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다시 석탄발전

석탄은 18세기 산업혁명 시대에 ‘검은 다이아몬드’로 불렸다. 근대 산업과 문명을 이끈 에너지원으로 20세기 중반까지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대기오염과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더러운 연료’로 낙인 찍혔다. 주요 선진국들은 탈석탄 정책을 쏟아냈다. 영국은 2025년, 독일은 2038년을 석탄발전 퇴출의 해로 정했다. 미국도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32% 줄이기로 했다. 전 세계 여러나라가 ‘탄소 제로’를 외치더니 석탄으로 회귀하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던 유럽국가들이 전력공급 안정을 위해 다시 석탄화력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진 뒤 국제유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탈탄소’ 정책에서 한걸음 물러난 것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네덜란드는 환경문제로 시설용량의 35%까지만 발전토록 법률로 규제하던 석탄발전 제한을 2024년까지 폐지키로 했다. 국가 가스 공급의 80%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오스트리아도 폐쇄한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여름 전력난에 석탄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전체 전력 생산에서 석탄이 70%에 이르는 인도는 에너지 물가 상승에 석탄산업 투자가 늘 것으로 예측된다.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던 유럽국가들의 석탄 회귀에 지구 온난화 대책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화석 연료에 대한 새로운 투자는 전쟁과 오염, 기후 재난을 부추기는 망상”이라면서 “재생에너지에 더 투자했다면 연료시장의 불안정성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계가 기후위기와 에너지위기, 그 어떤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급속히 석탄을 퇴출시켰던 나라들은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이연섭 논설위원

[아침을 열면서] 여전히 유효한 미래사회 보편가치 효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한국의 효사상과 가족제도 등의 설명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한국의 효 사상은 인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사상이라며 서양에도 효 문화를 전파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한국이 지닌 빼어난 문화중 하나로 손꼽히며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기능하였던 효가 어찌 된 일인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겐 고리타분한 전통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효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통사회에서 효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았다. 효라는 도덕관념이 가부장적 상하 지배를 유지하는 규범으로 기능하기도 했고, 효의 본질인 진정성 있는 감정은 온데간데없고,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 포장된 효를 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극단적인 방식으로 효를 실천한 사례들이 기록되어 있다. 손가락을 잘라 수혈하여 병을 치료한 사례를 최고 등급의 효로 인정해 달라는 상소가 올라오자, 세종은 단지(斷指) 등은 비록 정도에 합하지 않지만, 부모를 위하는 마음이 절실하므로, 취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생사의 기로에 선 부모의 병을 낳게 할 수만 있다면 신체도 아끼지 않겠다는 자식의 마음이 가상해 상소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조선 중후기에 이르자, 이런 효의 폐단은 선명하게 부각됐다. 다산은 당시 효행 실천의 문제를 지적하며, 부모를 이용하여 명예를 얻거나, 부역을 피하기 위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단지 등의 사례가 역사 사료에 나오지 않는 것도, 절실한 마음을 표현한 효행이기는 하지만, 훗날 세상 사람들을 잘못 이끌까 염려돼 기록하지 않은 것이라 본 것이다. 한자의 ‘효(孝)’는 ‘늙을 노(老)’와 ‘아들 자(子)’가 결합된 회의자로, 자식이 노인을 등에 업고 봉양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다만 봉양의 행위에는 진정성 있는 공경의 마음을 담고 있어야 한다. 『논어』에서는 “개와 말도 모두 먹여 길러줄 수 있는데, 공경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구별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다. 부모님을 봉양하는 행위에 공경의 마음이 담겨있지 않으면 먹이주며 기르는 동물을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부모자식 사이는 천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감정’의 온도가 따뜻하다. 설령 관계가 소원해져 감정의 온도가 식었다할지라도, 조금만 자극하면 본래 마음의 따뜻함은 금세 회복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공경의 감정을 행동 동력으로 삼아,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당연히 봉양의 방식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디지털혁명이 생활문화로 스며든 이후, 해외에 있건 지방에 있건, 언제든 SNS로 부모님과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고, 온라인 배송을 통해 손쉽게 마음을 전할 수도 있다. 또한 봉양에는 물질적 봉양을 넘어 부모님 뜻을 존중하는 ‘양지’의 의미 역시 담고 있다. 부모님이 바라는 것을 아느냐고 대학생들에게 물으면, 대학 잘 가면, 학점 잘 받으면, 취직 잘하면 부모님이 기뻐할 것이라 대답하곤 한다. 『맹자』에서는 “자신을 돌아보아 참되지 않으면 부모를 기쁘게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고정된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내면에서 드러나는 따뜻한 공경의 감정을 부모님께 전하고,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사욕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바른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효의 본질이자 이상이다. 고재석 성균관대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

[기고] 한국 역사 담아낸 가평 보납산 가치 알아야

역사 흐름에 따라 전설을 기반으로 독특한 문화가 태어나고, 후세에 문화유산으로 전해진다. 문화유산은 오랜 세월 주민들 관습으로 축적되어 문화정체성으로 형성된다. 아울러 지역 전통 문화유산으로 상품을 생산, 유통할 때 문화산업이 창출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문화유산은 관광산업의 핵심자원이다. 지역주민에게는 자긍심을 나타내는 문화자원이며, 방문객에게는 지역문화를 홍보하는 관광자원이다. 궁극적으로 문화유산은 주민들의 삶과 정서를 담아 문화정체성을 형성함으로서 미래 먹거리를 창조하는 산업자원인 것이다. 가평에 독특한 문화정체성을 상징하는 야트막한 석봉(石峯) 하나가 있다. 1599년, 조선 서예 최고봉 한호라는 분이 군수로 재직하면서 수시로 오르던 돌산이었다. 군수는 돌산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자신의 호를 석봉(石峯)이라고 지었다.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쓰거라.” 떡장수 어머니의 자식교육 일화로 유명한 그 한석봉이었다.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서 벼루와 붓을 보물과 함께 돌산에 묻어두었다. 훗날 사람들은 보물을 묻어두었다고 해서 보납산(寶納山)이라고 이름 지었다. 오늘날 가평 공공건축물 중 한석봉 체육관, 한석봉 도서관 등 대부분 한석봉 군수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으며, 문화원에서는 해마다 한석봉 전국휘호대회를 열고 있다. 보납산은 백두대간 한북정맥 중 화악지맥이라는 산악지세가 북한강물 속으로 급격하게 잠기는 마지막 암릉이다. 마치 북한강에 머리를 대고 물을 마시는 자라처럼 산과 강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곳이다. 이곳은 구한말 가평 의병군의 최후 격전장이었다. 나라 잃은 분노에 떨쳐 일어난 가평∙춘천 의병연합군이 서울로 진격 중 정부군과 맞서 결전하다가 산화한 역사적 현장이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나고, 단발령이 공포되자 전국 각지에서 일제와 친일내각을 물리쳐 정의를 바로 세우자며 의병들이 봉기했다. 이충응이 이끄는 가평의병군과 이소응이 주도하는 춘천의병군이 연합하여 세력을 구축하자 정부는 의병봉기의 확장을 막기 위해 관군 토벌대를 파견했다. 1896년 2월, 일제의 사주를 받은 정부군이 의병군을 토벌하기 위해, 가평으로 이동했다. 한양으로 향하던 의병군은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보납산에 진을 쳤다. 우세한 화력으로 무장한 정부군을 맞이하여 치열한 전투를 전개하였으나, 무기부족과 훈련부족 때문에 패하고 말았다. 살아남은 의병들은 북면 일대로 피신했다. 그들은 나중에 멱골을 중심으로 일어난 3.15 가평 독립만세운동에 동참했다. 1950년 6월, 한국전쟁 초기 학도의용군이 일어나 내 고장을 지키고자 싸웠으며, 반공유격대가 공산군에 대항하여 게릴라전을 펼쳤다, 1951년 4월과 5월, 중공군 춘계 대침공 때 UN 영연방군과 함께 방어작전에 성공함으로서 북으로 진격하는 발판을 만든 전략적 요충지였다. 돌이켜 보면, 가평은 구한말 항일의병 격전장이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고자 일으킨 독립운동의 발상지요, 공산세력으로부터 자유평화를 지켜 낸 최후보루였다. 역사의 고비마다 민초들이 일어나 나라 운명을 송두리 째 바꾼 기적의 땅이었다. 국난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유를 숭상하고 평화를 지키고자 정신적 유대를 강화한 지역공동체였다. 가평은 민초들이 주축이 되어 지역을 지켜냈다는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보납산이라는 고유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 새로운 지방정부 출범 준비가 한창이다. 가평의 문화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보납산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장차 군민들로부터 문화수준이 높은 지방정부라는 칭송과 존경을 듬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용 가평군청 관광전문위원

[이슈&경제] 강아지와의 산책

주인을 잘 따르는 강아지가 있다고 하자. 주인이 강아지와 산책을 나서면, 호기심이 발동한 강아지는 주인보다 앞서 걷기도 하고, 때론 주인보다 한참 뒤에서 머뭇거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도착할 쯤이면, 강아지는 언제나 그렇듯이 주인 옆에 있을 것이다. 주인을 잘 따르는 강아지이기 때문이다. ‘주인과 산책하는 충성스러운 강아지’는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투자자였던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언급했던 유명한 표현이다. 주가를 강아지로 기업 가치를 주인으로 비유하면, 비록 주가(강아지)는 기업 가치(주인) 보다 더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도 있지만, 길게 보면 주가는 기업의 가치 주변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올해 KOSPI는 3,000p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2,300p 초반까지 하락했다.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뒤쳐져 있을까? 아니면 주가가 기업가치 하락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 대비 주가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까지 낮아져 있다. 100년 만에 경험하는 전세계적인 전염병, 50년 만에 경험하는 전쟁과 물가 폭등과 같은 사건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이 심각한지에 대해 곰곰이 따져보면 고민스럽다. 실물경기가 금융위기 때만큼 나쁘지는 않기 때문이다. 주가가 기업가치 보다 더 많이 떨어졌을까? 아니면 기업가치도 이미 주가만큼 훼손된 것일까? 주가가 기업가치 보다 더 많이 하락했다고 판단되면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고, 기업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낮아진다고 전망되면 현재의 주가도 별로 매력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업 가치를 제대로 분석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어서, 전망의 신뢰성이 극도로 낮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고,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정책이 경제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금융시장은 하루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또 그 다음날은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등 악재도 수시로 바뀌고 있다. 필자는 공포심리를 유발하는 많은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인상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은행이 가파른 금리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약해지는 신호가 필요하다. 이러한 신호는 미국 물가지수 상승률이 고점을 통과했는지 여부에 의해서 나타날 것이다. 상반기 내내 공포를 유발했던 위험이 뚜렷하게 해소되지 않았고, 기업 가치 개선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되면 주가는 비록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등 이상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걷히는 신호가 약하다. 강아지가 저 멀리 뒤에 있는 것 같은데, 큰소리로 불러도 한달음에 달려올 것 같지 않다. 여전히 기다림이 필요한 시절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

[천자춘추] 금리인상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끝나지 않는 파티는 없다. 저금리 유동성 파티가 언젠가는 끝날 줄 알았지만 막상 파티가 끝난 후 마주하는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5월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가 될 것이고 유가와 곡물가격도 안정되면 인플레이션도 잡히겠지 이런 기대감이 있었다. 이런 막연한 기대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8%가 넘으면서 산산이 부서졌고 이제는 경제성장보다는 인플레이션이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는 자이언트스텝(0.75%p)으로 올려 단숨에 우리나라와 동일한 1.75%가 되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말까지 3.25~3.5%까지 올릴 수 있다는 예고를 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내부 자료를 인용해 최악의 미국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4~7% 올려야 한다는 보도까지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0.25%p냐 빅 스텝(0.5%p)이냐 선택지만 남았다. 조만간 한미 간 금리역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미 간 금리역전이 되면 한국에 유입된 투자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금리역전이 되었지만 자금 유출은 없었다고 반박의 목소리도 있는데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금 우리나라는 3고1저(고금리, 고유가, 고환율, 저성장)의 경제위기 상황이다. 어찌 되었건 올해 말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3%까지는 가리라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연말이 되면 5%이하 시중은행 담보대출 상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2020년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분들이라면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올라갈 수 있다. 대출금리가 이렇게 올라가면 늘어난 이자부담 만큼 이 정도 수익률은 나와야 투자하겠다는 요구 수익률도 높아지게 되는데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지금 분위기에 과도한 상승에 대한 피로감까지 함께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은 사실상 꺾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빨리 잡히면서 금리인상 속도가 늦춰지면 모를까 예상처럼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주식, 코인, 부동산시장 모두 약세가 불가피하다. 2년 전 1%대 예금금리를 보고 차라리 부동산이라도 투자하자던 수요는 대출금리보다 낮아진 투자수익률에 차라리 예금이 낫다고 판단하면서 금융권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상당부분 흡수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가,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등 최근 3년 간 큰 인기를 끌었던 임대수익형 부동산시장은 아파트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옛날 학창시절 체벌이 당연시되던 그 때 매 맞을 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매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그 순간이었으며 막상 매를 맞고 나면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공포가 끝났으니까. 지금은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 공포가 빨리 마무리가 되어야 한다. 어차피 올라갈 금리라면 빨리 올라간 후 인플레이션이 잡혀서 당분간 올리지 않는다란 시그널이 나와야 투자심리가 비로서 안정이 된다. 비정상은 정상으로 가는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그게 정상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살이 쪘다가 살을 빼려면 힘들듯이 지금은 마주해야 할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려워하기 보다 성난 파도가 가라앉을 때까지 위험관리를 잘 하면서 잘 버티는 것이 최선이다. 끝나지 않은 파티도 없지만 끝나지 않은 터널도 없다. 빨리 금리인상의 불확실성 터널이 지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정 넘치는 한국에서 더 많이 베풀면서 살고 싶어요” 한국살이 20년 차, 파키스탄인 나비드 씨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 어느덧 한국살이 20년 차를 훌쩍 넘기며 인생의 절반을 한국인으로 살아 온 무함마드 나비드(Muhammad Naveed) 씨는 시흥시 배곧동에 거주하는 파키스탄인 주민이자,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다섯 아이의 아빠다. 나비드 씨의 선행은 지난해 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에 정왕본동에 사랑의 후원금 250만원을 기탁하면서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그곳에 거주하는 고향 친구인 압잘 씨의 이야기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을 도우려는 마음이 앞섰다. 그는 “낯선 나라에 와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든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시흥에 거주하는 어려운 외국인을 돕고 싶었지만 방법을 잘 몰랐다. 다행히 친구가 알려준 덕분에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정왕본동에 관심이 생겼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나비드 씨는 정왕본동 외국인 자율방범대의 대장으로 활동하며 일주일에 한 번씩 야간 순찰을 통해 어려운 외국인을 세심히 살피는 데 집중한다. 본업인 스테인리스 수출 회사 대표와 커리요리 전문 식당 대표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율방범대 활동만은 절대 빠지지 않고, 애로사항을 상담해 주는 등 각종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며 외국인의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또한, 그는 ‘파키스탄 비즈니스협회’ 사무총장으로 외국인의 든든한 동반자가 돼 주고 있다. 통역을 비롯해 어려운 행정 업무나 병원 진료도 함께하며 생활편의를 돕고, 금전적으로 힘든 외국인에게도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전하며 힘을 실어준다. 심지어 파키스탄 대사관에서도 자국민 지원 건이 생기면 나비드 씨에게 따로 연락할 정도라고 하니, 그의 선행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나비드 씨는 “라마단 기간, 일출에서 일몰까지 견디는 몇 시간의 금식도 정말 힘든데 실제로 형편이 어려워서 잘 챙겨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그들을 떠올리면 더 많은 이들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해진다”고 힘줘 말했다. 타인의 어려움을 감싸고 싶어 하는 나비드 씨의 따뜻한 마음은 고향 파키스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4년째 어려운 이들을 위한 작은 병원을 운영하며 진료부터 수술까지 전액 무료로 지원 중이다. 아플 때 치료받지 못하는 것만큼 서러운 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작은 것이라도 남을 위해 베풀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든 일도 잊게 하는 원동력이 돼 준다고 강조한 그는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한국에 그리고 시흥에 희망으로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 봐도 한국이 가장 좋다. 정이 넘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 듯하다. 도움 받은 만큼 베풀면서, 한국에서 더 즐겁게 살겠다”는 나비드 씨는 어두운 곳에 환한 빛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전했다. 시흥=김형수기자

주거·관광·산업 균형 발전… ‘살고 싶은 하남’ 착착

하남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앞서 하남은 10여년 전부터 미사강변도시와 감일공공택지지구, 위례신도시(하남권역) 등 급속한 신도시개발이 이뤄졌다. 반면 신장1동과 덕풍1·3동 등 원도심은 인구감소와 교통문제, 주택스럼화 등으로 지역 침체와 불균형 현상이 드러났다. 이에 시는 지난 2018년 4월 도시재생전략계획을 수립, 용역에 착수하면서 도시재생의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본보는 원도심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구역별로 나눠 들여다 봤다. ■ 신장동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 ‘순항’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신장동 도시재생’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진행 중인 신장동 도시재생사업은 2020년 9월 국토교통부 주관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선정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이 고시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신장동 505-4 일원 12만8천277㎡ 부지에 마중물 사업비 166억원, 민간사업 395억원 등 총사업비 620억원 규모로 추진, 2023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월 전담부서인 도시재생과를 신설하고 도시재생지원센터, 도시재생대학, 도시재생시민추진단, 지역협의체 등 거버넌스를 통한 시민과의 협업으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가로환경 개선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및 안심골목길 조성 △신장동 어울림센터 조성 △대안·공유공간 조성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가로환경 개선은 사업비 42억원을 들여 석바대 상점가 등 3개 가로에 도로 바닥 디자인, 일방통행, 경관조명 설치 등을 통해 가로환경을 특화하는 사업이다.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해 최근 착공했다. 특히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안심도로 공모전’ 도시재생계획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인정받았다.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및 안심골목길 조성 사업은 스마트가로등, 인공지능 CCTV, 고보조명 설치 등 시민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보행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25억원을 들여 올 초 착공했다. 82억원이 투입되는 신장동 어울림센터 조성은 신장동 505-4 일원에 음악창작소 및 메이커스페이스, 행복주택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위·수탁을 맺어 진행한다. 대안·공유공간 조성은 42억원을 들여 도시재생 지역 내 분산형 거점으로 나눔카페, 다목적공간, 공유 서재 등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며 3개 필지를 매입 완료해 기획설계 중이다. 안전이 우려되는 주택에 대한 정비사업도 추진된다. 민간투자 395억원으로 시행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신장동 동부연립 일원 4천365㎡ 부지에 공동주택 134가구 및 마을주차장 건립 등 소규모 주택 정비를 실시하는 사업이다. GH가 사업에 참여해 조합설립 지원용역을 준비 중이며 지원업체를 통해 조합설립 컨설팅을 한다. 이밖에 지난해 1월부터 운영 중인 현장지원센터를 비롯해 원도심 통합관리 가이드라인 용역, 노후주택 개보수 지원 등의 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도시재생 연계사업인 생활문화센터 ‘하다’도 2020년 12월 개관,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 덕풍1·3동 도시재생사업 덕풍동 신장성당 주변(면적 9만3873㎡) 등을 대상으로 한 덕풍동 도시재생은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2022년 도시재생예비사업에 덕풍1동과 덕풍3동이 선정돼 한 곳당 최대 2억원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덕풍1동 예비사업은 ‘자원순환 깨끗한 독점마을 만들기’다. 총사업비 1억원(지방비 50% 포함)을 투입해 마을생태 기록, 마을회관 조성, 자원순환 교육 등을 실시한다. 덕풍3동 예비사업은 ‘덕풍마을 우리사이 안-깨-정(안전하고 깨끗하고 정이 있는 마을)’으로 총사업비 3억원(지방비 50% 포함)을 지원 받아 클린하우스, 에너지포켓정원, 소통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외에 옛 시청사 부지(덕풍동426-10)에 하남시민행복센터가 오는 2023년 건립된다. 이곳에는 공영주차장과 체육시설, 노인건강증진센터, 푸드뱅크, 도시재생지원센터, 생활문화센터 등이 들어서 지역 간 주거환경 격차를 해소하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 하남시, ‘재생? 공존!(再生, 共存)’ 기획전 운영 시는 5호선 하남시청역에 위치한 하남시 도시재생·사회적 경제홍보관에서 ‘재생(再生)?·공존(共存)!’ 기획전을 운영 중에 있다. 이번 기획전은 올 상반기 도시재생대학의 결과물인 재생 물품 새활용 우산가방부터 하남시청 지하보도 재생 활성화 사례인 재생 공간 생활문화센터 ‘하다’까지 총 6개의 사례에 대해 그 의미와 제작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행복나눔 의자’와 ‘태양광 포켓정원’은 하남시 도시재생대학 참여자들이 재생 물품에 그치지 않고 재생공간을 직접 조성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 인터뷰 서원숙 하남시 도시재생과장 : “공동체 회복 목표 생활환경 개선 등 주민 주도 사업 집중” 서원숙 하남시 도시재생과장-하남시의 도시재생 핵심 목표는. 하남시 도시재생 핵심 목표는 공동체 회복이며 주민 주도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2019년 도시재생대학을 개교했다. 그동안 274명 수료생이 배출됐다. 이 중 11명은 도지재생 활동가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신장동 석바대상점가 공중에 매달린 형형색색 우산 조형물도 도시재생대학 수료생인 이곳 상인들의 작품이다. 특히 우산 조형물은 지역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또 신장동 요일가게는 꽃꽂이, 캘리그래피 등 교육이 이뤄지는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시의 특화사업이다. 이런 원도심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시민 참여와 공감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2021 대한민국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향후 추진 계획은. 오는 2025년 도시재생 재정비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2024년 하반기쯤 용역을 추가 발주할 예정이다. 노후화된 원도심 지역의 생활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사회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3기 교산신도시 개발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함께 상생하는 원도심 발전이 기대되고 있다. 다만 사업추진과정에서 이해관계 상충 주민들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 해당 주민에게 정확한 정보전달과 이해·설득으로 사업공감대를 형성해 가겠다. 하남=강영호기자

[문화인] ‘모두가 버린 곳에서 만든 작품’…김정대 작가

아무도 살지 않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지만 사람이 사용하고 버린 쓰레기들로 뒤엉켜 있다. 바람과 물의 흐름으로 멀리 밀려간 것이다. 사람이 버린 쓰레기 속 뿌리내린 식물을 채집하고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이달 26일까지 수원시에 소재한 예술공간 아름에서 <순환의 이데아> 전시를 선보인 김정대 작가(52)다. 양평군 출신인 김정대 작가는 암벽을 오르고 카약을 타는 아웃도어 마니아이자 20년차 사진작가다. 어릴적부터 몸으로 하는 활동을 좋아했던 카약을 타고 전국의 강과 바다를 찾아다니며 사진과 설치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는 위성으로 해양 쓰레기가 보이는 곳을 탐색, 그곳을 찾아가 캠핑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한다. 김정대 작가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자연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터전을 만들어줬다”며 “하지만 자연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로 오래 삶을 유지할 수 없고 오염되는 등 시련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가 자연이 시련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 작품은 단순한 쓰레기를 수집하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아닌 식물이 깨끗한 환경에서 다시 자랄 수 있게 하는 것까지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처럼 그는 곳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수집하고 기록한다. 지난 2019년엔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캠핑을 하며 물에 젖은 큰 스티로폼을 하나씩 세워 모아이 석상을 만들었다. 2020년엔 새우, 멸치, 못, 사과 등 쓰임새를 다한 것들을 활용해 미로를 만든 뒤 쓰임과 소멸을 보여주며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또한, 지난해부턴 카약을 타고 버려진 신발과 축구공, 플라스틱 물병 등에서 자라는 이름 모를 수중 식물을 채집하고 기록하며 환경과 인간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김 작가의 작품에는 모두 ‘운명’이 뒷받침된다. 세상에 만들어지고 쓰이고 누군가에 의해 이동하고 없어지는 과정과 모습을 사진을 기록하며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김정대 작가는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끊임없이 화두를 던지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답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 해온 작업처럼 환경과 운명에 대해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작품을 통해 환경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김정대 작가는 “자연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우리와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며 “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환경문제를 외면하는 방관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