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가 양당 갈등으로 ‘민생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괴문자’ 시비가 불거지면서 추경안 심의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비공개인 추경안 처리 일정을 알리는 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가 도의회 내부에 돌면서 국민의힘 측이 일정 파기를 선언한 것이다. 8일 도의회에 따르면 양당 대표의원과 예산결산특별위원 등은 9일 오후 1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소위원회를 열어 계수조정을 재개하기로 했다. 소위원회에서 합의되면 오는 10일 오전 9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고, 같은 날 10시 본회의에 넘길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도의회 의사담당관 알림’이란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의 추경안 처리 일정을 담은 문자메시지가 일부 기자 등에 보내졌고, 양당과 의사담당관에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의사담당관은 전혀 모르는 내용이며, 문자메시지 양식도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곽미숙 국민의힘 대표(고양6)는 “양당 대표와 예결위 위원 6명가량만이 아는 추경안 처리 일정이 유출됐다. 경기도 정무수석(민주당 도의원 출신)도 일부 관련 내용을 언론에 언급했다”면서 “신뢰가 깨졌다고 판단해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으며, 문자메시지 출처에 대해 경찰 수사 의뢰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황대호 수석대변인(수원3)은 “추경안 처리 일정이 의원들 사이에 알음알음 알려졌지만, 해당 문자 메시지와 민주당은 전혀 관련 없으며 출처 또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9월 진행된 임시회와 지난달 21일 원포인트 임시회에서 도와 도 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14명씩 양분한 예결위에서 양당의 견해차로 안건 처리가 잇따라 불발됐다. 이에 따라 학교급식 지원과 지역화폐 확대 발행, 난임부부 시술 지원,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저소득자의 대환대출 지원 등 민생사업의 차질이 우려된다. 임태환기자
국내 가구시장이 코로나19로 급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기보다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한 구매 형태로 바뀌고 있어서다. 특히 시장 규모가 커지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경기 북부의 포천가구산업은 이 같은 시대적 상황에도 꿋꿋하게 맞서며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포천 가구를 이끄는 양대산맥은 포천송우가구거리조합과 경기포천가구산업협동조합의 브랜드이자 대형매장인 마홀앤(MAHOL&)이다. 포천송우가구거리조합은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들어오는 초입인 이동교리 축석검문소부터 송우리까지 4.6㎞ 구간에 걸쳐 있다. 이 거리 안에 가구매장 130여곳이 있다. 경기포천가구산업협동조합의 마홀앤은 전국 최초 가구유통·판매시설로 가구 원·부자재를 공동구매해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재 조합사 41곳에 회원 158명이 활동 중이다. 임계종 마홀앤 이사장과 김종면 포천송우가구거리조합 이사장을 만나 가구산업의 현주소와 활성화 방안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임계종 마홀앤 이사장 “디지털시대 맞춤 플랫폼 넓혀, 고품격 가구 제공 경쟁력 강화” Q 포천이 가구산업단지로 유명하다. 마홀앤(MAHOL&)은 어떤 의미인지. A 마홀앤은 전국 최초로 국비 지원 1호 사업으로 선정돼 100억원 가까운 지원을 받아 세워진 대규모 공동 가구 유통·판매시설 겸 물류센터 겸 브랜드다. 경기 북부지역 가구 제조업체의 가격경쟁력 확보 및 판로 개척 등을 위해 포천 소재 중소가구 제조업체와 판매점 모임인 경기포천가구산업협동조합이 나선 결과물이다. 발족 시기는 지난 2018년 4월이다. 경기포천가구산업협동조합 단지인 마홀앤은 침실·거실가구는 물론 주방·학생·원목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제품을 소비자 직거래로 판매한다. 특히 조합에 소속된 업체들이 마홀앤의 이름 아래 공동상표와 공동구매, 공동판매 등을 통해 유통 및 제작단가를 낮춰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Q 가구 구매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마홀앤만의 전략은. A 디지털시대를 맞아 마홀앤도 플랫폼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마홀앤 닷컴의 플랫폼은 조합원들이 생산·판매하는 저렴하지만 품질 좋은 제품을 시간과 공간 등에 구애받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은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 마홀앤의 1차 목표는 2024년까지 완전 자립이다.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마홀앤이 ‘아는 사람만 아는 국내 가구 생산·판매의 본산’이 아닌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아는 가구산업의 메카’로 인식되도록 콘텐츠를 늘리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이 같은 일련의 변화에 따른 혜택은 구매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원자재 가격이나 물류비용, 전시장 운영비용 등을 낮춰 보다 좋은 품질의 다양한 가구를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마홀앤의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더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등 구매 과정에서의 절차나 복잡함 등을 해결할 수 있다. Q 경기 북부의 지리적 여건에도 마홀앤만의 강점은. A 포천에서 가구업에 종사하는 대표로 경기포천가구산업협동조합을 구성하고 마홀앤이란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한자리에서 각기 다른 상호를 가진 업체의 모든 가구를 보고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공간도 조성했다. 교통도 편리해졌다. 구리~포천고속도로가 개통한 뒤 서울 도봉동 경계를 넘어 강남에서도 30~40분 내로 이곳에 도착한다. 양질의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아울러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어 발품을 팔지 않고 필요한 가구들을 살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래도 소비자가 마홀앤이라는 브랜드를 믿고 사는 (제품에 대한) 신뢰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매장을 구경하고 야외 덱(deck)에서 차 한잔하고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화분에 나무도 심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향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마련하고 전기차 충전도 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여기에 외관 페이팅을 통해 산뜻하고 정감있는 마홀앤 매장을 고객들이 찾도록 하겠다. 질 좋은 제품과 편안한 쉼이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 Q 제품인증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A 가구는 특성상 소비자들이 직접 만져 가구 재질을 느끼고 애정을 갖는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만큼 상대적으로 온라인 구매 가구에 대한 품질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일상에 가장 밀접한 도구인 만큼 직접 써보면 품질을 알 수 있지만 선뜻 사기도 어려우니 신뢰를 쌓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이 같은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 또는 지자체가 인증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마홀앤은 소품종 제작도 가능해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보다 다양하고 독창적인 가구를 제공한다. 포천시와 경기도, 나아가 가구산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의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를 당부한다. Q 마홀앤 중심의 소비자 친화적 전략 기틀은. A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지원과 포천시의 가구유통업체 밀집지역 마케팅 촉진 등 다양한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지난 6월에는 연구개발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단일 업체로는 어려운 일들을 이뤄가며 도약을 위한 발판을 쌓아 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성과공유형 R&D사업과 가구산업 전용 통합 유통 플랫폼 개발사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온라0인 중심 사업 내수 기반으로 가구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제조사 직접판매(B2C) 방식으로 생산과 판매, 유통 등이 결합하고 있다. 이렇듯 고객 맞춤형 가구 제작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 중 하나다. 김종면 포천송우가구거리 조합 이사장 “고객 트렌드 발빠른 대처, 온·오프라인 유통망 혁신” Q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렵다. 가구시장은 어떤가. A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지금은 삼중고로 어려운 실정이다. 환율이 높아지고 목재 등 원자재 값도 많이 올랐다. 여기에 부동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이사 수요도 줄었다. 가구 구매는 이사, 입주, 사무실, 인테리어 등 주거환경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현재 가구시장이 어렵다. 중소업체들의 한계점도 뚜렷하다. 대형 기업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한 매장을 늘리고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온라인 판매 루트를 활성화하고 있다. 반면 중소업체들로 구성된 가구단지나 거리, 조합 등은 외부 지원 및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변화를 따라가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다. Q 소비자의 가구 트렌드도 바뀔 텐데. A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은 다양하다. 이 같은 소비자의 성향에 맞도록 침대·소파 전문 회사가 만들어졌고 책상이나 의자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생겨난다. 포천송우가구거리 매장은 전문회사보다 종합전시매장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고객의 트렌드에 맞게 대기업보다 빠르고 튼튼한 가구를 제작·생산할 수 있는 구조다. 대부분 10년 이상 숙련된 인력으로 구성된 전문 가구업체여서 신뢰할 수 있다. 제품의 질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30세대의 감성에 맞춰 감각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이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Q 포천송우가구거리의 장점은 무엇인가. A 앞서 말했듯이 가구의 품질은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다. 타 지역 가구단지들보다 저렴한 임대료와 고정비용, 짧은 배송거리에서 오는 비용 절감 등이 판매 단가에 그대로 반영돼 같은 물건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과 달리 제품을 생산한 뒤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품질 또한 나쁠 수 없다. 여러 업체가 밀집해 있는 만큼 구매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다. 가구 디자인도 세대에 맞게 빠르게 제작하고 있어 인터넷 등을 통한 구매가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지역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다. 구리~포천고속도로가 개설되면서 접근성이 상당히 좋아졌다. 서울 강남 송파와 잠실, 광장동 등지에서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30~40분밖에 안 걸린다. 아마 서울시내 복잡한 구간보다 시간이 더 짧을 거다. Q 포천송우가구거리 활성화 방안은. A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모바일과 인터넷 시장 활성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터넷 가구시장이 커지면서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채널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한 홍보지원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과거처럼 매장에 앉아 고객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 쇼핑몰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이용해야 한다. 특히 회비를 모아 1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경차와 고급 소파, 세라믹 식탁 등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고객 만족도를 100% 이상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Q 좋은 가구 고르는 팁을 하나 준다면. A 고객이 원하는 가구를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제품의 재질, 크기, 내구성 등과 가용 예산을 말하면 된다. 그래야 판매원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판매원과의 대화를 통해 궁금한 점을 해결해야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족하게 살 수도 있다. 소모성 가구는 5년 이내 바꾸지만 그렇지 않은 가구는 한 번 구매하면 1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의사소통이 잘돼야 질 좋은 가구를 구매할 수 있다. 포천송우가구거리 매장에는 아르바이트생이 없다. 가구에 대한 설명을 고객에게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말한다. 10년 이상 가구를 다룬 전문가들이 상담하고 판매하므로 소비자들은 전문성을 믿고 구매해도 된다. Q 김종면 이사장에게 가구란. A 내 인생이다. 이 분야에 몸담은 지 어느덧 35년이다. 지인 추천으로 가구 전문가를 만났고 그를 통해 하나하나 배워 지금까지 왔다. 지나 보니 내가 소질이 있더라. 그래선지 오늘날까지 내 인생에 한 번도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고 오직 가구만 바라보고 한눈팔지 않았다. 환갑을 지나 앞으로 10년은 더 할 것이다. 고객들이 만족하고 고맙다고 연락하거나 다른 이를 소개시켜줄 때면 보람을 느낀다. 포천송우가구거리를 많이 사랑해달라. 김창학기자/사진=윤원규기자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최근 평택 이전을 완료했다. 1978년 창설된 이래 44년간의 용산시대를 마감하고, 평택시 팽성읍의 ‘캠프 험프리스’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캠프 험프리스는 여의도 면적의 약 5배인 14.7㎢ 규모로 주한미군과 군무원, 가족 등 8만여명이 거주하게 된다. 연합사의 평택 이전은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용산과 평택으로 나뉘어 근무해온 연합사 요원들이 한곳에서 근무하게 돼 한·미 간 협조체제가 더 공고해질 것이다. 특히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엄중해진 안보 상황에서 연합사, 주한미군사령부, 유엔사 등 한·미 연합방위의 주요 부대가 인접해 있어 작전 효율성을 증진시켜 연합대비태세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사의 평택시대 개막은 한미 간 군사관계를 강화하고 발전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평택 지역사회는 약속된 지원과 개발 등이 늦어져 주민 불만이 크다. 주한미군과 평택시민의 상생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주한미군이 이전하면서 평택지역 개발을 촉진하고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미군이전평택지원법)’이 마련됐다. 이 법에 따라 평택시는 2005년부터 국비 4조4천943억원을 포함한 총 사업비 18조9천796억원을 들여 86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협의된 사업 중 20%가량인 16개 사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미군이전평택지원법은 2026년 종료되는 한시법으로, 여러 사업이 그 안에 마무리되기 어렵다. 4년 뒤 법적 효력이 정지되면, 다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을 받아 각종 규제에 묶이게 된다. 전체적인 도시계획이 흔들리고 예정된 사업들을 진행하기 힘들다. 평택 당진항 개발, 평택항과 연계한 포승~평택 간 산업철도 건설, 평택호 관광단지 농악마을 조성, 고덕신도시 국제학교 신설 등 중요 사업이 많다. 미군이전평택지원법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보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법 효력이 정지돼 예정된 각종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 안 된다. 정부와 협의한 개발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법의 연장이 필요하다. 이전에 세 차례 연장되긴 했지만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 주한미군이 평택에 주둔하는 한 계속 지원해야 하는 게 맞다. 미군이전평택지원법은 미군의 ‘이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군 주둔 이후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이 없다. 평택 지역사회에선 법 개정 등을 통해 미군이전평택지원법의 상시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 상당수는 ‘살릴 수 있는 생명’이었다. 소방소 구급대원이나 경찰이 아닌 옆에 있던 시민의 역할이었다. 그걸 하지 못했고,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제야 모두가 심폐소생술을 말한다. 슬픔을 누르고 차분히 볼 부분이 있다. 정작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곳은 대규모 밀집 현장이 아니다. 일반 가정에서 이뤄지는 일상 생활에서 더욱 절실하다.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 근거를 보여주는 심정지 사망자 실태 자료가 있다. 하루 평균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0명이다. 하루 평균 심정지 사망자 수는 120명이다. 흔한 것으로 알려진 교통사고 사망보다 10배 이상 많다. 심정지가 발생하는 곳도 조사됐는데 집이 가장 많았다. 구급차가 출동해 도착하는 평균 시간은 7~10분이다. 심정지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4분을 훨씬 넘는다. 이론적으로는 소방대원이 아무리 빨리 와도 살릴 수 없다. 결국 생명 보호의 키는 심정지 환자의 가족 등 주변인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참사 이후 지자체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구리시의회는 심폐소생술 교육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권봉수 의장이 개정안 마련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로 심폐소생술 교육·캠페인이 중요해진 만큼 시 홍보물품 등을 배부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해 응급처치 교육을 장려하고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자 개정한 사항이다.” 다른 시·군에서도 대동소이한 심폐소생술 교육 강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수원시의 방안도 있다. 교육 대상을 시민으로 확대해 가기로 했다. 시민들을 자주 접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을 교육 대상으로 삼았다. 대중교통 종사자, 지역 방범대원, 대리운전 종사자, 청소 노동자 등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교육 대상을 일반 시민의 영역으로까지 넓게 상정했다는 점에서 평가된다. 진일보된 사고의 전환이라고 본다. 지금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있다. 소방서가 직접 실시하는 현장 교육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9월까지 실시한 교육 대상자만 23만8천300명이다. 교육 장소는 지역 행사장, 경로당, 학교, 등산로 등이다. 각급 소방서나 의용대원들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다. 그럼에도 일반 시민들의 심폐소생술 능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무것도 못하고 쳐다만 본다. 그 적나라한 증명이 이태원 참사 현장이었다. 교육 대상을 바꾸자. 전 도민을 교육해보자. 때마침 도의회에서 관련 지적이 나왔다. 박옥분 의원(민주당·수원2)이 “도민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가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제언에 적극 동의한다. 도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내 집에서 쓰러진 내 가족을 살려낼 방법을 모든 도민에게 알려줘야 한다. ‘1천300만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심폐소생술 능력자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로 바꿔야 한다. 행정조직을 이용해도 되고, 주민 자치 기구를 이용해도 되고, 첨단 인터넷망(網)을 이용해도 된다. 의지만 있으면 방법과 길은 많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처음 만들었다는 명제(命題)는 더 이상 팩트가 아니다. 여러 문헌이 입증해주고 있다. ▶그동안 거북선 제작 시기는 16세기 후반에 맞춰졌었다. 임진왜란 발발 시점이 1592년이어서다. 전쟁 와중에 남해안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맹활약한 철갑선(鐵甲船)이라는 게 그동안의 정설이었다. ‘거북선=이순신 장군’ 등식이 성립된 지점이었다. ▶경기일보가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단초(端初)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기록이었다. “태종 13년(1413년) 2월5일 임금이 임진나루를 지나다 거북선과 왜선이 서로 싸우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보다 180년 앞섰다. ▶임진나루는 조선 초기 거북선이 정박했던 곳이다. 파주시가 닻을 올렸다. 조선 최초 임진강거북선 실물 크기 건조를 내년 3월 시작해 2024년 말까지 완료키로 했다. 역사문화 콘텐츠로서 ‘원 소스 멀티 유즈’(원형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 방식으로 펼쳐진다. 임진강거북선 활용방향에 대한 관심도 그래서 뜨겁다. ▶앞서 파주시는 국내 거북선 설계 일인자인 중소조선연구원에 실시설계를 의뢰했다. 이후 조선 최초 임진강거북선 전장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보다 약 6m 작은 61자(약 19m)에 용두가 설치된 중맹선(조선 군선·60명 승선)임을 최초로 재현했다. 실물 크기의 15분의 1 축소 모형도 제작해 임진각 내 한반도 평화생태관광센터에 공개 전시했다. ▶경기일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지상 좌담회를 마련해 각계 전문가의 견해를 들었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의 종착점(終着點)은 조선 최초 임진강 거북선의 브랜드 특정화·콘텐츠 방향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임진각에 임진강거북선을 복원·설치해 조선 최초 거북선의 상징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임진강거북선의 늠름한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해외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직접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이 세상은 지금 한류 열풍이다’라는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면서 이 글을 시작하고 싶다. 필자 또한 해외에서 직접 한류를 실감하고 이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필자는 영국에 처음 유학을 시작한 2017년부터 당시 글로벌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BTS’의 인기와 한류의 영향력을 피부로 체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케이팝 아이돌의 춤을 추고, 한국어 노래 가사를 외우고, 가사를 몰라도 유행가처럼 모두가 방탄소년단의 당시 히트곡인 ‘DNA’를 알고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진짜로 ‘글로벌 유행가’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필자는 당시 언론에서만 듣던 ‘한류’가 진짜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타지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좋은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고, 그런 대우를 해주는 외국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부담까지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음식은 또 얼마나 유행인지 모른다. 전통 한식은 물론 현대의 새로운 한국 음식도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센트럴 런던에 새로 생긴 한국식 핫도그 전문점인 ‘BUNSIK 분식’ 이 그 예다. 한식은 채소를 기본으로 한 메뉴가 많기 때문에 심지어 채식주의자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드라마와 영화 산업은 언급하기 지겨울 정도로 오래전부터 화제성을 한국이 다 쓸어오는 중이다.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외국어 영화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함으로써 화룡점정을 찍었으니 말이다. 믿기지 않는 문장이지만 한국 영화는 오스카의 역사도 새로 쓰게 됐다. 또 미술사를 공부하는 필자가 한류의 영향력을 크게 느낀 올해의 세계적 이벤트는 바로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Frieze)가 서울에서 열린 것이었다. 이렇게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의 예술, 음식, 미디어, 패션까지, 쉽게 말하면 한국의 모든 것이 지금 세계적으로 유행이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에서 자라 언론인, 작가로 활동하는 유니 홍은 자신의 저서인 ‘코리안 쿨’에서 한류를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고 빠른 근대의 문화적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분석한다. 그리고 2022년, 영국은 한류의 정점을 찍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문화 기관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한국 문화에 관한 전시와 소개를 현재 런던에서 큰 행사로 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영국의 대형 서점인 포일스에서 10 월 한 달을 ‘한국 문화의 달’로 지정해 한국어 도서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소개를 하는 행사를 펼쳤다. 필자는 미술사를 공부하기 때문에 런던의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다양한 전시회를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세계 최대 공예 박물관인 영국의 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이 지금 런던에서 가장 화제를 많이 모으는 전시 중 하나인 ‘Hallyu! The Korean Wave(한류! 코리안 웨이브)’를 지난 9월29일부터 열고 있다는 정보 또한 알 수 있었다. 이 전시에서는 일차원적으로 ‘한류’라는 문화 현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6·25전쟁 이후로 돌무더기밖에 없던 시절부터 지금의 다른 풍경을 가진 한국의 근대 역사 발전 과정과 예술, 의복, 뷰티 산업, 심지어 한국의 웹툰 시장에 대한 내용까지 다뤘다. 실제로 이 전시는 첫날 입장권이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한류’라는 주제로 한국에 대한 전시를 하고, 한국 문화의 달을 만들어 행사하는 일을 처음 본 필자는 굉장히 깊은 인상을 받았고, 또 한 번 한류가 얼마나 글로벌한 현상인가 하는 점을 자신에게 상기시켜줄 수 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 유학을 결심했던 큰 용기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것들을 눈으로 보고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오히려 외국에서 자국의 문화가 얼마나 대단한가 깨달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자국 문화와 역사를 겸손하게 과소평가하기보다는 현재 한류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고 창의성을 키워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는 한국 문화의 파도를 계속해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한민주 영국 유학생·미술사 전공
Q. 중학교 3학년이 된 딸아이가 남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여자 아이다 보니 걱정되는 것도 많고 공부는 소홀하게 될까봐 걱정이 됩니다. 가만히 지켜봐도 되는 걸까요? A. 아직 어린 아이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라서 이성에 관심이 생겼나 하는 마음에 좋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염려되는 마음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보호자 분께서 알고 계시는 것처럼 청소년기에 이성에게 관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잘 지나게 되면 자기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인식하게 되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돼 긍정적인 성인의 모습으로 성장 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무조건 이성교제를 반대하시는 것 보다는, 자녀가 바른 이성교제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자녀와 이성교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그리고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에 대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눠보시기를 권유 드립니다. 그리고 올바른 이성교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가치관도 알려주세요. 나와 상대방의 매력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의 기술, 의사표현에 대한 자신감도 필요하다는 걸 함께 알려주시면 좋습니다. 그리고 자녀의 이성 친구에게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표현을 해 주세요. 평가하고 비판하는 태도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친구로 인지하고 있고 늘 관심이 있다는 표현을 보내주신다면 청소년들은 스스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않아야 할 행동에 대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때 관심이 너무 지나치면 자신의 행동을 부끄럽다고 여겨 정말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말을 꺼내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으로서 지켜야 할 것과 서로의 성장을 위한 태도를 지켜주는 것을 강조해 주신다면 자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재영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국내 유일의 열린 하구인 한강 하구는 원시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장항습지, 산남습지, 시암리습지 등 대규모 습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발달하고 저어새 산란지인 유도 등이 위치하고 있다. 생태적 가치가 높을뿐더러 관광자원으로서도 잘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게다가 남북 접경지역으로 남북 평화협력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시민사회와 지자체가 수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다양한 논의는 물론 현장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례로 인천시가 지난 2019년부터 매년 한강 하구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 왔다. 올해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며 전문가의 제안을 모아 보는 ‘인천 한강 하구 시민공감 토론회’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경우 최근 ‘인천시 한강 하구의 생태·환경 보전과 관리 방향 제안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지난 6월 이후 한강 하구지역 현장견학과 간담회에 이어서다.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는 2005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18년째를 맞는다. 매해 한강하구평화의 배띄우기조직위원회가 꾸려져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한강 하구를 실마리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고 중립수역을 평화의 바다로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목적과 방법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한강 하구가 갖는 의미와 가치에 집중한 경우들이다. 그런데 한강 하구 문제와 관련해 인천지역 외에 정작 해양수산부나 환경부, 국방부, 통일부 등 정부 부처와 관련 지자체들의 적극적 협력이나 연대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한강 하구가 인천시, 경기도(김포, 파주, 고양), 서울시 등 다양한 지자체가 연관돼 있어서다. 특히나 북한과 남북 공동이용수역을 공유하고 있어서다. 한강 하구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맞물려 관리 주체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강 하구가 ‘망각의 지대’라는 점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더하다. 지난 2020년 경기연구원의 ‘DMZ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강 하구에 대한 인지율이 39.8%에 불과해 국토 분단이 인식의 분단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현상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강해 인식의 분단이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통합적 관리방안 마련을 통해 수생태 환경·수질 확보, 그리고 지속가능한 보전과 활용체계 수립, 국민인식 증진이 날로 절실해지고 있다. 한강 하구의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우선 시급하다. 한강 하구의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려면 그 근거가 되는 법률적 토대와 기반이 규정돼야 한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한강 하구 문제를 공론화해 정치권과 행정의 움직임을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울러 생태환경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이 추진돼야 한다. 공공의 정책화와 예산 수립이 필요한 대목이다. 인천시의 정책 견인력과 정치력, 거기에 지역 시민사회의 공조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삼인성호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유래를 찾아 옮겨보면, 전국시대 위나라의 방총이라는 인물이 태자와 함께 조나라에 인질로 끌려가게 되었는데. 가기 전날 밤 방총이 왕을 찾아가 “지금 어떤 사람이 번화가 한복판에 호랑이가 나왔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왕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방총은 두 사람이 호랑이 얘기를 하면 믿겠느냐고 다시 물었지만 왕은 여전히 믿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왕은 세 명이 말하면 믿겠느냐는 질문을 받자 믿겠다고 대답했다. 방총은 번화가에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지만 세 명이 하면 이처럼 그럴듯해 보인다고 왕에게 일렀다. 그리고 자신이 조나라에 가면 세 명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험담하게 될 것이지만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왕의 대답은 “알겠다”였다. 그러나 방총이 조나라로 간 다음 날부터 왕에게 방총을 험담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훗날 태자는 인질에서 풀려나 위나라로 돌아왔지만 방총은 결국 왕의 의심을 받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이야기는 비단 고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대이론에도 있는 모양이다. 이른바 ‘3의 법칙’으로 유명한 스탠퍼드대의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세 명이 모이면 그때부터 집단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그것이 사회적 규범 또는 법칙이 되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왜 세 명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최소 세 명이 모이면 하나의 움직임이 되며, 3의 법칙은 상황을 바꾸는 구체적인 힘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실험을 EBS에서 했는데 대략의 내용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한 사람이 무언가 있는 것처럼 손짓과 함께 하늘을 바라보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는 같은 행동을 두 사람이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세 번째 사람이 두 사람과 나란히 서서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바라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신기한 듯 바라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발길을 멈추고 그들과 함께 똑같은 곳을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고사 혹은 실험에서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정의 한복판 국정감사장과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고 확대되는 이야기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10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미리 개인 일정을 수첩이든 휴대전화든 확인해주시고 질의 받으면 좋겠다”며 “7월19일 밤 술자리에 간 기억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진 질문에서 김 의원이 주장한 대략의 요지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청담동 술집에서 김앤장 변호사 30명 안팎과 함께 있었으며, 이튿날 새벽녘까지 윤 대통령은 동백아가씨를, 한 장관은 윤도현의 노래를 부르며 국정과 상관없는 얘기를 나누며 가무를 즐겼다는 내용이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매우 모욕적이라며 “저는 그 비슷한 자리에도 간 적 없다”며 “저번에 이재정 의원 악수 사건 관련 사안도 (거짓말로) 들통났지만 사과 안 했다. 저번에 뭐 걸자고 하셨는데, 이번에 걸면 어떠냐”며 “제가 저 근방 1km 안에 있었으면 다 걸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김의겸이 주장한 내용은 유튜브 매체 더탐사와의 ‘협업’을 통해 발굴한 것으로, 더탐사는 관련한 내용을 연일 유튜브를 통해 내보내며 많은 이로부터 슈퍼챗 등 후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에 호응해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술자리와 관련해 “갈수록 증거가 추가로 나오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될 만큼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애초 증거로 내놓았던 녹취록 속 당사자들은 후속 확인을 위한 접촉을 끊거나 진술을 뒤집기조차 했다. 애초 녹취록 속 대화가 사적 대화로 ‘개인적’인 곤궁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 혹은 허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적 영역으로 나올 수 없는 대화의 성격이다. 특히 더탐사라는 유튜브 매체는 해당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특정하지 못한 채, 강남 일대를 돌아다니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곳을 아느냐”고 묻는다. 본인들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을 강남 일대 주민들에게 주입해 한 달 후쯤에는 크나큰 호랑이 한 마리를 만드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강남 일대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술자리를 밤늦게까지 빈번하게 갖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이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에서 유인원 혹은 네안데르탈인에 반해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고 믿으며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나 인식 가능한 ‘가상의 실재’의 예로 하라리는 민족, 종교, 주식회사 등을 든다. 인간의 숙명일까. 우리 인간은, 보다 구체적으로 2022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은 ‘가상의 실재’를 이용한 거짓말쟁이들과 하루하루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한다. 그들은 오늘도 또 다른 소재를 이용해 작업 중이다.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