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황제 이외수의 외침 “버티면 뚫린다”

[다시 길을 묻다]팔로워 130만명 ‘고민해결사’ 작가 이외수
“길 잃은 아픈 청춘들이여 ‘존버정신’으로 이기세요”

‘화천의 남자’ 이외수가 수원에 떴다. 130만명이 넘는 팔로워와 소통하는 대한민국 파워트위터리안 소설가인 이외수가 나타났다 하면 질풍노도의 젊은이들이 ‘인산인해’, ‘버글버글’, ‘북적북적’ 거린다. 젊은이들은 열광한다. 그와 맞팔을 하고, 그의 책을 사서 읽고, 그의 강연을 듣고 싶어한다. 7월 19일 수원 이비스 앰배서더에서 열린 ‘힐링로드(Healing Road)’ 강연 콘서트 역시 취업, 연애, 집 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는 수원의 청춘들이 모여 들었다. 이외수의 고민해결방식은 파격을 일삼는 기인(奇人)이 아니었다. 날카롭게 고민을 진단·분석하고 구체적인 극복방법이나 본인의 경험담을 들어 친절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 헤어스타일과 수염은 여전하세요. 수염은 언제 자르실 건가요.

혜민스님이 머리 기르면 생각해 보죠.(하하)

- 오늘보니 20대 젊은이, 엄마 손잡고 온 초등학생, 나이 지긋한 노년층까지 팬층이 정말 두텁습니다.

수원에서 돈 잘버는 법과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드리겠다고 트위터에 올렸어요. 객석이 안 차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많이들 오셨네요.(하하)

- 춘천교대 재학시절 등록금이 없어 짤렸다 들었습니다.

강원도 인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춘천교대에 입학해 무려 7년을 다니다 ‘짤렸습니다.’ 정말 갈 때도 없고 해서 노숙자 생활을 했죠. 보름씩 굶은 적도 있고…. 자취할 때인데 방세가 6개월씩 밀려 집주인이 얼마나 불쌍했으면 밀린 방세 안 내도 좋으니 나가만 달라고 애원을 하더군요. 무슨 재주로 방세를 갚을까 고민하다 신춘문예에 데뷔해 당선금으로 방세를 갚자 생각했죠.

- 가난이 오히려 덕이 된 셈이네요.

가난에서 출발한 것이 내 문학과 삶입니다. 전 세대와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이유 역시 간단합니다. 속이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고, 포기가 빠르고, 사과를 잘하는 나의 진정성이 공감으로 이어지는 것뿐입니다.

- 대한민국 ‘고민해결사’로 통하세요. 오늘 강연에서도 고민상담이 쏟아졌구요.

여중생이 친구들과 소원해지고 성적도 떨어져 고민이라고 하길래, 빈 깡통에 콩을 심어 매일 콩과 이야기하고 한시 100수를 외우라고 해줬어요. 뒤늦게 작가가 되고 싶어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한 40대 아주머니께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묻길래, 식물채집하듯 노트에 단어를 채집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스물 한살 연기지망생이 ‘친구가 먼저 인기를 얻어 속상하고 이 길을 계속 가야 하는지 의문인데 어쩌면 좋죠?’라고 하길래 10대는 무한히 꿈꾸는 ‘다(多)몽기’요, 20대는 그 많은 꿈중 평생을 받쳐도 아깝지 않을 꿈을 찾아내야 하는 ‘선몽기’요, 30대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분골쇄신 정진하는 ‘정진기’다. 요즘 젊은이들은 뭐든 빨리 이루려하는 게 문제입니다. 꿈을 찾았으니 열심히 노력할 일만 남았다고 말해줬습니다. 잘했죠?(하하)

- 강연뿐만 아니라 트위터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거나, 고민이 생기면 작가님을 찾아요. 왜 그럴까요.

‘이성의 시대’ 20세기는 갔습니다. 21세기는 감성의 시대입니다. 이 모든 문제들이 ‘이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과 문제들이죠. 공통적으로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걷다 넘어졌을 때, 길을 잃어버렸을 때, 혹은 방향을 틀어야 할 때 저를 찾습디다. 제도권 교육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이들이 SOS를 칩니다.

‘요즘 연애 때문에 너무 슬퍼서 웃기기가 너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털어놓는 개그우먼부터 ‘내일 생애 첫 직장 면접을 봅니다. 응원 한마디 부탁합니다’는 취업준비생,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 가정에 넘어짐을 예방하기 위한 문턱제거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자원봉사 연결이 넘 힘들어요’라고 하소연하는 사회복지사도 있어요. 심지어 트위터에 ‘애들이 키우던 거북이를 애들 아빠가 버렸어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는 글이 올라와 아빠가 아이들 앞에서 거북이처럼 방안을 기어 다니시는 수밖에 없겠다고 답변해줬어요.(하하) 저는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존버정신’을 외쳐요.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존나게 버티’는 정신을 말하는 겁니다. ‘버티자’는 것을 강조하는 용어죠.

- 평소 정치적 발언이나 특히 대한민국 교육정책과 관련한 따끔한 충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교대 출신이라서 그런 건가요.

대한민국은 잘못돼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비는 하늘을 잘 날고,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타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과목을 배웁니까. 땅 속의 두더지한테 땅 속을 잘 파는 법만 가르치면 되는데 두더지한테 나는 법을 왜 가르칩니까. 대학, 대학원까지 졸업했으면 밥 세끼는 제대로 먹고 살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제 반성해야 될 때가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경제력 12위라고 합니다. 먹고 살만하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국민자살률 1위, 청소년자살률 1위, 노인자살률 1위, ‘자살 3관왕’입니다. 머리좋은 사람이 많은 세상은 행복한 세상이 아닙니다. 마음 좋은 사람이 많은 나라가 행복한 나라죠.

- 그럼, 돈 버는 방법좀 알려주세요

가난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돈을 보고 ‘더러운 돈’, ‘이 지랄같은 돈’이라고 욕합니다. 돈은 뭐 자존심없습니까. 자신을 욕하는 사람한테 가까이 가겠습니까? 이 세상의 보편적 원리 중 하나는 같은 성질끼리 모인다는 것입니다. 치사한 놈은 치사한 놈끼리, 바위는 바위끼리, 돈은 돈끼리 모이죠. 돈을 미워하면 멀어지고 이뻐하면 가까워집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돈을 사랑하면 됩니다. 참고로 난 40대 초반까지 식구들을 굶겼지.(하하)

- 작가님의 자택과 집필실이 있는 ‘감성마을’이 화천의 명물이 됐어요. 인구 2만4천여명에, 3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군사도시 화천군에 ‘외수 마니아(oisoo mania)’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면서요.

지방자치단체에서 생존한 작가에게 문학관을 건립해 준 것은 제가 처음입니다. 간혹 저를 화천군수로 착각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화천에서 글을 쓰는 작가입니다. 화천을 홍보하는데 열정적으로 앞장서는 거죠.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감성마을 공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8월 8일부터 12일까지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과 화천읍 붕어섬에서 ‘화천감성 5일章’을 개최합니다. 9일 도서진흥백일장, 울랄라 세션 특별공연과 문학강연, 감성음악회, 문학기행 등 다채로운 감성체험을 화천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아직 여름휴가 계획 없으신 분들은 화천으로 오세요. 이외수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하하)

- 이외수의 행복론은 무엇입니까.

미국 제1의 거부 록펠러는 54세에 암 판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자신 재산에만 탐을 내는 것을 보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맙니다. 그런데 록펠러는 93세까지 장수합니다. 인간은 아름답지 않은 걸 사랑할 수 없습니다. 아름다움은 외형과 내면 두가지가 있어요. 외형의 아름다움은 시간에 자유롭지 않아서 변질되고 퇴락하나, 내면의 아름다움은 시간이 흘러도 변질되지 않죠. 내 가슴에 사랑이 가득해서 수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수많은 것들이 나를 사랑하게 되고 그러면 인간은 행복해집니다.

- 요즘도 야동 즐겨 보시나요.

(하하) 그럼요. 요즘은 바빠서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핫(hot)한 것은 꼭 챙겨보죠.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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