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담당부서’ 홀대하는 청와대

청와대가 지방분권 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 자리를 장기간 공석 상태로 비워두고 있고, 심지어 통·폐합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청와대와 지방분권 단체들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 조직 가운데 지역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지차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 두 곳 밖에 없지만, 현재 균형발전비서관의 경우 7개월째 공석인데다 자치분권비서관실에서 실무 역할을 해야 할 행정관도 3~4명이나 비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유기적인 관계 속에 지역 발전계획을 수립·집행해야 하는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의 유관기관도 업무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청와대가 최근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통·폐합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지역에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업무가 확연히 다름에도 이를 하나로 줄이겠다는 발상 자체가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치분권비서관실은 재정과 사무, 인력 등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 주민과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업무를 담당해왔으며 균형발전비서관실의 경우는 각 자치단체간의 행정·경제적 차이를 연계 및 협력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균형있게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재정분권과 관련, 현재 8대2의 국비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하는 사안마저 정부 부처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지역 관련 부서를 축소하는 것은 정책적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연방제에 버금가는 자치분권을 추진해서 우리 삶을 바꾸겠다고 국민과 약속했고 국정운영계획을 통해 전략과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면서 “이를 실행할 청와대 내의 콘트롤 타워가 정립이 안된 채 축소된다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자치분권비서관실과 균형발전비서관실의 통·폐합 움직임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그외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지역기자단=강해인기자

바람 잘 날 없는 ‘아시아나’… 日 후쿠오카 → 인천行 여객기 랜딩기어 이상 ‘회항 소동’

일본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기체결함으로 회항, 200여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다. 22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 28분 후쿠오카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OZ131편(A350) 여객기에서 기체 결함이 발견돼 기장이 기수를 다시 일본으로 돌렸다. 이 여객기는 낮 12시 40분께 후쿠오카공항에 내려 정비를 받았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해당 여객기는 이륙 후 항공기 앞쪽에 장착된 노즈 랜딩기어가 위로 올라오지 않는 결함이 발생해 후쿠오카로 회항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측은 대체 여객기를 후쿠오카로 보내 이날 오후 7시 30분께 다시 승객을 태워 인천으로 향했다. 이 여객기에는 승객 219명이 탔으며, 당초 출발 시각보다 8시간가량 지연돼 큰 불편을 겪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6~19일 잇따른 항공기 고장으로 인천~로마·뉴욕·로스앤젤레스·시카고 등의 노선 출발이 최대 10시간 가까이 지연돼 승객 불편은 물론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이른바 기내식 대란으로 항공기 지연사태가 이어져 항공업계 전반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 관계자는 “정부 권고보다 많은 정비인력을 운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대란으로 항공기 출발이 지연돼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게 운임의 10~20%를 보상하기로 했다. 이달 1∼4일 기내식 탑재 지연으로 1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된 국제선 총 100편 탑승객에게 운임의 10∼20%를 보상한다. 1∼4시간 지연 항공편 승객에게는 운임의 10%를, 4시간 이상 지연 승객은 운임의 20%를 각각 보상할 계획이다. 양광범기자

‘살인적 폭염’ 연일 맹위… 노인·취약계층 ‘잔인한 7월’

“올해는 유독 더위가 빨리 온 것 같아. 방에 있을 수가 없어서 나왔어.” 인천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21일 오후, 동구의 쪽방촌 인근에서 집 밖으로 나와 부채질을 하던 A씨(65)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여름만 되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매번 견디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집안은 더 더워서 밖에 나와있는 것”이라고 했다. A씨가 가리킨 집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뜨거운 열기가 금세 얼굴을 뒤덮었다. 찜질방에 온 듯한 열기에 주위를 둘러보자 A씨 말대로 인근에는 집 밖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부평구 인근을 돌며 폐지 수집을 하는 B씨(68)에게도 연이은 폭염은 버겁기만 했다. B씨는 손수레를 끌며 폐지를 찾아 손수레에 올리다가 연신 쏟아지는 땀방울을 닦아냈다. 그는 “먹고살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오긴 했지만 이런 날은 정말 힘들다”며 “말할 기운도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연일 전국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취약계층을 비롯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지난 12~15일 나흘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85명에 달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기상청 예보가 있는 만큼, 향후 피해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은 취약계층뿐 아니라 재래시장 상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남동구의 한 재래시장 상인 C씨(54)는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손님들이 재래시장을 찾지 않는다”며 “요즘은 사람 구경하기 어려운 지경”이라고 했다. 곳곳에서 폭염에 따른 문제들이 속출하자 일각에선 국가가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최근 행정안전부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하는 내용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여름철이면 폭염으로 인한 취약계층 보호방안이 매번 나오지만, 매번 일회성 정책에 그친다”며 “사실 취약계층은 직업적 선택의 폭이나 생활환경 선택의 폭에 제한이 있어 ‘폭염 약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국가가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규정해 대응한다면 장기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김경희기자

[인터뷰] 조재훈 경기도의회 건설교통위원장 “도민 교통 불편해소에 총력”

“경기도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건설, 교통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제10대 경기도의회 조재훈 건설교통위원장(더불어민주당ㆍ오산2)은 22일 “위원장으로 선출돼 기쁘지만 그에 상응하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SOC 예산의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민의 교통 불편해소와 여전히 부족한 사회 인프라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건설교통 분야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 소위 ‘을’에 대한 보호와 지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버스, 택시, 화물 운수종사자들을 위한 정책과 예산 투입을 적극 실현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등 경기도 버스정책과 관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시한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와 운수종사자 근무여건 개선에 초점을 둔 준공영제가 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노선 입찰제를 통한 새로운 경기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도지사는 “현행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가 버스회사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면서도 공적개입을 못 하게 막는 퍼주기식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며 노선 입찰제와 위탁관리형을 혼합한 ‘새경기 준공영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조 위원장은 또 공항버스에 대해서는 “단순히 요금인하 차원의 시외버스 면허전환이 돼선 안 될 것”이라면서 “면허 공모 과정에서 불법ㆍ부당한 면이 있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광교신청사 건립과 관련해 “우여곡절 끝에 건립되는 광교신청사는 단순히 행정기관 건물로서의 기능보다는 도민의 행정서비스 편의와 청사로서의 상징성을 모두 가져야 한다”며 “지금의 청사계획이 차질없이 제 기능을 다하는 신청사로서 완공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조 위원장은 “초선 의원들의 열정과 재선 이상 의원들의 경험, 역량이 더해진다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 같다”며 “개별 의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상호 대화를 통한 화합을 이뤄내 ‘원팀(One-Team)’의 건설교통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도내 유원지 계곡 가보니… 찜통 더위보다 더한 비싼 자릿세 ‘분통’

“찜통더위 피해보려 계곡 왔는데, 불법 자릿세 때문에 ‘분통’만 터뜨리고 갑니다”.섭씨 38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이 더위를 식히기위해 찾은 계곡의 ‘바가지 요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21일 찾은 양주의 장흥유원지는 여름철 무더위를 피하고자 하는 인파로 꽉 찼다. 피서객들은 물놀이하다 지치면 물가에 설치된 평상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곤 했다.그러던 중 뙤약볕 밑에서 물놀이를 하던 한 피서객이 평상에 올라가려 하자 “음식은 시키고 올라오는 거이요?”라는 인근 음식점 주인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장흥유원지 계곡에 설치된 평상들은 주변의 음식점에서 설치한 것으로, 음식을 시키지 않으면 평상을 이용할 수 없도록 막고 있었다.이곳 평상을 이용하려면 도토리묵, 감자전 등 1만~2만 원대의 저렴한 음식은 주문해도 소용이 없다. 7만 원에 달하는 메인 음식인 닭백숙을 반드시 시켜야 이용할 수 있다. 무허가로 평상을 설치하고 음식값을 가장한 ‘자릿세’를 받고 있는 것이다.가족 단위로 계곡을 찾은 A씨(45)는 “도심 지역이랑 닭백숙 맛은 비슷한데 가격은 2배가량 비싸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여기 온 대부분 사람들이 피서 분위기를 내고 싶어 찾은 거라, 비싸도 평상을 빌리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는 꼴”이라고 말했다.용인에 있는 묵리계곡. 이곳 역시 주변 업주들이 불법 평상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묵리계곡의 한 캠핑장은 하루 평상을 이용하는 값으로 5만 원을 받고 있는데, 이마저도 6만 5천 원의 닭백숙을 주문하지 않으면 추가 비용이 붙는다. 닭백숙을 시키지 않았을 시 1인당 1만 원의 자릿세를 추가로 받아, 4인 기준으로 따지면 백숙을 주문하지 않았을 시 평상 값 5만 원에 자릿세 4만 원을 더해 총 9만 원을 내야 한다.묵리계곡 내 바로 위에 위치한 카페 역시 계곡물에 불법으로 평상을 설치하고 5만 원의 자릿세를 받고 있다. 이곳의 평상을 이용한 B씨(27)는 “평상 대여가 불법인지 알고 있으나 괜한 분란을 일으키기 싫어 이용료를 지불했다”며 “무더위를 피하려 어렵게 날을 잡아 놀러 왔는데 괜한 돈만 날린 것 같아 짜증만 더 난다”고 토로했다.이처럼 피서철이 본격화되면서 계곡마다 불법 자릿세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이에 대해 사업장 관계자는 “요즘 사람들이 먹을거리나 돗자리 등을 전부 챙겨와 평상 값이라도 받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가 없다”며 “인근 사업자들이 계곡의 청소와 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일종의 시설 서비스 요금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채태병기자

[사설] 어린이집 사망 사고, 근본적 방지책 마련해야

지난주 경기도와 서울에서 2명의 무고한 어린이가 보육교사의 학대와 무관심으로 사망했다.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4살 여자 어린이가 폭염 속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7시간 방치되었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8일에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후 11개월 된 남자 어린이가 사망했다. 특히 서울 어린이집 사망사건은 보육교사의 상상할 수 없는 학대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보육교사는 불과 11개월 된 남아를 엎드리게 한 후 이불을 덮어씌우고 아이의 등위로 올라타 수 분간 누르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확인됐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는다고 몸무게 60kg의 보육교사가 8kg 정도인 아이를 눌렀으니, 질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린아이 잠을 재우는 것과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이불을 덮어씌우는 것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보육교사의 명백한 학대행위로서 과연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어떤 학대행위를 했는지 조사해야 된다. 어린이들이 통학차량에 방치된 채 또는 교사의 학대로 숨진 사건이 자주 발생하여 학부모들의 불안이 점증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어린이집에서 유사한 사건으로 사망한 어린이는 무려 55명이나 된다. 희생된 어린이의 부모들은 지금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자꾸 발생하니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보내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 어린이집 사망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우선 1차적으로 보육교사의 책임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통학차량 내 어린이 사망사고는 동승했던 인솔 교사와 운전기사가 승하차 인원을 확인하지 않았고, 결석한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은 사소한 사건이 사망까지 이르게 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대책을 세웠으나, 계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보육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닌 안전의식의 소홀이다. 차량 관련법과 어린이집 운영 지침만 준수했어도 이런 불상사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일이다. 우선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 대한 안전 교육과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된다. 현재와 같이 2~3년에 한 번 정도 비디오 시청 또는 집합교육으로 진행되는 형식적인 교육은 지양해야 된다. 안전 교육과 인성 교육을 실질적으로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통학버스 안에서 잠자는 아이를 확인해야 시동을 끌 수 있는 제도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시스템, 어린이집 등원확인 제도 도입,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 발송, 아동 관리 부실 어린이집 및 보육교사 처벌 강화 등 다양한 사고 방지책이 적극 추진해야 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사망사고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지대]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2013년 3월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림 양의 아버지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강력한 법을 만들어 달라며 대통령에게 눈물의 편지를 썼다. 이후 ‘세림이법(개정 도로교통법)’이 만들어졌다. 세림이법은 어린이나 유아 통학차량에 운전자 외에 승하차를 도울 보호자가 1명 더 탑승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운전자는 승차한 어린이가 안전띠를 맺는지 확인 후 출발하도록 했다. 이 법은 2015년 1월 29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시행됐고, 2017년 1월부터는 학원에도 적용됐다. 세림이 사건은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부주의로 인한 어린이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다른 세림이를 막기 위해 세림이법이 만들어졌지만 법이 유명무실할 정도로 끔찍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2016년 7월 광주광역시에선 당시 4세인 최모 양이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유치원 통학버스에 8시간이나 방치된 사건이 있었다. 최모 양은 그때 후유증으로 2년이 지난 지금도 의식불명 상태다. 지난 17일엔 동두천에서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4세 여자아이가 7시간 동안 갇혀있다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폭염 속 숨 막히는 차량에서 몸부림쳤을 아이 생각에 국민들의 공분이 대단하다. 9인승 차량이면 운전자가 고개만 한번 돌려 확인했어도 아이를 발견했을 것이다. 인솔교사가 동승했는데 역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 시스템이 있다. ‘잠들어 있는 아이를 점검하라’는 것이다. 이 제도는 통학차량 맨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해 운전자가 이를 눌러야만 시동을 끌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21일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사람은 어린이나 영유아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발생하는 인재(人災)를 막을 수 없다면 차량 내 방치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도 도입해 아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뒤늦게 발의된 법률안이 잠자도록 방치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사설] 국민·청와대가 다 “경제 살리라”고 주문하는데 / 민주당 대표 주자들은 웬 ‘세대교체’ 타령인가

민주당 차기 대표 후보로 8명이 나섰다. 오는 26일 예비경선을 치러 이 가운데 3명을 선발한다. 다음 달 25일 전당대회 본선에서 이 가운데 한 명이 대표에 오른다. 조용하던 경선판이 이해찬 의원의 막판 출마 선언으로 시끄러워졌다. 친문·친노 좌장이라는 중량감에서 오는 예상했던 현상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실망스럽다. 난데없는 ‘세대 교체론’이다. 국민에게는 익숙한 말이다. 선거 패배로 정당이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대표 인물 부재로 대권 도전에 무기력해 있을 때, 국민적 혁신 요구가 밀려들 때마다 등장했었다. 민주당은 정당 역사에 없던 압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방 선거에서 확대된 민주당 영토는 과거 예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상대당인 한국당은 급기야 ‘노무현 사람’을 모셔다 놓고 ‘노무현 아류’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이런 때 ‘세대 교체론’이 등장했다. 황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어디에 골몰하는지 몰라서 이러나. 각종 경제지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일자리 정권이라더니 실업자 정권으로 몰리고 있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든든하던 지지층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이후 최악이다. 급기야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뛰어들었다. 분당 서울대 병원으로 달려가 규제 혁신을 강조했다. 한병도 정무수석은 청와대 밖으로 나갔다. 전국 17개 시도를 돌고 있다. ‘지역 일자리 만들라’는 대통령 뜻을 전하고 있는 중이다. 더 말이 필요한가. 지금 국민은 경제 좀 챙기라고 명령하고 있다. 청와대는 인력·예산·조직을 다 동원해서 경제 지표를 끌어올리려 뛰고 있다. 민주당이 지금 해야 할 일도 뻔하다. 경제당으로 태어나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차기 당대표 경선의 화두도 당연히 ‘경제’ ‘일자리’ ‘성장’ ‘혁신’이어야 한다. 물론 나흘 전까지는 그렇게 가는 듯 보였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경제를 챙기는 당이 돼야 한다는 기본 틀을 모두가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바뀌었다. 이해찬 의원이 등판하자 바뀌었다. ‘경제’를 버리고 ‘세대’를 말하기 시작했다. 국민 뜻이나 청와대 고민을 말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 성공’이라는 약속은 하루 만에 색 바랜 과거 구호처럼 됐다. 그래도 거대 집권 여당의 대표를 하겠다는 후보들 아닌가. 눈앞 표 계산에 이렇게 나풀거린 데서 야 어떻게 중차대한 역할을 맡을 거물이라 할 수 있겠나. 유리할 때도 경제를 말하고, 불리할 때도 경제를 말하는 진득한 후보가 필요하다.

[인천의 아침] 제헌절을 공휴일로 다시 포함하자

헌법은 한 국가의 최고법이자 기본법이다. 현행 헌법의 토대는 1948년에 제정된 이른바 제헌헌법이다. 우리에게는 안타까운 역사가 있다. 일본으로부터 주권을 박탈당한 뒤 36년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고, 대표적으로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에서 손기정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2시간 30분대의 벽을 무너뜨리고 2시간 29분 19초의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하여 금메달을 수상하면서도 시상식에서 기테이 손이라는 일본식 이름이 호명되고 애국가 대신 일본국가인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가 게양됐던 일은 대표적 예로 꼽힌다. 당시 손기정 선수가 마치 죄라도 지은 듯 더욱 고개를 떨구며 괴로워하던 모습은 이후 국민의 가슴속에 안타까움으로 남아 있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헌법을 갖게 됐다. 헌법은 국가의 3대 구성요소인 국민, 주권, 영토 등을 일반적으로 규정한다. 1948년 제헌헌법에서도 위 3대 구성요소를 명문으로 규정했다. 헌법을 갖는다는 건 주권국가로의 선언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 선생은 우리나라가 제헌헌법을 갖게 됐다는 사실에 감동해 매일 아침 헌법 낭독으로 하루를 시작했을 정도다. 국회에서는 1987년 제8차 개헌 이래 30여년 만에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발족해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여·야간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대립으로 인해 합의된 개헌안조차도 마련하지 못하면서 30여 년 만에 도래한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26일 헌법개정안을 내놨다. 본문 1개장 7개조, 부칙 3개항이 늘어난 개정안에는 수도 서울의 개념을 없애고, 국민이라고 표기된 부분을 사람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표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의 직무유기이며, 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지난 제헌 70주년 기념축사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은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뿐만 아니라 국민이 모두 합심해 제헌헌법의 정신을 개헌을 통하여 지속 가능하게 계승발전시키려고 노력함으로써 각자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국경일이자 공휴일이었던 제헌절은 2005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 시 공휴일이 많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로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국가의 기본법이자 최고법, 즉 국가의 기본 틀인 헌법을 제정한 날이 공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된 후 헌법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 세월호 사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건 등이 나오게 됐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 관심이 헌법에 닿아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하루빨리 위 규정을 개정해 제헌절을 원래대로 공휴일이자 국경일로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 뇌리에서 헌법이 잊혀서는 안된다. 모든 국민이 제헌절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헌법 수호 의지를 보여준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입헌주의의 모범국가가 될 것이다. 고문현 한국헌법학회장

“北에서 왔지만 우리도 평범한 이웃”

북한이탈주민과 북한거주민에 대한 인식개선을 촉구하고자 현역 연극배우와 성우, 북한이탈주민들이 손을 잡았다. 지난 20일 수원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극 자강도의 추억이 250여 명의 관객 앞에서 약 1시간에 걸친 강연극을 성황리에 마쳤다. 강연극 자강도의 추억은 새롭고하나된조국을위한모임(새조위)이 주최하고 경기도가 주관한 강연극으로 북한동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대신 이들에 대한 관심제고와 이해력 배양을 촉구하고자 열렸다. 지난 5월부터 약 1~2달 동안 준비한 이번 강연극은 김영수 서강대 전(前) 부총장의 강연 하에 현역 연극배우, 성우, 북한이탈주민들이 함께 연극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극은 북한이탈주민인 공사장 근로자ㆍ가사 도우미ㆍ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주변의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선입견을 극복하고 인식 개선이 이뤄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이규석ㆍ지미애ㆍ서다혜 KBS 현역 성우와 김영원 연극배우가 남측 인물 역할을 맡았으며, 강화옥(가사 도우미ㆍ청진)ㆍ오진하(공사장 근로자ㆍ평양)ㆍ김봄희(고등학생ㆍ원산)씨가 북한이탈주민 역할에 나서 남북이 하나 되는 연극을 연출했다. 지난 5일 파주 소재 캠프 그리브스에서 시작한 이번 강연극은 16일 남양주 소재 와부고와 이날 수원시청을 거치며 약 800여 명의 관객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등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새조위는 오는 10월17일부터 21일까지 할아버지 고향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연극을 한 차례 더 선보일 계획이다. 김 전(前) 부총장은 “남북이 함께 통일 한반도를 준비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논문을 수백 편 소개하는 것보다 연극 한 편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또 신미녀 새조위 상임대표도 “남북교류가 다시 재개될 움직임이 보이지만 정작 통일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은 낮은 편”이라며 “국내 3만 2천 명, 도내 9천 명에 이르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권오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