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양극화 갈등 해소… 사회적 합의가 대한민국의 미래”
깔끔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의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갈등과 반목’으로 얼룩져 가고 있는 국가·사회의 해결책은 단연 ‘소통’과 ‘화합’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했다.
기업을 이끌었던 경영자에서, 강단에서 수많은 제자를 키워 낸 스승에서, 이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조정자로 나선 그는 사회 각 분야, 곳곳에 수많은 갈등이 산재하는 만큼 동반성장위원회도 단지 경제계의 화합뿐 아니라 이를 근간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일조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그는 단 하루라도 편히 쉬지 못한다.
갈등 요인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하루해가 저물기 일수다.
“왜, 그렇게 뛰어다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갈등과 반목의 원인은 현장에 있고, 그 답은 ‘소통’인데, 책상머리에서 소통이 되겠는가?”라고 답한다.
■ 사회적 합의가 바로 경제민주주의
그러면서 그는 ‘미래사회를 위한 동반성장위원회의 지향 목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다시금 자세를 가다듬었다. 위원회 존재의 본질을 묻는 질문이었던 만큼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나름의 생각때문이었을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민간조직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추구한다. 위원회가 지금까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도 기업간 합의에 따라 정한 것다. 따라서 향후에도 법과 제도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준수하는 동반성장을 추구할 것이다. 또한, 동반성장 문화와 가치가 기업을 넘어 사회 저변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동반성장 가치를 전파하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 위원장에게서 힘이 느껴졌다. 무엇인지 정확히 와닿지는 않았지만 충만한 자신감같은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사회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이념, 빈부 등 다양한 갈등에 대한 답을 구해 보았다.
그는 시장이나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는 원인은 소통의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체적 소통사례들 들려줬다.
“우리 위원회가 적합업종을 지정한다고 했을 때, 수많은 단체와 사람들이 갈등을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실제 제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82개 품목 모두가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적합업종을 지정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이 적게는 서너 번, 많게는 열 번이 넘게 만나 소통을 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얻은 사회적 합의였기 때문에 함부로 져버릴 수 없는 것이다. 경제계의 갈등도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일궈낸다면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다.”
■ 동반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함께 가는 것’
‘소통’과 ‘사회적 합의’을 화두로 삼은 유 위원장의 소신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의 요즘 활동과 사업들은 여기에 포커스가 맞아있다.
적합업종의 경우, 갈등관계에 있는 대·중소기업이 만나 시장에서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역할을 분담하도록 합의를 이끌어 냈다. 또한, 대·중소기업이 스스로 약속한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와 이행력을 평가한 동반성장지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MRO가이드라인이나 협력이익배분제도 대·중소기업간 소통과 합의를 도출해 만들어 냈다.
위원회는 향후에도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근간으로 신뢰를 동반하는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활동방향을 잡고 있다.
이 때문일까?
유 위원장은 최근 들어 그룹 차원에서 동반성장을 선언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소개한다. 이는 그만큼 기업들이 동반성장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강조한다.
“글로벌시장에서는 동반성장이 경영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한편으로 서로가 이해하고, 인내하고, 공감해 지혜를 발현해야 성공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 시대가 도래했다. 성장할수록 균형감각을 갖춰야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가하려면 동반성장을 외면할 수 없다”고.
그는 확고했다.
이제 사회든, 경제든, 정치든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소신때문이었을까? 최근 관계가 껄그럽게 비춰졌던 전경련의 자세도 동반성장에 대해 매우 협조적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 위원회의 진단이다.
대기업이 동반성장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을 어느 조직보다 전경련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그의 생각이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성공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사회를 위해 베푸는 것이 마땅하다는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전경련이 변모하는 이유다.
그는 주문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경제발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받았다는 국민들의 시각이 있는 만큼, 대기업은 우리 사회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좀 더 능동적인 자세로 동반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소기업의 갈등을 대기업은 자사가 시장에서 빠지면 중견기업이나 외국기업이 차지할 것이라는 관점에서 시장참여 존속을 요구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시장진입의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유 위원장은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성장시켜 협력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해답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그는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협력이익 배분, 경영상태에 따라 자율선택해야
정운찬 전 위원장이 주장했던 초과이익공유제와 최근 자신이 언급했던 포스코식 제도(협력이익배분제)가 또다른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명쾌했다.
“이익의 공유를 논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용어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그는 “용어가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문제다. 협력이익배분제와 성과공유제는 보완적인 방식이며, 어찌보면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영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하면 된다”고 갈등우려를 봉합했다.
최근 경기지역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입에 대해 그는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제도를 만들 때, 위원회와 같은 민간기구와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 문제 역시 소통의 부재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골목상권, 생계형상권의 대표 업종을 보호하고, 전통시장을 육성해 서민의 생활을 보호하려는 노력에 동의를 표하며, 위원회가 하반기에 서비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하게되면 양자 간 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뷰 말미에 유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동반성장 문화가 사회 저변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자주 산업현장을 방문, 동반선장 문화가 대기업과 1차 협력사에서, 1차 협력사와 2, 3차 협력사로 확산되도록 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지방과 수도권 기업 간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다짐했다.
대담=강해인 부장 hikang@kyeonggi.com
정리=김재민기자 jm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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