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A빌라에 사는 Y씨(52)는 집 현관문을 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공사 현장에 사용되는 철골자재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광경을 매일 마주하기 때문이다. Y씨가 사는 빌라를 포함한 이 일대는 현재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총 16가구 가운데 Y씨 집 등 2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창문조차 없이 텅 비어 있는 상태다. 한 때 주민 편의시설이 들어섰던 공간은 깨진 유리 등 폐자재만 쌓여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사장 한복판에 놓여 있는 Y씨의 집은 하수관이 역류하거나 공사 여파로 부엌 형광등이 떨어져 깨지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Y씨의 이야기는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Y씨는 2002년 12살ㆍ9살 난 두 자녀를 데리고 서울에서 내려와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60평대의 좋은 집을 장만했다는 기쁨과 더불어 홀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걱정도 함께였다. 그렇게 그는 매일 오전 6시30분에 오는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직장이 있는 서울 삼성동의 출ㆍ퇴근이 고됐지만, 두 자녀를 키우는 보람에 행복했다. 그러나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당시 시행사 B도시개발이 A빌라 부지를 바로 옆 아파트 사업부지에 편입시키고자 매도청구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Y씨는 이후 자신의 집을 지키기 위해 6년 동안 법원을 드나들어야만 했다. 결국 2014년 대법원은 Y씨 등의 손을 들어주며 빌라에 거주할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했다. Y씨는 이 과정에서 건설사 등에서 단 한 차례 협상을 시도했을 뿐 사실상 나 몰라라 했다며, 이 부분이 지금도 상처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Y씨는 10년 넘게 소송과 건설사에 치이다 보니 심적으로 너무 지친다고 토로했다. 빌라 리모델링 사업을 벌이는 시공사 측은 그동안 Y씨 가족이 보인 행보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또 빌라 전체의 80% 이상 동의받은 리모델링 사업을 오히려 Y씨 가족 측이 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이 상황을 중재해 달라며 시와 당사자에게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지만,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Y씨 가족 등에게 이사비, 전ㆍ월세비를 주고 6개월 동안 잠시 이주하는 조건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해도 승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터무니 없이 무리한 금액만 요구하니 시공사 입장에서도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정부의 국제관광도시 선정이 가장 유력한 곳은 인천과 부산이다. 부산도 김해국제공항과 부산항 등 관문도시로의 인프라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 균형 발전 논리는 인천이 국제관광도시 선정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국제관광도시 선정 이유 중 하나가 서울 등에 몰린 외국인 관광객 방문 지역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국제관광도시 선정 추진 배경은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의 지역 편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10년간 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들의 방문 지역은 서울(79.4%), 경기(14.9%) 등 수도권 지역에 90% 이상이 몰려있다. 이렇게 몰려있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대한민국 전체로 분산한다는 것이 이번 국제관광도시 공모의 핵심이다. 하지만 부산은 정부가 인천을 국제관광도시로 지정했을 때 서울경기인천이 하나로 묶여 거대 관광권을 형성, 국제관광도시 공모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결국 수도권에 있는 인천이 아닌 부산이 국제관광도시로 뽑혀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체부가 지난 7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뢰한 관광거점도시 기본계획 수립 연구 용역 제안서에 수도권을 국제관광도시에서 제외했던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더한다. 당시 문체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수도권, 제주 외 관광도시로서 잠재력을 보유한 제2 관광도시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과업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문체부는 수도권 제외 방침이 담당 부서의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국제관광도시 공모에서 인천이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공모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실수라고 하지만 여전히 수도권을 국제관광도시에서 제외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우려를 없애기 위해선 문체부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제관광도시를 선정해야 한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부산도 인천처럼 공항과 항이 있어 국제관광도시의 첫 조건인 관문도시를 충족한다며 하지만 2개 도시는 양과 질적인 차원에서 차이가 있다. 인천이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수미네 반찬'에서는 김수미와 임현식, 김용건, 전인권이 음식디미방의 수증계, 가지누르미 등의 복원에 나섰다. 23일 방송된 tvN '수미네 반찬'에서는 김수미와 임현식 김용건, 전인권의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현장 체험학습이 그려졌다. # 수증계 먼저 닭 1마리를 방망이로 두드려준다. 냄비에 참기름 5큰술을 넣고, 닭이 타지 않게 중간불에 맞추고 닭을 넣어준다. 노릇하게 앞뒤로 뒤집어준다. 이어 생수 2L를 붓는다. 국간장으로 4큰술 넣어 간을 맞춘다. 냄비 뚜껑을 덮고 센 불로 끓여준다. 꼭지를 제거한 오이를 약 10cm 정도 길이로 자른다. 껍질을 두껍게 돌려깎는다는 생각으로 자르고 나서 부추 굵기 정도로 채 썬다. 썬 오이를 모아 끝 부분을 실로 묶는다. 부추 5가닥과 쪽파 3뿌리도 실로 묶는다. 닭은 어느 정도 끓으면 중불로 줄인다. 토란은 밤톨 크기로 자른 뒤 돌려 깎아 모양을 만든다. 손질한 토란을 체에 밭쳐 냄비에 넣고 7분 정도 익힌다. 묶은 오이도 냄비에 넣었다가 바로 건진다. 쪽파와 부추는 흰 부분부터 넣고 푹 담갔다가 바로 꺼낸다. 데친 쪽파와 부추는 오이보다 1cm 길게 잘라준다.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는 분리한다. 흰자와 노른자에 소금을 각각 한 꼬집씩 넣는다. 노른자에 생수 1큰술을 넣고 풀어준다. 흰자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숟가락으로 자르듯이 풀어준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고 닦아낸 뒤 노른자를 먼저 부친다. 이어 흰자도 같은 방법으로 부친다. 지단을 부추 사이즈로 손질하고, 폭은 채소 두께로 잘라준다. 부추 쪽파 오이 흰자 순으로 놓고서 사이에 지단을 넣어준다. 작은 냄비에 닭육수 2컵, 밀가루 1/2큰술, 후추가루를 넣고 밀가루 즙을 넣는다. 닭은 50분 정도 삶은 뒤 꺼낸다. 닭을 접시에 담고 식혀준다. 식힌 닭의 살을 찢은 뒤 끓여놓은 밀가루 즙을 닭 위에 뿌린다. 닭고기 위에 준비한 고명을 올린 뒤 그 위에 다진 생강을 뿌린다. 마지막으로 토란을 옆에 놓아 마무리한다. # 가지누르미 먼저 가지를 5mm 두께로 길게 잘라준다. 단 간장에 참기름을 섞어 양념을 만든다. 가지에 간장 기름을 바른 뒤 밀가루를 조금 묻혀 노릇하게 구워낸다. 물에 밀가루를 풀어 단 간장과 참기름을 간을 맞추고 쪽파를 넣어 즙을 만든다. 구운 가지를 알맞게 자른 후 즙을 올리면 가지누르미가 완성된다. 한편, 감향주부터 시작해 잡채, 어만두, 대구껍질누르미, 동아누르미, 가제육 등이 소개돼 시청자들의 입맛을 자극했다. 장건 기자
인천의 쿠팡 사업장에서 1주일에 청년 1명씩 다친다고요?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하루에 1명이상씩 다치고 있을 겁니다. 인천의 쿠팡 사업장에서 2년 3개월간 근무한 A씨(22)는 1주일에 청년 1명 이상이 다친다는 산업재해 분석 자료에 어이없다는 표정부터 보이며 이 같이 말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5월부터 최근까지 쿠팡 인천메가물류센터와 인천6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무거운 물건을 주로 다루는 쿠팡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안전장비는 면장갑과 안전화가 전부다. 그러나 안전화는 항상 수가 부족해 아르바이트생의 절반 이상이 신지 못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도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5일 쿠팡 인천6물류센터에서 안전화를 신지 못해 발을 다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바쁘고 시끄러운 현장에서 그의 발에 시퍼런 멍을 남긴 것은 무거운 물품을 옮기는 데 사용하는 핸드쟈키다. 앞을 보고 밀어서 사용하는 핸드쟈키를 시간에 쫓겨 끌고 다니는 일이 자주 일어나다보니, 쿠팡 사업장에서 핸드쟈키에 발이 깔리는 사고 역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는 시간에 쫓기는 근무환경, 부족한 안전장비 등이 쿠팡 사업장의 산재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안전장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빨리하라고만 하는 관리자의 재촉이 현장을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했다. A씨는 지난 4월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사고도 문제 삼았다. 당시 물품을 꺼내려던 한 노동자는 2m 높이의 진열장에 발을 딛고 올라가다가 떨어져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에 대해 A씨는 딛고 올라갈 발판이 부족해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고 직후 해당 물류센터에서는 발판을 부랴부랴 추가로 마련했다. A씨는 산재에 대한 사후약방문식 조치가 이뤄는 것도 쿠팡 사업장의 큰 문제라며 쿠팡은 산재 발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에 미리미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조직위원장은 쿠팡의 빠른 배송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의 위험한 근무환경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쿠팡도 이를 알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며 노동자에 대한 쿠팡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김승민기자
아살람 알레이쿰(Assalomu alaykum)! 우즈베키스탄 언어로 안녕하세요를 뜻하는 이 문장을 강사 자밀란씨(36ㆍ박연주)가 선창하자 식당에 모인 지역주민과 이주민, 외국인 등 20명의 참석자가 한껏 목소리를 높여 따라 외쳤다. 23일 수원 역전시장 지하 1층 다문화 푸드랜드의 우즈베키스탄 전문 음식점 타슈겐트에서 다문화 소통ㆍ교류 프로그램 바자르 매산의 첫 수업이 시작됐다. 행사 첫날인 이날은 실크로드의 중심 우즈베키스탄의 맛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결혼이주여성으로 한국으로 귀화, 한국이름까지 있는 자밀란씨는 능숙한 한국말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이어 자신의 조국 우즈베키스탄를 소개하며 화면을 통해 국기와 위치를 보여주자 참석자들의 관심이 자밀란씨의 손과 입으로 쏠렸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자밀란씨가 여기 가게 이름이라고 넌지시 얘기하자 타슈겐트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눈치 빠른 정답이다.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인 전통 음식을 시식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우즈베키스탄 전통 차와 흡사 구운 왕 만두처럼 보이는 사모사가 나왔다. 그새 자밀란씨와 친숙해진 참석자들은 먼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식사 예절은 따로 있나요?, 이 차는 한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나요? 자밀란씨와 식당 직원들은 참석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해주기 바빴다. 이어 고기와 야채, 밥이 들어 있는 볶음밥 플로프, 양꼬치 샤슬릭 등 우즈베키스탄 전통 음식들이 줄줄이 나와 참석자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이처럼 행사는 우즈베키스탄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이날 참석한 쌍둥이 엄마 신성남씨(44)는 초등학교 1학년인 쌍둥이 아이들에게 문화의 다양성을 알려주고자 아이들 학교도 빼고 참석했다고 참석 소감을 밝혔다. 바자르 매산은 이주민 식당에 선주민들 초대, 해당 나라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문화강좌를 듣고, 평소 접하지 못한 외국 음식 등 문화 체험을 통한 다문화 소통 프로그램이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수원시가 주최하고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외국인 인구 유입이 늘어가는 가운데 다문화에 대한 이질감 해소, 선주민과 이주민 간 상호 이해도 증진을 위해 마련됐다. 바자르 매산은 이날을 시작으로 다음 달 11일까지 총 6회 진행될 예정이다. 1회차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베트남, 인도ㆍ네팔, 중국, 캄보디아, 미얀마 순으로 이어진다. 누구나 참석 가능하며 소정의 참가비를 내고 참가할 수 있다. 김해령기자
인천에서 오피스텔 수십채를 빌려 성매매업소를 운영해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알선) 혐의로 총책 A씨(34) 등 4명을 구속하고, 태국 국적의 성매매 여성 B씨(33)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성매매여성들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인계했다. A씨 등은 2018년 5월부터 지난 9월까지 인천시 남동구와 연수구, 부평구, 미추홀구 일대 오피스텔 33채를 빌려 성매매 영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의 태국인 여자친구를 통해 태국 국적 성매매 여성들을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인터넷 성매매 광고사이트에 글을 올려 성매수자와 업소를 연결해주면서 수익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 등에 1일 매출이 80만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1년 4개월간 21억여원의 수익금을 챙겼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광고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확인하고 후기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2개월여 동안 피의자들을 추적했다며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현금 530만원과 성매매영업에 사용한 휴대전화 11대를 확보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능형기업형으로 운영하는 오피스텔형 업소들에 대해 더욱 강력한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경희기자
5년간 200여 개 운동부가 해체된 이유가 궁금하다. 가장 표면적으로 얘기되는 것은 주 52시간제 시행이다. 지도자의 훈련 시간에 제약이 따르고, 대회 출전 기간에도 법이 적용된다. 임시지도 교사를 참여시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강의를 맡고 있을 경우 기존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주 52시간제 폐단이 학교 현장에도 영향을 주는 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문재인 정부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2018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학교가 이 기준에 해당된다고 해석하면 역시 그때부터다. 학교 운동부 무더기 해체는 그 이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2015년 13개, 2016년 38개, 2017년 53개가 없어졌다. 제도 시행 이후인 2018년에는 48개, 2019년에는 43개다. 주 52시간제만을 원인으로 단정하기엔 어폐가 있다. 그래서 궁금해지는 것이 다른 사유다. 그리고 그 추진 절차의 적법성이다. 도의회가 학교 체육 비리감사 소위원회를 열었다. 여기서 학교 측의 해체 유도 주장이 제기됐다. 어떤 중학교는 학부모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학교 측이 지속적으로 해체 분위기를 조성해 선수와 지도자가 압박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도자가 그만두려 하자 이유를 개인 사유로 쓰라고 종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한두 학교가 아니다. 자연스런 선수감소라는 학교 측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운동부 해체로 경기도를 떠난 학생 선수는 최근 3년만 해도 500여명이다.선수감소가 맞으려면 기존 선수들이 공부 등 다른 진로를 선택해 학교생활을 계속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다른 지역으로 갔다. 해외로 간 경우도 있다. 운동을 계속하기 위해 떠난 것이다. 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은 반영됐을까. 반대 의견으로 표기는 돼 있을까. 그 서류들을 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갖게 되는 추론이 있다. 타지로 떠나지 않은선수들은스스로 운동을 포기했는지 여부다. 운동부 해체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한 학생이 없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대단히 중요한 선택권 침해다. 학교가 학생의 미래를 강제로 바꿔버린 것이다.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황대호 의원도 말했다.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도 교육청 방침이 맞느냐. 그 단 한 명에 못 들어간 학생선수가 수천 명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몰랐다고 한다. 이제서야 명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 그에 맞는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한두 곳도 아니고 200여 곳이다. 한두 명도 아니고 500명과 그 이상이다. 이걸 모를 수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학교 측의 부당한 해체 강요 여부, 교육청의 방조 또는 묵인 여부가 모두 조사돼야 한다. 그 조사의 시작은 학생 선수, 학부모, 지도자들의 해체 반대 의견 반영 여부다.
▶1985년 5월23일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적인 학생운동조직인 삼민투쟁위원회 주도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5개 대학생 73명이 서울 미국문화원을 기습 점거한 것이다. 절대 우방이자 동맹국인 미국이기에 사회적 충격은 더하고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광주학살 책임지고 미국은 공개 사죄하라는 등의 구호를 적은 종이를 창문에 붙인 이들은 주한 미국대사 면담과 내ㆍ외신 기자회견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들은 72시간 농성 끝인 26일 자진 해산하며 경찰에 연행됐다. ▶1990년 5월9일 서울 미문화원 앞 도로를 점거한 학생ㆍ시민 등 2천여 명의 시위대 중 일부가 미문화원에 화염병 10여 개를 던졌다. 이로 인한 화재는 1층 490여㎡ 중 미국농업 무역관사무실(AT0) 내부 30여㎡를 태우고 1시간 35분 만에 꺼졌다. 퇴근시간 이후라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번질뻔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조선족 여성에 의해 미국 대사관저가 무단 침입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사관저는 대사관과 마찬가지로 치외법권지역으로 국제협약에 따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13개월 만인 지난 18일 국가적 망신이 또 일어났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17명이 주한 미국대사관저에 난입해 해리스(주한 미국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 미군 지원금 5배 인상 규탄 등의 반미 구호를 1시간 넘게 외쳤다. ▶이승만 시대를 거쳐 서슬 퍼런 독재 유신ㆍ군사 정권에 제일선에 맞선 이들이 대학생이다. 그들의 열정과 염원이 밑거름돼서 대한민국 민주화가 한 걸음 더 빨라졌다. 그렇게 민주화의 봄은 왔고 시대를 주도한 386세대는 노무현ㆍ문재인 정부의 주축이 됐다. 하지만, 시위문화는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도 떼법ㆍ불법이 여전히 판치고 있다. 명분이 있더라도 불법이 전제된다면 국민적 공감은 얻을 수 없다. 탈북민 취업박람회 때 들은 얘기다.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때 왜 침묵함까. 거기가 좋다면 가서 사시면 되잖씀까. 오죽했으면 목숨 걸고 내려왔겠씀까. 대한민국 우방국과 적대국 구별이 어려운가. 김창학 정치부 부장
인구 고령화 현상은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얼마 전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스리니바스 타타(55) 사회개발국장이 신문사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필자는 노인복지 실천현장에서 20년을 넘게 일하면서 급속한 고령화는 국가적 부양 부담을 심화한다는 프레임에 갇혀 있던 가운데 이 같은 타타 국장의 언급을 접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는 물론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대책을 준비하지 못한 나라들도 있지만 한국은 연금제도를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했음에도 제도를 매우 빠르게 발전시켜 단기간 내 보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또 그는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인과 젊은 세대가 주로 일하는 일자리 분야가 달라 일자리 경쟁도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사회적 맥락에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65세, 태국 63세, 싱가포르의 정년은 62세이며, 최근 우리사회도 60세인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보장의 의미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망을 연장시키는 중요한 기제가 된다.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고령화와 노년의 경제사회활동 참여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망 보유 비중은 OECD에서 조사한 33개 국가 평균 87.1%보다 훨씬 낮은 60.9%로 조사국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사회적 관계망 비중이 50세 이후 고령층으로 진입하면 다른 연령대보다 전반적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이다. 국가와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던 기성세대들이 퇴직으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고 하루 세 끼를 집에서 먹는 소위 삼식이가 되면서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다. 노인자살률 중 60, 70대 남성 노인의 자살률이 다른 성별 및 연령계층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기퇴직한 50대 중후반 고령자의 자살률이 최근 급속히 중가함을 볼 때 정년연장을 통한 사회적 관계망을 연결 및 유지하는 것은 의미 있는 정책이다.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사회적 시스템이 모든 사람들이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최근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을 할 때 직원 대신 기계를 사용한다거나 영화관에서 영화 티켓을 출력하고 팝콘을 먹기 위해 기계를 이용할 때의 느끼는 편리함은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배달해 시켜 먹는 젊은 세대에게 한정된 것이다. 노인들에겐 불편한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최근 SNS(social netwoking sevice)는 사회 관계망을 확충하고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사회관계망은 이용할 수 서비스 접근성은 연령계층으로 볼 때 제한적이다. 노인들은 고독할 때 정신 건강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심리적으로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으로 살아간다는 자체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까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회가 연대의식을 가지고 가족을 대신한 사회가 지지체계가 되어 사회관계망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 개발과 우리들의 따뜻한 시선, 관심이 필요하다. 정희남 노인보호전문기관장
민주평화당을 탈당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변화와 희망을 위한 대안정치연대(가칭 대안신당)가 발기인대회창당준비위 발족식을 내달 17일 열고 창당 작업에 나선다고 22일 밝혔다. 대안신당의 창당 일정은 이른바 조국사태와 바른미래당의 분당으로 제3지대가 요동치는 가운데 나왔다. 신당이 제3지대 수요를 모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국사태 이후 기존 양당체제에 실망한 민심의 이탈이 확인되고, 내분을 빚던 바른미래당도 유승민계가 12월 초 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밝혔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총선 직전이 아닌 연내 창당을 결심한 이유는 현재 국민의 바람에 빨리 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안신당의 창당 성패는 내년 총선의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새로운 외부인사 영입에 달려있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신드롬으로 20대 총선에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유 대표도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정부여당의 무능력과 후안무치로 인해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으로 그 민심이 가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 대안신당에게는 기대와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층이 35%를 넘고 있고 표심을 담을 그릇이 없다는데 일치한다. 안타까운 것은 새로운 신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데 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잘하면 관심을 끌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아직 신당의 성패를 전망하기는 이르지만 대안신당이 성공하려면 첫째,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파격적인 자세와 태도로 창당에 임해야 한다. 임시대표인 유성엽 의원 역시 향후 발굴할 정치신인에게 전권을 맡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둘째, 지역정당을 탈피해 전국정당을 표방하려면 이미지인지도 등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우리 국민은 새것을 좋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는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인물을 원한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고 기성 정치인을 무조건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슬기와 정치력이 필요하다. 셋째, 보수니 진보니 하는 구시대적 이념대결을 탈피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인 실용과 탈이념을 내세워 국민을 평안하게 만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 보수나 진보 운운하는 것보다는 정책에 따라 거기에 합당한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지금 집권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어리석은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매력적인 정책들을 발굴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관심과 참여는 필수다. 비스마르크는 신(神)이 역사 속을 지나가는 순간 뛰어나가 그 옷자락을 붙잡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성엽 대표는 절호의 기회를 붙잡아 국민이 소망하는 편안한 정치를 완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