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어린이 자가격리

최근 아들이 학원 선생님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탓에 방역 당국에 의해 밀접접촉자로 분류, 2주간의 자가격리를 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아이에 대한 자가격리 통보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방역 당국 관계자로부터 자가격리 방법을 들었을 때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보건소 직원이 제시한 방법은 이랬다. 아이가 혼자 방에서 자가격리 하도록 하면 됩니다. 과연 11살 남자 어린이가 2주 동안 방에서 혼자 있을 수 있을까. 화장실이 있는 안방을 내어주더라도 이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아홉 살 동생이 거실에서 뛰어노는데, 열한 살 형은 안방에서 나오지 않고 혼자 잘 있을까? 결론은 불가능하다였다. 최근까지 지인 수십 명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그게 가능하느냐였다. 보건소 직원도 이런 어려움을 알 테지만 아무리 문의해도 규정이 그렇습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혹시 몰라 방역 당국이 자가격리 보호자라도 지정을 해준다면 부모 중 1명이 아이와 같이 자가격리를 하고, 다른 가족은 외부에 나가서 사는 방법도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아예 규정에 없다고 한다. 많은 고민 끝에 찾아낸 단 하나의 방법은 가족 모두 14일간 자가격리였다. 만약 아들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면 모든 가족이 확진자가 될 수밖에 없는 도박적 선택이다. 직장엔 양해를 구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아니면 아예 휴가 및 휴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학교가 문을 열면서 지역 곳곳에서 어린이 확진자나 자가격리자가 많이 나온다. 가족 모두가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것 말고는 해답이 없다. 방역 당국이 이제라도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담은 세밀한 방역 예방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사설] 경기도, ‘살처분’ 대신 ‘안락사’로 칭한다

살처분은 대단히 익숙한 단어다. 동물 전염병에 의례 등장한다. 2000년대 들어 발병이 특히 잦았다. 그만큼 살처분이란 표현도 귀에 뱄다. 돼지, 조류 등을 강제 폐사하는 것이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현대 방역 수준에서는 피할 수 없는 조치다. 하지만, 현장의 잔혹함이 말을 못한다.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이 정신적 치료를 받기도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출발이 인식의 변화다. 그 일단의 모습을 본보가 보도한 바 있다. 안성시에서 이뤄진 살처분 현장을 취재했다. 목격자의 제보를 토대로 참혹한 현장을 전했다. 살아 있는 닭을 파쇄기에 넣었다는 전언이었다. 도가 현장에 대한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리고 실제 동물 학대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도는 용역업체를 경찰에 형사 고발해 놓은 상태다. 여기서 도가 착안한 것이 용어 순화다. 살처분이라는 단어는 죽여 없앰을 의미한다. 사례에서와 같은 참혹한 방법을 합리화할 우려가 있다. 경기도가 동물복지위원회를 열었다. 경기도 축산국장, 동물단체 관계자, 대학교수 등을 초청했다. 살처분 등 현행 용어를 바꾸기 위해 자문을 구했다. 의제부터 위원회까지 일반 도민에는 낯설다. 그만큼 경기도의 시도가 특별하다. 여러 의미 있는 의견들이 수렴됐다고 한다. 이 의견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이어서 용어 순화를 위한 도민 의견 개진 기회도 만들기도 했다. 도민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단 검토된 명칭들을 보자. 살처분은 안락사로 대안이 나왔다. 도축장은 생축작업장 또는 식육처리센터로 바꾸자는 의견이다. 도축검사팀도 대동물검사팀, 도계검사팀은 소동물검사팀 등으로 바꾸자는 의견이다. 아울러 동물보호법에 표현돼 있는 단어의 변경 의견도 나왔다. 이를테면 분양은 입양으로, 소유자는 보호자로, 도살은 죽임으로, 사육은 양육으로 바꾸는 것이다. 언어 자체가 주는 존귀함이 상당하다. 시작은 동물전염병 처분과 관련된 용어 개선 필요성이었다. 이게 도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통상 용어, 법률 용어 변경으로까지 기획하게 됐다. 바람직한 일이다. 좀 더 많은 도민이 참여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어찌 보면 이런 용어 변경의 노력 과정 자체가 본 목적에 부여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은경 도 동물보호과장도 필요할 경우 하반기 이전에도 추가로 동물복지위원회를 개최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했다.

[사설]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주택시장 안정화 등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해 주요 정책을 평가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및 서민 주거 부담 경감 정책은 7단계 중 6번째에 해당하는 미흡 평가를 받았다. 거의 낙제점이다. 기재부는 미흡 평가에 대해 국민의 정책 체감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ㆍ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호응을 얻지 못한 탓이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ㆍ7 재보선 참패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손질에 나섰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 급등이 투기세력이 주도하는 초과수요에 있다고 보고 규제 위주 정책을 펴왔던 여당이 방향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야당과 부과 대상자들로부터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던 여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보선을 치루며 민심에 놀란 여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까지 가동했다. 주택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수요 억제라는 원칙론을 유지하면서, 대출 완화로 무주택자의 숨통을 트여주고 부동산 조세저항을 낮춰 내년 대선 표심을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부자 감세 논란으로 당 내홍까지 촉발한 종부세를 두고는 입장이 수시로 바뀌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27일 첫 회의를 열고 부동산 정책 보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번 정부 들어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더 뛰고, 대출 규제는 강화되고, 세금만 높아지자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고 1주택자 재산세율을 낮추자는 요구와 이에 대한 반발이 부딪히며 갈등을 노출했다. 집값 폭등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다소 늘었다. 소득이 낮은 노년층 주택소유자는 세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나 높아진 세 부담에 분노하는 이들이 부동산 민심의 전부는 아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 임대시장 안정을 원하는 무주택자 등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목소리 큰 민심을 따르다가 정책 기조를 뒤집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실거주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등의 큰 틀이 흔들려선 안 된다. 보유세 강화가 투기를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추진됐음을 염두에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부작용을 초래할 설익은 정책이 또 나오지 않게 당내 충분한 토론과 전문가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대책을 내놔야 한다. 오락가락, 중구난방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민심도 얻지 못할 것이다.

[문화카페] ‘걷다 보면’ 보이는 세상

추위로 인해 빨랐던 걸음들은 계절의 변화와 함께 다소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바뀌고 두터운 외투도 벗어 버리는 봄이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일상으로 인해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어쩌다 마주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스크에 가려 좋은지 싫은지 상대의 감정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금지되고 마주앉아 차 한 잔 나누기도 조심스러워 사람 간의 사이는 멀어져 소통하기 더욱 어려워져간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상념이 고개를 들고 눈 마주치며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공감의 시간이 줄어드니 사람 간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와 위로는 얻기 어려워 정서는 더욱 메말라가는 듯하다. 이럴 때 훌훌 털고 일어나 걸어보자. 걷다 보면 늘 다니던 골목길 언저리 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났던 구멍가게 알바생의 잰 손놀림도 보이고 그 옆집 세탁소 아저씨의 뒷모습도 보인다. 골목 중간쯤 보호자를 따라 산책 나온 강아지의 볼일 보는 모습도 보이고 문 닫은 김밥집 주인의 조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발길이 가는 데로 천천히 길을 걷다 보면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잊고 있었던 과거의 일들도 떠오른다. 늘 걸었던 길을 천천히 살피며 걷거나 또는 아무 생각 없이 발길 닿는 데로 걷다 보면 의외의 장소를 알게 돼 놀라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는 과거 기억들과 교차하며 부끄러움에 괜히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기도 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마음에 괜히 뒤돌아 두리번거리기도 한다. 이러한 발견과 기억의 연상은 새로운 사유의 시간이 된다. 걷다 보면 발견하게 되는 장소의 여러 가지 상황들을 파악하는 것은 새로운 기록의 파편이 되며 잊고 지냈던 정서에 자극되기도 한다. 이러한 새로운 사유들을 두루 살피게 되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는 일이기도하다. 사르락 사르락 바람이 불어. 길을 따라 걸어 볼까?로 시작되는 이윤희 작가의 걷다 보면 그림책은 걷다가 발견되는 길거리 바닥의 이미지들이다. 사슴의 모양을 닮은 바닥의 보도블록, 차량 유도를 위해 세워놓은 고깔은 놀이로 변환되고 칠에 벗겨진 건널목 표시는 쥐처럼 보이 기도하고 새끼오리처럼 보이기도 하며 비에 젖은 도로는 흡사 거대한 거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느릿한 걷기를 통해 보이고 발견되는 것들은 의외의 기쁨을 주며 실리를 따지지 않아 어쩌면 순수로 가는 길인지도 모를 일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들이 얼마나 많은지. 천천히 걷다 보면 알게 되는 새로운 발견과 성찰의 시간은 스스로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고 조금 더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들이다. 걷기를 통해 얻게 되는 소확행이다. 손서란 복합문화공간 비플랫폼 대표

[김종구 칼럼]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의 무기인 것을

박근혜-이재용은 동일 범죄 당사자다. 뇌물을 받은 사람, 뇌물을 준 사람이다. 대법원이 확정한 범죄는 이렇다.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 36억원, 정유라 말 3마리 34억원, 동계 스포츠 영재 센터 지원금 16억원. 86억원이다. 박 전 대통령엔 다른 죄도 있다. 그래서 징역 22년이다. 이 부회장은 이 죄만 있다. 징역 2년 6월이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있다. 이 부회장도 거기 있다. 그랬던 둘이 또 같은 화두로 엮였다. 사면(赦免). 출발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정치권이 시작했다. 정확히는 국민의힘이 만들었다. 친박ㆍ중진들이 앞장섰다. 오세훈ㆍ박형준 시장이 전달했다. 대통령과의 오찬장에 들고 갔다. 해주십사고 청했다.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이 부회장은 시작이 명확치 않다. 그만큼 다양했다. 물론 산업계 목소리가 제일 컸다. 바이든이 띄운 반도체 전쟁이라 더 급했다. 뒤늦게 정치인 몇도 끼어들고 있다. 이것도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측정치가 나왔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물었다. 긍정-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 40.3%다. 부정-사면을 말하기에 이르다- 52.2%다. 긍정은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이다. 60세 이상, 대구ㆍ경북, 보수다. 부정엔 화이트칼라가 많다. 중도다. 불과 20일 전, 이들도 국민의힘을 밀어줬다. 결과치가 이 부회장의 그것과 비교된다. 긍정-광복절 사면에 찬성-이 70%, 부정이 26%다. 이런 흐름과 수치를 달리하는 여론조사는 없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다. 안 믿는 쪽이 몰락한다. 작년 총선에선 보수가 그랬다. 선거 당일까지 숨은 보수를 말했다. 막상 열어보니 참패였다. 올 보궐에선 진보가 그랬다. 당일까지 샤이 진보를 말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 타박 그만해야 한다. 그냥 믿고 따라가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물은 여론조사다. 반대가 많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믿어야 한다. 맞붙으려 들면 안 된다. 그런데 안 그런 정치인들이 있다. 국민의힘 몇몇 의원이다. 탄핵될 만큼 잘 못했느냐(서병수 의원). 탄핵 불복이다. 부끄러운 부모도 내 부모다(홍준표 의원). 사면 요구다. 신임 오ㆍ박 시장도 그걸 들고 간 거다. 대통령에게 해달라고 부탁한 거다. 1주일간 있었던 사면 얘기다. 국민이 다 지켜봤다. 그리고 냉정한 관전평을 내놨다. 국민의힘 추락이다. 1주일만에 4.9%포인트 낮아졌다. 민주당은 1.9%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힘 하락폭이 민주당 상승폭보다 훨씬 크다. 국민의힘에 원인이 있음이다. 전문가들도 분석에 망설이지 않는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지지율 하락을 가져왔다. 2020 총선의 추억이 이랬다. 선거 중반 박 전 대통령 육필편지가 등장했다. 지지자들이 감동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선거의 여왕은 어디서도 부활하지 못했다. 박근혜 타임을 말하는 이들이 있다. 어차피 정치는 생물이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게 현재 여론이다. 눈앞 정치를 보는 냉정함이 중요하다. 객관화를 보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 2021년 4월 말 지금. 박근혜는 여전히 진보 쪽 단어다. 정당 지지 1등에 대뜸 민주당을 복귀시켰다. 흩어지던 진보층을 벼락처럼 뭉치게 했다. 꺼져 가던 대선 희망에 더없는 자신감을 줬다. 다 국민의힘에 몇 의원들 덕이다. 부끄러운 과거 끄집어 내는 의원그래서 국민 분노 되살려 내는 의원. 그런데 또 있다. 이걸로 모자란 모양이다. 윤석열 전 총장을 추궁하겠다고 한다. 적폐 수사 지휘를 따지겠다고 한다. 이 또한 박근혜 신기루가 준 자신감인가. 보궐 승리 한 번에 가도 너무 간다. 主筆

[삶과 종교] 만해 한용운의 불교관과 독립운동

한국 근현대 시기를 대표하는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만해 한용운(1879~1944)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국내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민족주의 계열의 인물 가운데 변절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인물이 한용운이라고 한다. 앞 문장의 거의 유일한에서 거의가 붙은 이유는 혹시 새로운 인물이 발굴될 가능성을 열어 놓았기 때문이다. 한용운은 27세에 강원도 백담사에서 출가했고, 39세(1917)에 백담사 오세암에서 좌선하다가 견성체험을 했다. 1919년(41세) 3ㆍ1운동에는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53세(1931)에 잡지 불교를 인수해서 사장이 됐다. 이 불교에 한용운의 좋은 글이 많이 실려 있다. 한용운의 불교관은 개벽 45호(1924)에 실린 내가 믿는 불교에 잘 소개돼 있다. 첫째, 불교는 스스로 믿는 가르침이다. 이는 믿음의 대상이 다른 것에 있지 않고 자기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불교에서는 평등을 말한다. 이는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불교에서는 마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마음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넷째, 불교에서는 모든 중생을 널리 사랑하고 서로 구제할 것을 구체적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한용운의 불교관 가운데 넷째 내용, 곧 불교는 모든 중생을 널리 사랑하고 서로 구제하는 가르침이라고 하는 것이 그의 독립운동과 다른 사회운동의 이론적 기초가 됐다. 한용운은 동아일보 1925년 1월1일 칼럼에서 당시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두 가지 노선, 곧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노선의 충돌을 화해시키고자 한다. 한용운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가 당시 사상계를 대표하는 두 개의 흐름인데, 이 둘이 서로 반발하고 대립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 혼돈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대안으로 한용운은 이론을 버리고 실제적 관점(實地)에서 이 두 노선을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사회주의 운동에서 말하는 경제혁명이나 민족주의 운동에서 말하는 민족해방이 다 필요한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에 근거해서 서로 반발을 한다면, 사상(思想)이 우리를 망하게 하는 장본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비유를 들면, 같은 배를 타고 가는 중인데 비를 만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에는 이쪽이다, 저쪽이다 하면서 서로 가려는 방향은 있겠지만, 일단 폭풍우를 피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래서 한용운은 이러한 문제를 사상의 관점에서 보려고 하지 말고, 현실을 제대로 본 실행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한용운의 주장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청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에도 여전히 정치 이데올로기에 근거해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한용운의 관점에서 본다면 사상, 곧 정치 이데올로기에 치우친 것이고, 현실을 제대로 본 실행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용운의 주장처럼, 실제적 관점에서 한국의 미래를 차분히 준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병욱 불교학연구회 부회장

[천자춘추] 어촌뉴딜, 행복한 공동체 회복부터

우리나라에는 총 2천299개의 어항이 있다. 이중 113개는 국가어항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어항과 소규모 항ㆍ포구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여건상 유지보수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어촌뉴딜사업은 이러한 어촌ㆍ어항을 현대화하고 어촌지역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2019년부터 해양수산부가 주관해 추진해 온 사업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시행하거나 농어촌공사 등 관련기관이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시행하고 있다. 어촌뉴딜은 국가주도의 개발방식이나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사업 단위체별로 지역협의체(주민, 지자체, 전문가 등)를 통한 정기적인 워크숍과 성공사례 공유 및 협업, 체계적인 거버넌스 활성화 등 주민참여 개발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장체감형 사업발굴 및 컨설팅, 맞춤형 주민교육, 갈등해결 도모 등 공동체 역량강화 활동을 통해 물리적 개발뿐만 아니라 어촌의 사회적 자본도 강화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렇듯 낙후된 선착장 등 어촌어항의 생활형 SOC를 개선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어업활동 증진과 해상교통 편의 개선을 도모하며, 지속 가능한 어촌공동체를 목표로 어촌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리 경기본부에서도 2019년 후포항 1곳, 2020년 고온항 등 6곳, 2021년 대명항 등 4곳을 위ㆍ수탁받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 공사에서는 경기어촌특화지원센터, 경기귀어귀촌종합지원센터를 함께 운영 중으로 어촌뉴딜 사업의 사전준비단계-사업시행 단계-사후관리 단계 등 단계별 전략과 고령화과소화된 어촌사회의 귀어귀촌 전략까지 함께 검토하여 효율적인 사업목표 달성에 노력하고 있다. 어촌뉴딜을 통해 어촌공동체가 행복해지고 어촌만이 가진 어촌다움을 회복하기 위해서 지역주민, 지자체, 전문가단체 등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승재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장

차기 법사위원장에 민주당 박광온 의원 유력

▲ 박광온 의원(수원정) 차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3선, 수원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민주당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당 원내지도부는 박 의원을 차기 법사위원장에 내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박광온 의원의 경우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았으나, 829 전당대회 이후 당 사무총장으로 기용돼 두 달 만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내려놨다. 박광온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로는 상임위원장 독식을 피하면서도 야당과의 협치에 대한 의지를 내비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모든 법안 처리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법사위원장을 넘겨달라고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여당 몫을 고수하기로 했다. 특히 박 의원은 온건한 성격으로, 야당과도 합리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윤호중 원내대표(4선, 구리)가 법사위원장 내정자와 관련, 말을 아끼고 있어 박 의원이 아닌 깜짝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선수(選數)와 나이를 고려하는 민주당 관례에 따라 정청해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의 경우 강성 이미지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여전히 나온다. 당 관계자는 윤 원내대표가 29일 오전에 최종적으로 내정자를 결정해 당사자에게 연락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정식으로 법사위원장이 선출할 방침이다. 송우일기자

경인 정치권, 정진석 추기경 한목소리 추모

여야 경기인천 정치권은 28일 노환으로 선종한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영면을 기원하며 한목소리로 추모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구리)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추기경께서는 평생 봉사와 헌신에 힘써왔고 많은 서적을 집필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가톨릭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다며 추기경께서 삶으로 보여준 교훈을 가슴깊이 새기며 명복을 빌겠다고 밝혔다. 박정 도당위원장(파주을)은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었던 고인의 사목표어처럼, 모든 분들에게 봉사하며 헌신하는 삶이었다면서 한국인 사제 양성에 주력하고 청주교구장으로 교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이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온전히 내어줬다고 추모했다. 또한 김승원 의원(수원갑)은 추기경의 마지막 말씀인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를 소개하며,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남겨주고 떠나셨다며 마지막 말씀대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인 유의동 의원(평택을)은 한평생 생명을 중시하는 사목을 펼쳐오셨고, 영면에 이르면서도 남은 재산을 어려운 곳에 기부하고, 장기 기증을 통해 희생과 나눔을 몸소 실천했다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교회와 가난한 이들에게 선물한 정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말했다.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동두천연천)는 작은 것에서부터 신앙과 삶의 일치를 추구한 약속과 원칙의 사제이셨다면서 생애 인간의 사랑과 존엄성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추기경의 가르침과 그 뜻을 경건한 마음으로 받들어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배준영 대변인(인천 중강화옹진)도 논평을 내고 헌신과 희생, 사랑과 나눔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함께하신 분이라며 성직자로서의 맑은 소신, 학자로서의 밝은 지혜를 일러주고 가신 큰 별빛이었다고 추도했다.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는 조문을 다녀온 뒤 유언으로 남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는 말씀이 가슴속 깊이 새겨지는 시간이라면서 행복한 나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행복한 사회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민송우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