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덧니 교정

덧니 교정 강희진 -뒤에 있으니까, 잘 안 보여. 나도 앞자리에 앉고 싶어. -몰랐어, 어서 나와. 자기 자리 못 찾고 겉돌던 친구 좁지만 조금씩 조금씩 비켜주니까 드디어 그 친구 앉을 자리가 생겼다. 같이 있어야, 가치 있는 행복 덧니는 치열을 벗어나서 난 이를 말한다. 그러다 보니 모양새가 예쁘지 않다. 덧니를 가진 아이는 입을 크게 벌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된다. 심하면 웃음이 날 때도 억지로 참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 동시는 덧니에 관한 이야기다. 참 재미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열을 벗어난 덧니를 옆의 친구들이 조금씩 자리를 내주어 제자리를 찾아준다는 얘기다. 덧니를 통해 우리들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비켜주니까/드디어/그 친구 앉을 자리가 생겼다.’ 당신들은 이처럼 살고 있는지. 동시는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슴이 뜨끔하다. 아픈 곳을 콕 찌르기 때문이다. 남이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면 어딜 끼어들려고 하느냐며 밀치는 세상이다 보니 이 동시가 유독 눈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을 위해 쓴 작품이 어른들에게는 회초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동시는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이의 마음이 길이다』는 필자가 2년 전에 펴낸 동시 해설집이다. 순수하고 맑은 동심이야말로 인생의 참된 삶의 길 안내가 된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 행복은 혼자 사는 데 있지 않고 나무들처럼 서로서로 어울려 더불어 사는 데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사설] 학교폭력심의위, 전문인력·예산 확충 실효성 높여야

2020년 시행된 개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학교폭력 사건은 교육지원청 산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에서 다루고 있다. 기존의 교내 학교폭력위원회가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수용해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교사, 학부모, 판사·검사·변호사, 경찰공무원, 의사 등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심의위원들은 학교폭력 사건 조사와 분쟁 조정 과정 전반에 관여하고, 가해학생에 내릴 처분을 결정한다. 학교폭력을 예전엔 학교에서 쉬쉬하며 덮는 경우가 있었다. 이젠 교내에서 처리하지 않고 전문위원이 참여하는 심의위에서 담당하다보니 학부모들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신뢰감을 더 갖게 됐다. 교사들의 짐도 크게 덜었다. 학교폭력 가해자 연령이 낮아지고, 사이버·비대면 폭력 등 새로운 학교폭력 유형이 생겨나면서 학폭심의위 위원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경우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은 심의위가 유일하다. 문제는 학폭심의위 업무가 감당이 어려울 정도로 폭주한다는 것이다. 인력 부족으로 제때 심의를 못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학폭심의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내 인원은 145명이다. 상담사 25명, 장학사 74명, 일반직 공무원 46명 등이다. 이들이 소화한 학폭심의위 건수는 지난해 3천531건(초 867건, 중 1천720건, 고 944건)이었다. 올해(3~4월)는 총 327건으로 집계됐다. 많은 양의 심의를 적은 전문위원이 맡다보니 심의위 개최가 늦어지고, 가해·피해 학생 구분은 물론 학생들의 피해 회복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폭심의위 결론이 나기 전까지 가해·피해 관련 학생들은 교내서 마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심의 결과가 늦어 제재(사회봉사 등 1~9호 처분)도 어려운 상황이다. 심의위에 몰리는 학교폭력 사건을 제때, 적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심의위원도 상담사나 장학사 외에 변호사나 경찰,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대화로 풀 수 있는 사소한 다툼까지 학폭심의위 안건으로 접수되지 않게, 사전에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등을 중재할 전문센터 설치를 제안한다. 학교폭력 발생 시 36시간 이내에 교사와 가해·피해 학생의 부모 간 대화를 의무화한 덴마크 프리스홈 학교 사례도 고려해볼 만하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학교폭력의 실효성 있는 대책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

[사설] 경제 도지사 밑에 경제 부지사/그 직에 맞는 조건은 무엇인가

직책명이 정무부지사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민선 이인제(1기)·임창렬(2기)·손학규(3기)·김문수(4기) 지사 때다. 전직 국회의원, 전직 사회단체인 등이 거쳐갔다. 말 그대로 정무(政務)에 역할이 맞춰졌다. 정치인과의 정치적인 관계를 맡았다. 언론인과의 소통 또한 그들의 역할이었다. 역사 속 평가는 천차 만별이다. ‘사통팔달의 소통 천재 부지사’ ‘자신의 정치에만 매달린 부지사’ ‘집무실 속 아낙군수 부지사’ 등이다. 어떤 경우든 행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이게 달라진 건 김문수 Ⅱ였던 민선 5기부터다. 정무부지사에 도정의 상징성에 맞는 특정 역할이 부여됐다. 직책명부터 경제부지사(김문수 지사), 연정부지사(남경필 지사), 평화부지사(이재명 지사)로 바뀌어갔다. 도지사가 추구하는 방향을 부지사 명칭에 직설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경제, 연정, 평화가 바로 그런 화두였다. 하지만 실제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수한 영역에 맞춰진 특수한 일이 없어서였다. 결국은 이름만 바뀐 정무부지사들이었다. 김동연호의 정무직 부지사가 경제부지사로 정해졌다. 이재명 전 지사 시절 평화 부지사를 바꾸기로 했다. 이에 걸맞은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현재 행정2부지사 소관인 경제실, 행정1부지사 소관인 도시주택실, 공정국, 농정해양국을 담당하게 했다. 도정을 경제 회생에 두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당선인이 선택하게 될 예측 가능한 직제의 개편이었다. 벌써부터 염태영 공동인수위원장 등 이름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폈듯이 도정을 상징하는 부지사직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에 맞는 역할을 다 한 부지사는 많지 않다. 연정 부지사가 연정에 꽃을 피웠다고 보기 어렵고, 평화 부지사가 평화의 열매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많겠지만, 우리가 지적할 것은 기존 조직과의 괴리다. 경제, 연정, 평화, 어느 것 하나 혼자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다. 도청 내 관련 조직의 힘을 극대화할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 조직과 융합하고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제 경제는 경기도 가까이에 있다. 김동연 당선인 본인이 경제도지사다. 기획과 구상을 쏟아낼 것이다. 도정의 선장은 그 하나로 족하다. 경제부지사는 그 기획과 구상을 실천하는 자리다. 도청 내 경제 조직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자리다. 실·국장부터 주무관까지 누수 없이 끌고 가는 자리다. 책임감 강하고, 흡입력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성공하는 경제부지사가 자리 잡아야 한다. 그 가능성을 높이는 시작은 좋은 적임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지대] 회색지대전술

국가 최고 지도자가 변방의 섬을 방문, 이렇게 지시했다. “어민들을 이끌고 바다에 나가 고기도 잡으면서 돈도 벌고, 먼 바다 정보도 수집하면서 섬과 암초를 건설하라”. 어선들에 대해 군사적전 투입지침이 내려졌다. 극히 이례적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하이난성(海南省)에 주둔 중인 부대에 내린 전략이었다. 지난 2013년 4월, 취임 직후였다. 이 장면은 중국 중앙방송인 CCTV를 통해 주요 뉴스로 전국에 보도됐다. 그동안 실체가 불분명했던 중국 공산당 전략이 시나브로 수면 위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이른바 ‘회색지대전술(Gray Zone Tactics)’이다. 정규군이 아니라, 민병대나 민간 무장어선 등을 활용해 도발하는 게릴라 전술이다. ▶검은색과 흰색을 섞으면 회색이 만들어진다. 검지도 않고 희지도 않다. 경계가 불분명하다. 회색지대전술은 1949년 국민당 군대 공격을 막기 위해 창설된 해상 민병대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들은 1920년대 소련 해군의 ‘영 스쿨(Young School) 전략’을 차용했다. 잘 훈련된 소형 선박 선단으로 대형 함대에 맞서는 전법이 핵심이었다. 파란색 어선을 타고 다녀 ‘리틀 블루 맨(Little Blue Man)’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중국 해상민병대는 평소에는 고기를 잡는 등 생업에 종사하다가 유사시에는 전투에 바로 투입된다. 지난 1974년에는 파라셀 해전에서 첨병에 섰다. 지난 2009년에는 미국 해군 임페커블함 해양조사활동을 저지하기도 했다. ▶중국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대만 언론들은 특정 지역을 분쟁지대로 만들기 위한 회색지대 전술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6월 들어 모두 7번째다.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미리 비행계획과 진입시 위치 등을 통보해야 한다.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이후 방공식별구역에 끊임없이 군용기를 진입시키고 있다. ▶회색지대 전술은 대만 방공식별구역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닥친 위험한 현실이다. 서해바다 우리측 어로구역에 어선으로 가장, 출몰하는 중국 선박들도 해당 전술에 따른 군사행위다. 우리 영해에서도 중국의 회색지대전술은 ‘현재진행형’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인천시론] 살아남은 자의 슬픔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친구들이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거야’/ 그러자 난 내가 미워졌다.” 독일의 극작가 겸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그의 시(詩)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통해, 나치의 만행과 2차 세계대전의 참상 속 비극을 증언했다. 그는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덴마크와 체코, 모스크바, 미국 등 15년간 망명생활을 하며, ‘펜’을 무기로 반나치투쟁을 역설해왔다. 그럼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못내 슬펐는지, 그는 ‘사상자 명부’라는 또 다른 시에서, 나치의 체포명령을 피해 망명했으나 스페인 국경에서 자살한 벤야민을 비롯 먼저 떠난 동료들을 하나하나 애도했고, 이후 ‘오직 운이 좋았던 탓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을 토로한 것이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이는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한번이라도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겪어봤을 삶의 통과의례인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단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때론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비하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어린 자녀들을 잃은 부모들을 향해 “그만 좀 우려먹어라”, 심지어 “죽은 자식들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식의 공감능력을 의심케 하는 막말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10년 46명의 군인들이 전사한 천안함 피격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민군합동조사단 및 미국·영국·스웨덴·호주 등 국제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음이 확인되었지만, 침몰원인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은 꺼질줄 몰랐다. 암초 내지 동맹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설부터, 금속피로로 배가 갈라져 침몰했다는 설까지 숱한 루머가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 전파됐고, 어느 순간 최원일 전 함장을 비롯한 살아남은 장병들은 패잔병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족과 천안함 생존자들 모두 살아남은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자기혐오로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음에, 굳이 그들을 욕되게 하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누군가의 슬픔에 기대어 한몫 챙기려는 정치권과 그들의 추종자들이 그 주역이 아닐까 싶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슬픔마저 정략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세상, 우리 사회가 타인의 슬픔에 온전히 공감할 수 있도록, 이제 그만 그대들은 빠져 달라.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기고] 연평해전과 참척(慘慽)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 땅에 수많은 젊은 생명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정신을 추모하는 것이다.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 흘린 6.15, 6.25, 6.29로 이어지는 유월의 그 날들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950년 6월 25일의 6.25전쟁, 2002년 6월 29일의 제2차 연평해전이 바로 그들이 자유와 목숨을 바꾼 날이기 때문이다. 제1차 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 북한함정 10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도발하였던 정전협정 이후 발생한 남북한 간 첫 해상 교전이었다. 우리 해군이 ‘참수리’ 고속정이 부딪혀 막는 일명 ‘밀어내기 작전’으로 대응하던 중 남북간 전투가 발생한 것이다. 양측의 교전으로 북한 측이 크게 패퇴하여 명백한 우리 군의 승리로 끝난 전투로서 금년은 제1차 연평해전 23주년을 맞았다. 1950년 6월25일 장맛비가 쏟아지는 일요일 새벽4시 북한의 남침이 시작되었다. 비극적 전쟁은 3년 1개월 2일 동안 온 국토와 국민을 나락에 빠뜨렸다. 유엔 참전 16개국과 의료지원 등 총 64개국 젊은이들의 목숨으로 간신히 자유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 올해는 제72주년이 되는 해이다. 제1차 연평해전으로 부터 3년 후인 2002년 6월29일은 한·일 월드컵 막바지에 한국과 터키의 3·4위전 경기가 벌어지던 날이었다. 온 국민이 월드컵에 눈을 돌리고 축제를 이어가던 그 날 서해에서는 제2차 연평해전이 일어난 것이다. 연평도 북방한계선 부근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 고속정에 대한 북한 해군 경비정의 기습 공격이 시작돼 30분 가량 진행된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이었다. 북한군의 선제공격을 당한 대한민국 해군 참수리 357호는 정장을 포함한 해군장병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당하는 인명피해를 겪었다. 북한군도 13명이 전사하고, 25명이 부상당했다. 결국 젊은 장병들의 피 값으로 자유는 지켜졌지만 자식과 부모를 잃은 가족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당했다. 건강하고 튼튼한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와 남겨진 어린 자식 등 가족들을 생각해 보라. 이 얼마나 ‘청천벽력’같은 슬픔인가?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을 참척(慘慽)의 슬픔이라고 한다. 이 세상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가장 큰 아픔과 슬픔이다. 무엇으로 자식을 앞세운 부모를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고작 우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날과 그 분들의 희생을 잊지 않는 것뿐이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참수리 고속정을 대체한 차기 고속함이 영웅들의 이름으로 진수돼 그나마 다행이다. 윤영하함, 한상국함, 조천형함, 황도현함, 서후원함, 박동혁함으로 대한민국 해군 ‘참수리’고속정 357호 용사들의 이름이 바다를 지켜주고 있다. 우리도 용사들과 같은 자식과 형제와 부모가 있지 않은가. 그들이 흘린 피로 지켜진 자유와 평화를 우리가 누리고 있음을 국민 모두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함께 지켜내야 한다. 정부는 6.25 제72주년 주제를 ‘지켜낸 자유, 지켜갈 평화’라고 했다. 자유를 지킬 힘이 없이는 평화도 없을 것이다. 자유는 결코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쟁취하고 지켜야 하는 것임을 우리는 아픈 경험을 통해 잘 알게 되었다. 제2차 연평해전 20주년을 맞이하여 또 영웅들의 명복을 빈다. 남은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온 국민은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들을...’ 이석한 경기도중소기업CEO연합회 회장

[특별기고] 한동훈 장관의 이민청 설치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민청 설치를 공론화하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 이슈에만 매몰되어 오던 前 장관들과 비교하여 파격적인 행보로 생각된다. 이민이라는 용어 사용조차도 그저 국민 눈치만 살피던 前 정권의 소극적 행보를 벗어난 윤석열 정부에서 이민청 설치가 과연 가능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한 장관의 이번 약속이 꼭 지켜지기를 바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이민청 설치 논의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놓치고 있어 한동훈 장관에게 조언하고자 한다. 첫째, 사람(공무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동훈 장관은 이민청을 법무부 외청으로 설치하겠다고 한다. 이는 법무부와 법무부 문화를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한 장관의 말대로 정책추진은 힘을 받겠지만, 과연 법무부의 관료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투명성과 유연성이 어떻게 확보될 수 있는가. 법무부에 이민청을 두면서 관료적 경직성을 탈피하는 묘수의 발굴이 필요한 때이다. 이민청에서 할 일은 크게 국경관리, 거주와 사회통합, 인구경제 대책, 글로벌적 리더십이고, 이를 위해 사람(공무원)의 정책능력 제고가 필요하다. ⅰ) 국경관리와 거주는 동전의 양면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특정 국가 출신의 이민자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보이지만, 다양한 국가 출신의 이민자가 고루 포진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민청이 설치되면 대다수 국민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외국인 유입과 거주를 기대할 것이다. 또한, 전염병 등으로 인한 출입국관리의 전문성과 통제는 법무부장관이 감당해야 할 임무이었으나, 검찰 이슈에 파묻혀 그동안 미약했으므로 한동훈 장관이 직접 챙겨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남북한 자유 왕래에 대비하고 대륙철도를 통한 국경관리를 개발할 때이다. ⅱ) 사회통합은 이주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배려하며, 다양성을 포용하는 높은 수준의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민간 전문가와 사회단체를 포함한 우수한 자원을 활용하는 연합팀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지역에서 이주민을 경제사회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실용 정책을 추진하려면 지방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의 간부와 직원은 물론 지방정부의 공무원(지자체 공무원, 교사, 경찰, 군인 등)이 이민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담당할 수 있는 소통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전쟁․분쟁과 기후 환경의 변화로 인한 난민의 발생과 유입에 대비해 법무부를 포함한 정부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대처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ⅲ) 외국인과 이민이 인구경제 대책을 위한 정책의 하나로 채택 추진되기 위해서 법무부에 과연 정책능력과 전문가 그룹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의 성장, 통계와 데이터, 고용과 실업 문제, 정주와 가족동반이 가능한 새로운 외국인력 제도의 발굴, 차년도의 외국인 유입 규모와 비자 발급 규모를 분석하기 위한 내부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 외에도 법무부에 외부 전문가의 영입을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한다. ⅳ) 전 세계의 주요 국가는 이민과 난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금껏 나는 한국의 법무부장관이 UN 또는 국제사회의 논의장에 참석하거나 주도적인 발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선진적 이민정책의 체계는 국제사회의 트랜드에 보조를 맞추고 글로벌 리더쉽을 갖췄을 때 더욱 빛이 날 것이다. 국가 안에 갇힌 시각을 넘어 다른 국가들은 어떻게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고 리드하고 있는지를 배울 때이다. 이민청 조직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공무원의 생각과 능력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돈(예산)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이민정책 관련 2020년 재정보고서에 의하면 이민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예산 중 0.3%인 1조3,535억 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이것은 여러 부처의 사업표를 분석한 것이므로 정책을 실제 시행하면서 더 증가할 것이지만, 이만큼의 예산을 누구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민청의 성공 여부는 운영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관리하고, 활용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일이 첫 번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국민은 “내가 낸 돈으로 외국인만이 혜택을 받는다”라는 반감을 줄일 수 있고, 더 나아가 정부의 이민정책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자 유형 중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민자를 위한 예산 비중이 가장 높고 난민 등 다른 유형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이민정책에 관련된 예산을 편성한 부처는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주로 5개 부처이고, 여러 부처의 기능과 정책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재정 건전성도 확보되는 이중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수요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매년 이민자가 부담하는 외국인등록수수료, 귀화신청수수료, 과태료, 범칙금 등 약 2천억원을 운영자금으로 확보하고, 90일 이상 장기간 거주하는 이민자가 통합기여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함으로써 운영자금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그 밖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기업체, 민간의 기부금, 대학교의 장학금 등을 모두 합친 ‘이민자 및 난민의 개발과 통합을 위한 기금’을 통해 국민의 부담을 줄여 줄 것이 필요하다. 지난 16년 이상 동안 논의가 활발했던 기금 설치가 실현되지 못한 것은 기획재정부가 예산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밥그릇 싸움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민청 운영을 위한 예산 확보는 한동훈 장관 혼자만의 힘으로는 벅찰 것으로 여겨진다. 한 장관은 이민청을 운영하기 위한 예산에 대한 국민 반감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상히 보고하고, 대통령이 돈(예산)을 직접 챙겨야만 비로소 국민은 이민청 설치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돈(예산)도 애기하고, 이민청 조직 내용도 소상히 밝혀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셋째, 관계(지역)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민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지역에서 조직과 조직,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효율적으로 조성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우선, 전국에 46개의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가 있지만, 6개 광역시도와 256개 시군구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업무 협력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중앙부처이고, 시군구의 지방자치단체는 지방부처라는 본질적 차이를 고려하면서도, 지자체는 지역 업체들의 이익을 생각하여 외국인근로자의 체류자격 유무를 불문하고 지원해야 하고,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는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을 단속해야 하는 입장으로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다. 효과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는 관할 지역에서 미등록외국인(불법체류자) 문제 외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와 지자체 간의 협업으로 지역관광비자 발급, 지역 대학교에 석/박사 유학생 유치 지원, 난민과 외국인근로자의 거주 서비스 등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 지자체와 함께 매년 시행계획을 세워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민청이 실제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의 역할 강화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이민청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민간 전문기관/단체와 파트너십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민간 전문기관/단체는 지역에서 이민정책을 실행하는 전달체계이며 사회통합정책 추진의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설치된 46개의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가 전국 시군구에 있는 외국인복지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동포체류지원센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사회통합프로그램/조기적응프로그램 운영기관,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 등 1,000개에 달하는 각종 지원기관을 조율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처럼 지역에서 혼란스러운 지원체계는 부성화의 원리(departmentalization principle)에 따라 하나로 통합시켜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민간 전문기관/단체의 전문성이 활용되지 못하면 지역 사회통합은 실패할 것은 뻔한 일이다. 출입국외국인청(사무소)와 민간 전문기관/단체의 관계가 파트너십이 아니라, 감시자와 일꾼 관계처럼 경직되지 않도록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한동훈 장관의 이민청 설치 대계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민정책을 체계 있게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하드웨어를 갖추었다고 해서 이민청이 자동적으로 제구실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공무원), 돈(운영예산), 관계(지역 활용)가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 장관의 남다른 의지와 실행이 기대된다. 신상록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정책위원회 민간위원·상명대 겸임교수

[천자춘추] 집합건물 구분소유자 참여의 중요성

신규분양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 관해 구분소유자 전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관리단’이 당연히 설립된다(집합건물법 제23조 제1항). ‘분양자’(대개 ‘시행사’)는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건물과 대지 및 부속시설을 관리할 수 있고, 그 결과 최초 관리단집회 소집을 구분소유자들에게 통지하고 관리단집회의 소집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분양자라고 해석된다(제9조의3). 그런데 최근 수도권 일대 신규 집합건물을 대상으로 이른바 ‘아파트 X맨’, ‘오피스텔 헌터’로 일컬어지는 자들이 기승을 부리며 분쟁을 유발한다. 이들은 빠르게 입주자 커뮤니티를 개설·운영하면서 ‘관리비가 과다하다’는 등 근거 없는 악의적인 풍문을 흘리는 방법으로 분양자와 관리업체에 대한 나쁜 여론을 일으키고, 커뮤니티에 비판적인 글을 삭제하거나 비판적인 가입자를 강퇴시키기도 한다. 인력을 동원해 사전에 가가호호 방문해 의결권 위임장을 받은 다음 관리단집회에서 자신들이 내정한 관리인을 선출하거나 직접 관리단집회 개최를 주도해 관리인을 선출하기도 한다. 임기 동안 집합건물 관리를 통해 각종 이권과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었기에 대부분 별도의 관리업체를 끼고 침입한다. 그러기에 대의원에 해당하는 관리위원 선임보다 더 긴급하고 빠르게 ‘관리업체의 변경’ 안건을 통과시키려 한다. 의결정족수 충족을 위해 위임장을 일부 위조하거나 무단 대필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이 떠나버릴 즈음 남는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구분소유자들 내지 입주자들의 몫이다. 분양자의 관리인 선임 절차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관리단집회를 개최하고자 한다면 대부분 X맨 혹은 헌터라고 의심해도 된다. 분양자의 선관의무에 기한 관리단집회 결의는 자신들의 목적에 방해되기 때문이다. 관리인이 아니면서 관리인 행사를 하는 자를 ‘참칭 관리인’이라고 한다. 분양자는 참칭 관리인을 상대로 관리단집회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관리업체 변경 등 참칭관리인의 전횡(專橫)을 방지하기 위해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통해 결의취소소송 판결 선고시까지 업무 수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 입후보 및 경쟁의 기회 잠탈, 의사록 작성 및 날인의 자격요건 위반, 의결권 위임의 위법, 의결정족수 불충족 등 집합건물법령 위반이나 집회절차의 현저한 불공정성을 증명해 관리단집회결의의 취소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다만 X맨이나 헌터들의 명백한 위법을 입증해 내는 일은 쉽지만은 않다. 구분 소유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들의 불법적인 침투와 탐욕스러운 행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열쇠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