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증시]치매 발병땐 후견인에 치료·요양비 지급 신탁…편의점株 펀드도 주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금융시장에도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혼술·혼밥족’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새로운 생활 형태는 소비재 시장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상품의 출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펀드나 신탁은 자신이 직접 투자하기보다 간접적으로 자금을 맡기는 형식을 취한다. 때문에 생활 패턴의 변화가 주식과 같은 직접투자처럼 빠르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혼술·혼밥족의 지속적인 증가세는 시장에도 점차 변화를 주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금융상품과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형성했다. 우선 1인 가구의 증가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이 변화를 겪었다. 1인 가구 수요가 늘면서 맞춤형 소형 오피스텔 등 상품의 인기가 올랐다. 이는 부동산 펀드 등 관련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다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업계에서는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과 편의점 관련 소비가 증가하면서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0일 ‘KB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향후 치매 발병 등을 대비해 금전을 맡기면, 치매 발병 이후 후견이 개시된다. 후견인은 치매 치료 및 요양자금을 수탁자(은행)로부터 정기적으로 지급받아 고객(위탁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또 KB는 같은 달 18일 홀로 사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싱글족의 증가와 관련한 ‘KB 펫(Pet)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반려동물 주인이 사망해 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에 새 부양자를 지정하고 돈을 맡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상은 개로 한정됐으며 새 주인을 만나 정착하고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도록 최대 1000만 원을 미리 은행에 넣어둘 수 있도록 했다. 펀드 시장에서는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간편식이나 편의점 관련주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삼성픽테글로벌메가트렌드 펀드’와 같이 사회·경제·정치·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에 변화를 주는 트렌드를 따라 투자하는 상품 등이 나온 만큼, 1인 가구 추세와 관련한 상품 개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기존의 연금펀드나 일반펀드 연금클래스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관련 상품 출시 등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진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동에는 변수가 많아 트렌드를 펀드시장에 바로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에서는 1인 가구 자체보다는 그 1인의 소득능력이나 재산이 중요하다”면서 “소비쪽에서 1인 가구는 소득 자산과 무관하게 생존에 필수인 소비항목이 있다. 마트쪽에서 음식료에 영향을 주는 식이어서 관심이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제휴사 이투데이 제공

[혼술 증시]혼자 밥을 먹고, 심심하면 영화 보고…편의점·미디어·통신株 유망

‘우리보다 앞서 1인 가구 증가를 경험한 일본은 한국의 ‘롤모델’ 사례다. 우리보다 뒤늦게 1인 가구 증가를 극적으로 경험하게 될 중국은 ‘투자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혼술·혼밥 문화’의 확산에 주목하는 증시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 중국,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가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 만큼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 ‘롤모델’ 일본 = “1500만 독신 가구 주역은 2030(20~30대)세대다. 이들 세대의 싱글가구만 30%에 달한다. 35세 이하 남자 두 명 중 한 명은 미혼이다. 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 비율인 생애미혼율이 2010년 기준으로 남성은 20%, 여성은 11%나 된다.”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사장의 저서 ‘세계가 일본된다’에서 언급한 일본의 모습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변화를 겪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국내 산업 전반의 변화를 예상하기 위해서는 일본 사례를 주목하는 이가 많다. 대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목은 편의점 산업이다. 국내 편의점 산업의 급격한 성장은 1990년대 일본을 빼닮았다. 미래에셋대우의 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초부터 2010년까지 일본 증시가 장기하락세를 나타내는 동안 편의점 산업은 반대로 급격히 성장했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1989년을 기점으로 토픽스지수는 28% 하락했지만 편의점 관련주인 세븐&아이홀딩스와 패밀리마트의 주가는 각각 1152.3%, 236.2% 상승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편의점 시장 규모는 1995년 1%에서 2000년 1.4%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편의점의 인구당 매출액도 1995년 3만9917엔(43만5000원)에서 2000년 5만6521엔(61만7000원)까지 증가한 바 있다. 일본 사례는 국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형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013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시장규모와 편의점 인구당 매출은 1995년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일본의 편의점 시장이 GDP 대비 1%대에서도 지속 성장했다는 점에서 한국 편의점 시장의 성장 여력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1990년대 1인 가구 증가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악재로 작용했다. 대형마트는 특성상 대형 포장상품을 판매하는데 1인 가구는 다량구매를 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이뤄진 가처분소득 감소 등으로 명품, 고급가구 등 고가품 판매가 감소하면서 백화점 매출도 줄었다. 이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도 나타나는 변화다. 1인 가구 증가로 ‘개인적 소비’가 많아지면서 문화서비스 지출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30~40대 1인 가구의 월별 콘텐츠미디어 평균 지출은 1400엔 수준으로 전 세대 평균의 두 배를 웃돈다. 또한 이동전화 통신료 또한 6000엔 이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정윤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0~40대 1인 가구의 경우 사회적 고립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에서도 관련 소비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투자 기회’ 중국 = “일본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살펴볼 수 있다면, 한국을 통해 중국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이 1인 가구 증가와 관련해 중국을 예의주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을 롤모델로 삼았던 것처럼 중국을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구구조 변동은 앞선 일본이나 한국의 사례와 비슷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중국의 경우 그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점과 구매력이 높은 20~30대 비중(47%)이 한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국의 1인 가구는 744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16% 수준이다. 같은 해 한국(27.2%)이나 일본(32.7%)에 비해서는 낮지만 비혼(결혼할 의지가 없는 사람)·이혼이 증가하고 ‘이촌향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연구기관들은 중국의 1인 가구가 2025년에는 1억 가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도 편의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편의점 산업의 2014년에서 2020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은 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편의점은 총 2만6345개(2014년 기준)로 연평균 11.7% 증가했다. 매출은 약 408억 위안으로 연평균 14.8% 증가했다는 집계도 있다. 올해 중국의 편의점 시장 규모는 1000억 위안(약 17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한 다른 시장의 흐름도 일본, 한국과 유사하다. 중국 즉석식품 시장은 2012년 2000억 위안(약 35조5000억 원)에서 2015년 5300억 위안(약 94조 원)으로 3년 사이 165% 증가했다. 중국 파나소닉은 1인용 세탁기를 출시한 뒤 백색가전 판매액이 전체 매출의 52%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는 애완동물 관련 시장 규모 역시 가파르게 증가했다. 오는 2017년 약 1000억 위안(약 17조70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김은영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래 중국 내수시장의 소비주체가 될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을 이해하고 다인 가구와는 또 다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