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온열질환자 71명, 사망 1명…재난대책 1단계 가동

경기도 전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지난 3일 온열질환자 8명이 발생해 1명이 숨졌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사망자는 50대 남성 A씨로, 지난 3일 오후 부천시 송내역 인근 공원에서 쓰러져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A씨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체온이 42도로 측정돼 열사병으로 추정됐다. A씨의 사망은 응급실의 익일 보고체계에 따라 전날 온열질환 사망자로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이날 뒤늦게 집계에 포함됐다. 이 밖에 수원(주택), 안산(공원), 여주(실외작업장), 연천(실외작업장), 용인(실외작업장), 평택(논밭), 화성(논밭)에서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으로 인한 40~80대 온열질환자 7명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도내 누적 온열질환자는 71명으로 늘어났다. 가축 폐사, 농작물 및 양식어류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도내 31개 시·군에는 지난 1일부터 나흘째 폭염경보나 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날 오후 최고기온이 여주 36.8도, 시흥 36.6도, 성남 36.1도, 양평·안성 35.9도를 기록했다. 도는 선제적으로 폭염에 대응하고자 이날 오후 1시부터 대응 단계를 ‘심각’ 단계로 격상해 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1단계로 가동했다. 아울러 취약계층 건강관리 안부 전화와 방문(4만8천회), 노숙인 밀집지역 및 야외작업장 순찰(91회), 실내외 무더위쉼터 운영(7천430곳), 그늘막 운영(8천81곳), 살수차 가동(52대) 등을 시행했다. 도 관계자는 “오는 6일까지 폭염특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낮에는 야외활동이나 외출을 자제하고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건강 관리에 유의해달라”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아주대병원, 심도자 검사 환자 7만명 돌파

아주대학교병원은 4일 본 병원 순환기내과 심도자 검사(심장혈관 및 부정맥검사) 환자가 7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 병원은 지난 2003년부터 매년 평균 3천33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 7천건의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환자가 6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7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관상동맥 협착시술과 부정맥 치료술의 성공률은 99%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검사 내용은 ▲관상동맥 조영술 ▲관상동맥협착 스텐트 및 풍선 확장술이 각각 6만2천717건, 4만5천318건으로 주를 이뤘다. 아주대병원 중재시술팀은 탁승제 교수와 윤명호 교수 외 8명이 관상동맥질환 중재시술을, 황교승 교수·이광노 교수 등이 부정맥 시술을 담당하고 있다. 관상동맥조영술에서 협착이 매우 심한 경우 대부분 심근허혈이 나타나지만, 협착이 50~70% 정도일 경우 심근허혈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중재시술팀은 혈관 내 압력 및 혈류속도 측정검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혈관 내 초음파검사(intravascular ultrasound) 등 첨단 장비를 통해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중재시술팀은 “불필요한 시술을 최대한 줄이고, 안전하고 정확한 시술에 주력하며 환자의 증상 및 컨디션을 최대한 고려하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을 먼저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휘모기자

[사설] 1천500억짜리 크린넷을 고철덩이로, 직무태만 아닌가

크린넷은 음식물 쓰레기나 소각용 폐기물 등을 수거함에 넣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지하 관로를 통해 집하장으로 이동시키는 환경시설이다. 인천에서는 송도·청라·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도시 조성 초기 단계부터 설치가 의무화 됐다. 그런데 영종하늘도시내 크린넷 시설은 완공 후 8년 동안이나 내팽개쳐져 애물단지가 돼 있다고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 중구간의 인수인계 다툼이 기약없이 늘어지면서 설치 비용을 댄 주민들만 속이 터질 노릇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LH(한국주택도시공사)는 영종하늘도시를 조성하면서 2014년 1천500억원을 들여 크린넷을 완공했다. 625개의 수거함과 4곳의 집하장, 70㎞에 이르는 지하관로 등이다. 그러나 이 곳 주민들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크린넷을 쳐다보기만 할 뿐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완공과 함께 가동에 들어간 송도나 청라의 크린넷과는 딴판이다. 영종하늘도시에서 발생한 쓰레기 처리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인 중구가 운영비용 등을 문제삼아 크린넷의 관리권을 넘겨받지 않고 있어서다. 이때문에 LH는 한 번 써보지도 못한 크린넷의 낡은 관로 등을 교체하느라 또 250억원을 들였다. 인천경제청과 중구는 크린넷 인수인계를 놓고 수년째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연수구(송도)나 서구(청라)와 동일한 비용 분담비율을 제시했다. 노후시설 개선 등 시설비는 경제청 75%, 중구 25%씩 부담하되 운영비는 각 50%씩 부담하는 방안이다. 이는 과거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중재한 부담 비율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구는 크린넷이 폐기물 관련 시설이 아니라 주민편의시설에 불과하다며 인수를 거부해 왔다고 한다. 인천경제청이 예산 지원을 해줘도 종전 문전수거 방식보다 2~3배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들어가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제나저제나 기다려온 주민들은 격앙된 상태다. 당초 아파트 분양가에 200만원이 들어가 있는 만큼, 이자까지 쳐서 반환하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시설을 넘겨 받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중구측 입장에 대해서는 “남의 일 얘기하듯 한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민 뿐만 아니다. 크린넷 때문에 1억원 넘는 추가 비용이 들어간 상가 건물 등에서는 “괜히 헛돈 쓴거냐”고들 한다. 어쨌든 주민들 돈으로 첨단 환경 시설을 지어 놓고도 8년 간이나 고철 덩어리로 방치해 왔다. 어느 편에 더 책임이 있든지 간에 심각한 직무태만이 아닐 수 없다. 갓 출범한 민선 8기 중구는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사설] 김진표 의장의 일성 ‘개헌하겠다’/그에겐 아주 오랜 정치 소신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취임했다. 4일 국회에서 인사말을 했다. 주목되는 부분이 ‘개헌’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35년 된 낡은 헌법 체계를 시대에 맞게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21대 국회 임기 안에 개헌을 이뤄낼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정치 중립, 삼권 분립 등 익숙했던 국회의장 인사말과는 구분되는 대목이다. 이날 인사말만 놓고 보면 개헌의 직접 동기는 5·18이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필요성을 제시했다. 광주를 방문했던 지난달 18일에도 천명했었다. 당시 그는 “내가 국회의장이 되면 5월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말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광주 정신을 계승한 민주당이 이를 거부할 이유도 없다. 헌법 개정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을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사실 김 의장의 개헌 의지는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3년 6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개헌을 주문한다. 당시 그가 주장했던 개헌의 필요성은 제왕적 대통령제·승자 독식 구조의 종식이다. 2018년에는 개헌을 위한 토론회까지 국회에서 주관했다. ‘내 삶을 바꾸는 개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걸었던 공약이기도 했다. 국정자문위원장 출신으로 실행의 전면에 섰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은 개헌안까지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안이었다. 예산권과 감사권, 인사권을 상당 부분 국회로 넘기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개헌은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지금에 이르렀다. 김 의장의 이날 개헌 주장은 이런 과거를 조명해 볼 때 결코 가볍지 않다. 밝혔듯이 윤석열 정부 역시 헌법을 고쳐야 하는 ‘공약’을 던져 놓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급진전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개헌이라는 것 자체가 최상의 정치 행위다. 여야 정치권, 집권 권력층, 사회적 여론 등이 함께 가야 성사된다. 발언 한 번에 불이 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진정성과 합리성이 증명된다면 파장은 얼마든지 확산되고도 남는다. 5선 국회의원의 주장이 아니라 국회의장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개헌을 ‘국민의 삶’이라고 그가 말했다. 그런 개헌을 중앙 정치만 전유할 것은 아니다. 김 의장의 지역구인 수원·경기도에서 토론해도 좋을 일이다.

[지지대] 러브버그의 습격

경기도 고양시와 서울시 은평구·마포구 일대에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는 벌레떼가 출몰해 비상이다. ‘아파트 외벽에 짝짓기하는 벌레들이 새까맣게 붙어있다. 창문에 엄청나게 달라붙어 문을 열 수가 없다. 방충망을 했는데도 집 안까지 침투했다. 가게 안까지 들어와 쓸어도 끝이 없다. 주차한 차에 다닥다닥 붙어있어 징그럽다’는 등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러브버그는 중앙아메리카와 미국 남동부 해안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약 1㎝ 크기의 파리과 곤충이다. 정식 명칭은 ‘플리시아 니악티카’다. 짝짓기 하는 동안에는 물론 날아다닐 때도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로 불린다. 생존 기간은 보통 3~5일 정도다. 러브버그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 않으며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 인체에 무해한데다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아먹고 환경을 정화하는 익충(益蟲)으로 알려졌지만 날파리와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혐오감을 준다. 또 사람에게도 날아드는 습성 탓에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 최근 러브버그가 갑자기 증가한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습한 날씨 영향이 클 것이라는 추정이다. 온도와 습도가 높으면 애벌레가 빨리 자라는데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은 환경이 유지되면서 유충 발달 속도가 빨라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마철이 끝나 햇볕에 노출되면 건조한 날씨에 취약해 대부분 자연 사멸한다. 하지만 당장 극성을 부려 해당 자치단체 구청이나 보건소 등에서 인력을 긴급 동원, 방역 조치를 하고 있다. 각 가정에선 파리약을 활용해 퇴치하고 있다. 러브버그가 불빛에 더 몰려들기 때문에 야간에 커튼으로 불빛을 차단하기도 한다. 해충이 아니라고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벌레 숫자가 늘어나는 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실제 고온현상이 애벌레에서 성충, 유충으로 이어지는 곤충의 세대 순환 기간을 줄여 일부 지역에서 대벌레, 매미나방, 노린재가 창궐한 바 있다. 해외에선 무당벌레·바퀴벌레·개미떼 등이 극성이었다. 기후이상으로 앞으로 더 많은 벌레떼가 출몰할 것이라는 예측이라 걱정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제프리즘] 친원전 vs 탈원전, 문제는 에너지전환

최근 정부가 원자력 발전 기술 수출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체코, 폴란드를 찾아 한국의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미국의 원전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끝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공군 1호기에서 간담회를 갖고 나토 정상회의 경제 성과를 묻는 말에 원전과 방위산업 세일즈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친원전과 탈원전에 대한 논의는 유럽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은 원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친환경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로 분류하는 안을 발의했다. 특히 각국이 갑론을박 끝에 원전을 재생에너지로 포함시키면서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라는 인식과 함께 원전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EU의회 환경·경제위원회는 그린 택소노미 안을 표결에 부쳐 76대 62로 원전과 LNG 발전을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원전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 아니며 향후 기후 위기 대응 전략으로 맞지 않다는 이유다. 다가오는 6일 본회의를 남겨 두고 있지만 사실상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나라 원전 수출 전략에도 많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원전이 재생에너지가 아닌데다 세계적으로 원전을 짓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원전 시장, 수요 자체가 점점 줄어들게 되고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은 별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공급 부족으로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기업 간 거래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부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경쟁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비율은 5.8%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독일(43.6%)과 영국(43.1%) 등 주요 유럽 선진국은 40%를 넘어섰고, 미국(19.7%)과 일본(19%)도 20%에 근접하고 있다. 심각한 수준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비판이 아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친원전도 아니다. 원전 확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일 수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우선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

[기고] 무엇이 좋은 삶인가

옳고 그른 것, 좋고 나쁜 것, 잘 사는 것과 잘 못 사는 것. 말로는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삶에 대해 『채근담』에서 ‘인지유생야(人之有生也) 여태창지입미(如太倉之粒未) 여작목지전광여현애지후목(如灼目之電光如懸崖之朽木) 여서해지거파 지차자여하불비여하불락(如逝海之巨波 知此者如何不悲如何不樂) 여하간타불파 이희탕생지려(如何看他不破 而懷貪生之廬) 여하간타불중 이이허생지수(如何看他不重 而貽虛生之羞)’라 했다. 이에 대해 한용운과 홍응명이 말하기를 “삶이란 마치 큰 창고 속에 있는 한 말의 쌀과 다름없으며 눈앞에서 번쩍이는 번갯불 같으며 벼랑 끝에 매달린 썩은 나무와 같으며 흘러가는 바다의 큰 물결과 같은 것이다. 이것을 어찌 슬퍼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찌 즐거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하여 저 마음을 깨치지 못하고 살기를 탐하는 마음을 가지며 어찌하여 저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헛되이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삶, 소중하기로 말하면 그 무엇에 비할 바가 없다. 삶은 무엇보다 천 년 만 년 사는 게 아니다. 결코 길지 않은 세월을 살다 이승을 떠난다. 그런 삶, 어찌 소홀히 할 수 있을까? 삶은 보잘 것 없고 길지 않고 위험하고 사나운 것이다. 때문에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슬픈 것이라 했다. 무엇보다 인간은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할 줄 아는 지혜, 인지능력을 가졌다. 또한 부끄러움을 안다. 그리고 의사소통이라는 기능이 있다. 그래서 사는 것,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안다.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지키지 못한다. 피지배자보다는 지배자가, 갖지 못한 것 보다는 많이 가진 것을, 모르는 것 보다는 아는 것을, 미움보다는 예쁜 것을, 그런 일련의 것들이 욕심으로, 욕심이 더한 욕심으로 그래서 자기가 가진 것이 겨우 큰 창고 속에 한말의 쌀로, 하루하루가 번쩍 스치고, 불안 불안하니 슬픔과 즐거움이 오고 가는 것도 까마득 잊고 사니 그것을 안타까워했다. 삶은 많은 재물을 갖는다고 좋은 것만도 아니다. 막강한 권력을 쥐고 사는 것, 그것이 좋은 것만도 아니다. 무엇을 했느냐 보다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다. 한 때 더한 권력을 누리고도 돌팔매 속 자유를 구속하며 사는 것 역시 결코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있으나 마나한 사람,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보다는 꼭 있어야 할 사람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참된 삶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것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소중하고 제한적이다. 특히 목숨이 그렇다. 그런 제한된 삶을 살면서 욕심을 왜 부리는가. 그것은 어리석음 때문이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처럼, 한국의 법정스님처럼 사람이 과욕, 욕심에서만 자유로워져도 보다 보람된 삶을 누릴 수 있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좋은 삶이다. 한정규 문학평론가

[변평섭 칼럼] 이준석 대표는 주연인가, 조연인가

최근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휩쓴 <브로커>가 계속 화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그림자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영화 평론가들은 조연배우 강동원에 주목하고 있다. 영화 속 베이비 박스에서 일하는 동수역을 맡은 강동원의 연기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주제를 잘 살려 냈고 ‘발 없는 참새’라던가 ‘태어나 줘서 고마워’같은 명대사의 분위기도 100% 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든 연극이든 심지어 TV연속극까지도 주연 못지않게 조연 배우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TV 일일연속극으로 가장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TBC(동양방송)의 ‘아씨’ 역시 조연 배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TBC는 삼성의 이병철회장이 설립했다가 1980년 전두환 정권 때 KBS와 강제 통합됐는데 1971년 연속극 ‘아씨’는 방송사에 길이 남을 히트를 기록했다. 아씨의 친정 어머니역을 맡았던 김용림, 진산댁 역의 여운계 등 조연들이 드라마를 살렸다는 것인데 이 드라마가 방영될 저녁 시간대에는 서울 거리가 한산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특히 이병철회장이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고 조연 배우를 중요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데 사실 오늘 삼성이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선 것도 이와 같은 조연 배우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정치 역시 주연 못지않게 조연이 잘 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집권당이 된 국민의 힘을 보면 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인지 헷갈리게 한다. 분명 당 대표는 이준석이고 그가 주연 배우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소위 ‘윤핵관’이 주연 같고 이준석 대표는 조연처럼 보인다. 심지어 당 최고회의에서 배현진 의원이 이 대표를 몰아붙이기도 하여 이에 발끈한 이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가 하면 악수를 청하는 배현진 의원의 손을 뿌리치기도 했다. 어린이 소꿉놀이처럼 유치한 장면을 보아야 하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런 볼썽 사나운 모습에 국민이 실망하면 그 화살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간다. 이 대표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일까. 국회 0선이라는 경력 때문일까. 오히려 그것이 더 강점일 수 있는데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 장재원 의원 등 반 이준석의 전선(戰線)만 넓히고 있다. 보다 못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고위원과 당 대표는 경쟁관계가 아니라고 경고를 했다. 배현진 의원을 정치에 발탁한 사람이 홍준표 시장임에도 이런 경고를 날린 것은 그만큼 당 내 소란이 민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준석-배현진 실랑이도 누가 주인공이고 누가 조연인지 헷갈리게 하는 사례 중 하나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소위 윤핵관 측에서는 이준석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최재형 의원(前 감사원장)을 위원장으로 출발시킨 당 혁신위원회도 그런 시각으로 보는 측도 있다. 이것을 통해 차기 공천 문제 등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양대 선거를 승리로 이끌고도 주연인지, 조연인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이준석 대표- 거기에다 ‘성상납’ 혐의로 당 윤리위원회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이준석 대표, 우리 정당사에 처음 경험하는 이 사태는 그 자신이 자초한 것인가. 아니면 성숙하지 못한 우리 정치문화가 만들어 낸 것인가.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