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주거취약층 “비 새면 어쩌나… 불안해서 잠 못자”

“언제쯤이면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본격적으로 장마철이 시작된 가운데 반지하 주택 등에 거주하는 주거 취약계층이 힘겨운 ‘장마나기’를 하고 있다. 28일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사는 김명식 할아버지(89)는 장마를 대비해 집 앞에 물길을 만들고자 모래주머니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김 할아버지 집은 비가 많이 오면 언덕 위쪽에서 빗물이 다량으로 흘러 내려와 침수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 새벽 폭우가 쏟아질 당시 물이 새지 않을까 걱정이 돼 마음 편히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시흥시 신천동의 한 반지하 주택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일대 반지하 주민들도 행여 막힌 배수로는 없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고, 집 앞마다 설치된 모래주머니들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더욱이 이 동네는 지대가 낮아 높은 고도에서 물이 빠르게 모이는 지역으로 반지하 주택들의 침수가 잦은 곳. 이정훈씨(56·가명)는 “매년 장마철만 되면 침수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지낸다. 언제쯤이 돼야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살 수 있을런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반지하 주택은 약 9만 가구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군별로 따져보면 시흥(약 1만5천)·수원(약 1만4천)·성남(약 1만2천)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반지하 주택은 대개 건축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건축물이 많은데, 실내 오염에 취약하고 자연배수가 어려워 최저 기준 미달 주거시설로 분류된다. 더욱이 장마철이면 창문이나 대문 등으로 노면수가 유입돼 침수 우려마저 커진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내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장마전선이 큰 비를 뿌릴 것이라고 관측했는데, 이 때문에 각 지자체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성남시는 집중 호우 시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들을 위주로 집중 관리하고 있으며, 시흥시는 지난 달부터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주택들을 직접 방문해 하수 역류 방지시설·하수시설 등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반지하 주택의 경우 매년 상습적으로 침수 피해를 입는 곳들이 있는데, 이런 주택들은 애초에 주거지로 사용돼선 안 되는 곳들”이라며 “침수 피해로 문제가 되는 주택들은 폐쇄 조처를 할 수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론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주택 공급지원 확대 등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도 관계자는 “11개 이상의 시군에서 호우주의보가 발령되면 비상 1단계를 발령하는 등 호우 상황에 따라 모니터링 수준을 조절한다”며 “반지하 주택 등의 침수 상황은 각 시군에서 담당하지만 일선 지자체와 모니터링 협력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정규·노소연기자

[기고] 지자체의 명품 행정은 바로 디테일에 있다

지난 5월, 무려 27년 만에 새로 도입한 종량제봉투가 맘카페 등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배출금지 품목 시각화와 규격별 탄소배출량 표시로 자원순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쓰레기 20ℓ를 줄이면 소나무 5그루를 심은 효과를 낸다는 내용의 그림문자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할 수 있어 뿌듯하다. 며칠 전 만난 모 사장님이 시에서 발간한 책자 <성남사람들 이야기>의 인터뷰와 유튜브 출연 덕분에 사세가 확장됐다기에 함께 즐거워한 적이 있다. 다른 책 <판교 다 잇다 있다>에서는 판교에서 일하는 분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기업 소개를 담아 시민뿐 아니라 성남에서 일하는 분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몇 년 전 상공회의소에서 성남에 테스트베드가 없다는 드론업계의 어려움을 듣고 드론 시험비행장 조성, 규제샌드박스 선정 등을 추진했고, 이에 성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토부 드론실증도시로 선정됐다. 드론으로 탄천 수질 관리, 교통사고 출동 및 보험 원격 조치가 가능하며, 하반기에는 구미도서관에서 드론 도서 대출 서비스도 시작한다. 무릇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디테일’에 기반한다. 상대를 꿰뚫는 명탐정 셜록 홈즈의 비결이 디테일을 보는 눈에 있는 것처럼, 지자체는 매의 눈으로 여러 시민은 물론, 지역에서 일하고 사업하는 분들이 어떤 것을 정말 필요로 하는지 디테일을 잘 살펴야 한다. 앞서 언급한 환경을 생각하는 종량제봉투,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자, 혁신을 돕는 드론행정이 ‘디테일’을 챙긴 사례다. 디테일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건 시장으로서의 첫 결재였던 아동수당을 보편적으로, 또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건이었다. 시행 초기에 가맹점 수와 홍보 부족으로 불편이 있었다. 이에 편의점 등 가맹점을 늘리고 모바일지역화폐 앱인 chak과 연동해 편의성을 더했다. 지금은 chak에서 배달서비스와 택시 결제까지 가능하다.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아동 정책들과 함께 성남은 전국 최고의 아동친화도시로 발돋움했다. 돌이켜보면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 등 부침도 있었지만, 민선 7기에서 계획한 사업들은 대부분 차질없이 수행했다. 얼마 전 신흥동 제1공단 부지 일부를 근린공원으로 조성해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린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136개 공약사업 중 115개를 완료했고, 21개 사업은 추진중에 있다. 특히 작년 12월 개통한 남위례역을 포함해, 성호시장, 중앙지하상가, 모란 등을 거치는 8호선은 환상의 황금라인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고, 트램 1,2호선, 8호선 모란판교 연장, 제2,3테크노밸리 3호선 연장 등 궤도교통으로의 전환과 함께 e스포츠전용경기장, 판교콘텐츠거리 조성 등을 통해 성남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로컬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는 그동안 ‘행복소통청원’을 포함한 각종 통로를 통해 의견과 이야기를 보내온 93만 성남시민 덕분이며,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허투루 듣지 않으며 정책에 반영하고자 하는 디테일에 강한 성남시의 3천여 명 공직자의 노고 덕분이다. 지면을 빌려 감사드린다. 한근태의 책 <신은 디테일에 있다>는 물은 99도가 아닌 100도에서 끓으며, 단 1도 차이로 물의 상태가 질적으로 달라진다며, 인생도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행정도 이와 같다. 작지만 결정적인 디테일이 차이를 만든다. 앞으로도 정밀하고 정교하게 챙기고 살피는 행정으로, 시민의 행복을 더하는 ‘디테일’에 강한 명품 도시 성남이 되기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열렬히 기대해본다. 은수미 성남시장

[휴먼시티 수원] 기분 좋은 변화에 시민들 웃음꽃... ‘적극행정’ 통했다

‘시민이 활짝 웃는 기분 좋은 변화’를 위한 수원특례시의 적극행정이 시민의 만족도로 이어지고 있다. 시는 상·하반기에 나눠 연간 2회 진행되는 행정안전부의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 수상 명단에 4회 연속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며 결실을 맺고 있다. ■ 적극행정 만족도 ‘좋아요’ 시는 지난 3월30일부터 6월20일까지 83일간 ‘2022년 적극행정 시민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는 시민들의 적극행정 만족도를 확인하고 개선방안 등 향후 추진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으로, 시민 853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설문 결과, 시가 선도적인 적극행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응답자 23%가 ‘매우 그렇다’, 44%가 ‘다소 그렇다’, 23%가 ‘보통이다’라고 응답했다. 시의 적극행정에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이 90%에 달하는 것이다. 적극행정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 역시 ‘매우 만족’ 16%, ‘만족’ 46%, ‘보통’ 28% 등 보통 이상이 90%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적극행정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매우 그렇다’ 22%, ‘다소 그렇다’ 49%, ‘보통’ 19% 등으로 90%가 보통 이상으로 평가했다. 설문에 응답한 시민들은 적극행정의 방향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적극행정이 필요한 분야로 일하는 방식 개선(16%), 불합리한 관행 개선(16%), 국민생활 안정 지원(14%) 등을 차례로 꼽았다. ■ 2년간 기관표창 9회, 특별교부세 등 포상금 2억3천만원 시는 2020년과 2021년 행안부의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 2년 연속 기초지자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년여간 대통령상 1회, 국무총리상 1회를 비롯해 적극행정 관련 기관표창만 9회를 기록 중이다. 우수한 적극행정에 대한 포상으로 받은 특별교부세와 시상금을 모두 합하면 2억3천만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 1분기에도 적극행정 규제애로 해소실적 평가에서 우수사례와 신규사례를 각 1건씩 리스트에 올리며 연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는 그동안 적극행정위원회 운영, 적극행정 마인드 혁신교육 등을 상시 운영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적극행정 우수사례를 선정하고 우수공무원을 선발하는 등 적극행정 문화 확산 노력을 집중해 왔다. 특히 올해는 ‘2022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수립해 5개 분야 30개 과제, 11개 중점과제를 추진 중이다. 또 소극행정 특별점검반을 운영해 소극행정 혁파를 위한 노력을 더한다. ■ 시민체감형 적극행정, 안전과 편의 높였다 시가 다양한 정책과 사업으로 만들어낸 적극행정 우수사례는 시민의 안전과 편의를 높이기 위한 과정이었다. 먼저 시는 지난 2020년 상반기, 시민체감형 적극행정의 신호탄을 쐈다. 2015년 메르스 발생 이후 기초지자체가 역학조사관을 채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시의 지속적인 주장과 건의가 3월 ‘감염병 예방법’ 개정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또 해외입국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도록 안심콜밴을 지원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생활시설 또는 가족들이 이용할 안심숙소를 지원했다. 시의 모범적인 코로나19 대응 체계 구축은 2020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 수상을 일궈냈다. 본격적인 성과는 지난 2020년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 구축’으로 기세를 올렸다.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은 응급환자를 병원에 이송할 때 수원시도시안전통합센터에서 구급차량의 위치를 GPS로 추적해 응급차량이 지나는 교차로에 녹색 신호를 부여함으로써 가장 빨리 병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 1㎞를 이동할 때 평균 통행시간을 3분20초에서 1분27초로 절반 이하로 단축, 지역 내 상급병원 응급실까지 10분 내에 도착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적극행정 맛집’에 선정돼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이어지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데다 ‘2020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지난해에도 시는 행안부의 경진대회에서 잇따라 수상했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배달용 포장재가 급증하면서 환경문제가 대두됐던 지난해 상반기 시는 다회용 수송포장재 사업으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2021년 3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시작한 ‘포장폐기물 감축을 위한 다회용 수송 포장재 시범사업’은 환경부 및 유통업계와 협업해 재사용할 수 있는 포장재를 사용해 택배를 배송하는 방식이다. 시의 적극행정 문화는 협업기관으로 확산돼 지난해 하반기 수원도시공사가 수상을 이어갔다. 친환경 근조화를 도입한 수원도시공사가 지난해 행안부 하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인사혁신처장상을 수상한 것이다. 기존 3단 화환에서 발생하는 다량의 폐기물을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근조화 오브제를 도입해 장례문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시내버스 불편사항을 QR코드로 간편히 신고할 수 있도록 개선해 교통불편 민원 신속처리 △여권민원실에 지능형 순번대기 시스템을 구축해 민원실 대기 서비스 개선 등이 대외적으로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인정받았다. 시 관계자는 “공직자의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급변하는 행정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시민이 확실하게 체감하는 적극행정 공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생각하며 읽는 동시] 덧니 교정

덧니 교정 강희진 -뒤에 있으니까, 잘 안 보여. 나도 앞자리에 앉고 싶어. -몰랐어, 어서 나와. 자기 자리 못 찾고 겉돌던 친구 좁지만 조금씩 조금씩 비켜주니까 드디어 그 친구 앉을 자리가 생겼다. 같이 있어야, 가치 있는 행복 덧니는 치열을 벗어나서 난 이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모양새가 예쁘지 않다. 덧니를 가진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다. 심하면 웃음이 날 때도 억지로 참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 동시는 덧니에 관한 이야기다. 참 재미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열을 벗어난 덧니를 옆의 친구들이 조금씩 자리를 내주어 제자리를 찾아준다는 얘기다. 덧니를 통해 우리들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비켜주니까/드디어/그 친구 앉을 자리가 생겼다.’ 당신들은 이처럼 살고 있는지. 동시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뜨끔하다. 아픈 곳을 콕 찌르기 때문이다. 남이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면 어딜 끼어들려고 하느냐며 밀치는 세상이다 보니 이 동시가 유독 눈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을 위해 쓴 작품이 어른들에게는 회초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시는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의 마음이 길이다』는 필자가 2년 전에 펴낸 동시 해설집이다. 순수하고 맑은 동심이야말로 인생의 참된 삶의 길 안내가 된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 행복은 혼자 사는 데 있지 않고 나무들처럼 서로서로 어울려 더불어 사는 데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사설] 학교폭력심의위, 전문인력·예산 확충 실효성 높여야

2020년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학교폭력 사건은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에서 다루고 있다. 기존의 교내 학교폭력위원회가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해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교사, 학부모, 판사·검사·변호사, 경찰공무원, 의사 등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심의위원들은 학교폭력 사건 조사와 분쟁 조정 과정 전반에 관여하고, 가해학생에 내릴 처분을 결정한다. 학교폭력을 예전엔 학교에서 쉬쉬하며 덮는 경우가 있었다. 이젠 교내에서 처리하지 않고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에서 담당하다보니 학부모들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신뢰감을 더 갖게 됐다. 교사들의 짐도 크게 덜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연령이 낮아지고, 사이버·비대면 폭력 등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생겨나면서 학폭심의위 위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심의위가 유일하다. 문제는 학폭심의위 업무가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폭주한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으로 제때 심의를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학폭심의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인원은 145명이다. 상담사 25명, 장학사 74명, 일반직 공무원 46명 등이다. 이들이 소화한 학폭심의위 건수는 지난해 3천531건(초 867건, 중 1천720건, 고 944건)이었다. 올해(3~4월)는 총 327건으로 집계됐다. 많은 양의 심의를 적은 전문위원이 맡다보니 심의위 개최가 늦어지고, 가해·피해 학생 구분은 물론 학생들의 피해 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폭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은 교내서 마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심의 결과가 늦어 제재(사회봉사 등 1~9호 처분)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의위에 몰리는 학교폭력 사건을 제때,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심의위원도 상담사나 장학사 외에 변호사나 경찰,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소한 다툼까지 학폭심의위 안건으로 접수되지 않게, 사전에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등을 중재할 전문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학교폭력 발생 시 36시간 이내에 교사와 가해·피해 학생의 부모 간 대화를 의무화한 덴마크 프리스홈 학교 사례도 고려해볼 만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학교폭력의 실효성 있는 대책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

[사설] 경제 도지사 밑에 경제 부지사/그 직에 맞는 조건은 무엇인가

직책명이 정무부지사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민선 이인제(1기)·임창렬(2기)·손학규(3기)·김문수(4기) 지사 때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사회단체인 등이 거쳐갔다. 말 그대로 정무(政務)에 역할이 맞춰졌다. 정치인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맡았다. 언론인과의 소통 또한 그들의 역할이었다. 역사 속 평가는 천차 만별이다. ‘사통팔달의 소통 천재 부지사’ ‘자신의 정치에만 매달린 부지사’ ‘집무실 속 아낙군수 부지사’ 등이다. 어떤 경우든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이게 달라진 건 김문수 Ⅱ였던 민선 5기부터다. 정무부지사에 도정의 상징성에 맞는 특정 역할이 부여됐다. 직책명부터 경제부지사(김문수 지사), 연정부지사(남경필 지사), 평화부지사(이재명 지사)로 바뀌어갔다. 도지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부지사 명칭에 직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경제, 연정, 평화가 바로 그런 화두였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수한 영역에 맞춰진 특수한 일이 없어서였다. 결국은 이름만 바뀐 정무부지사들이었다. 김동연호의 정무직 부지사가 경제부지사로 정해졌다. 이재명 전 지사 시절 평화 부지사를 바꾸기로 했다. 이에 걸맞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현재 행정2부지사 소관인 경제실, 행정1부지사 소관인 도시주택실, 공정국, 농정해양국을 담당하게 했다. 도정을 경제 회생에 두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당선인이 선택하게 될 예측 가능한 직제의 개편이었다. 벌써부터 염태영 공동인수위원장 등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폈듯이 도정을 상징하는 부지사직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에 맞는 역할을 다 한 부지사는 많지 않다. 연정 부지사가 연정에 꽃을 피웠다고 보기 어렵고, 평화 부지사가 평화의 열매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많겠지만, 우리가 지적할 것은 기존 조직과의 괴리다. 경제, 연정, 평화, 어느 것 하나 혼자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도청 내 관련 조직의 힘을 극대화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조직과 융합하고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경제는 경기도 가까이에 있다. 김동연 당선인 본인이 경제도지사다. 기획과 구상을 쏟아낼 것이다. 도정의 선장은 그 하나로 족하다. 경제부지사는 그 기획과 구상을 실천하는 자리다. 도청 내 경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자리다. 실·국장부터 주무관까지 누수 없이 끌고 가는 자리다. 책임감 강하고, 흡입력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성공하는 경제부지사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 가능성을 높이는 시작은 좋은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지대] 회색지대전술

국가 최고 지도자가 변방의 섬을 방문, 이렇게 지시했다. “어민들을 이끌고 바다에 나가 고기도 잡으면서 돈도 벌고, 먼 바다 정보도 수집하면서 섬과 암초를 건설하라”. 어선들에 대해 군사적전 투입지침이 내려졌다. 극히 이례적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성(海南省)에 주둔 중인 부대에 내린 전략이었다. 지난 2013년 4월, 취임 직후였다. 이 장면은 중국 중앙방송인 CCTV를 통해 주요 뉴스로 전국에 보도됐다. 그동안 실체가 불분명했던 중국 공산당 전략이 시나브로 수면 위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이른바 ‘회색지대전술(Gray Zone Tactics)’이다. 정규군이 아니라, 민병대나 민간 무장어선 등을 활용해 도발하는 게릴라 전술이다. ▶검은색과 흰색을 섞으면 회색이 만들어진다. 검지도 않고 희지도 않다. 경계가 불분명하다. 회색지대전술은 1949년 국민당 군대 공격을 막기 위해 창설된 해상 민병대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들은 1920년대 소련 해군의 ‘영 스쿨(Young School) 전략’을 차용했다. 잘 훈련된 소형 선박 선단으로 대형 함대에 맞서는 전법이 핵심이었다. 파란색 어선을 타고 다녀 ‘리틀 블루 맨(Little Blue Man)’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중국 해상민병대는 평소에는 고기를 잡는 등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에는 전투에 바로 투입된다. 지난 1974년에는 파라셀 해전에서 첨병에 섰다. 지난 2009년에는 미국 해군 임페커블함 해양조사활동을 저지하기도 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들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6월 들어 모두 7번째다.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미리 비행계획과 진입시 위치 등을 통보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이후 방공식별구역에 끊임없이 군용기를 진입시키고 있다. ▶회색지대 전술은 대만 방공식별구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닥친 위험한 현실이다. 서해바다 우리측 어로구역에 어선으로 가장, 출몰하는 중국 선박들도 해당 전술에 따른 군사행위다. 우리 영해에서도 중국의 회색지대전술은 ‘현재진행형’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인천시론]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거야’/ 그러자 난 내가 미워졌다.” 독일의 극작가 겸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그의 시(詩)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통해, 나치의 만행과 2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 비극을 증언했다. 그는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덴마크와 체코, 모스크바, 미국 등 15년간 망명생활을 하며, ‘펜’을 무기로 반나치투쟁을 역설해왔다. 그럼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슬펐는지, 그는 ‘사상자 명부’라는 또 다른 시에서, 나치의 체포명령을 피해 망명했으나 스페인 국경에서 자살한 벤야민을 비롯 먼저 떠난 동료들을 하나하나 애도했고, 이후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한 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한번이라도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겪어봤을 삶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단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때론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비하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어린 자녀들을 잃은 부모들을 향해 “그만 좀 우려먹어라”, 심지어 “죽은 자식들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식의 공감능력을 의심케 하는 막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0년 46명의 군인들이 전사한 천안함 피격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민군합동조사단 및 미국·영국·스웨덴·호주 등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음이 확인되었지만, 침몰원인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은 꺼질줄 몰랐다. 암초 내지 동맹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설부터, 금속피로로 배가 갈라져 침몰했다는 설까지 숱한 루머가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전파됐고, 어느 순간 최원일 전 함장을 비롯한 살아남은 장병들은 패잔병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과 천안함 생존자들 모두 살아남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기혐오로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음에, 굳이 그들을 욕되게 하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누군가의 슬픔에 기대어 한몫 챙기려는 정치권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그 주역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슬픔마저 정략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세상, 우리 사회가 타인의 슬픔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이제 그만 그대들은 빠져 달라.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