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길을 묻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FTA, 유망산업 많은 경기도엔 미래의 보증수표”

“FTA 폐기논란은 끝났다. FTA 효과는 확실하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다른나라와 비교할 때 국내 수출시장의 FTA 효과는 명료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계적인 경기불황 가운데서도 다른나라에 비해 우리 수출이 신장한 것은 FTA 덕으로 경기 회복 시 효과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망산업이 많은 경기도에 대해서는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 금세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총리를 지낸 협회장으로서 우리 무역이 세계 중심에 서도록 이끌고 받쳐준다는 점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하는 일에 변화가 없다는 그는 경기일보 창간 24주년 특별대담에서 “수출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신속히 파악하고 과감하게 지원할 것”이라며 “제품을 넘어서 서비스까지, 수출구조를 다변화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FTA에 대해 열정적으로 여러가지 발언을 해왔는데 한-EU FTA 이후 일년전보다 무역수지가 7분의 1 정도로 떨어지면서 부작용이 큰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폐기론도 일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폐기논쟁은 이미 끝났고 FTA 효과는 확실하다고 본다. 지난 3개월간의 대미수출을 검토해보면 FTA 영향 품목은 수출이 16.8% 늘고 FTA 영향을 받지 않는 품목은 3.8% 늘었다. 이렇게 둘 다 늘어난 이유는 미국경제가 2% 수준으로나마 성장했기 때문이다. 반면 EU는 현추세로 가게되면 -0.3%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 금융 위기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FTA 하나로 전체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한-EU FTA 체결 후 지난해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수출동향을 살펴본 결과 FTA로 관세가 낮아지거나 영향을 받은 품목 수출은 16.5% 늘었다.

그렇지 않은 품목 수출은 -21.1%였다. 결국 EU와 전체적인 교역이 당초 예상보다 안되는 이유는 경기부진 때문이다. 이를 다른나라와 비교하면 더욱 명료하다. 우리가 16% 이상 늘어난 품목을 EU에 대한 일본 수출에 적용하면 -1.3%, 중국이 -0.3%, 대만은 -3.5%다. 만약 FTA 가 없었으면 우리 수출이 훨씬 안 좋았을거다. FTA 덕분에 우리 수출이 16.5% 정도 신장한 것으로 천만다행이라고 본다.

-대중국 수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 차원의 복안이 있는지.

단기적인 복안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우리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시장에 더 진출하고 바이어를 찾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한다.

올해는 중국시장에 더 진출하고 수출 품목을 다양화해야 한다. 또 중국의 소비와 서비스 산업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므로 중국 소비산업에 해당하는 우리 제품과 원자제를 생산하고 서비스를 수출해야한다고 본다. 최근 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만큼 미분양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호텔을 짓는데 따른 규제를 완화하는 등 중국의 소비에 맞춰 전략을 세우고 필요로하는 서비스까지 수출하려고 한다.

-지난 2월 취임 당시 중소무역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5개월 여 지났는데 어떤 일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우리나라의 경우 10개 품목이 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데 수출품목과 수출기업을 다양화해야 한다. 결국 수출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중소기업 생산품이 많이 수출되는 게 필요하다.

무역협회는 이를 위해 세가지 역할을 하고 있다. 첫째로 중소기업이 수출기업화 하는데 있어서 바이어를 찾는게 중요하므로 무역기금을 따로 마련해 중소기업에 해외 유명전시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재원을 조달한다.

둘째로는 중소기업이 필요 인력을 찾아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산학협동을 하면 인력문제를 해결하기 수월하므로 관련부처에 건의하고 논의해 중소기업이 인력을 충분하게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세번째로 100명 정도 지원인력을 상시 대기시켜 어학지원 등 필요한 경우 바로 지원하도록 한다. 또 무역연수원에서도 무역연수인력을 단기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다양하게 확대해 인력을 공급해 나가려고 한다.

-3분기 수출전망이 밝지 않다. 리먼사태나 환란위기 때처럼 어려운 것 아니냐는 각론이 나오고 있다. 단기 처방이 있나.

세계경제가 어려운 건 틀림없다. 그럼에도 2008·2009년 수준에 비해 침체정도는 지금 훨씬 나은 편이다. 금융쇼크, 리먼사태는 누군가가 어떻게 해야겠다는 방향조차 서지 않았던 시기지만 지금은 전체적인 침체정도와 대응방안에 대해 세계 주요국 정책당국자들이 다 알고 있다. 단기적인 고통은 있지만 침체의 깊이, 위기의식이 이전에 비해 나은 상태로 속도가 늦더라도 틀림없이 회복 되리라 본다. 다만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보면 우리나라 성장동력의 68.5%가 수출인데 그 기여율은 상당부분 떨어질거다.

무역협회로서는 올해부터 6개월, 내년 일사분기까지 우리 수출업체가 겪는 문제를 신속하게 파악해 정부와 함께 해결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시스템을 계속 구축해나가고 있다.

-경기지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경기도는 수출규모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다.

수출기업도 많고 강한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도 많다. 주요 품목 중 올들어 어려움을 겪는 품목이 있다. 반도체 수출은 올해 6월까지 1.6%정도 감소했지만 각 기업들이 워낙 예민하고 재빨리 움직이므로 대응은 충분하다고 보며 올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반도체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지금 전세계가 좋지 않을때 경기도 혼자, 한국 혼자 좋아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기도 산업수준이 괜찮고 유망산업이 많으므로 세계경기가 조금만 나아지면 경기도의 산업도 금세 좋아지리라 본다.

-경기지역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수가 월등하다.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느냐가 수출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수출을 늘리고 무역을 활성화하기위해 중소무역인들이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는지.

해야할 일은 세가지 정도 있는 것 같다. 첫째로 판매선을 다양화했으면 좋겠다. 국내에서도 최대한 다양화하고 반드시 수출을 같이 해줬으면 한다. 해외경기와 내수경기에 영향을 안받으려면 매출선을 다변화해야한다. 그 다음으로는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데 있어 적극적이어야 한다. 산학협동도, 교육기관들이 회사에 학생들을 보내 같이 일도 하고 공동 프로젝트도 하면서 인력을 적극적으로 훈련해 회사에 유치하는 게 필요하다.

세번째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들이 장기적으로 서로 위하는 관계가 되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이 사지 않고서는 안될 정도의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가 무역협회 창립 66주년이다. 그간 한국무역이 전세계가 놀랄 만큼 성장했는데 앞으로 무역협회의 역할이 어떤 식으로 달라져야한다고 보나.

제일 중요한 건 몇개 품목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수출의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거다. 특히 서비스쪽 수출 산업은 절실하다. 이와 동시에 아직은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있는 30만여개의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에 많이 나가도록 우리 협회가 시장개척을 돕고 지자체와 그런 일들을 더 조화롭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또 우리 문화의 해외 확산에 따른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이 무역협회가 굉장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문화를 수출할 뿐 아니라 문화가 기존 상품과 결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취임 당시 남덕우 전 총리 이후 국무총리 출신의 두번째 협회장으로서 위상과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았는데 소감이 어떤지.

무역업계를 도와서 우리 무역이 세계 중심으로 나서고 나라가 발전하도록 돕는다는 부분은 무역협회 협회장으로서나 경제정책의 당국자, 총리로서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다만 좀 더 혁신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 정책으로 자리잡도록 건의하면서 무역업계가 정책의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게 무역협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또 무역업계를 직접 만나 현장 분위기를 알고 발로 뛰는 역할은 무역협회만이 하는 일이라고 본다. 무역협회의 정책은 회원들과 무역업계에게 바로 적용 가능한 것이었으면 한다. 관리적인 측면에서도 무역협회가 봉사 지향적인 조직이 되도록 해야한다.

대담=정재환 경제부장

정리=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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