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고, 부정부패에 멍드는 아이들] ⑤잇단 비리 의혹에 뒷짐만… “경기도교육청 적극 수사 의뢰를”

평택시에 있는 라온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이 학부모로부터 상납을 받고, 코치들의 판공비와 학교 운영비를 계좌와 현금으로 돌려받았다는 의혹(경기일보 10월28일자 4면)이 불거진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조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금전거래 등은 수사권이 없는 교육청 차원의 감사로는 규명이 어려운 만큼 수사 의뢰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온고를 관리·감독 해야 할 평택교육지원청 중등교육지원과는 본보의 첫 보도 이후 곧장 학교 내 체육소위원회를 통해 관련 사안을 조사하도록 한 뒤 이에 대한 사안 조사 보고서를 제출받고 검토 끝에 감사를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 달 초 감사를 개시한 감사관실은 여전히 자료 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주에서야 앞서 한 차례 학교를 방문했을 당시 만나지 못했던 감독 A씨와의 만남을 가졌을 뿐이다.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비위 의혹의 경우 성비위나 폭행 등과 달리 감독과 학생들을 분리조치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A씨는 여전히 해당 학교 감독으로 출근하며 근무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보자들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우려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불안해 했다. 한 제보자는 “학부모들에게 자신은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면서 공개적으로 항변하기도 하고, 누가 제보를 했는지 찾아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압박을 받을 동안 교육청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의 경우 학부모들에게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코치들에게 입금된 판공비를 자신의 계좌로 되돌려 받거나 학교 운영비로 야구용품인 배트를 구입하는 것처럼 꾸민 뒤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부분의 의혹이 금전 거래 내역 등을 규명해야 하는 사안이라 수사권이 없는 교육청 차원의 감사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통상 다른 지역 교육청들은 관련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곧장 언론보도와 제출받은 자료 등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 그러나 평택교육지원청은 첫 보도 후 2개월여가 되도록 아직 수사 의뢰를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인력적인 한계가 있지만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 의뢰는 감사를 통해 혐의가 있는지 확인을 한 뒤에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의 입장은 달랐다. 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수사 의뢰는 감사가 끝나기 전이라도 필요하다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적극적이고 빠른 감사가 이뤄지고, 수사 의뢰도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한수진기자

군부대 내 ‘비지정문화재’ 손 떼는 문화재청

경기지역 군부대 내에 위치한 ‘비지정문화재’가 내년 1월부터 방치될 위기에 놓였다. 문화재청이 경기도 군부대 내에 있는 214개의 비지정문화재를 문화재 돌봄사업 관리대상에서 해제하면서 해당 문화재를 관리·보호해야 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경기지역 군부대 내 214개 비지정문화재가 관리대상 문화재에서 제외된다. 비지정문화재는 법령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재다. ▲가평군 봉수리 분청사기요지 ▲남양주시 퇴계원리 유물산포지 ▲양주시 불곡산 9보루 ▲연천군 초성리 토성 등이 해당된다. 문화재청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경기지역 문화재 돌봄사업 예산으로 총 105억2천만원을 편성하고 군부대·사유지 등 출입이 어려운 지역의 221개 비지정문화재도 돌봄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난 2015~2016년께 ‘군부대에 있는 문화재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돌봄사업에 군부대 내 문화재를 포함한 것이다. 그러나 군부대 출입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운 점 등 현실적인 이유로 관리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뒤늦게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지난 9월 해당 문화재를 돌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에서는 “군부대 비지정문화재들이 관리대상에서 제외돼도 민간용역을 통해 군부대 내 문화재를 조사하는 부서가 있어 방치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지만, 취재 결과 이를 담당하는 부서는 군부대 내 매장문화재 조사가 주목적으로 상시관리가 목적인 문화재 돌봄사업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군부대 내 비지정문화재는 조사가 미진해 가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들도 많다며 출입허가의 복잡성을 이유로 관리에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지훈 경기문화재연구원장은 “비지정문화재가 군부대에 있다고 방치해선 안 된다. 문화재청이 앞장서 군부대와 협력하고 교육해 부대에서 직접 관리하거나 돌봄센터와 연계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태 이야기가있는역사문화연구소장은 “정부 차원에서 군부대 내 비지정문화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문화재 실태조사는 허가를 해주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