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경위서 우선 받는다

'스폰서 검사'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진상조사단(조사단)이 건설업자 정모(52)씨의 '접대 리스트'에 오른 전현직 검사들을 부르기에 앞서 우선 경위서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스폰서 검사' 명단에 오른 현직 검사들에 대해 조사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조사단은 정씨로부터 향응 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검사 57명에 대해 먼저 서면 경위서를 받을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조사는 정씨의 접대 리스트에 거론된 57명의 검사 가운데 28명의 현직 검사가 우선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면 경위서를 먼저 받는 이유는 그 동안 정씨를 불러 조사한 내용과 검사들이 제출할 경위서를 비교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현직 검사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대질 조사에 앞서 이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사단의 보고를 받고 있는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하창우 변호사는 "구체적인 언급은 할 수 없지만 조사 방법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또 정씨가 전 현직 검사들에게 접대한 술집과 음식점에 대한 매출 전표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전 현직 검사들에게 향응을 접대하면서 비용을 신용카드로 계산했을 것으로 보고 최근 매출 전표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사단은 이와 함께 정씨가 검사들을 접대했다고 주장하는 부산 등 경남 지역의 유흥업소를 찾아 CCTV 등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조사단은 아울러 정씨의 접대 장부에 기록된 수표번호와 계좌 등 금융거래내역에 대한 조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조사단은 지난주 정씨에 대한 두 차례 대질 조사를 마친 만큼 이번 주엔 따로 부르지 않을 방침이다. 한편, 조사단을 지휘하고 있는 진상규명위는 오는 6일 2차 회의를 열고 추가 조사 방향과 범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천안함 유가족들 "밥도, 잠도 사치…"

"먹지도, 자지도 못해요. 이러다가 영결식도 치르기 전에 어머님이 먼저 쓰러지실까 걱정이예요." 46인의 천안함 희생장병들에 대한 장례일정이 나흘째에 접어들면서 유가족들이 느끼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특히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에는 6인의 산화장병들의 '유품화장'을 비롯해 '천안함 46용사'의 화장까지 모두 마무리되면서 가족들이 느끼는 허망함과 가족을 잃은 슬픔은 더욱 더 배가되고 있다. 현재 유가족들은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내 대표 분향소에 모여 침통함 속에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들고 있는 조문객을 맞고 있다. 분향소가 차려진 25일 오후 2시부터 28일 오후 2시까지 대표 분향소를 다녀간 조문객이 2만959명으로, 유가족들은 24시간 분향소에서 하루 평균 5,200여명의 조문객을 맞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장례식 이전부터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쳤던 유가족들이 하루종일 많은 조문객들을 맞고, 울다 지쳐 쓰러지거나 탈진하는 등의 일이 반복되면서 건강도 악화되고 있다. 실제 2함대 내 가족 숙소 근처에 6~8명의 의료진이 의료지원을 하고 있는 경기이동진료센터에는 매일같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20~30명의 유가족들이 찾아 과로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이동진료팀 신은희 팀장은 "많은 가족들이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등으로 두통을 호소하고 있고, 심한 일교차로 인한 몸살감기를 앓고 있다"며 "특히 며칠 전부터는 계속 끼니를 거르다 갑자기 식사를 한 가족들이 설사와 복통을 호소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센터에서 진료를 받은 가족들은 무려 570여명에 달한다. 신선준 상사의 삼촌은 "사고가 발생한 시각부터 시신을 찾는 기간까지 마음 편히 밥 한번 먹어본 적이 없다"며 "무엇보다 어머니가 제일 걱정이다. 지금은 악으로 버티고 있지만 장례가 끝나면 쓰러지실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박보람 중사의 할머니도 "다른 가족들보다 애(박보람 중사) 엄마가 걱정"이라며 "옆에서 볼 때 어떤 정신으로 살아있는지 모를 정도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많은 가족들이 건강에 이상증상을 호소하면서 분향소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분향소 안을 가득 채웠던 가족들의 오열과 통곡소리는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분향소를 가득 메웠던 가족들도 이제는 숙소 등에서 안정을 취하느라 적지 않게 자리를 비워 1/3 정도가 빈 의자로 남겨져있다. 나현민 상병의 가족들을 대신해 분향소를 지킨 나 상병 어머니 친구는 "상황이 말이 아니다. 밥은커녕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더라"며 "사고부터 장례 이전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어 가족들이 느낀 고통도 더 컸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남겨진 가족들이 빨리 기운을 차리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평택 원정초교서 추모퍼포먼스

"푸른 바다보다 맑은 영혼이여, 그대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천안함 희생장병들의 영결식을 꼭 하루 앞둔 28일 46인의 영현이 모셔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인근에 위치한 원정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바로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와 이 학교 초등학생들이 직접 참여해 희생장병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 서예퍼포먼스가 마련된 것. 한국서예퍼포먼스협회 상임고문인 쌍산 김동욱 선생이 준비한 퍼포먼스는 '근조'리본을 단 원정초등학교 5~6학년생 170명이 태극기를 들고 지켜보는 가운데 천안함 희생장병들을 향한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글귀 60자를 적어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정초등학교는 전교생 617명 중 76%인 470명이 해군 2함대 사령부 소속 장병들의 자녀들이어서 '해군2함대 부속초등학교'라고도 불리는 학교다. 태극기옷을 입은 김씨는 이날 폭 120cm, 폭 60m의 대형광목천에 160cm의 붓으로 '천안함의 영웅들을 우리 조국의 가슴에 묻고 푸른 바다보다 맑은 영혼이여 아~ 대한의 아들 우리 전 국민은 그대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귀를 적어 넣었다. 김씨는 "하늘도 통곡할 안타까운 사고로 희생된 46명의 천안함 용사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그들의 영면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같은 행사를 하게 됐다"며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퍼포먼스가 끝난 뒤 원정초등학교 5~6학년 170명 학생들은 교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2함대 내 대표분향소를 찾아 단체 조문을 했다. 원정초등학교는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로 남기훈 원사의 두 자녀를 비롯해 모두 6명의 아이들이 아버지를 잃었다.

"돌아오지도 못한 내 새끼…" 산화장병 빗줄기 속 화장

"돌아오지도 못한 내 새끼 어서 데려와..." 끝내 귀환하지 못한 천안함 산화 장병 6명에 대한 화장이 27일 오전,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 경기도 수원연화장에서 엄수됐다. 26일 유품으로 입관절차를 마친 이들은 이날 오전 9시45분쯤 앞서 시신으로 발견된 신선준 상사, 손수민 중사, 심영빈 중사, 박성균 중사, 이상희 하사 등 5명과 함께 수원연화장에 도착했다. 산화자는 이창기 준위를 비롯해 최한권 원사, 박경수 상사, 장진선 중사, 강태민 상병, 정태준 일병 등 모두 6명이다. 화장은 시신으로 발견된 5명의 장병들이 4,5,6,7,8번 화장로에서 먼저 화장되고 산화자들은 1,2,3번 화장로에서 3명씩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수원연화장 관계자는 "시신으로 발견된 분들은 화장에 1시간20여 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산화 장병들의 유품은 30~40분 정도면 화장이 완료돼 화장이 끝나는 시점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귀환된 장진선 중사의 어머니는 유품이 담긴 아들의 관을 붙잡고 "돌아오지도 못한 내 새끼 어서 데려오라"면서 "불쌍해서 어떡해. 엄마도 데리고 가"라고 오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정태준 일병의 어머니도 관을 끌어안고 오열하다 탈진, 평택 해군2함대 의무대원들에게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날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된 산화 장병들을 포함한 천안함 용사 11명과 성남영생사업소에서 화장될 2명 등 13명의 장병들은 봉안함에 담겨져 오는 29일 영결식때까지 평택 해군2함대에 마련된 임시 안치되며, 이로써 '천안함 46용사'의 화장절차는 모두 마무리된다.

천안함 46용사 오늘 영결식

천안함 46인 용사의 영결식이 29일 오전 10시 평택 포승읍 소재 해군2함대사령부 내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엄수된다.이날 영결식은 정부 주요인사들과 주한 외국대사, 외국 조문단, 군 장성, 유가족, 시민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식사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경례 및 묵념, 경위보고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또 영결식에서는 46용사에게 화랑무공 훈장이 추서되고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조사와 천안함 갑판부사관 김현래 중사의 추도사가 낭독되고 종교의식과 헌화, 분향에 이어 5초 간격으로 3발씩의 조총이 발사되며 군함은 기적을 울린다.영결식이 끝나면 대전 국립현충원을 향해 운구가 시작되고 해군 군악대합창단 20명이 천안함 용사들이 평소 즐겨 부르던 바다로 가자와 천안함가를 부른다.이와함께 해군 의장대 80명이 도열한 가운데 호위병 2명의 선두로 대형 태극기와 해군기를 앞세운 운구행렬은 46용사의 영정과 위패, 훈장, 운구함 등의 순으로 이동하게 된다.운구 행렬의 맨 앞 열에는 계급별로 고(故) 이창기 준위, 임재엽 중사, 김선명 병장의 영정이 앞장서게 되며 46명의 영정은 생존 장병들이 직접 들고 전우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게된다.영정이 군항 부두를 지날 때는 정박한 함정에서 5초간 기적을 울리고 해군 정모를 상징하는 흰색과 정복을 상징하는 검은색 풍선 3천여 개를 하늘로 날려 보낸다.모든 함정의 승조원들은 정복 차림으로 함정의 뱃전에 도열, 최고의 예우를 표하는 대함경례를 올리고 해군아파트를 지날 때에는 도로변에 도열해 있던 해군 장병 가족과 주민들이 고인들에게 국화꽃을 헌화할 예정이다.현충원 개장이후 최대 규모로 치루어지는 안장식은 오후 3시 국립대전현충원 현충문 앞에서 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거행된다. /평택=최해영기자 hychoi@ekgib.com

회삿돈 '249억 횡령' 혐의 보람상조 회장 구속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으면서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고 있었던 보람상조그룹 최모 회장이 지난 주말 귀국한데 이어, 26일 구속돼 보람상조 횡령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지법 김주호 영장담당판사는 이날 저녁 회삿돈 2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보람상조그룹 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판사는 "횡령범죄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앞서 지난 23일 귀국한 최 회장을 소환해 횡령 혐의에 대한 집중조사를 벌였으며, 다음날인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2008년 1월 보람장의개발 동래 사무실에서 현금으로 보관하고 있던 상조회비 2억 8천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받는 등, 지난해 12월까지 2년 동안 회사 계열사 9곳으로부터 2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람상조 회원들은 상조회비를 완납하기 전에 장례나 결혼식등의 행사를 치르게 되면 남은 미납금을 행사 때 일시불로 내도록 돼 있는데, 최 회장은 회사가 현금으로 받아놓은 미납금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뒤, 분식회계를 통해 정상처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빼돌린 자금은 최회장의 부동산 구입과 자녀유학비용, 생활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 회장은 검찰이 자신의 횡령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 지난 1월 자신과 법인의 계좌에서 160억 원을 인출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회사 측이 최 회장의 개인재산에 대해 압류신청을 하자 급히 귀국했다. 한편, 보람상조 문영남 대표이사는 "최 회장이 '할부거래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회사의 유보금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직원들의 상여금을 삭감했는데, 직원 상여금 삭감분 수 십억 원마저도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최 회장이 미국으로 건너갈 당시 빼낸 160억원의 자금 출처도 조사하고 있어, 추가 수사가 진행될 수록 최 회장의 횡령 액수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지검은 앞서 최 회장의 횡령혐의에 가담한 혐의로 보람상조 부회장이자 최 회장의 형인 최모(62)씨를 구속기소하고, 보람상조 자금담당 간부 이모씨를 불구속 기소했으며, 최 회장의 부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보람상조는 현재 장례나 예식 서비스는 아직까지는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으나, 최 회장에 대한 수사소식이 전해지면서 신규회원 가입이 끊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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