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능에서는 수험생의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필적을 확인한다. 답안지에 필적 확인란이 있어, 주어진 문구를 기재토록 하고 있다. 14일 시행된 2020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였다. 박두진의 시 별밭에 누워에서 인용했다. 필적 확인은 2005년 6월 모의평가 때부터 도입됐다. 2004년 치른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자 수험생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첫 문구는 윤동주의 서시 중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었다. 부정행위 같은 부끄러운 일 없이 시험을 치르라는 의미로 읽혔다. 필적 확인 문구는 수능 출제위원들이 정한다. 필적 확인에 필요한 기술적 요소가 담긴 문장 중 수험생에게 용기와 힘을 줄 수 있는 문장을 선택하고 있다. 2006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 문구는 정지용의 향수에서 따온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었다. 이 문구는 2017학년도에 한 번 더 사용됐다. 2007학년도 수능 때는 같은 시 첫 구절인 넓은 벌 동쪽 끝으로가 활용됐다. 정지용은 필적 확인 문구에 가장 많이 인용된 작가다. 2008학년도는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의 소년), 2009학년도는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의 별 헤는 밤), 2010학년도는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였다. 2011학년도는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고 넓어진다(정채봉의 첫 마음), 2012학년도는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2013학년도는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정한모의 가을에)가 제시됐다. 이어 2014~2016학년도는 각각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박정만의 작은 연가), 햇살도 둥글둥글하게 뭉치는 맑은 날(문태주의 돌의 배),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주요한의 청년이여 노래하라)였다. 2018학년도는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김영랑의 바다로 가자)였다. 지난해엔 김남조의 편지 중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였다. 유난히 어려웠던 수능을 치른 응시생을 다독인 문구였다. 수능일은 결전의 날이다. 긴장되고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다. 올해 수능 샤프가 바뀌는 것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고, 수능일에 시험 직전 옆 수험생이 코를 너무 자주 훌쩍여 시끄럽다는 112신고가 접수됐을 정도다. 필적 확인 문구는 아름다운 구절이 많지만 수험생들에겐 별로 들어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시험이란게 그렇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로 결론냈다. 진범 확인에 대한 재판 등의 법 절차를 거치지는 않은 상태다. 따라서 경찰 결론에는 잠정적이라는 전제가 붙을 수밖에 없다. 시기적으로는 억울한 옥살이를 주장해온 윤모씨가 재심 청구를 한 직후다. 30년 전 사건임을 감안하면 재심 판단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경찰의 오류 인정이다. 재판부에 건네는 경찰의 고백이라 본다. 결론의 판단이 상당히 객관적이다. 이춘재는 당시 피해자에 새 속옷을 뒤집어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번 수사를 담당한 반기수 본부장은 중학생인 피해자가 속옷을 거꾸로 입었다고 볼 수 없다며 옷을 무릎까지 내려 범행했다는 윤씨의 진술보다 이춘재 주장이 신빙성 있다고 설명했다. 살해 방법도 이춘재는 양말을 손에 끼고 목을 졸랐다고 했다. 맨손 범행을 시인한 윤씨 진술보다 이춘재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경찰이 과거 경찰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경찰 전체의 오명으로 비춰질 위험도 있었다. 일부에서 감추기 조사, 축소 조사, 왜곡 조사의 우려를 제기한 것도 그래서다. 제3의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는 수사 초기 지적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모든 건 기우가 됐다. 현재 경찰은 과거 경찰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조사했다. 그 결과를 국민과 법원 앞에 공개했다. 윤씨가 왜 지금 경찰은 100% 신뢰한다고 했는지 알 듯하다. 물론 오판이 우려되는 상황은 있었다. 이춘재 특정 직후 경찰이 과거 수사팀을 수사팀 고문으로 위촉하겠다고 했다. 위험천만한 발표였다. 과거 수사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은 실패한 수사다. 용의자로 몰렸던 억울한 시민이 자살하는 일도 있었고, 정신병을 얻어 고통받는 일도 있었다. 현 수사를 자문할 자격이 없다. 우리가 추억 팔이에 빠진 일부 과거 경찰에 자숙하라고 했던 이유다. 8차 사건의 진범 논란 이후 경찰은 냉정해졌다. 과거 수사팀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했다. 잠재적 조사 대상으로 전환했다. 모든 상황에 선입견 없이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얻은 결과가 이번 결론이다. 8차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결론이다. 과거 수사팀과의 단절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결론이다. 8차 사건 논란 초기까지도 이춘재 영웅심리 정액 검사 등의 변명으로 일관하던 과거 경찰들이었다. 현재 경찰이 넘을 고비는 남았다. 오류 수사의 원인 행위를 밝혀야 한다. 30여 년 전 조사실에서 있었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과거 수사팀의 주장이 일부 소개되고 있다. 여전히 국과수 결과가 있어서 고문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윤씨가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국과수 결과를 보여주자마자 내가 죽였다고 시인했다는 얘기인가. 탁 치니 억하고 죽더라가 생각난다. 현재 경찰에 대한 국민 기대가 크다.
한국의 국방안보에 가장 중요한 디딤돌이 되는 한미동맹이 최대에 위기를 맡고 있다. 위기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오는 23일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최근 한미 간의 이견이 팽배하여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잘못하면 한미동맹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까지 변질할 가능성이 있어 국민적 우려가 대단하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이번 주말 종료되는 지소미아협정에 대한 한미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의 지소미아협정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지난 8월 말 이후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수출규제를 행한 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한 연장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지난 금요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을 요청했다. 에스퍼 장관은 당일 오전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지소미아협정 유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힘으로써 일본의 변화가 없으면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다른 한미 간 이견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이다. 방위비 분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이며, 이미 금년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적으로 증액되었다. 한국도 방위비 분담의 점차적인 증액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러나 내년도 분담금 증액 요구는 터무니 없는 액수이기에 과연 동맹국으로서 이런 경제적 속셈만 차리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금년도 분담금 1조389억 원 대비 4.6배 정도를 요구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금액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동맹에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는 이것만 아니다. 전시작전통제권, 수출규제 등 각종 현안이 놓여 있으며, 이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특히 방위비 분담 요구와 지소미아협정 연장이 미국 정부의 일관된 정책이며, 또한 상당수 미국 여론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사실이기에 우리로서는 더욱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한국의 국방안보, 경제상황 등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우리로서는 원칙도 중요하지만, 또한 실리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국방안보는 무엇보다도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에 원칙만 강조할 수 없는 우리의 처지이다. 우선 정부는 미국과의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일까지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훼손시키지 않도록 정교한 정책을 펴기 바란다. 어떠한 경우라도 한미동맹의 견고한 관계는 유지돼야 한다.
송한준 의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상당 부분이 상임위에서 이뤄진다. 의원별로 전문 분야가 있고 선호하는 상임위가 있지만 모두가 원하는 상임위에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공존 차원에서 소수 야당 의원에게 상임위 우선 배정을 배려한 이유이기도 하다. 상임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다. 이맘때가 한 해 회기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지난 11일부터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됐다. 보름 가까이 열리고 이어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이뤄진다. 요즘 출근하면 제일 먼저 상임위 사무실을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다 보면 여러 가지 자료를 요구하게 된다. 도민의 입장에서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고르는 일은 의원의 몫이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사소한 갈등이 있어도 올해 행감은 상대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나의 상임위 활동을 돌아보면 8대 초선의원 때의 보람이 컸다. 경제과학기술위원회 행감을 하면서 중소기업 지원 예산 확대를 강력히 피력했다. 중소기업 보증 지원 예산과 유사한 목적의 행사에 편성된 예산을 비교하면서 당위성을 설명했다. 상임위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과학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하는데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예산이 3년 사이에 10분의 1 토막이 된 것도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로 경기북부 지역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경기테크노파크 거점 역할을 북부는 항공대, 남부는 단국대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의정활동이 소상공인 지원조례의 마중물이 되기도 했고, 오늘날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다양한 정책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점도 뿌듯하다. 9대 때는 교육위에서 활동했다. 상임위가 관장하는 조례의 심의가 회기 때마다 이뤄진다. 관심을 가지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는 말처럼 경기교육의 여러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나를 찾아온 민원인은 방송통신중고등학교에서 만학의 꿈을 키워가는 성인들이 겨울에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고 전했다. 공평한 교육 차원에서 여느 고등학교와 동등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교육위원장과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했고, 예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적은 예산으로 소외된 도민들의 삶터에 온기를 주고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나의 상임위 활동이 든든한 자산으로 작용한 셈이다. 경기도의회에는 모두 12개의 상임위가 운영되고 있다. 의회운영위는 의사 일정과 의회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을 다룬다. 또 기획재정위는 도정의 기획과 예산, 경제노동위는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을 담당한다. 안전행정위는 자치행정 사무와 도민 안전, 문화체육관광위는 예술진흥과 체육 관광 등을 맡는다. 농정해양위는 농어업ㆍ산림ㆍ해양항만 분야를, 보건복지위는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고 소외계층을 살핀다. 건설교통위는 대중교통 정책과 도로개설 등을, 도시환경위는 도시계획과 자연환경 보전 등을 지원한다. 여성가족평생교육위는 젠더 및 보육과 다문화, 평생교육 분야를 맡는다. 제1교육위는 교육관련 예산, 학교 및 교원정책을 담당하고 교육행정위는 교육관련 감사, 학교설립 및 교육환경 등을 관장한다. 경기도의회 12개 상임위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상임위의 활동이 도민의 삶에 힘이 되고 의지가 될 수 있도록 142명 도의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송한준경기도의회 의장
인천 강화군 도시재생대학이 최근 수료식을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수료식에서는 지난 10월 10일 입학한 33명의 주민이 슈료증을 받았다. 남산마을(남산리 일원)은 고려충절의 역사를 간직한 풍요로운 남산마을 만들기를 사업목표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사업비 360억원이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주요사업은 도시재생 어울림 센터(복합지역사회센터), 달빛공원, 마을 테마거리조성, 노후 주거지 정비, 남산마을 신활력사업, 주민역량강화사업 등이다. 또 주민공모사업도 하고 있다. 빈집을 활용한 주민공동체 공간 만들기, 남산마을 상가경관개선사업, 마을사진관 만들기 프로젝트, 깨끗한 남산마을 쓰레기 집화장 환경개선사업 등 4건이다. 도시재생대학 관계자는 풍요로운 강화군 도시재생을 위해 협력해 주시는 주민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도시재생의 이념은 공동의 가치를 다 함께 실천하는 것인 만큼 주민을 상생협력의 동반자로해 강화의 새로운 부흥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의동기자
대한전문건설협회 인천시지회는 지난 15일 인천 부평구 산곡1동 산곡초등학교 일대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연탄배달 봉사를 했다고 17일 밝혔다. 다가오는 겨울철을 맞아 2019 사회공헌활동으로 추진한 이번 봉사활동에는 차준택 부평구청장, 신진영 부평구의원을 비롯해 정하음 협회장과 회원사 관계자 40명이 인천연탄은행과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저소득층 가정과 홀몸 어르신 가구 등 어려운 이웃 25가구를 방문해 가구당 연탄 200장씩을 배달했다. 정 회장은 봉사활동을 마친 이후 추운 날씨만큼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있지만,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따뜻한 전문건설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또 차 구청장은 전문건설인들의 온정에 감사하다며 지역전문건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협회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9년에는 서구와 부평구에서 각각 5천장씩 모두 1만여장을 전달했다. 협회는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담그기 행사와 이웃사랑 성금 모금 등을 할 계획이다. 김민기자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네 곁에 나를 머물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곁에 너를 머물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는데 신발창 밑에 붙은 껌 딱지처럼 거슬리는 것들- 애를 써도 떨어지지 않는다 문득, 네가 그리워지는 날은 애꿎은 전화기는 몸살을 앓는다 잊고 있었던 끈적거림, 뇌파를 자극하며 순간순간을 괴롭히고 있다 따뜻한 유자차 한 잔으로 무심한 마음 나눌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아집,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김기남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비하여 학교는 어떠해야 할까, 교사는 어떤 자세를 갖고 학생들을 대해야 할까 다이얼을 돌리는 대신 리모컨으로 TV를 켜게 되었을 때,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런데 우리는 이제 말로 TV를 켜고, 수많은 방송 중에서 취향대로 골라보는 시대가 되었다. 나아가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진 유튜브가 대세가 되었다. 만보계가 신기했던 때가 있었는데, 웨어러블 컴퓨터가 내 건강을 체크하고 운동을 골라주고, 자동차는 점차 자율주행으로 한 단계씩 발전해 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다. 현재의 학생들은 이런 시대를 피할 수 없고, 감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교과서를 외우고 이해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이미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모습이다. 학교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고 준비하게 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고등학생이 대학입시 준비에 획일적으로 매몰되는 현상이 안타깝다. 대학에 들어가도 획일적 교육방식을 크게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런데 사회에서 비교적 덜 주목받는 특성화고에서 우리는 작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경기도 내에 108개의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이 제각기 다른 꿈을 꾼다. 물론 공기업이나 은행,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바리스타, 제과제빵, 헤어, 자동차, 항공, 로봇, 빅데이터, 화훼, 애견, 패선 조리, 부사관,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분야를 경험하고 관련 분야로의 진로를 준비한다.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만 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이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 힙합 동아리가 있다. 성적이 나쁘면 어떤가? 우리는 힙합을 잘하는데! 그게 이 학생들의 생각이다. 동아리실 확보를 위해 직접 학교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고, 드디어 빈 공관을 찾아내 사용을 허락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외부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온다고 자랑하는 동아리로 성장했다. 우리 학교에는 천여 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모두 다른 생각, 다른 취향,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 학교를 천 가지 빛깔로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학교와 정부, 기성세대 모두 이들의 꿈을 존중해 주고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을 도와주는 최선의 방법은 기존의 잣대로 평가하고 기존 교육방식의 틀에 가두지 말고, 인정하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 교사들은 학생들이 각자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추어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 때까지 믿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절실한 교육방식이다. 김기남 삼일상업고등학교 교감
임기수 부동산 가격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의 생각과 염원이 반영되어 결정된다. 시대의 사회상(社會相)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 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주택가격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은 빠른 출퇴근을 가능케 하는 지하철과의 접근성,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와 학원과의 접근성, 대형 공원과의 접근성 및 편리한 실내 생활을 위한 최신 IT 기술과의 접목 여부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의 상승을 막으려면 위에서 언급한 가격 상승의 주요 결정요인이 포함된 주택들의 신규 공급을 제한하면 되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신규 주택의 공급을 제한하더라도 주택가격의 상승을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앞서 언급한 출퇴근 거리, 좋은 학교 등과의 접근성 등 외에도 주거 안정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욕구, 인플레이션, 통화량 등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 가운데 비교적 정부의 통제가 쉬운 통화량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시중에 돌아다니는 화폐의 양을 말하는 통화량은 현금화가 쉬운 자산으로 구성된 광의통화(M2)를 말한다. 광의통화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MMF 및 2년 미만의 정기 예적금 등으로 구성되며 광의통화의 증감은 금융기관이 가진 모든 유동성을 포함하는 지표인 금융기관유동성(LF)과 함께 물가의 상승과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광의통화의 양이 많아지면 물가가 올라가고 광의통화의 양이 적어지면 물가가 내려가게 된다. 시중에 풀린 돈이 많으면 상품을 사는데 많은 돈이 들고 시중에 풀린 돈이 적어지면 상품을 사는데 적은 돈이 소요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지난 11월 한국은행은 9월 통화 및 유동성 현황을 발표하였다.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말 각각 2천471조 원과 3천446조 원 이었던 광의통화와 금융기관 유동성의 평잔은 2019년 9월, 2천852조 원과 4천47조 원으로 13.4%와 14.8%로 증가했다. 이렇게 증가된 통화와 주택가격이 얼마나 연동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통화량과 주택가격의 상관성을 잘 설명하기 위해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지수를 활용했다. 2018년 1월 각각 103.1과 101 이였던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지수는 2019년 8월 124.7과 108.9로 각각 약 20.9%와 7.2% 증가하였다. 통화량 증가에 비해 가격 상승폭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현 정부는 약 25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으나 주요지역의 주택가격 안정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현 정부의 주택 공급제한 정책과 세제 강화 위주의 정책이 주택 소비자의 요구와 부합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주요지역에의 주택 소유가 훌륭한 재테크의 수단으로 변모해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통화량의 증가를 통해 경기 하락을 막고 부족한 세수를 메꾸려는 정부의 통화정책 또한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최근 낮은 은행 예금 이자율로 마땅한 대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에게 서울 및 수도권 요지에의 주택 구매는 통화량 증가로 인한 최소 이익이 보장된 안전하고 좋은 투자처로 인식될 수 있다. 합리적인 시장에서는 이익의 크기에 따라 자금이 모이고 흩어진다. 정부가 지속해서 통화량을 증가시켜 가만히 있어도 통화량 증가분만큼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면 시장의 자금은 계속하여 서울 등 요지의 주택 구매에 몰릴 것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주요지역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한다면 현재와 같은 급격한 통화량 확대 정책은 재고돼야 할 것이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