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지친 시민들

[문화카페] 꽃보다 무엇이 중요헌디?

유럽의 무대에서 연주를 마치고 나면 어김없이 무대로 꽃다발을 들고 나와 협연자에게 전달하는 전문직원이 있다. 이런 전통은 남미 또는 클래식 신흥국가인 중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지나치게 융숭하며 때에 따라서는 과분한 대접’은 단순한 요식행위가 아닌 청중을 대표하여 연주자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의식’이라는 것을 나의 연주생활을 거치면서 깨닫게 되었다.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끝나면 환호하는 청중들이 연주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꽃송이를 무대로 던진다. 반면, 서울에서 이런 전통은 없다. 그리고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심지어는 열정의 소프라노가 “불처럼 뜨거운 내 입술의 키스” 라는 제목의 아리아에서 상대방을 유혹하는 장면을 위해 소품으로 장미 한 송이를 무대에 들고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이지만 따라야 한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화라도 들고 나가게 했다. 조화를 들고 노래하는 소프라노와 이를 지휘하는 나의 가슴은 허전함을 숨길 수 없었다.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콘서트홀인 월트디즈니홀의 연주자 대기실은 연주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작은 정원을 갖추고 있었다. 대기실에서 피아노를 치는 순간 느꼈던 그 아름다운 음향을 아직 잊을 수 없다. 한 쪽 창문으로는 탁 트인 하늘과 구름을 또 다른 창문은 LA의 스카이라인을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예술가로 태어난 것이 진실로 행복하였다. 중국 광쩌우의 콘서트홀은 깨끗이 정리해 놓은 침대와 여행 중 혹시라도 구겨진 연주복을 펴 줄 스팀다리미가 구비되어 있었다. 물론 중국답게 대기실 사이즈도 세계 최대였다. 상하이 심포니 홀은 에스프레소커피 머신이 있었다. 중국이나 일본은 이런 서양음악의 뿌리를 존중하고 그 전통을 나름대로 만들어가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 뉴욕 카네기홀의 대기실은 백여 년의 역사를 거치며 이 대기실을 사용한 대가들의 사진이 그들의 서명과 함께 벽에 가득히 걸려 있었으며 이곳에 잠시 머무는 그 자체가 역사 앞에 나의 존재가 얼마나 왜소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숙연한 시간이었다. 이 모든 현상의 근본은 과연 누구를 위한 연주 홀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비롯된다. 우리 연주단체들은 반나절 사용하는 연주공간을 대여하기 위해 강남의 웬만한 사무실 한 달 치 임대료를 지급한다. 이런 적지 않은 대관료를 지급하며 이런 곳에서 연주를 하려하는 것은 품위와 전통이 역사 속에 살아있고 최고의 음향을 가진 공간에서 피 땀 흘려 연습한 연주력을 우리의 청중에게 전달하기 위한 예술가정신이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특히 한정된 민간단체의 열악한 예산으로 이런 연주를 하는 것은 대단히 모험적인 시도이다. 우리나라 연주홀은 건축단계에서부터 문제가 크다. 우후죽순처럼 건설되는 방방곡곡의 연주 홀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연주자들이 몇 시간씩 대기하는 공간에 창문이 있는 곳은 과연 몇 군데일까? 환기가 되지 않는 곳에 성악가의 대기실을 설계한 그런 손길이 과연 무대에서의 음향을 제대로 염두에 둘 수 있을까? 나는 한국의 많은 홀에서 연주를 해 보았지만 바깥 공기를 접하며 또는 하늘을 바라보며 연주 전의 긴장을 풀 수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 연주장의 음향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대기실을 우선으로 하는 그런 홀들을 이제부터라도 지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과연 한국에도 그런 홀이 있을까? 다행이도 나의 답은 ‘있다’이다. 앞으로 우수한 콘서트홀의 건설을 계획하는 단체가 있고 우리 실정에 맞는 모델을 찾으려면 경기도 기흥에 위치한 삼성인재개발원 콘서트홀의 견학을 권한다. 이 홀을 벤치마킹하면 된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평화의 시대’ 주목받는 파주] 개성공단 관문 ‘파주’… ‘통일경제특구’ 꿈꾼다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이며, 최종환 파주시장의 1호 공약인 남북평화경제교류의 핵심 ‘통일경제특구’가 오는 9~10월 기점으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남북정상이 4ㆍ27 판문점선언에서 약속한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올해 가을(빠르면 9월 늦어도 10월)로 예정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남북경제협력방안이 지금보다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싱가포르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이 오차드 호텔에서 연설한 대목 중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다. 남북은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정부는 평화체제가 이뤄져 경제협력이 시작되도록 노력할 것이다”는 부분도 남북경제협력의 핵심인 통일경제특구와 연계할 수 있다. 남북경제협력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경제협력은 비핵화를 전제로 평화위에 번영(경제)이 꽃피는 한반도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올 가을 평양 방문이 예정된 문 대통령이 남북평화조성방안의 하나로 통일경제특구를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앞서 지난해 대선 당시 5월4일 고양 집중 유세에 나선 문 대통령은 “파주ㆍ개성ㆍ해주를 연계한 통일경제특구는 문재인의 꿈이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남북은 현재 경의선 철도와 도로 등을 연결하기로 하고, 남북간 당국간 회담이 계속되는 것도 통일경제특구논의 조성에 좋은 여건이 되고 있다.■ 통일경제특구법안, 첫 정부통합안 9월 국회 제출 기대 국회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민주당 박정 의원(초선ㆍ 파주을)이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제출한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의 설치 및 파주평화경제특별구역의 조성ㆍ운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과 ‘평화경제특별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민주당 윤후덕 의원ㆍ파주갑) 등 계류 중인 관련 6개 법안을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다.이들 법안들은 남북한간의 경제협력을 촉진하고 경제적 상호보완성을 높일 수 있도록 남한의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심의 중인 가운데 4ㆍ27판문점선언과 6ㆍ12북미정상회담이후 심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예상외로 빠른 남북군사적 긴장완화국면으로 통일경제특구조성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정 의원실은 “외통위에서는 남북간 화해속도에 발맞춰 통일부와 협의, 6개 법안을 하나로 통합한 정부안을 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현재 통일부가 의원법안을 토대로 정부안을 만들고 있는데 통합안 작업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제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 17대부터 국회에서 통일경제특구법안이 의원대표발의로만 제출됐다가 자동 폐기되곤 했다”며 “이처럼 통일부를 정점으로 한 통일경제특구법이 정부안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역대 처음이다”라며 정부안에 의미를 부여했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통일경제특구법안(안)을 빠르면 올 9월 정기국회상정계획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며 “통일경제특구법에 대해서는 국회 여야의원간 서로 노력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는 통과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기대했다. ■ 9조원 생산유발ㆍ7만명 취업유발, 단연코 파주가 최적지 통일경제특구조성 필요성과 관련, 지난 3월 경기도주관토론회에서 경기도 임정관 통일분야 전문관은 “정체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모멘텀(북한경제 연계 및 중국ㆍ러시아와의 육로ㆍ철도ㆍ에너지 연결)과 접경지역발전 계기를 획기적으로 마련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그는 “정치적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의지표현, 접경지역에 남북경제협력 특구조성으로 한반도 평화마중물 구현,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 북한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개성공단과 통일경제특구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개성공단은 통일한국에 대비한 통일통합의 시험장, 한반도긴장완화 나아가 동북아 평화구현의 유효한 수단 그리고 현 정부 대북정책의 유효 집행수단이다”며 “통일경제특구는 개성공단과 연계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렇듯 경제적, 정치적, 개성공단 재가동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통일경제특구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경기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통일경제특구 경제적 기대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경제특구가 330만 5천㎡ 규모로 조성될 경우 약 9조 1천958억여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7만3천여 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또 다른 정책 보고서로 파주시가 분석한 ‘파주에 미치는 6가지 영향’은 생산 및 물류기지 입지로 34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49만 명의 고용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파주 최대 대기업인 LG디스플레이 매출규모와 고용인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다. ■ 왜 통일경제특구 중심이 파주이어야 하나. 김윤회 시 투자진흥과장은 “파주는 평화상징의 지리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평화의 상징성인 자유ㆍ평화마을소재와 정전협정의 역사적 장소이자 종전선언의 초석이 될 판문점선언을 발표한 상징적 장소다”며 “휴전선 접경지와 원초적 자연생태보전 지역 등 안보관광지가 확보되어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인천국제공항, 인천항과의 근접성 및 통일로 자유로, 경의중앙선 등 구축이 완료됐다. 서울~문산 및 제 2외곽순환고속도로와 GTX -A노선 및 지하철 3호선 연장개통도 예정돼 있다”며 “남북연결 1번 국도 및 경의선 철도와 TCR(중국횡단철도)와 연계 유라시아 확장 가능성도 파주가 최적이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파주는 △21만㎡규모 개성공단지원복합물류단지조성사업 △개성공단과 LG디스플레이클러스터 연계 산업인프라활용 △한강 등을 활용하는 서해안권 해상시대 전개 △서울과 30분 거리 평양과 2시간대 접근성으로 수도권의 고급인력 및 산업인력 수급이 용이 등 타 시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최대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최종환 파주시장은 파주 전분야에 걸쳐 파괴력이 막강할 것으로 예측되는 통일경제특구를 이때문에 파주에 유치되도록 파주시장 후보시절부터 공약 전면에 내걸며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최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한반도 평화시대, 남북 화해시대를 맞아 통일경제특구 조성과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전담할 ‘남북평화협력 TF팀’을 설치했다. 한반도 평화수도 파주를 실현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다.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3개 축 가운데 환황해 경제벨트와 접경지역 평화벨트가 만나는 곳이 바로 파주”라며 “최근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는 파주가 한반도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며 남북평화협력 TF팀은 그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통일경제특구유치를 위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파주=김요섭기자[인터뷰] 최종환 파주시장“한반도 평화수도 파주에 꼭 유치… 동북아 국제협력단지로 키울 것”“한반도 평화 수도 파주에 통일경제특구를 반드시 유치하겠습니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18일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이재명 도지사 공약이기도 한 통일경제특구는 남북 평화 무드 여건 조성에 따라 조만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시장은 스스로를 통일경제시장으로 부르며 취임 초부터 파주통일경제특구에 대한 공약 등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다. 그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경험으로 통일경제특구를 파주에 유치해 파주경제의 획기적 도약과 파주가 안보에서 평화틀로 전환되는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다음은 최종환 시장과의 일문일답.- 통일경제특구조성은 관련 법 국회통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황과 이후 절차는.20대 국회에서 의원발의 된 6개의 통일경제특구법안은 통일부 주도로 통합 법안이 마련된 상태다. 행정부와 국회에서 함께 노력하면 올해안에 가능하지 않겠는가. 국회통과와 공포되면 통일부를 중심으로 접경지역의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가 신청한 뒤 결정 된다. 이후 지정된 광역단체소속 기초자치단체가 유치 신청해 결정된다.- 파주의 통일경제특구 유치를 위한 기반 마련은.제3차 수도권 정비계획에 파주가 남북교류 및 첨단산업벨트로 반영됐다. 경기도 2020 발전종합계획은 남북교류협혁도시의 일환으로 통일경제특구 실현이 들어가 있다. 물론 파주시에서는 중장기발전계획과 더불어 2030 파주도시기본계획에 의거 인구 6만명을 이미 배분해 놓은 등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시민들께 당부할 말은.통일경제특구가 조성되면 파주는 남북의 행정, 산업진흥, 국토개발 등을 공동 수행하는 남북교류 협력의 장소이자 평화도시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국제평화협력단지를 조성해 이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동북아 최대의 국제협력단지로 발전시키겠다. 아울러 동북아 및 유라시아 상생경제권의 중요한 축이자 평화·안보의 안전판으로도 자리 잡게 할것이다. 통일경제특구 유치에 함께 해달라.파주=김요섭기자

[경기만평] 가축폐사 급증…

[삶과 종교] 날마다 휴가 가는 방법

불볕 더위가 기승이다. 우리나라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1994년 여름 폭염을 갱신할지 모른다고 한다. 더위를 피해 바다로 산으로 해외로 떠난다. 익숙한 집을 떠나 낯선 곳을 찾아가니 여행이고, 번잡한 일상에서 탈피해서 몸과 마음을 쉬니 ‘휴식’이며, 더위를 피해 떠나는 것이니 피서(避暑)다. 명칭이 무엇이든 즐거운 시간이다. 휴식을 갈망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힘들고 괴롭기 때문이다. 그런데 괴로운 원인을 두고 잠시 잊거나 피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날 온갖 짜증이 밀려오고 화가 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야단치는 직장 상사, 깐죽거리는 동료,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 집이라고 해서 편하지 않다.늘 돈이 부족하다며 짜증내는 아내, 같이 돈 버는데 집안 일은 손도 되지 않는 남편. 불만은 끝이 없다. 휴식은 괴롭고 힘든 일상에서 탈피이지만 잠시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끝없이 꿈꾼다. 로또가 당첨되거나 얼굴도 모르는 먼 친척이 남긴 유산이 굴러들어와 벼락부자가 되어 호기롭게 떠나는 날을…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설령 온다 해도 또 다른 괴로움이 기다린다. 절대 변하지 않을 현실을 늘 불평하고 괴로워하며 살 것인가? 현실을 받아들이되 괴로움에서 벗어날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그것도 아주 쉽다. 매일 평안하고 휴가 같은 날을 보내는 길이 있다. 중국의 무문 선사가 그 길을 시(詩)로 읊었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달이 뜨고 (春有百花秋有月)/ 여름에는 서늘한 바람 불고 겨울에는 눈 내리네.(夏有凉風冬有雪)/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若無閑事掛心頭)/이것이 바로 좋은 시절이라네(便是人間好時節)” 봄에는 꽃피고 새 울며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절대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부대끼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며 죽을 듯이 좋아하다가 죽일 듯이 싸우는 등 희노애락 속에 살다 간다. 어느 인간도 이 법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인간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배위에 몸을 실었다. 다음 항구 까지가 나에게 주어진 인생이다. 배에서 뛰어 내릴 수 없다면 그 속에서 잘사는 법을 익히는 수 밖에 없다. 무문선사가 말한 것처럼 ‘쓸 데 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좋은 시절’ 즉 ‘날마다 좋은 날’이다.‘쓸 데 없는 생각’이 무엇인가? 계율을 잘 지키는 어느 율사가 ‘대주선사’를 찾아와 “선사님도 도를 닦을 때 공력을 드리십니까?” 하고 묻자 대주선사는 그렇다며 나는 “배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잠 잔다”고 했다. 율사가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재차 묻자 대주선사가 이렇게 일갈했다. “그들은 밥 먹을 때 밥만 먹지 않고 온갖 삿된 것을 따지며 잠 잘 때도 잠만 자지 않고 꿈속에서 온갖 삿된 생각을 일으킨다.” 일할 때 오직 일만 생각하고 즐겁게 임하면 그것이 즐거움이다. 밥 먹을 때는 밥 열심히 먹고, 일할 때 딴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그 것이 잘사는 방법이다. 따로 별 다른 방법이 없다. 다른 좋은 특효약이 있는 줄 알고 찾는데 헛 수고다. 자신이 살아가는 괴롭다는 그 일상에 즐거움과 희망이 있지 달리 없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직 있는 것은 현재다. 지금 이 순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즐겁게 임하면 날마다 좋은 날이요, 날마다 좋은 날이니 어디를 떠나 쉴 것도, 피할 것도 없다. 이 쉬운 이치를 어린 아이들은 저절로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생각이 많아지는 어른들이 가장 못한다. 그래도 날마다 휴식 같은 날을 보낼 좋은 방법 하나 알고 싶다면 특별히 일러준다. ‘먹고 마시는 일에 절제하라.’ 인류의 보배 법구경에 적힌 말이다.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천자춘추] 지자체의 남북체육교류협력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1999년 제주도에서 북한에 제주도 감귤보내기운동으로 시작됐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사업 가운데 강원도 솔잎혹파리 공동방제 사업, 경기도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 경상남도 통일딸기사업을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는데 5.24 조치로 인해 전면적으로 중단됐으나 올해 남북화해 분위기를 계기로 다시 재개를 모색하고 있는데 아직 진전은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남북한 접경도인 경기도와 강원도가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17개 광역시도 중 최대의 지방자치단체이자 북한과 직접적으로 접경해 있고 현재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통일 이후 강원도 지역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지역이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사업이 그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 사회문화, 보건의료, 체육 분야 등 남북교류는 전반적으로 생활과 밀착되고 인적교류로 이루어진다. 통일을 준비하려면 남북한 주민의 통일 공감대 형성과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해소가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로 할 때, 남북의 빈번한 인적교류 및 접촉을 하게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남북교류협력사업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정부와 지방 그리고 국민의 총체적인 역량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이는 바텀 업 방식의 통일을 실현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협력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중앙정부가 갖는 경직성과 한계성을 보완할 수 있는 교류협력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 간 체육교류협력은 다른 분야의 교류와 달리 가장 일상적인 형태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이룰 수 있는 분야로서 앞으로 남북교류의 주축을 이루게 될 것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체육교류협력의 확대는 정부차원의 교류협력으로 전이될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남북 지방자치단체 간 체육교류협력은 주민들의 참여가 확산되는 주민친화형 또는 주민밀착형 교류협력, 상호 공동이익 창출을 통한 시너지 효과의 확산을 고려한 교류협력, 각 지방자치단체의 환경과 특성에 기인한 차별화된 교류협력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교류재개에 대한 준비는 꾸준히 해왔고 광역시ㆍ도가 조례를 제정 운용하고 기금도 조성해 교류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통제보다는 남북교류협력사업의 기획부터 실행까지 사업 전반에 있어서 지자체를 동등한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효율적인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남북교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체육교류협력 추진을 전담할 위원회를 신설하여 자율적으로 사업을 꾀하되 정부와 상호 전략적 공조를 통한 실질적인 가치창출을 추진하여야 하겠다.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

[기고] 생명·평화·공경… 새마을운동 추진방향에 공감

새마을운동 양주지회장에 취임한 지 어느덧 5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라이온스클럽 회장, 주민자치협의회장, 지역발전협의회장 등을 역임했기에 나름 단체에 대한 식견이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새마을운동 단체는 지금껏 경험한 단체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조직이나 사업 규모면에서 상당히 짜임새 있고 복잡한 단체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지회장으로서 각 단체장들이 하는 사업을 관찰하거나 격려하는 정도에 그쳤었다. 지금까지 새마을운동 목표는 나라발전 기틀마련, 공동체 의식 제고, 지구촌 공동번영을 목표로 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5대 중점과제로 사회공동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 환경공동체, 지구촌공동체 등 공동체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동안 새마을운동의 여건은 크게 변화됐는데 첫째,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명의 위기이다. 지구 생물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매년 사라지는 종이 2만5천∼5만종인 반면 발견되는 종은 1만5천∼1만8천종에 불과하다. 또한 최근 미세먼지·황사 및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각한데 우리나라 공기의 질은 2016년 기준으로 세계 173위이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등 기상재해가 빈발해 인류의 생산방식과 생활방식에 변화가 없으면 2040년대에는 기후이탈이 예상되고 있다. 둘째, 계층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이념갈등, 양성갈등, 다문화갈등 등 다양한 사회갈등 요인으로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의 갈등과 대립이 심화돼 긴요한 사회통합 절실히 요구된다. 셋째, 가족ㆍ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데 가족의 개념 변화와 규모의 축소,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 사회의 윤리의식 변화 등으로 가족해체 현상이 발생하고 급속한 도시화, 익명의 디지털 근시족, 농촌의 소멸위기 등으로 인간소외 심화, 공동체 해체 등 사회의 비사회화로 혼돈이 심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남북정상회담, 미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4.27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평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며 평화공동체 실현을 위한 남북교류와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따라서 앞으로 새마을운동 추진방향은 새마을운동중앙회 정성헌 회장이 목표한 생명ㆍ평화ㆍ공경운동으로 새로운 문명사회를 건설하자는데 공감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참여, 봉사, 대안을 운동 기조로 생명살림운동, 평화나눔운동, 공경문화운동, 지구촌공동체운동을 중점과제로 선정해 양주시새마을은 올해 후반기에 변화된 새마을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명살림운동으로 관내 하천과 국토대청결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에너지 절약과 자연재생에너지 활용에 중점을 두고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평화나눔운동으로는 도농 복합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특산물과 문화를 교류하고 마을단위 공동체를 강화해 지도자들뿐 아니라 민ㆍ관ㆍ군이 다함께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공경문화운동으로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어르신들에게 반찬 배달사업과 경로잔치 등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문화가 정착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실천하겠다. 비록 새마을에 몸을 담게 된 기간은 짧지만 이번에 새마을연수원에서 지역사회지도자 정책연찬 과정을 수료한 뒤 양주시새마을의 대표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새마을운동을 추진해 나아가야 하는지 확실한 방향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과거 선배 새마을지도자들이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오늘날 이만큼 살기좋은 나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무엇보다도 교육의 힘과 잘 살아 보자는 열정 때문임을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김용춘 새마을운동양주시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