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복불복

흔히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終身之計 莫如植人也(종신지계 막여식인야 :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이 쓴 관자에 나오는 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는 부침이 심했다. 입시제도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이며, 사회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해왔다는 의미다. 대학입시제도를 연혁적으로 살펴보면 대학입학예비고사본고사병행제(19691980), 대학입학학력고사내신제의 병행제(19811993), 대학수학능력고사내신제본고사병행제(1994)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틀 안에서 짧게는 1~2년마다 작은 변화가 계속 반복됐고, 당시의 수험생들은 정해진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바뀌는 제도의 희생양으로 재수나 삼수를 택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도 부지기수였다. 올해 11월18일 예정된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선택과목제 확대에 따른 복불복 우려가 크다.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로,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변경된다. 즉 과거와 달리 국어와 수학이라는 주요 영역에서도 선택해야 한다. 이미 탐구 영역에서 과목 선택에 따라 표준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선택과목제 확대에 따른 복불복 문제는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선택과목으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1개를 택해야 하는 수학은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오는 2025년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도 큰 변곡점이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입시 중심의 교육 체제를 바꾸자는 취지이지만, 이에 따른 대학입시는 또 어떻게 바뀌게 될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입시제도 정책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영향에서 벗어나 교육 내적인 관점에서 비롯돼야 하지 않을까? 이명관 사회부장

[사설] 고령자 백신, 불신 없애고 접종률·속도 높여야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 입원ㆍ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3일부터 시작됐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둘러싸고 고령층이 접종해도 되는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악화, 사망을 막기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필수다.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는 지난 22일 AZ 백신과 혈전 생성 간 연관성이 없다며 백신 접종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위는 AZ 백신은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통해 얻는 이득이 부작용 위험보다 훨씬 크다고 했다. 앞서 발표된 유럽의약품청(EMA),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입장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AZ 백신 접종을 유보하거나 중단했던 나라들도 대부분 접종을 재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23일 AZ 백신을 접종했다. 만 65세 이상 국내 1호 접종자다. 대통령의 공개 접종은 일각의 안전성효과성 논란을 불식시키고 솔선수범하겠다는 의미로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 고위험군인 고령층을 포함, 상반기 국내 접종 물량 대부분이 AZ 백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한 불안감으로 접종을 미루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4월1일부터는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접종한다. 24일 정부가 개별 계약을 맺은 화이자 백신 50만회분이 국내에 도착했다. 75세 이상 고령층은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을 안심하고 접종해도 되는지 여전히 불안감이 높다. 접종 신청을 해야 하는데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대본 회의에서 고령층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위험한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해 드려야 한다며 백신이야말로 감염병으로부터 어르신들 건강을 지켜드릴 수 있는 강력한 보호막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백신 투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불필요한 불신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75세 이상 어르신들이 신뢰감을 갖고 백신 접종에 더 많이, 빨리 참여할 수 있다. 각 지자체에선 접종 대상자 확정 및 안내, 접종센터 개소, 의료인력 확보, 모의훈련 등 다음 주부터 시작될 백신 접종을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 이상반응에 대한 관리와 대응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일수록 백신 접종이 더 권장된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접종을 미루면 안 된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백신 접종으로 빠른 시일 내 집단면역을 형성해야 코로나 국면을 벗어나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백신 접종률과 속도를 높이는데 방역당국, 지자체, 국민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삶과 종교] 백신 운동과 형제애 실천

2021년 한국 천주교회는 백신 나눔 운동을 전개한다. 일부 지역(교구)과 단체에서 시작한 운동을 전국 차원에서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백신 나눔 운동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결정은 두 가지 배경에서 설명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백신 나눔 운동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그리고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준비하면서 애덕 실천을 통해 두 신부님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결의한 공동체적 실천 과제다. 이러한 한국주교회의의 결정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연대 의식이 작용했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회칙 『모든 형제들』을 발표하면서 인간의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강조했다. 백신 운동으로 모은 기금은 교황청으로 전달돼 백신이 필요한 가난한 나라에 우선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백신 접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백신 약 3억 회분이 소요됐다. 일부 국가는 다량의 백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전 국민 대상 접종을 하고 있지만, 백신 확보 경쟁에서 밀려난 저개발 국가들은 백신이 도착하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현실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2023년까지 전 국민 대상의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국가도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집단 이기주의로 코로나19 백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백신 보급의 불균형 현상을 예견했는지 지난해 8월19일 일반 알현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모든 사람,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백신의 차별 없는 공급을 호소한 바 있다. 백신의 차별적 보급으로 파생된 국가 간 불균형 현상을 바라보며 사회 정의의 부재를 절감한다. 인류가 생존하는 데 필요한 백신이었지만, 백신 보급 과정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자취를 감췄다. 집단 이기주의가 극단적으로 심화하고 있다. 차별 없는 행복한 세상은 요원한 것인가? 사회 정의는 행복한 세상을 함께 만들기 위한 전제(前提)이다.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무엇보다도 인간 존엄성이 존중돼야 하며, 연대성 또한 실현돼야 한다. 모든 사람은 천부적으로 존엄하므로, 이에 따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 함께 서로 돕고 배려하며 보완해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어느 때보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 공동체가 처한 위기 속에서 국가와 인종, 종교를 초월하는 형제애의 실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한국천주교회가 전개하는 백신 나눔 운동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려는 하나의 실천적 노력이며 인류 공동체를 향한 간절한 호소일 것이다. 정진만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경기남부청, 국토부ㆍLH 본사 또 압수수색…차명거래 수사 초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국토교통부와 LH 본사에 대해 또 다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24일 오후 2시부터 국토부 공공주택본부를, 오후 3시30분부터는 진주 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5시간 넘게 이뤄진 압수수색에서는 이들 두 기관에서 2015년 이후 근무한 전ㆍ현직 직원 모두의 인적사항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경찰은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직원 개개인의 투기 의혹은 물론 친인척 명의의 차명거래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9일과 17일 이후 3번째이며, 국토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17일 이후 2번째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대상에 오른 직원들 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투기 정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사 대상 LH 전직 직원 A씨의 자택 등에 대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은 퇴사한 지 오래돼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했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사유로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이번 비리 의혹을 제기한 지 17일 만인 지난 19일 LH 직원 3명을 부르면서 소환조사를 시작한 경찰은 이날도 직원 3명을 소환조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번주 내로 관련 LH 전ㆍ현직 직원 15명에 대한 소환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양휘모기자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반대 [포토뉴스]

[김종구 칼럼] 그날, 공무원 아니라 땅투기꾼이었다

-경찰 내 거악(巨惡)이다. 대규모 보험 사기였다. 데니 로맨(사무엘 잭슨 분)이 파고든다. 한참 조사 중 파트너가 죽는다. 로맨이 용의자로 몰린다. 일이 꼬이며 인질사태까지 간다. 모두들 그를 의심한다. 시경장(市警長)인 프로스트(론 리프킨 분)만 다르다. 늘 따뜻한 눈으로 로맨을 봐준다.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그렇다. 반전이 너무 극적이라서 식상하기조차 하다.- 영화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다. 더러운 부패를 소재 삼고 있다. 2019년 3월27일. 경기도가 보도자료를 낸다. 수도권정비위원회 용인 에스케이 하이닉스 산업단지 공급 물량 의결. 의미도 부여한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ㆍ생산을 위한 대ㆍ중ㆍ소기업 동반성장 기대. 이재명 도지사의 워딩도 담겨 있다. 그동안 준비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하겠다. 1조6천억원이 투자되고, 448만㎡가 개발되는 일이다. 보도자료에 4명의 이름이 적혔다. 그 일을 해낸 자랑스런 공무원들이다. 그땐, 그런 줄로만 알았다. 참담한 반전은 엊그제 일어났다. 그 넷 중 한 명이다. 서비스산업유치팀장: 김○○. 그의 아내는 이미 원삼면의 지주였다. 2018년 10월 폐가(廢家) 3채를 샀다. 차 타고 오더니 훅 샀다고 한다. 땅값에 두 배나 쳐 줬다. 그 다섯 달 뒤 보도자료다. 땅은 대충 25억여원 짜리가 돼 있었다. 매입비 5억 중 3억이 대출이다. 자기 돈 2억 넣어서 만든 25억원이다. 한 달에 5억씩 불린 셈이다. 이런 투자가 있었나. 본적 없다. 그날 보도자료에 이런 문구가 있다. 최대 19개 라인에 8만9천명의 인력이 일하게 될 것이다. 일자리 창출 전망이다. SK 반도체 초봉이 5천만원(대졸)이다. 그들이 40년 받으면 20억원이다. 그 20억원을 보도자료 속 공무원은 다섯 달만에 챙겼다. 자료엔 이런 예상도 있다. 상권 등 지역 경제도 좋아질 것이다. 밥장사해서 1년 버는 돈은 4천248만원이다(통계청 2021 자료). 그런 밥장사 47년 해야 찍을 매출이다. 그걸 댓 달 만에 챙긴 공무원이다. 그에게는 노다지였다. 직접 만든 황금 금맥이었다. 훤히 꿰차고 있었다. 그냥 고르면 됐다. 1㎜도 빗나가지 않았다. 수용 경계선을 정확히 찍었다. 노다지 중 노다지, 원삼면 중 원삼면이었다. 궁금하다. 이제 뭐라 할 건가. 그 흔하디 흔한 변명을 할 건가. 내부 정보 이용하지 않았다. 땅 살 때도, 보도자료 낼 때도 그는 투자진흥과 팀장이었다. 원삼면 단지는 거기서 추진했다. 국민을 개 돼지로 안다면 모를까. 그런 변명 들먹이면 안된다. 22일, 이재명 지사가 말했다. 지금 이 기회에 투기공화국,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청산했으면 좋겠다. 그날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다. 매우 면목없는 일이 되었지만우리 사회가 개발과 성장의 그늘에서 자라온 부동산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방향은 옳게 말했다. 그렇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전제를 빼먹었다. 공정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아주 작은 출발이다. 수사, 구속, 몰수, 박탈이다. -프로스트의 마각이 결국 드러난다. 상해를 조작해 보험금을 타냈다. 로맨의 동료도 그가 살해했다. 영화 말미, 로맨에게 총을 쏜다. 쓰러진 로맨을 보며 비웃듯 고백한다. 이 고백이 생중계된다. 그렇게 부패가 끝난다. 부하들이 그를 끌고나간다.- 우리도 지금 영화를 보고 있다. 무대 원삼면, 배우 공무원, 장르는 도민 배신ㆍ부패 스릴러다. 많은 도민이 이 영화의 결말을 주문하고 있다. 정의가 이기고, 부패가 끌려나가는 모습말이다. 主筆

[기고] 이제는 K방역에서 K접종이다

코로나19는 24일 0시 기준 전국 확진자 수가 9만9천846명, 치료중인 환자가 6천579명으로 감염생산지수 0.78, 감염경로 불명이 26.5%를 차지하는 등 유행 확산세는 지속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전국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민 500명 중 1명꼴로 감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하루 확진자가 950명을 기록하면서 국내 코로나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최대 위기를 자영업자의 희생과 철저한 방역으로 위기를 넘겼다 할 것이다. 이제는 전 국민 코로나 예방 백신접종을 통해 마스크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갈 때이다. 국내에서 지난 23일부터는 요양병원, 시설 입소한 만 65세 이상 종사자, 입소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나카(AZ) 백신을 맞으며, 2분기 만 65세 이상 일반 고령층, 특수교육 종사자와 보건의료인, 경찰, 군인 등 백신 접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순차적이며 안정적 예방 접종은 질병관리청의 철저한 준비와 후송과 경비를 담당한 경찰을 빼놓을 수 없다. 경찰은 최초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 후베이 성 우한 재외동포 임시생활시설 후송과 에스코트등 코로나19 대응 최일선에서 노력했다. 이제 우리 경찰은 K접종에 힘을 보태려 한다. 안양시에서는 지난 19일 접종센터를 완료했으며, 4월부터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에 들어간다. 안양동안경찰서장은 안양시 실내체육관에 설치된 코로나 접종센터에 안양시장과의 업무협약식(MOU) 체결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수송보관, 접종 장소 안전관리, 범죄예방 진단 시행 및 접종센터와 안양동안경찰서 112 종합상황실에 비상벨 설치를 통해 백신을 불신하여 난동을 부린 자를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준비 태세를 갖췄다. 특히 전국 최초로 백신 접종센터에 폭발물을 감지할 수 있고, 가스 등 유해물질을 탐지할 수 있는 탐지기를 접종자 이동 통로에 설치했다. 대테러 및 화재 등 돌발 상황에 철저히 대응함으로써 시민이 안전하게 코로나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함께했다. 앞으로도 경찰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김성주 안양동안경찰서 경비작전계 경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