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약 먹으면 성적 오른대”…유행처럼 번지는 약물 복용 [약에 취한 대한민국②]

약에 취한 대한민국 ② 의약품 오남용 만연 #고등학생인 한우리군(가명·18)은 최근 학교시험을 준비하면서 친구에게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한탄했다. 그러자 친구는 한군에게 ‘이걸 먹으면 공부 잘된다'며 약을 한 알 건넸다. 한군은 약 복용 후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느껴 온라인에서 직접 약을 찾아 구매하기도 했다. 그는 “공부 잘하는 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알게 모르게 공유되고 있었던 것 같다”고 귀뜸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김고은씨(가명·27)는 매일 서있어야 하는 근무 환경 탓에 다리가 부어 항상 고민이었다. 다리 붓기가 신경쓰였던 김씨는 직장 동료들도 같은 고민으로 정맥순환개선제를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을 구매해 복용했다. 일반의약품이어서 별도의 의사 처방도 필요하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다리가 부었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운동이나 휴식 등 다른 방법을 찾는 대신 약에 의존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특정 증상의 치료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을 유행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경기일보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온라인에서는 원래 약물의 목적과 달리 ‘입에서 입으로’, 제3의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식의 소문이 떠돌고 이를 처방받는 방법과 복용 사례 등도 공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ADHD 치료제인 A의약품은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공시생과 수험생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었다. 국내에선 구매가 어렵다며 간편하게 직구를 할 수 있는 방법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맥순환개선제인 B의약품을 검색하자 ‘얼굴이나 다리 등 신체의 붓기가 걱정된다면 복용해보라’는 권유글이 쏟아졌고, 당료치료제인 C의약품은 다이어트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다며 ‘외국에선 영양제처럼 먹는다’ 등의 내용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이 같은 정보들은 약품들의 판매 과정에서 나온 과대·과장 광고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등에 대한 불법 광고와 판매 행위 등에 대해 집중 점검한 결과, 297건의 부당광고가 적발됐다. 적발 현황을 보면 주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있는 약품을 판매하면서 ‘공부 잘하는 약 팔아요’라고 광고를 하거나, ‘뇌 기능 강화제’라며 식품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정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은 “의약품은 복용자의 상태 등에 따라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처방 과정부터 복용까지 신중함이 필요하다”면서 “의약품을 보조제 정도로 여기고 오용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복용자뿐만 아니라 약사, 의사 등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최 센터장은 “온라인 등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으나, 무분별하게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약사도 있다”며 “약물 복용자를 비롯해 의사와 약사 등 모두가 약품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이런 문제들이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청소년 약물 오남용 심각… 강력한 감시체계 필요” [약에 취한 대한민국②]

최근 일부 약물을 의학적인 목적이 아닌 개인의 쾌락이나 다른 목적으로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부정확한 정보를 접한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 실태가 심각해지고 있어 강력한 감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경기일보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실(경남 창원)을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부터 받은 ‘약물 처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0~2022년) 일부 의약품의 처방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DHD 치료제로 사용되는 A의약품의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입소문이 나며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경기지역에서만 3년간 약13만5천명이 3천235만9천682개의 약을 처방받았다. 처방량도 지난 2020년 847만7천459개에서 지난해 1천341만258개로 2년 만에 처방량이 36%나 증가했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처방되는 마약류 진통제 B의약품은 환각 증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제 역할을 하는, 신종 마약으로 확산되고 있었다. B의약품의 경기지역 처방 건수는 2020년 88만8천192건, 2021년 92만3천872건, 지난해 92만8천265건으로 늘고 있다. 특히 피부에 붙여 간편하게 사용하는 ‘B패치’는 온라인을 통해 불법 유통되면서 청소년들 사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초(4∼6학년)·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1만7천1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청소년 10명 중 1명은 B패치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약을 오남용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마른 몸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C, D, E 성분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유행을 탔는데, 이중 C의약품 처방량은 최근 3년(2020~2022년)간 101만9천964개에 달한다. 특히 C의약품은 16세 미만 청소년이 처방 받을 수 없는 마약류 의약품임에도 같은 기간 처방받은 10대 환자 수가 2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약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예방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숙 경기도마약퇴치운동분부 마그미약국위원장은 “의료용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오남용을 하게 되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약물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약물 중독 예방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청소년들의 약물남용이 점차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학교 교육을 통한 예방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선풍기 틀어도 역부족”… 도내 전통시장, ‘더위와의 전쟁’

“찜통 더위에 습도까지 높으니 숨이 턱턱 막힙니다… 시장 상인들은 그야말로 ‘더위와의 전쟁’을 하고 있네요.” 6일 정오께 광주시 경안동에 위치한 경안시장. 33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에 상인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가게마다 선풍기가 열기를 식히기 위해 가동되는 중이었지만, 이조차도 무더운 날씨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상인들은 최근 무더운 날씨와 장마가 오락가락하면서 채소와 같은 신선식품 관리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자씨(66·가명)는 “무더위로 채소가 쉽게 짓물리기 때문에 품질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날씨 때문에 채소 가격도 요동치고 있어 손님들도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북수원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늘어선 가게들 위로는 따가운 햇살을 막기 위한 검은색 그늘막이 설치된 상태였다. 상인들은 선풍기는 물론 부채까지 부치며 더위를 쫓으려 애쓰고 있었다. 특히 수산물 가게에선 생선들의 부패를 막기 위해 진열된 수산물 위로 연신 얼음을 끼얹으며 신선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었다. 상인 김모씨는 “얼음 한 포대 가격이 20%나 넘게 오른 데다 날씨 때문에 얼음도 금세 녹아 하루에 많게는 세 번까지도 보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푹푹 찌는 듯한 무더위와 폭우가 오락가락하면서 경기도내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폭염과 장마 등 변덕스런 날씨가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탓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이번 달 전통시장의 경기전망지수(BSI)는 56.5로 지난달보다 13.5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7월 전통시장의 경기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그렇지 않다고 보는 업체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전통시장의 7월 BSI는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고, 2021년 8월(43.4)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같이 전통시장의 이번 달 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운 이유는 무더운 날씨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은 7월 전망 경기의 악화 이유(복수 응답)로 날씨 등 계절적 요인(5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소진공 관계자는 “무더위, 폭우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며  “경기남부지역본부를 포함한 각 지역본부에선 지역의 전통시장 상인회와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며 실질적으로 상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천지 ‘이천 비에이비스타CC’ 이번엔 멋대로 ‘주차장 전용’ 물의

이천 비에이비스타CC 임원 소유 농지 상당 부분이 그가 대표이사인 회사의 주차장 등으로 불법 전용해 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골프장은  법인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이어 오너 일가의 불법 농지전용 위반(경기일보 6월22·26일자 7면)까지 불거지면서 각종 불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6일 이천시와 경기일보 취재 등을 종합하면 비에이비스타CC 인근에 위치한 모가면 어농리 448번지(2천481㎡), 448-4번지(1천971㎡), 447-1번지(221㎡) 등의 농지가 불법 전용됐거나 휴경지로 방치되는 등 농지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농지는 비에이비스타CC를 운영 중인 삼풍관광 법인의 임원(사내이사)이자 삼풍개발회사 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A씨 소유의 농지로 지난 2020년 9월 골프장 대표이사인 부친 B씨로부터 증여받았으며, 삼풍개발법인 소유 주차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B씨가 이 농지를 지난 2008년 매입한 후 12년간 소유하고 있었을 당시에도 연도별 항공사진을 보면 그동안 농사를 짓지 않고 휴경지로 방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3년 전 농지를 증여 받을 당시 A씨도 당국에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취득자격 증명원을 발급받았지만 현재까지도 농사를 짓지 않고 있어 농지법 위반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이들 농지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A씨의 주소지가 서울시 서초구의 한 아파트로 돼 있어 이천시 모가면 농지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만 따져도 50㎞에 달하는 등 농사를 짓기 위한 증여로 볼 수가 없다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또한 해당 농지에는 골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무단 투기된 채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이천시 관계자는 “증여받은 농지도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취득자격 증명원을 발급받아야 한다”며 “해당 농지들에 대한 농지법 위반이 확인돼 농지 원상회복 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일보는 농지법 위반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비에이비스타CC 측에 수차례 문자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기만평] 전원일기...

[사설] 양평고속道, 당당하면 더 빨리 착공하라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가족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잊을만 하면 시작되는 영부인 가족 게이트다. 국토부 장관이 ‘가짜 뉴스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결백함을 풀어 가는 방식이다. 야당의 권력 감시나 정부 여당의 대처 모두 자연스럽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상황이 생겼다. 장관이 해당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1조7천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SOC다. 서울~양평, 강원도까지 영향을 줄 노선이다. 이걸 갑자기 백지화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는 이렇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사업이 있다. 2017년 처음 건설하기로 계획했다.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했다. 이때까지도 고속도로 종점지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2년 5월 변화가 생겼다.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 노선이 ‘1안’으로 등장했다. 이 노선 옆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 12개 필지, 2만2천㎡로 축구장 3개 크기다. 민주당은 ‘김 여사 측에 특혜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희룡 장관이 반박했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변경했다’는 의혹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사업비가 1천억원 증가했다’는 의혹에 ‘140억원 증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인 나를 고발하라. 그 결과에 정치생명 걸겠다’고 했다. 양평군민 놀랄 발표가 이어졌다. 해당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이다. “노선 검토 뿐 아니라 도로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한다”고 했다.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까지 했다. 애초 문제가 있었다. ‘양평 진입’ 막힌 ‘양평고속도로’였다. 양평 경유 노선과 양평 내 IC 설치가 필요했다. 지난해 변화가 그 방향이었다. 지역 정치인은 ‘치적 자랑’까지 했다. 수혜자는 대통령 부인 가족이 아니라 양평 군민이다. 의혹을 풀고 가면 됐다. 그걸 왜 백지화로 받아치나. 고속도로 사업이 장난인가. 누가 원희룡 장관의 정치생명에 관심 있다고 했나. 차별과 규제의 땅, 양평이 고대하는 것은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개통식’뿐이다. 차분히 설명하며 가라. 복잡할 것 없다. 야권이 던진 의혹은 간단하다. ‘노선이 바뀌었고, 김 여사 측 땅이 있고, 국토부가 봐준 것 같다’다. 이 의혹 해명하면 된다. 숙의 절차 공개하고, 판단 근거 설명하고, 처리 과정 보여주면 된다. 필요하면 의혹 제기자에 대한 고발도 방안이다. 집행 권한 있는 정부 여당이다. 그 정도 해명은 국민 앞에 도리다. 최고 해명은 조기 착공일 수도 있다.

[사설] 경기도 사이버침해 대응 미흡, 예산·인력 확충 필요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갈수록 다양화·고도화되는 사이버 침해에 대응, 정보 보안을 위해서다. 기술 발전으로 사이버 환경은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변화됐지만 사이버 공격은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파급력이 커졌다. 각종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는 상황인데 지자체의 대응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사이버침해대응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이버침해대응센터는 2009년 도입돼 17개 시·도에서 운영 중이다. 국가정보원의 사이버안전센터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지자체별로 해킹이나 바이러스에 즉시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센터 설립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정보 보안에 대한 문제 의식은 낮다. 지자체 사이버침해 사고는 매년 늘어나는데 관련 예산·시설·인력 등은 미흡하다.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도 예산·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경기도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77곳이다. 서울시도 76곳으로 비슷한데, 예산과 인력 규모는 훨씬 못 미친다. 올해 도는 ‘사이버침해대응센터 보안관제 용역’ 사업비로 10억1천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서울시는 17억4천만원으로 도의 1.7배다. 도의 관제 인원도 11명으로, 서울시 20명의 절반 정도다. 도와 공공기관, 31개 시·군의 행정망 및 인터넷망 보호를 위해 24시간 상주하는 관제 인원은 매년 4천여건의 보안 위협을 감당한다. 이 가운데 사고대응 전문가는 2명뿐이다. 지능화·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을 신속 조치하기 어렵다. 지난 2월 경기도교육청에서 성적 유출 사건이 터졌다. 사건의 피의자는 도교육청 학력평가시스템 서버에 침입해 지난해 11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고교 2학년생들의 성적 등 정보 27만여건을 탈취 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교육청이 도의 관제 범위에 포함되진 않지만,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보안 사고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침해 및 화재 등 재난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망의 분리와 함께 공간·장비 이중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도는 구 도청사 전산실에서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40㎡의 센터 내부에 본장비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장비가 함께 있는데 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본청과 분리된 곳에 82㎡ 규모의 사이버안전센터를 두고, 인력·장비를 일부 이중화했다. 경기도는 사이버 침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예산·인력 확대와 함께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삶과 종교] 이해하기 힘든 수도자의 길

어느 신부님의 회고록에서 본 이야기다. 딸이 봉쇄수도원에 입회한 다음, 그 아버지는 세 번이나 딸을 수도원에서 빼내 집으로 데려왔다. 믿음이 없었던 비신자 아버지에게 딸이 수녀원에 산다는 것, 그것도 봉쇄수도원에서 지내며 외출도 면회도 없이 산다는 것이 하나의 납치된 생활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수녀원에 가 난리를 쳐서 딸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문제는 딸이 2주일도 안 돼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딸을 어르고 달래며 사정했지만, 그리고 집에서 아예 감금하다시피 했지만 딸이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갔을 때는 정말로 귀한 딸을 잃어버린 것 같아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 딸은 아버지에게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자식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 아빠의 도리 아니냐며, 아버지는 딸에게 자식이 그릇된 길을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있느냐고, 하필 왜 이 감옥 같은 생활을 하느냐며 둘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또 딸은 그래도 행복하다고, 왜 내 행복을 빼앗으려고 하느냐며 울먹였고, 아버지는 이 감옥에서 행복하겠느냐고, 뭔가 네가 홀린 것이 분명하다며 딸을 만류해 본다. 그런데 행복하다고 말하는 딸의 얼굴은 너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끌고 올 수 없었다고 한다. 그날 딸을 수녀원에 두고 돌아온 아버지, 도무지 딸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 자신도 믿음을 가져봐야 뭔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성당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아직도 믿음이 뭔지, 왜 딸이 그 감옥과 같은 곳에서도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를 믿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세상 사람들이 이 직업을 이상하게 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낮은 소득 때문일 것이다. 어느 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한국에서 소득이 가장 낮은 직업 중 3위가 신부, 2위가 수녀라고 한다. 사실 수도자들은 청빈 서약을 하기에 수녀 개인이 통장을 소유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 그들의 활동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소득을 수도회 재산으로 봉헌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는 그들을 저소득 계층으로 판단해 나이가 든 수녀들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지원비마저 개인의 소유가 아닌 수도회의 공동소유로 돌려야 한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길이다. 그래서 보통 수도자의 삶을 자신을 태워 빛을 내는 ‘초’에 비유한다. 기꺼이 자신을 태우고 녹여 주위를 밝힌다. 그래서 자신은 없어지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산다. 사랑이라는 가치가 세상의 가치보다 위대하다고 믿기에, 나로 인해 누군가가 빛날 수 있는 그 숭고함을 믿기에, 그리고 어두운 세상에 빛을 밝히는 희망을 믿기에 이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까?

[천자춘추] 챗GPT 교육생들의 다양한 반응

챗GPT 교육의 시작은 2023년 5월부터다. 현재까지 7회 진행됐으며, 이는 짧은 기간에 꽤 많은 강의 수를 의미한다. 수강 대상도 다양한데 농식품 중소기업 대표, 여성기업인 단체, 지자체 공무원, 농업기술센터 농업법인 대표, 문인단체 등이다. 이러한 사실로부터 최근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단순한 기술 이슈가 아닌 현실을 관통하는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챗GPT는 매일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기 때문에 강의할 때마다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교육한다. 챗GPT 강사는 항상 변화를 수용하고 최신 내용으로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이들 교육생의 공통된 반응은 ‘놀라움과 흥미’였다. 스태프 직원들은 챗GPT를 활용한 분석 및 기획 업무가 자신들의 일상 업무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주로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에 대한 기대와 관련이 있으며, 사무실 직원들은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를 함께 표명했다. 한 문인단체에서 내 강의를 수강한 백일장 추진 관계자는 행사를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이동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는데 이는 챗GPT 인공지능을 통해 작성된 시나리오나 수필이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는 결정을 해당 추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으로 챗GPT 같은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에 대중이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챗GPT 기반의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제품들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런 제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 기업은 드물지만 자체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기업이 앞으로는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시작됐다. 챗GPT 플러그인의 출시로 많은 서비스가 챗GPT를 통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마치 애플의 앱스토어 혹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처럼 새로운 챗GPT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기존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이 챗GPT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하거나 생성형 AI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이슈들이 어떻게 해결될지, 그리고 챗GPT가 어떤 형태로 혁신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할지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고민을 요구한다.

[데스크 칼럼] 아빠와 함께하는 육아... 일·가정 양립 환경을

필자의 유년시절 농촌 마을에는 가정마다 네댓 명의 자녀가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사회가 안정되면서 많은 출생을 하는 이른바 ‘베이비 부머’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나 식량과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인구정책이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으로 전환되면서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급격한 저출생과 초고령시대의 진입으로 인해 ‘인구절벽’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2001년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명대에 진입한 후 20년 만인 2021년에는 26만600명으로 줄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20년 넘게 수백조원의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저출산 극복에 매달렸으나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일은 제11회 ‘인구의 날’이다. 당초 세계 인구의 날은 유엔개발계획(UNDP)이 세계 인구 50억명 돌파를 기념해 제정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인구의 날 개념은 다르다. 2011년 8월4일 개정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따라 ‘인구의 날’로 정했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인구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 등을 통해 출생률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도 시민사회단체, 교육계, 의료계, 종교계, 언론계, 공공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를 지난 2010년 발족시켜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범도민 홍보와 저출생 인식개선, 출생장려 캠페인 공동추진, 기관별 저출생 극복을 위한 대응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저출생의 원인은 아이의 양육 문제와 가족에 대한 가치관, 소비 패턴의 변화와 경제적인 불안성 등 여러가지가 꼽힌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맞벌이 부부에게 있어 일과 육아,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출산을 꺼리고 있다. 다행히 과거 육아는 여성이 도맡아 하던 것에서 이제는 부부가 함께하는 것으로 인식이 변하고 있고, 남성들의 육아 참여를 위한 휴직도 늘고 있는 추세다. 2014년 ‘아빠의 달’ 시행 이후 남성의 육아휴직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전체 이용자의 28.9%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빠와 함께하는 육아가 보편적인 사회 흐름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오는 8일부터 15일까지 ‘경기도 인구주간’을 맞아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는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성 양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명사 특강과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청소년 뮤지컬 공연 등 참여형 행사를 통한 저출생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일에는 ‘경기 100인의 아빠단 발대식’을 갖고 아빠들에게 온·오프라인상의 육아 프로그램을 진행해 아빠들의 육아 참여 분위기 확산에도 나서고 있다.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고 인구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서는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 환경 조성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