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찬 기자

kyungchan63@kyeonggi.com

[영상] 3개월간 6억여원 가로 챈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을 사칭해 3개월간 6억여원을 가로챈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평택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40대 중국인 A씨를 비롯해 6명을 구속하고 한국인 수금책 2명과 중국인 송금책 1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모두 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수사기관을 사칭해 “대포통장이 발행됐으므로 범죄수익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거나 거래 중인 금융기관을 사칭해 “약관위반이니 기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고 속여 16차례에 걸쳐 피해자 11명으로부터 현금 총 3억4천9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 조직은 중국 내 총책이 국내 무등록 환전상 운영자를 국내 총책으로 삼아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1차 수거책이 피해자에게 현금을 수거한 뒤 2차 수거책과 3차 수거책을 거쳐 최종적으로 자금관리책인 환전상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비교적 검거될 확률이 높은 1차 수거책은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한국인을 비대면으로 채용해 이용했고, 2·3차 수거책은 중국 내 총책이 고용한 중국인을 이용했다. 이들 조직은 수거책이 서로 알아보지 못하도록 텔레그램을 통해 지시를 내리고, 수거책이 검거될 경우 즉시 대화내용을 삭제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자금관리책이 국내에 사무실을 운영하는 정황을 포착하고 환전소를 급습, 현장에 보관 중이던 2억7천만원을 회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을 모집하고 범행을 지시한 중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총책을 특정하고 인터폴에 수배를 내렸다”며 “추가 범행과 추가 가담자, 중국 송금내역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 제공ㅣ경기남부경찰청

3대째 깨볶으며 함께… 고소함 솔솔, 성남 화성기름집 [긴 세월 굳건하게, 경기노포를 찾아서]

동서고금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구전부터, 퇴적·풍화를 거쳐 기록된 문헌까지 다양한 역사가 사시사철 숨을 쉰다. 지금 경기도엔 어떤 이야기가 남고, 또 사라졌을까. 경기일보 이연우 기자와 민경찬 PD가 시나브로 잊히는 우리네 이야기를 찾아 글과 영상으로 전한다. G스토리팀의 2024년도 첫 테마는 ‘노포(老鋪)’다. ‘고소하다’는 말에는 맛과 향이 함께 담겨있다. 1895년 편찬된 조선어-한문사전 <국한회어(國韓會語)>에도 고소하다는 말의 정의가 ‘참기름 냄새’라고 적혀 있을 정도다. 전국에서 가장 ‘고소한 골목’을 꼽자면 성남시 중원구 모란시장이 빠질 수 없다. 이 안에는 ‘대한민국 제1호 백년기름 특화거리’로 지정(2022년)된 100여m 남짓의 자타공인 기름 집합소가 있다. 과거 모란시장은 1960년대 초반 모란개척단이 창단한 뒤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상설시장화 됐다. 현재는 전국 최고 규모의 전통시장을 자부하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표적인 판매 품목 중 하나가 ‘기름’으로, 시장 초입부터 고소함이 진동해 절로 입맛을 다시게 된다. 이곳 특화거리에는 약 40개의 참기름·들기름 집이 즐비해 있다. 성남 지역에 소재하는 기름집(80여개)의 절반이 여기에 몰린 수준이다. 전국적으로 봐도 기름집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동네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기름 명소’이기 때문에 모란장(모란민속5일장)이 열리는 4일, 9일날이면 전국 곳곳에서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린다. 장날이 아니어도 시장을 찾아오는 손님과, 온라인으로 기름을 주문하는 손님이 꾸준하다. 단순히 기름 가게가 많아서 특화거리로 지정된 건 아니다. 이곳의 가치는 ‘노포가 장기간 버틸 수 있는 지역만의 특별한 힘’에 있다. 이 골목의 참기름·들기름집 10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백년가게(30년 이상) 간판을, 5개는 백년소공인가게(15년 이상) 간판을 달고 있다. 기름 말고도 메밀가루, 도토리가루, 볶음콩가루, 들깨가루, 깨소금, 감자전분 등을 두루두루 수십 년째 판다. 어떤 가게는 지역에서 나온 재료만을 공수해오고, 어떤 가게는 지역의 거래처를 우선시한다. 노포가 노포를 먹여 살리는 길, 특화거리가 조성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특히 그 안에서도 눈에 띄는 한 가게가 있다. 같은 자리에서 40년 넘는 세월을 보내며 대대손손 3대째 깨를 볶는 ‘화성기름집’(1984년 창업)이다. G스토리팀은 '역사생활권'의 경기도 대표 노포로 꼽힌 성남시의 화성기름집을 찾았다. [G-Story] 노포편 ②3대째 깨볶는 고소함 솔솔 : 화성기름집 매일 아침 7시 무렵이면 가게 문이 활짝 열린다. 공동 대표들이면서 유일한 직원들이기도 한 장찬규(58)·최연화(57)·장원준(32) 씨는 별다른 말을 섞지 않아도 척척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기름 장인’들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참깨·들깨를 여러 번 씻어 불순물을 없애고, 솥에서 볶아내는 작업이다. 저속으로 할 때와 고속으로 할 때, 어느 온도와 얼마나 로스팅하느냐에 따라 그 맛과 향이 전부 다르다. 뽀얘진 커피가루 같은 깨들이 쏟아지면 그 이후엔 고압 기계에 돌려 착유(搾油)하는 과정이 뒤따른다. 끈적하게 느릿느릿 새나오는 기름은 막바지에 이르러 콸콸 쏟아지고 마침내 40분 정도가 지나면 ‘기름 한 말’이 완성된다. 350㎖ 청록색 기름병에 참기름을 담던 장찬규 대표는 차곡차곡 매대를 정리하며 말했다. “저는 충북 제천이 고향입니다. 충주댐이 생기기 전 고향이 물에 잠기기 시작하면서 저희 아버지가 ‘경기도로 올라가자’시며 먼저 와 고추방앗간을 운영하셨어요. 몇 년 뒤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를 따라와서 보니 ‘기름집을 해도 잘 되겠다’ 싶더라고요. 당시엔 기름집이 몇 개 없었거든요. 그렇게 방앗간에서 기름집으로 바꿔 2대째 운영을 한 게 벌써 40년이 된 겁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요. 아내와 함께 노력하며 열심히 일궜습니다.” 장 대표는 눈짓으로 '아내' 최연화 대표를 가리켰다. 최 대표는 단골손님 3명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엔 단골손님들이 하나도 없어서 고생했어요. 하루아침에 단골이 생기진 않잖아요. 10년, 20년, 30년, 40년 세월을 한 곳에서 온 정성 쏟다 보니 점점 감사하게도 늘어나더라구요. 코로나19 전에는 바구니에 깨를 씻는 동시에 1번 줄, 2번 줄 대기를 세워야 할 만큼 단골들이 많았는데 이후로 문화가 많이 바뀌어서 전체 손님의 80~90%를 택배 배송으로들 찾아주세요. 명절용, 가정용, 선물용이 있는 식이라고 해야 할까요. IMF도, 코로나19도 겪으며 막막한 순간이 많았지만 결국 저희 기름 맛을 잊지 못해 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마음 뿐이에요.” 그 사이에도 남녀노소를 불문한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건 화성기름집의 앞집 충주기름집, 천안기름집, 파주기름집과 옆집 금성기름집, 제천기름집, 형제기름집 등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모란종합시장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장찬규 대표는 “저희뿐만 아니라 모란시장 모두가 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깨, 들깨 같은 저희의 국산 재료는 옛날에 시골 농사짓는 데에서 직접 공수해오곤 했는데 농사짓는 데가 점점 줄어들면서 이젠 농협에 수매해서 받아와요. 다른 가게들도 다 비슷할 거에요. 여기 특화거리에 ‘백년가게’도, ‘명품점포’도, ‘경기노포’도 있잖아요. 지자체와 상인들이 그동안 공들여서 해왔다는 증거 같은 거니까 서로 이 성실함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차세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부모’의 생각이자 바람이다. 화성기름집에선 장·최 대표의 아들이자 3대째 가게를 물려받게 될 장원준 대표의 몫이나 다름없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무직 회사를 재직하면서 ‘가게 일은 할 생각이 없다’며 살아왔어요. 부모님이 권유해도 거절했고요. 그러다 문득 ‘어릴 때부터 부모님 도우며 손에 익었던 일이니까 가업을 이어볼까’ 하는 고민이 들었죠.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려던 무렵이라 그때부터 자연스레 가게 오게 된 것 같아요. 정직하게 40년 동안 좋은 제품으로 최고의 맛을 낸다는 자부심을 이어가야죠.” 끝으로 세 대표, 세 가족은 나란히 가게 안 평상에 앉았다. 부부 대표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 “간혹 일본의 노포 사례들을 보면 100년, 200년씩 점포를 이어나가잖아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저희도 전통적으로 4대, 5대까지 가게 명맥을 이어가는 게 꿈이에요. 여러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저희만의 노하우를 한층 키워나가고 ‘아 성남 모란시장에는 화성기름집이 있지, 거기 믿을만 해’ 하는 가게로 거듭나면 좋겠어요. 모란시장의 기름집들이 앞으로도 좋은 유산으로 남을 수 있게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G-Story팀

[영상] '전세계 누비는 나그네' 박태수 작가, 여행에 문학을 담다 [저자와의 만남]

여행의 즐거움을 말하는 이들은 많다. 박태수 수필가에게 여행은 ‘세상을 읽는 아날로그 창’이다. 올해 일흔 넷의 나이에 중남미 나라를 5년째 여행 중인 그는 세계 곳곳에서 유쾌한 체험을 하고 시대와 사람들의 삶을 온몸으로 읽어내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경기일보에 쿠바에 이어 ‘멕시코 여행에세이’를 연재 중인 그는 지난달 여행 에세이 ‘旅路 나그네길(문비 刊)’을 출간했다. 책엔 지구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서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까지 그가 골목 구석구석을 걷고 사색하며 느낀 여행기를 옮겼다. 지난달 경기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 작가는 아내와 페루 여행을 떠나기 위해 미국으로의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부인은 오당 박옥남 서예가로 ‘旅路 나그네길’의 표제를 썼다. “아내가 마추픽추를 가보지 않아서 이번에 함께 가려고 해요. 아내와 마추픽추를 걸으면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세상을 만날지 기대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기인천지역본부장을 지내고 퇴임 후 대학 강단에 섰던 그는 2015년 여름 고신대 강의를 끝으로 여행을 떠났다. 은퇴 후 불현듯 찾아든 공허함과 탁한 공기,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를 찾기 위해서였다. 목적지는 어릴 때 꿈꾸던 지구의 지붕 파미르 고원. 우즈베키스탄에서 육로로 타지키스탄에 입국해 수도 두샨베에서 준비하고 파미르 하이웨이와 아크 바이탈 패스를 넘어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 오쉬로 가는 9박10일 여정. 그는 고산의 부룬쿨 마을 깊은 밤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빛나는 성체 북두칠성을 하늘 아래서 가장 가깝게 바라봤고 황량한 무르갑에선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소박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다음 날엔 적막한 카라쿨 호수에서 시 한 수도 지었다. 이후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만 중앙아시아 5개국, 캅카스 3개국, 이란과 튀르키예, 네팔과 부탄, 멕시코와 쿠바,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10여개국. 현재까지 그가 여행을 다닌 나라만 해도 70여곳이다. “어릴 적부터 꿈이 세계일주였다”는 그는 환갑 때엔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경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면서 여행을 글로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6년간 공부를 하며 쓰고 또 썼다. 그가 펴낸 수필집 느림의 모놀로그(2020년), 새벽의 고요(2022년)에는 삶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문학적 사색과 깊이가 묻어나는 글들이 옮겨졌다. 그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세계 곳곳에 깃들어있는 미술과 철학, 역사 유적, 마을에 남겨진 이야기와 사람을 만나는 소통이었다. 때론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면 삭막한 길이지만,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으면 아름다웠다. 파미르 고원이 그랬다. “참 힘들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진실과 사랑, 아름다움의 철학을 대자연이 알려줬지요.” 신간엔 이런 파미르 고원에서부터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트리니다드, 잉헤니오스 계곡, 체 게바라의 도시 산타클라라 등 자연과 도시, 골목 곳곳, 현지인들의 삶과 일상, 문화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저자만의 문학적 감성이 응축된 수필의 미학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영화를 보듯 생생한 여행의 현장감과 낭만주의 문학작품을 읽듯 유려하고 리듬감이 살아있다. 그가 꿈꾸는 다음 여행지는 아이슬란드다. 9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지만 기회가 닿으면 가볼 참이다. “인생은 세상살이를 이것저것 체험하는 여정이 아닐까요.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고 가야죠. 지금의 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글 쓰는 일과 여행하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을 뿐입니다.”

[영상] 경비원 '혈액암' 진단 소식에…단숨에 1000만 원 모아 전한 주민들

최근 수원 영통의 한 아파트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은 보안대원(경비원)을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됐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5일 해당 아파트 운영위원회 총무 A씨에 따르면 "지난 2월 초 아파트 경비원 B씨가 퇴근하다 쓰러져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했는데 2월 23일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소식을 들은 A씨는 곧바로 아파트에 안내문을 붙여 B씨를 위한 모금 운동을 시작했다. 98세대의 아파트 주민들은 2월 23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모금 운동에서 무려 10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모아 B씨에게 전달했다. 아파트 운영위원회는 추가 안내문을 통해 "많은 분들이 생활문화지원실과 휴일, 야간 등에 B씨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격려의 마음을 모아주셨다"며 "다시 한번 입주민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B씨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후 B씨는 손 편지로 입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B씨는 "2016년 2월 25일 첫 근무를 시작으로 8년 동안 많은 분의 사랑을 받은 저로서는 뜻하지 않게 퇴직하게 된 현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치료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됐다. 많은 분들이 격려와 성원을 해주신 것처럼 치료 잘 받고 완쾌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안부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입주민 모든 분과 각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저 또한 기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옛 감성 그대로…추억을 상영하는 동두천 동광극장 [긴 세월 굳건하게, 경기노포를 찾아서]

동서고금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구전부터, 퇴적·풍화를 거쳐 기록된 문헌까지 다양한 역사가 사시사철 숨을 쉰다. 지금 경기도엔 어떤 이야기가 남고, 또 사라졌을까. 경기일보 이연우 기자와 민경찬 PD가 시나브로 잊히는 우리네 이야기를 찾아 글과 영상으로 전한다. G스토리팀의 2024년도 첫 테마는 ‘노포(老鋪)’다. 오래된 가게에는 하루, 한달, 일년마다 손님들이 남긴 정서가 깃들어있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도는 ‘우리 동네 오래된 가게(노포) 공모전’을 통해 경기노포 25곳을 선정했다. 오는 3월에는 신청을 받아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기 대표 노포를 추가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경기노포를 생활 관광의 대표 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테마를 ▲평화생태권 ▲역사생활권 ▲도시여유권 ▲자연치유권 등으로 나눴다. ‘평화생태권’에는 고양시 내 한 지역의 옛 지명인 ‘백양골’의 이름을 딴 참기름·들기름 판매업체 백양상회(1980년 창업)가, ‘역사생활권’에는 이천시의 전통 한식점 장흥회관(1982년 창업)이, ‘도시여유권’에는 과천시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정금주한복연구실(1994년 창업)이 선정된 식이다. 경기노포 25곳을 분석해 본 결과, 노포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곳은 경기남부권에 위치한 안일옥(안성·1920년)으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교적 ‘최신’ 매장은 여주의 남한강송어횟집(1999년)으로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여러 경기노포 중 G스토리팀은 ‘자연치유권’의 대표 노포로 꼽힌 동두천시의 동광극장(1959년)을 찾았다. 영화의 인기가 떨어지는 와중 수많은 멀티플렉스와 경쟁하면서 경기도의 유일한 단관극장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반세기가 넘는 역사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이야기가 가득한 동광극장으로 출발했다. [G-Story] 노포편 ①오늘도 상영 중: 동광극장 샛노란 간판 아래,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가운 손님이 왔다며 ‘딸랑’ 종소리가 울린다. 입구 왼편에는 팝콘과 땅콩 과자가 쌓인 ‘매점’이, 오른편에는 성인 9천원·청소년 7천원이라 적힌 ‘매표소’가 보인다. 소박한 양 옆 풍경과 달리 정면은 별천지다. 수많은 로봇·자동차 프라모델과 피규어,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사는 어항, 필름이 착착 감기는 아날로그 영사기, 오래된 자주색 다방 의자 등 예스러운 레트로 감성이 오밀조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동두천시 생연동에 위치한 시네마천국 ‘동광극장’. 지난해 경기도의 대표 노포로 선정된 곳 중 하나다. 1959년 개관해 현재까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전국 유일의 단관극장이면서, 자동차극장을 제외하면 경기도에 현존하는 유일한 단관극장이다. 영화 선정부터 티켓 발매, 매장 관리, 영화 상영, 매장 청소까지 전부 도맡아 관리하는 직원은 단 한 명, 고재서 대표(67) 뿐이다. “선친이 운영하던 동광극장을 제가 맡게 되면서 현재 약 39년째 동두천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있어요. 단관극장이지만 독립영화는 틀지 않고 일반 상영관과 똑같이 상업영화를 추구해요. 보통 설날이나 추석에 손님이 바짝 몰리는 편인데 최근에는 <서울의 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호탕한 웃음을 지은 고 대표는 관객 없는 극장 안을 가리키며 “편하게 둘러보시라” 했다. 그의 안내를 따라 로비 맨 끝을 향하면 동그란 벽시계 아래로 둔탁한 철문이 보인다.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서자 딱딱한 계단과 함께 비로소 커다란 상영관이 눈에 들어온다. 푹신푹신한 2인용 소파, 관객의 보행을 돕는 파란 LED 조명선, 화려한 앰프 등도 시선을 끄는 요소다. 잠시 후 익숙함이 느껴진다.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재한(조진웅)이 오열하던 영화관, <응답하라 1988>에서 김정환(류준열)과 류동룡(이동휘)이 영화를 보던 곳, 바로 여기 동광극장이었다. “전체 좌석은 283석이지만 멀티플렉스 시장에 발 맞춰 최근 리클라이너 의자(소파)를 두면서 실질적으로는 240석이 됐어요. 좌석이 꽉 차는 날이 없어 관객들은 선착순으로 앉으면 되는 식입니다. 일반 영화관과 비교했을 때 생소한 분위기일지는 모르지만… 보시니 어떤가요?” 고 대표는 감상평을 물었다. 동광극장을 처음으로 마주한 ‘젊은 관객’의 입장이 궁금한 모양새였다. “저는 ‘영화관’보단 ‘극장’을 지향해서 예전 문화회관 시절처럼 각종 부대행사도 열고 싶은데 지역 사정상 마땅치가 않아요. 동두천이 타 시·도보다 재정자립도도 약하고 젊은이도 직장을 찾아 다른 도시로 나가잖아요. 영화는 젊은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인데 저희 극장이 부합하진 않죠. 더욱이 근처에 대형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운영하기 힘든 형편입니다. ‘동광극장’ 이름값은 있는데 사진 찍고 구경하러는 와도,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은 얼마 없어요. 근처에 ‘양키시장’이나 ‘문화거리’(캠프보산 동두천문화특구) 방문하시면서 같이 오시는 편이죠.” 그럼에도 이 오래된 극장을 붙잡고 있는 이유는 오로지 영화에 대한 애착이다. 고재서 대표는 ‘와칸다극장’이라 불리기도 했던 과거의 동광극장을 회상했다. 벽에 걸린 옛 사진에서 찾아낸 흔적으로는 이곳에서 상영한 첫 영화가 최훈 감독의 <내 가슴에 그 노래를>(1960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 박상호 감독의 <우리 엄마 최고>(1964년), 박종호 감독의 <학사며느리>(1967년)를 간판에 내건 시절도 있다. “지금은 도로 위치에 따라 극장 입구가 바뀌었는데 예전 입구는 아주 크고 넓었어요. 그 길목에 사람이 꽉 찼었다고요. 옛날엔 볼거리가 영화 밖에 없었잖아요. 저는 평생을 영화와 함께한 셈이라 애정을 많이 갖고 있지요. 우리 극장에 대한 애착도 크다 보니까 ‘힘들어도 잘 운영해보자’ 했어요. 이렇게 저렇게 꾸미는 걸 좋아해서 극장에 손을 안 댄 부분이 없어요. 이렇게 사진을 볼 때면 ‘예전 기록 좀 많이 남겨놓을걸’ 후회가 돼요. 이제부터라도 차곡차곡 모아가야죠.” 그의 희망처럼, 앞으로 동광극장의 미래는 관객들의 발길에 달려 있다. 경기도는 지정된 ‘경기노포’에 ▲유튜브 제작자(크리에이터) 등 영향력자(인플루언서) 활용 콘텐츠 제작 ▲관광콘텐츠 활용 등 사업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제공 ▲경기노포 현판 제작 및 설치 ▲이야기 책(스토리북) 제작 ▲지역 관광자원 연계 코스 개발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계획들이 얼마나 많은 수의 관객을 극장 안으로 데려올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조만간 2층을 리모델링 해 로비를 산만하지 않게 정돈하려고 해요. 저희 극장은 평일이건 주말이건 문 닫지 않거든요. 지역 군 부대, 학교, 지자체 단체 관람이나 명절 가족 행사 등이 우리 극장에서 이뤄진다면 동두천만의 특색 있는 지역 문화 생활이 어우러질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동광극장은 오늘도 ‘상영 중’입니다!” G-Story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