 작업을 자제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만평] 배터리 결함...

[사설] 100만원도 못 버는 선수, 기회소득의 이유다

스포츠 대제전 올림픽이 끝났다. 시상식이 국민에게 준 감동이 여전하다. 자연스레 메달 보상금도 회자된다. 금메달은 6천30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은메달 3천500만원, 동메달 2천500만원이다. 연금 지급도 있다. 매월 금메달 100만원, 은메달 75만원, 동메달 52만5천원이다. 많은 국민은 이런 보상을 흔쾌히 축하한다. 국가와 국민에 준 기쁨에 대한 보답이라고 인정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보상금 여운이 영 개운치 않다. 안세영 선수의 폭로가 남겨 놓은 한 가닥이다. 처음에는 협회 운영에 대한 직언으로 들렸다. 얘기가 증폭되더니 논점이 금전적 보상으로 옮아갔다. 여기서 등장한 논리 하나가 있다. ‘똑같은 대우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우수 성적자에 대한 대우를 강화하자는 얘기다. 사실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자들이 있다. 소속 팀 연봉이 수천만~수억원까지 갈린다. 상금만 10억원을 받는 선수도 있다. 이런 때 경기도 체육계의 전혀 다른 현실이 알려졌다. 경기도 체육인들의 월평균 수입이다. 경기도가 1천276명을 설문조사 했다. 전문선수, 지도자, 심판, 체육행정인, 체육학자, 클럽운영자 등이 모두 포함됐다. 여기서 전문선수 165명의 월평균 수입이 169만원이다. 대학생 선수 응답자 85명의 월평균 수입은 이보다 적은 115만원이다. 체육을 직업 또는 전공으로 하는 선수들이다. 생업인데 수입이 월 100만원대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수천만원, 수억원이 오가는 세상과 전혀 다른 이면이다. 이때 등장해 주목을 끄는 경기도 정책이 있다. 체육인 기회소득이다. 도내에 주민등록을 둔 19세 이상 체육인이고, 개인별 소득 인정액이 올해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월 267만4천134원)에 해당하는 체육인에게 준다. 연간 150만원을 2회 지급한다. 올 시범사업에 17개 시·군이 참여했다. 준비가 일찍 끝난 광명시가 이달 신청을 받는다. 나머지 16개 시·군도 9~10월 접수를 시작한다. ‘안세영 논란’을 보며 새삼 평가하게 된다.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싶다. 하지만 실제 선수들의 반응이 좋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전문선수들에게 물었다. 응답자의 97%가 ‘좋다’고 했다. 도가 제도의 설계 기준을 설명했다. ‘비인기 종목과 소득이 낮은 대학생 선수, 소속 직장 운동부가 없는 무소속 선수 지원이다. 선수들이 운동을 지속해 올림픽 출전 등의 꿈을 이어 나가도록 응원하겠다.’ 올림픽 금메달에 보상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 올림픽 금메달을 기원하는 지원과 격려다. 일부 체육인의 앞선 지적은 옳다. ‘똑같은 대우는 역차별일 수 있다.’ 하지만 기회부터 차별은 절대 안된다. ‘기회는 모두에게 같아야 한다.’ 이 현실의 차별을 메워가는 기회소득이다. 그 뜻을 지지하고 확대를 소망한다.

[사설] 코로나19 환자 급증세, 신속하고 세심하게 대응해야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다.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2월 첫째 주(875명) 이후 계속 줄었다가 6월 말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7월 첫째 주 91명에서 넷째 주 465명으로 늘었고, 8월 첫째 주엔 861명으로 증가했다. 7월 첫째 주에 비해 한달 사이 무려 9.5배 급증한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는 정부가 지난해 8월 엔데믹(풍토병화된 감염병) 선언 후 4급 감염병으로 전환, 환자 수를 공식 집계하지 않는다.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220곳에서만 표본감시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가 유료로 바뀌고 격리 의무가 없어져 검사 자체를 하지 않는 확진자들이 많다. 때문에 실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훨씬 더 많고, 재유행 규모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방학과 휴가철이 끝나고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8월 하순에 직장·학교·학원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염으로 냉방기가 가동되는 밀폐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여름철 유행에 한몫하고 있다. 냉방병과 코로나19 증세가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은 것도 확산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유행하는 변이는 오미크론의 후손 격인 KP.3 변이다. 방역당국은 중증도와 치명률이 크게 높지 않은 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현재 ‘관심’ 단계인 위기 단계의 상향 조정을 하지않고 기존 방역 지침을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감을 보이며 걱정하고 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찾는 사람이 급증했다. 자가진단 키트 수요도 7월부터 본격 증가했는데 이달 들어 약국 판매 코로나19 신속 자가진단 키트 주문 건수가 10배가량 늘었다. 일부 치료제와 진단키트의 일시적 품귀 현상도 빚어졌다. 자가진단 키트 가격은 4배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낮더라도 수십만명이 일시에 감염되면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기저질환을 앓는 고위험군 환자들을 언제든 위협할 수 있어 방심해선 안 된다. 전공의 대량 사직 사태로 의료 공백이 길어진 상황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비상진료체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하고 세심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직장에선 방역 수칙이나 대응 규정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부 차원에서 유급휴가 지원 대책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치료제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개인 방역 수칙을 지키는 일도 중요해졌다. 정부와 지자체는 경각심을 갖고 선제 대응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삶과 종교] 신앙인들이 해야 할 일은

적잖은 종교인이 아직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 혹은 무신론자와 대화할 때 자기네 종교의 신을 비호하려고 애쓰거나 섣부르게도 상대를 설득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럴 때 그들은 자신의 신을 비호하는 게 아니라 결국엔 자기 자신을 더 비호하고 있는 셈이다. 신은 인간의 두둔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나에게 소중한 분을 누군가 대놓고 비하한다면 그것은 분명 무례한 일이고 또 마음 상하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신은 우리의 두둔이 필요치 않다. 그러므로 신앙인들이 그런 때 차라리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믿는 신이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이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할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아마 신은 애써 자신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신을 부정하는 그 사람의 마음, 그가 지나온 삶의 역사, 그 안의 아픔들을 온전히 껴안아 주고 싶어 할 것이다. 또 기존의 종교인들이 저질렀던 과오들을 자신이 대신해서라도 사과하고 싶어 할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청하며 그의 상처와 분이 풀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뺨이라도 치라고 내줄 것이다. 필자가 아는 신은 그런 분이다. 사실 인간들이 저마다 신을 뭐라 부르든, 그게 예수든 부처든 하느님이든 하나님이든 여호아든 알라든 뭐든, 혹은 자연의 이치든 뭐라 부르든, 신은 고작 그런 인간들의 언어나 개념 안에 갇혀 계실 분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존께서는 한낱 인간이 신을 비호하고 설명하고, 오만하게 다른 이를 설복하려 하고, 또 실은 자신들의 욕망을 위한 일일 뿐이면서 거기에 신의 이름을 팔아 다투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으신다. 신은 인간들에게 자신이 설명의 대상이나 비호의 대상이 되길 바라지 않으신다. 그보다 신은 인간에게 사랑의 대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곧 인간이 신적인 존재가 되는 길이므로. 그래서 신은 ‘경직되고 메마른 종교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간’을 두고 더 기뻐한다. 예컨대 세상의 부조리와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하늘을 우러러 ‘신 너는 대체 뭐하고 있냐’고, ‘너 같은 신은 필요 없으니 나라도 이들을 돕겠다’고, 그렇게 하늘에 대고 욕을 퍼붓는 인간, 그렇게 뜨겁게 살아 있는 인간이 오히려 신과 더 친하다. 그는 누구보다 간절히 정의를 찾고 있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신을 사랑하고 있고, 이미 신께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한 사람은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하면서 온전히 ‘자기 삶을 책임’지고 있으니 과연 신과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성당이며 교회며 절이며, ‘거룩한 곳’에 오래 앉아 있는다 해도, 제 아무리 무슨 성직자라 해도, 그렇게 아예 ‘그런 곳에서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제 것이 아닌 남의 말만, 남에게 들은 교리만 앵무새처럼 말하며, 그렇게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이는, 자기 종교에서 정해진 의무는 했으니 그것으로 자기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는, 안타깝지만 이미 영성의 불이 꺼져 가고 있다.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묵시3,16)

[천자춘추] 8월의 단상

1945년 8월 광복 직후 여러 사회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졌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뜻깊은 역사는 조선적십자사의 재건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적십자운동의 시작은 1905년 고종황제의 결단으로 대한적십자사라는 이름으로 시작됐지만 이내 나라를 잃은 후 본격적인 적십자 활동은 1919년(임시정부는 이해를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정했다) 8월29일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가 대한적십자회를 설립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의 교두보와 같은 조직으로 적십자회를 설립하면서 초대 회장(총재)에 이희경, 부회장에 안정근, 그리고 명예총재는 서재필, 고문에는 이승만 이동휘 안창호 문창범 등이 추대됐다. 임시정부의 지휘 아래 출발한 적십자운동은 곧 독립운동의 일환이었고 국제적십자사의 공인을 받아 임시정부의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것은 또 다른 목적이었다. 이 운동은 상하이에서 시작해 미주지역에 특파원을 파견해 지부를 결성, 일본의 식민 통치와 함께 적십자운동으로 포장한 일본적십자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인(韓人)으로 만일 적십자회원이 아닌 자 일인(日人)과 여일(如一)하다”라며 재외교포들의 적십자운동 참여를 촉구했다. 이후 미주지역은 물론이고 캐나다, 멕시코, 쿠바, 러시아 등지에서 벌인 독립만세운동은 모두 적십자와 함께한 투쟁이었다. 1945년 8월15일 조국이 광복한 이후 국내에서 김재옥을 창설준비위 원장으로 해 결성 준비에 들어갔다. 마침내 1947년 3월16일 열매를 맺어 ‘조선적십자사’라는 이름으로 발족하게 됐다. 그해 5월28일에는 조선적십자사가 공식 출범하면서 총재에 김규식, 부총재에 안재홍, 그리고 집행위원에는 백상규 이갑수 등이 맡았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당시 적십자사는 비록 짧았지만 남북이 나뉘어 정부를 수립하기까지 남북이 함께할 수 있었던 역사였다.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립되면서 대한적십자사도 국가적 기관으로 1949년 10월27일 새역사를 시작해 명예총재는 이승만 대통령, 명예부총재는 이범석 국무총리, 그리고 총재는 양주삼, 부총재는 변영태 유각경 등이었다. 그런데 양주삼은 일제강점기 기독교조선감리교회 초대 총리사를 지낸 이후 1930년대에는 신사참배에 앞장섰고 신도들에게 ‘충량한 신민’이 되라고 강연하며 학도병 지원을 앞장서 독려하는 등 기독교계의 대표적인 친일 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대한적십자사 초대 총재가 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역사였다. 인도주의와 세계평화를 위해 설립돼 항일 독립운동의 중심에 섰던 대한적십자사에 양주삼 총재를 임명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였다.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놓고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고 친일파와 ‘밀정’의 득세를 우려하고 있는 역사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지지대] 중국의 네 번째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 쿠츠네초프, 랴오닝, 퀸엘리자베스, 비크라마디트야, 상파울루, 샤를드골, 차크리.... 세계 각국 항공모함의 함명(艦名)이다. 항공모함은 바다에서 전투기를 이착륙시키는, 움직이는 해상 항공기지다. 육상기지를 확보하지 못한 곳에서도 전투기를 배치할 수 있어 제공권을 장악할 수 있다. 최초로 건조한 국가는 일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러시아, 인도, 중국, 브라질, 태국 등 10개국이 운용 중이다. 현대 해군 전략·전술의 핵심이다. 이 함정은 부피가 적에게 큰 위협이다. 그래서 적들의 주요 공격 목표다. 분쟁 지역으로 신속히 이동해야 하는 만큼 공격을 위해서나 방어를 위해 중요한 게 속도다. 전투기 이륙을 위해서도 그렇다. 갑판은 지상의 활주로보다 짧다. 전투기가 뜨기 위해 속도를 충분하게 낼 수 없는 까닭이다. 전투기가 100의 속도로 이륙하는 경우 항공모함이 30의 속도로 전진하고 있다면 전투기는 130의 속도로 전진한다. 이륙할 수 있는 정도의 양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전투기는 출력을 아낀 만큼 더 많이 무장할 수 있고, 연료도 아낄 수 있다. 중국이 네 번째 항공모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랴오닝성 다롄 조선소에서 선체 너비가 40m인 항공모함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을 재급유하지 않고 항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진수까지 6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2028년까지는 시험 항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랴오닝함과 산둥함 두 척의 항모를 운영 중이고 세 번째 항모 푸젠함은 지난 5월부터 시험 운항 중이다. 우리는 독도함과 마라도함 등 헬기 이착륙 상륙함 2척이 있지만 가까운 장래에 항공모함을 갖춰야 한다. 해양 국가를 지향하는 이순신 장군의 후예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