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조국의 江’과 ‘돌아오지 않는 江’

미국 서부 웅장한 로키 산맥의 긴 협곡에는 돌아오지 않는 강(River of no Return)이라 불리는 강이 있다. 물살이 빠르고 험해 당시 서부 개척자들이 뗏목을 이용해 이 강을 건너다 많은 희생을 당해서 생겨난 별명이다. 1955년 관능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마를린 먼로와 로버츠 미첨이 주연했던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이 대단한 인기를 몰았는데 바로 그 배경이 되어준 강이다. 오래된 영화지만 지금도 그 주제가는 라디오에서 가끔 들을 수 있다. 먼로가 직접 부른 주제가를 들으면 그 위험한 물길에서 뗏목을 부둥켜안고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결국 주인공들은 그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너고 사랑도 이루는 해피엔딩.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조국의 강이 뜨겁게 회자되고 있다.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처럼 뗏목까지 등장하고 있다. 조국 전(前)법무장관이 최근 그의 페이스북에 저는 강이 아니라 뗏목에 불과하다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정말 그는 강이 아니라 뗏목일까? 이 문제를 처음 꺼낸 것은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한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한테 주어진 과제 중에 큰 것은 결국 조국의 강을 확실히 건넜느냐라고 언급하면서였다. 그러자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역시 조국 사태에 사과를 했고 특히 12월2일 방송기자클럽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아주 낮은 자세로 진지하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민주당의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이에 반발해 조국의 강은 실체가 없으며 쥴리의 강만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바닥까지 긁어내고 다 파내도 표창장 한 장만 남았다고도 했다. 표창장 하나. 추 전 장관이 인식하는 표창장 하나의 의미와 국민들이 인식하는 표창장 하나의 의미에는 큰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추 전장관은 모르는 것일까, 알고도 무시하는 것일까? 사실 조국의 강은 조국 가족의 문제에서 시작됐지만 그것을 큰 강으로 만든 데는 내로남불의 사건들이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는 소위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사건은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 사건이 엄청나게 세상을 시끄럽게 했는데도 민주당 소속을 무소속으로 자리만 옮겼을 뿐 여전히 금배지를 달고 있다. 윤희숙 의원이 아버지로 인해 발생한 부동산투기 의혹임에도 국회의원직을 내던진 것과는 정반대다. 재벌의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경제 정의를 외쳤던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정책실장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5%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자신이 앞장서 임대차 3법을 만들었는데도 자신의 청담동 아파트를 법 시행 이틀 전 141%나 기습 인상시킨 사실이 밝혀져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내로남불이 계속되자 이들 물줄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강을 이루었고 그것이 마침내 조국의 강에 더해져 돌아오지 않는 강에서처럼 위험한 강이 됐다. 이 강물을 더욱 흐려 놓은 것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르기까지 민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들이다. 여성의 인권과 공작자 윤리를 강력히 부르짖던 이들의 두 얼굴, 국민들을 얼마나 실망스럽게 했을까? 따라서 조국 전 장관은 민주당은 조국의 강을 넘어 들판을 향해 신속히 진군하고 있다고 하면서 뗏목 고치는 일은 저와 제 가족, 소수의 동지들 몫이라고 했지만 뗏목 고치는 것으로는 이 강은 건널 수 없을 것이다. 내로남불이 바로 큰 강이기 때문이다. 뗏목이나 고치는 정도로는 돌아오지 않는 강이 되고 말 것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미추홀도서관 방역패스 첫날 [포토뉴스]

[경기시론] 산타클로스 논리와 선거 캠페인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겨루면서 또다시 맞이할 크리스마스인지라 서로 안부를 묻고 은총을 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일지 모른다. 때마침 선거 캠페인이 무르익고 있어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 보따리를 마련하며 선물처럼 풀어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후보들은 각자 선물 상자의 효과에 더 치중하기도 하고, 선물 상자 속 내용물을 더 중시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약속의 시간이요, 또 약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져야 하는 시간이다. 산타클로스는 선물이 있어야 제격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고 자신들이 받는 선물에 따라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한다고 보고 아이가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만큼 사람들이 광고를 믿는 것을 산타클로스 논리라 말했다. 광고는 상품을 비로소 완성하고 상품의 복음을 작동시키는 요소가 있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자본주의 상업 광고는 구매자를 가리지 않는다. 상품을 살만한 이만을 겨냥하지 않고 누구나 고객으로 대우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할 수 없고 또 구매하지 않는 이들까지도 딱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광고를 소비할 기회를 받는다. 따라서 광고는 누구에게나 소비될 수 있게 마련된 은총일 수 있고 누구든 구매자로 평등하게 대하는 민주주의적 지점이 있는 것이다. 선거 캠페인 역시 유권자를 원칙적으로 가리지 않는다. 누구나 어떤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잠재적 지지자로 존중받는다. 높은 지위에 오를 후보를 가장 낮은 곳으로 불러 저변에 있는 민의를 듣게 하는 최적의 시간이다. 후보와 정당은 자신의 공약을 다듬고 제시하기도 하고 또 자신을 최대로 뽐내고 자랑하는 최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선거 캠페인은 물론 상대방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이 목표다. 선거 캠페인에서 이기려면 공약의 복음을 조목조목 말하는 내레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산타클로스로 믿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지, 카리스마 등 비합리적 요소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선거 캠페인은 계몽의 사업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 선택을 비합리적 요소에 기대어 할 일은 아니다. 이미지나 카리스마 등에 가려질 수 있는 참모습을 살피고 공약의 복음을 따지는 사려 깊음이 있어야 한다. 후보가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하는 과장된 선물의 약속까지도 균형 있게 판단하는 냉정함이 요구된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만평] ...데스매치

[경기일보 보도, 그 후] 쓸쓸한 죽음 ‘무연고 사망자’… 마지막 가는 길 예우

가족도 지인도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도민을 경기도가 끝까지 위로했다. 경기도가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올해 처음 시행(경기일보 1월27일자 2면)한 가운데 올해 9월 기준 303명의 도내 무연고 사망자가 존엄성을 지켰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은 도내 시ㆍ군에 1인당 160만원 이내의 장례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특히 기존에는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매장하거나 화장하고 장례절차가 마무리됐지만, 도는 이 같은 절차에 무연고 사망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추모의식(추모사 낭독) 등의 절차를 추가로 진행한다. 그간 거주지나 길거리, 병원 등에서 숨진 사람 중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무연고 사망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빈소설치, 발인, 화장, 봉안 등 장례 절차를 진행해 왔는데 도가 사망할 때마저 위로를 받지 못하는 경기도민을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에 따라 303명의 경기도민이 추모의식과 함께 마지막 위로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의 이 같은 공영 장례의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도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6년 325명, 2017년 399명, 2018년 466명, 2019년 615명, 지난해 681명, 2021년 6월 기준 403명 등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기도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 지원에 대해 시민들 역시 호의적인 반응이다. 화성시민 A씨는 여러 미디어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쓸쓸한 죽음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면서 경기도의 무연고 사망자 지원 사업은 연고도 없이 사망한 이들의 심심한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처음 무연고 사망자 장례에 대한 지원을 펼친 결과, 올해 9월 기준으로 27개 시ㆍ군 303명에 대한 무연고 사망자 지원이 있었다면서 도가 무연고 사망자를 위로하는 이유는 마지막까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도민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앞으로도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승수기자

[천자춘추] 구리, 13도창의군 서울 탈환의 성지

동포들이여. 우리들은 단결하여 우리 조국을 위해 몸 바쳐 우리의 독립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들은 잔인한 일본인들의 통탄할 만한 악행과 횡포를 전 세계에 호소해야만 한다. 그들은 교활하고 또 잔인하며 진보와 인도의 적이다. 우리들은 모든 일본인과 그 스파이 앞잡이 및 야만의 군대를 쳐부수기 위하여 최선을 다 하여야 한다. 1907년 11월 말 결성된 13도창의군이 국내외 한국인에게 보낸 격문이다. 13도창의군의 정식명칭은 원수부 13도창의 대진으로 고종황제의 밀지(密旨)를 받은 이인영과 허위, 이은찬 등 전국의병과 해산군을 합친 국민군(國民軍)이다. 원수부란 대한제국 황제 직속의 최고 군통수기관으로 고종이 대원수, 황태자(순종)가 원수가 된다. 13도창의군은 황태자였던 순종의 예하부대인 셈이다. 이 국민군은 총대장 이인영, 군사장 허위를 비롯해 황해도의 권중희, 충청도의 이강년, 강원도의 민긍호, 경상도의 박정빈, 전라도의 문태수, 평안도의 방인관, 함경도의 정봉준 등이 각 도의 대표로 참가했다. 서울 남산의 통감부를 치기 위해 12월까지 동대문 밖 양주 한강변에 1만명 집결명령을 내린다. 전국의 의병들은 서울로 향했지만, 기미를 알아챈 일본군에 발목이 잡힌다. 집결은 늦어지고, 총대장 이인영마저 부친상으로 낙향한다. 1908년 설날인 2월2일. 군사장 허위와 사령장 김규식은 감사군(敢死軍) 300명을 이끌고 동대문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은 망우리고개를 넘어 동대문 문턱도 넘지 못하고 일본군의 반격에 서울진공작전은 실패를 한다. 창의군 24대진 1만 되는 군사들은 어디에서 집결했을까. 많은 기록에 동대문 30리 밖 양주(楊州)의 한강변이라는 증언만 있었을 뿐이다. 당시 붙잡힌 의병장들의 조서에도 비슷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곳은 어디일까. 황태연 동국대 교수가 2017년 8월에 출간한 갑진왜란과 국민전쟁에 구리시 수택동 한강변이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밝혔다. 십수년 응어리가 풀린 것이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19년 3ㆍ1 만세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역사적 사건 집결지인 한강변에 기념물을 설치하자고, 구리시에 제안했다. 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13도창의군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2020년 5월 지원조례가 만들어지고, 10월 학술대회를 거쳐 12월26일 한강과 가까운 장자호수공원에 원수부13도창의대군수택리집결지기념비를 세웠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13도창의군을 두루 알리고자 2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는 한말 서울탈환을 위한 1만 의병 집결 성지(聖地)이기 때문이다. 한철수 시인ㆍ구지옛생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