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쓰레기山’ 뒤에 조폭 있었다… 불법투기로 66억 부당 이득 챙겨

서울의 한 폐기물 처리업체가 무단으로 파주시에 수천 t의 폐기물을 버린(본보 3월29일자 7면) 사실이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가운데 해당 업체에 조직폭력배가 연루돼 있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이들 일당은 도내 18곳 10만 5천여㎡ 부지에 쓰레기를 불법 투기해 60억 원 이상의 부당 이득도 챙겼다.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동두천 지역 조직폭력배 A씨(39) 등 5명을 구속하고, 폐기물 수집·운반업체 대표인 B씨(52) 등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이들은 지난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도내 잡종지와 공장용지 등 18곳, 10만 5천600여㎡를 지인 등 ‘바지사장’ 명의로 빌린 뒤 토지주 몰래 폐기물 4만 5천t을 불법 투기하고 달아나 66억 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본보를 통해 알려졌던 파주시 장곡리의 ‘수천 t의 쓰레기 산’ 역시 이들 일당의 소행이었다.폐기물 수집·운반업체, 무허가 폐기물 처리업체, 조직폭력배로 구성된 이들은 서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폐기물 수집·운반업체는 폐기물 배출자로부터 25t 차량 한 대당 225만∼245만 원에 처리계약을 맺고, 다시 무허가 폐기물 처리업체에 180만∼200만 원에 폐기물 처리를 위탁했다. 이후 무허가 폐기물 처리업체는 조폭들이 남의 땅을 빌려 운영하는 하치장으로 폐기물을 운반했다. 이 과정에서 조폭에게는 차량 한 대당 100만∼120만 원가량을 지급했다.이번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조폭들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6개 파 조직원 8명으로, 친구와 후배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도내 잡종지, 공장용지 등을 빌려 폐기물 하치장으로 활용했다. 땅을 빌릴 때는 “폐의류 재활용 사업을 할 계획인데, 적치 장소가 필요하다”라며 토지주들을 속여 1년 미만의 단기 계약을 맺었다. 이어 빌린 땅에 높이 4∼6m의 가림막을 설치한 뒤 한 달여간 집중적으로 폐기물을 불법 투기하고 달아나기를 반복했다.이들이 버린 폐기물은 폐비닐, 장판, 전선 등으로 재활용은 물론 매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폐기물 처리 책임이 토지주에게 있지만, 처리비용이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 가량 소요돼 18곳 중 17곳의 토지주가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호준기자

[6·13 관전포인트] 경기지사 후보들 표심 공략 분주

여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이 17일 역대 도지사 선거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해온 경기 북부 표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기 북부가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여야 예비후보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는 이날 천주교 의정부교구장 이기헌(베드로) 주교를 예방한 뒤 같은 당 박윤국 포천시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그는 박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분단의 고통을 북부 접경지역이 ‘독박’을 써왔고 도내에서 가장 피해를 본 지역이 포천”이라며 “평화 시대가 열리면 포천은 남북 교류의 중심축,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예비후보는 지난달 11일 ▲경기도 안보정책조정관 신설 등 주민 삶과 함께하는 안보환경 조성 ▲규제합리화 ▲통일경제특구 조성 등 평화경제의 중심 경기도를 골자로 하는 북부 공약을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도 판문점 주변 접경지에 ‘평화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다며 북부 표심을 겨냥했다. 그는 이날 ‘한반도 경제권의 중심 경기도’ 공약 발표회를 통해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옥동자이지만 노동집약형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의 IT 전문 인력을 활용해 남북경제협력의 새 장을 열어갈 수 있도록 평화테크노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2030 파주엑스포 유치 및 공동개최 추진, 접경지역평화벨트 조성, 통일경제특구 및 초국경도시 조성 등을 제시했다. 바른미래당 김영환 예비후보도 이날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경기 북부에 ‘남한의 북한공단’을 조성, 북측 노동력을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또 세계적 희귀생태계로 보존된 DMZ와 접경지역 남북공동개발 등을 통한 ‘DMZ 및 주변 접경지역의 생태환경과 관광의 융합’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경기 동북·동남권을 문화예술특구로 개발 ▲북부 생태환경과 ‘도시농부 10만 명 육성’ 연계 등의 공약을 내놨다. 정의당 이홍우 예비후보는 ▲경기도 접경 지역 평화통일경제특별구역 지정 ▲남북통일비즈니스센터 건립 ▲경기북부 지역 태양에너지시설 확대 등을 내세웠다. 그는 “경기 북서부에 평화경제, 동북부에 힐링경제를 실현, 골고루 잘 사는 경기 북부를 만들겠다”며 “각종 규제로 묶인 경기 북부를 위해 생태계보전보상제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중당 홍성규 예비후보의 경우 평화통일생태 특별자치도 정책과 남북농업협력지구 조성을 제시했다. 홍 예비후보는 “단순한 지역개발 패러다임에 따르기보다 경기 북부를 진정한 평화·통일의 출발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파주·포천·연천 등 접경지역에 남북농업협력지구를 대대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송우일·여승구·정금민기자

[6·13 이렇게 하겠습니다_고양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물류·유통·관광… 사통팔달 ‘철도교통 메카’ 길 닦는다

국토부의 ‘대곡역 복합환승센터 사업’ 추진으로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의 요충지로 급부상 한 고양시 대곡역 일대 개발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각 후보마다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떠올랐다. 대곡역 일대 개발사업은 오는 2023년까지 고양시 덕양구 대장동 일원 180만㎡를 개발하는 방안이다. 현재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이다.고양시는 국토부가 추진 중인 복합환승센터를 중심으로 대곡역 일대를 교통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곡역은 GTX A노선, 경의중앙선, 3호선 등이 지나는 철도 교통의 중심지로서 여야 고양시장 후보들이 저마다의 논리를 입힌 대곡역 일대 개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이재준 예비후보가 구상한 대곡역 일대 개발 키워드는 물류다. 그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중앙로, 철도 등이 지나는 대곡역의 특성을 반영해 개발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대곡역 일대를 철도물류단지와 4차 산업 유통 허브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그는 보세구역을 만들어 통관절차를 수행하고 중국, 러시아로 향하는 대륙철도 물류전진기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예비후보는 인천·김포공항, GTX선을 활용한 강남과 판교, 구로디지털단지 등의 높은 접근성을 활용해 4차 산업 유통 허브로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는 비지니스 호텔을 건설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위탁 운영하게 해 업무와 숙박의 비용도 최소화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 이동환 이동환 예비후보는 대곡역 일대를 철도 대중교통의 메카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고양시민들이 강남까지 이동할 때 교통체계가 복잡해 소요 시간이 상당하고, 환승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개화역이 종점인 9호선의 급행열차를 대곡역까지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예비후보는 지상 교통체계가 복잡한 대곡역 주변의 여건을 고려해 지하철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9호선 철도가 연결될 경우 고양시민들이 서울(신논현역)까지 35분만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9호선 대곡역 연장이 TOD(대중교통 지향개발)의 핵심사업으로서 고양시 교통 체증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의당 박수택 박수택 예비후보는 대곡역 일대 개발을 통일을 대비한 국제적인 안목에서 접근했다. 그는 “대곡역 일대를 통일과 대륙의 관문인 ‘고양(대곡) 국제철도 종합터미널’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 예비후보는 인근 행신고속철도 차량기지 인프라와 GTX-A노선을 이용하는 국제철도를 구축할 계획이다.이를 통해 그는 대곡역이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이어지는 경의선 이용객들의 출입국 관리와 화물의 통관절차를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주변에 국제업무지구, 숙박시설, 공원 등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어 단순 철도 기능을 넘어 경제적 효과까지 유발한다는 구상이다. 고양=유제원ㆍ김상현기자

이낙연 “공무원, 정치중립 지켜야… 위반시 엄중 처벌”

이낙연 국무총리는 17일 ‘6·13 지방선거’와 관련, “공무원은 선거에 개입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공직자가 선거에 관여하는 행위는 관련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7회 지방선거 대비 공명선거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특히 선거관리나 단속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선거 중립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정 정당의 텃밭이라고 여겨지는 일부 지역은 그 정당과 공무원의 유착관계 또는 정서적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다”면서 “그러한 유착관계나 정서적 친밀감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에 장애가 될 수 있고, 선거관리나 단속업무를 방해하는 일도 있다. 더욱더 엄중하게 대처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온라인을 활용한 선거 운동이 늘고 거짓 정보의 유혹이 그만큼 늘어난다. 거짓 정보에 대한 수요도 늘고 기술적으로도 훨씬 더 많은 유포가 가능해졌다”며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선거 범죄에 대해서도 당국이 사전에 충분히 알고 대처해야만 불법적인 선거를 차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올해는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있다”면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다”며 투표 독려를 당부했다. 이날 회의는 오는 24~25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지방선거가 본격화됨에 따라 각 부처의 준비상황과 향후 대책을 점검하기 위해 열렸다. 회의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이철성 경찰청장, 서주석 국방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김재민기자

[경기정명 1000년, 경기문화유산서 찾다] 13. 허준의 묘소와 동의보감

조선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어떤 책일까. 바로 동의보감(東醫寶鑑)이다. 이 책의 저자가 허준(許浚, 1539~1615)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은 아마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책을 들추면 허준이 이 책을 편찬하며 쏟은 정성과 예지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1611년 4월, 내의원 제조 이정구가 왕명을 받아 지은 동의보감의 서문에서 이 책의 강점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의술 전반에 걸쳐 수록하지 않은 것이 없으며 그 내용도 조리가 정연하니, 비록 병자의 증후가 백 천 가지로 다를지라도 각각의 증상에 따라 적절히 처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멀리 옛 서적을 상고하고 가까이 주변의 의원을 수소문할 필요 없이 그저 병증의 종류에 따라 그 처방을 찾으면 온갖 처방들이 곳곳에서 나와 증상에 따라 투약하면 어김없이 들어맞으니, 참으로 의가의 보감이요 세상을 구제할 좋은 법입니다.” 그러나 동의보감은 25권 25책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과 내용으로 일반인들이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분량과 명성에 걸맞게 책값도 엄청났다.1780년 연암 박지원이 북경을 방문했을 때 중국에서 펴낸 동의보감을 구입하고 싶었으나 책값이 너무 비싸 발길을 돌려야 했다. 누구나 이 책을 집안에 소장하고 싶어 했으나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이런 사실을 안타까워하던 조선 22대 국왕 정조(正祖, 1752~1800)는 동의보감을 백성에게 널리 보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정조의 뜻에 따라 동의보감을 바탕으로 새롭게 편찬한 의학책이 제중신편(濟衆新編)이다. 동의보감 다이제스트 판이라 할 제중신편의 편찬으로 동의보감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 동의보감의 철학… 몸은 곧 우주다 동의보감 내경편 첫머리에 ‘신형장부도(身形藏府圖)’라는 인체 그림과 이를 풀이하는 흥미로운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을 통해 사람의 몸을 우주로 이해하는 허준의 의학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은 우주에서 가장 영귀한 존재이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고, 발이 네모진 것은 땅을 본받은 것이다. 하늘에 사시가 있으니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다. 하늘에는 오행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하늘에는 육극이 있으니 사람에게는 육부가 있다. …하늘에는 음양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한열이 있고, 땅에는 초목과 금석이 있으며 사람에게는 모발과 치아가 있으니, 이러한 것은 모두 사대, 오상이 묘하고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성립된 것이다.” 한국인들이 기억하는 허준은 의성(醫聖)이다. 허준을 가난한 이웃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느꼈던 의사로 기억하도록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1990년에 발간되어 400만 부가 팔린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이다. 이 책의 독자는 과거 응시를 포기하고 병든 이웃부터 돌보는 허준의 따뜻한 품성에 감동하고, 제자의 의술 발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해부하도록 당부하는 위대한 스승 유의태의 결단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이 빗어낸 것이다. 역사에 기록된 허준의 개인사는 너무나 소략해 고개를 갸웃할 정도다. 심지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밝힐 수 있는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동의보감의 편찬에 관한 사실은 조선왕조실록과 이정구의 서문을 통해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 동의보감의 숨은 공로자는 선조·양예수 그리고 정작 임진왜란의 참화로 대다수의 의학 서적이 사라졌다. 1596년 선조는 자신이 가장 신임하는 수의(首醫) 허준에게 새로운 의학서적의 편찬을 지시했다. 이때 허준과 함께 왕명을 받아 편찬에 참여한 인물들은 어의 양예수(楊禮壽, ?~1597)·이명원·김응탁·정예남과 민간에서 명성을 떨치던 유의(儒醫) 정작(鄭, 1533~1603)이다.역대 의학자들의 전기인 의림촬요를 저술해 의원들의 존경을 받았던 양예수는 허준의 스승 역할을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인물이다. 또 한 사람 주목해야 할 인물은 정작이다. 정작은 포천 현감을 지낸 형 정렴과 함께 도교 양생술의 대가로서 의학에 밝다는 평판을 얻었던 인물인데 동의보감에도 그의 의학사상이 짙게 들어 있다. 이명원은 침술의 전문가였고, 김응탁과 정예남은 신예 어의였다. 이처럼 동의보감의 편찬은 처음부터 정부가 기획한 국가사업이었다. 그러나 한 해가 지나 정유재란이 일어나면서 참여한 인물들이 흩어지고 편찬도 중단되었다. 전쟁이 끝난 1601년 봄, 선조는 허준을 불러 왕실에서 소장하고 있던 고금의 의서 100여 권을 내주면서 동의보감을 단독으로 편찬할 것을 명했다. 이 무렵 허준은 어명으로 언해태산집요·언해구급방·언해두창집요을 지었다. 책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세 권 모두 한글로 풀이한 의서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과중한 업무 때문에 동의보감 편찬은 지진 부진했다. 1608년에 선조가 승하하자 허준은 어의로서 책임을 지고 의주로 유배되었다. 유배지에서도 의서 편찬에 골몰하던 허준은 광해군의 특명으로 1609년 말 유배에서 풀려나 서울로 돌아와 편찬에 전력을 다해 1610년 8월에 동의보감을 완성했다. 책을 받은 광해군은 선왕의 유업을 완성한 허준의 노고를 치하하고 좋은 말 1필을 상으로 내렸다. “양평군(陽平君) 허준은 과거 선왕조 때 의서를 찬집하라는 특명을 받고 여러 해 동안 깊이 연구했다. 심지어 이리저리 피난 다니는 와중에도 연구를 계속한 끝에 이제 편찬을 완수해 책을 바쳤다. 한편 생각해 보면 선왕께서 찬집하라고 명하신 책을 이 우매한 과인의 대에 와서 완성했으니, 나는 비감(悲感)을 이길 수 없다. 허준에게 좋은 말 한 필을 하사해 그 노고에 보답하도록 하고, 속히 내의원에 명하여 국청(局廳)을 열고 이 책을 간행해 서울과 지방에 널리 유포하도록 하라.” ■ 허준이 잠든 파주에 남북합작 동의보감연구소 건립하자 의성 허준이 잠들어 있는 묘소는 비무장지대 안에 있다.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에 있는 허준의 묘소는 1992년에 경기도기념물 제128호로 지정되었다. 1991년 재미 고문헌 연구가 이양재씨가 양천허씨족보를 바탕으로 군부대의 협조를 받아 이 부근을 샅샅이 탐색한 끝에 허준의 묘소를 찾아냈다. 허물어진 묘소 주변에서 허준의 이름자가 새겨진 비명을 기적처럼 발견했던 것이다. 이제부터 책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동의보감은 목차(2권)와 의학 내용(2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학 내용은 내경편(내과)(6권)과 외형편(외과)(4권) 그리고 잡병편(내과/외과질환 및 부인과, 소아과)(11권)과 탕액편(3권)과 침구편(1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체 내부와 관련된 내용을 내경편에, 신체 외부와 관련된 내용을 외형편에 배치하고, 각종 병 이론과 병 내용은 잡병편에 다루었다. 탕액편은 약에 관한 이론과 약물에 관한 각종 지식을 실었고, 침구편은 침과 뜸의 이론과 실재를 다루었다. 동의보감은 병의 치료는 물론 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양생을 함께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각각 전해지던 의학과 양생의 전통을 하나로 합했던 점도 주목된다. 허준은 중국문헌과 향약집성방 같은 조선의서를 참고한 내용을 자신의 학식과 경륜에 결합해 책에 녹여내고, 다양한 학설과 처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목차 2권은 백과사전의 색인처럼 상세하며, 본문의 관련 내용끼리는 상호 참조를 가능하게 하고, 참고자료의 인용처를 모두 밝혀 원저작을 찾아볼 수 있게 했다. 이런 강점을 두루 갖춘 동의보감은 출간 직후부터 조선을 대표하는 의서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18세기 이후에는 국제적인 책이 되었다. 동의보감은 출간 출판된 지 115년이 지나 일본에서 먼저 완질이 출판되고, 1763년에는 중국에서도 출판되었다.이후 중국에서 대략 30여 차례 출간되었고, 일본에서도 두 차례 출간되었다. 2009년 7월에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5년에는 국보로 제정되어 있다. 국보 제319-1호는 국립중앙도서관, 제319-2호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제319-3호는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소장하고 있다. 북한의 한의학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남북의 학계와 문화예술계에서도 다양한 협력과 상생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한의학계가 나서서 허준의 묘소가 있는 비무장지대 파주에 남북공동으로 동의보감연구소의 설립을 제안하면 좋지 않을까.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민주당 ‘원팀’ vs 한국당 ‘연대’… “화합으로 민심 잡는다”

경기지역 여야 기초단체장에 대한 공천 작업이 마무리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원팀(One Team)’, 자유한국당은 ‘연대’ 바람이 불고 있다. 당내 경선 경쟁자 간 결속이 여야 진영 곳곳에서 이뤄지면서 선거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7일 여야 각당 경기도당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ㆍ군에 대한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이 마무리 단계다. 이에 따라 각 기초단체장 예비후보들은 지역별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본격적인 선거채비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경우 당내 경선 승자가 경쟁 후보와 선대위를 꾸리는 등 원팀 바람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경선 후보 간 갈등과 분열 등을 불식시키는 한편 경쟁 후보들의 지지층까지 끌어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민주당 윤화섭 안산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15일 당내 경선 상대 후보였던 이왕길 중앙당 역사재정특별위 수석부위원장과 민병권 지역공동체발전특위원장 등과 함께 원팀 선대위를 구성했다. 민주당 백군기 용인시장 예비후보도 공천 경쟁에 나섰던 같은 당 예비후보 4명과 원팀을 꾸렸다. 박정현ㆍ현근택ㆍ오세영ㆍ선대인 전 예비후보가 백 예비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기로 합의, 진용을 갖췄다. 민주당 이재준 고양시장 예비후보 역시 경선 경쟁자였던 김영환ㆍ김유임ㆍ박윤희 전 예비후보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하고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군포와 시흥 등 지역 곳곳에서 경선 승자와 경쟁자 간 원팀 구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비방, 경쟁보다는 ‘화합’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정된 후보에 대한 호ㆍ불호로 인해 민심이 갈리는 것을 방지, 여당 압승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 역시 일부 지역에서 기초단체장, 광역ㆍ기초의원 예비후보 간 연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당 홍승표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16일 경선 상대였던 이우철 전 경기도 대변인과 힘을 합쳤다. 이 전 대변인은 이날 홍 예비후보 선거 캠프의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기초단체장 예비후보와 광역ㆍ기초의원 예비후보 간 다양한 형태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당 구경서 하남시장 예비후보는 지난 15일 도의원ㆍ시의원 예비후보 8인과 함께 하남 덕풍전통시장을 찾아 민생 활성화를 약속했다. 한국당 곽영달 시흥시장 예비후보도 지난 14일 도의원ㆍ시의원 예비후보들과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공통공약으로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살맛 나는 도시ㆍ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교육도시ㆍ모두가 행복한 명품도시 건설을 약속했다. 박준상 여승구기자

[경기만평] 오함마 준비해야 쓰것다…

“어디로 다니라는 건지”… ‘공사판 동탄2’ 걷기가 겁난다

화성 동탄 2신도시 내 각종 상가 및 업무시설 신축공사 현장의 불법 도로점용 행위가 도를 넘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버젓이 도로에다 건축자재를 쌓아놓는가 하면 인도를 막고 근로자용 간이화장실까지 설치,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사고도 우려되고 있다. 17일 오전 11시 동탄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A 지식산업센터 신축공사 현장.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 건물을 짓기 위해 터파기 공사와 함께 덤프트럭과 크레인으로 공사 자재를 운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공사장을 둘러싼 인도에는 각종 건설자재 수십 t이 쌓여 있어 마치 야적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너비 3m의 인도 100여m 길이에 거푸집용 합판은 물론, 각종 철근, 파이프, 목재, 철 구조물 등이 군데군데 쌓여 있었다. 이들 건설자재에는 최근 내린 비를 막기 위한 파란색 방수포가 덮여 있었다. 현장 내 설치된 타워크레인은 쉴틈 없이 자재들을 운반했다. 더욱이 현장 길 건너편 인도에는 현장 사무소와 근로자 쉼터로 사용되는 컨테이너 5개 동도 놓여 있었다. 건설사의 인도 불법점용으로 행인들은 차도를 이용해 이동하는 등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지만, 보행을 안전하게 유도하는 안내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함께 500여m 옆 업무시설 신축 현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진출입로 앞으로 왕복 4차선 도로가 지나지만, 인도를 바리케이드로 버젓이 막아놓고 건설자재를 적치했다. 비포장된 인도 위에는 각종 파이프와 목재 등 공사 자재가 자리를 차지했고, 근로자들이 이용하는 이동식 화장실까지 놓여 있었다. 이밖에 기흥 IC와 동탄역을 잇는 동탄대로 주변의 D시티, S타워 등 공사현장도 혼잡했다. 왕복 8차선 도로 중 양쪽 1개 차선은 공사차량과 공사자재가 쌓여 있었고, 인도에도 자재는 물론 건물을 홍보하는 컨테이너 홍보관이 늘어서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A 지식산업센터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현장의 주변 토지와 도로가 준공이 나지 않아 시행자 측과 협의를 통해 인도에 공사자재를 잠시 쌓아두고 있다”며 “인근에 입주 기업이 별로 없고 행인도 적다. 터파기 공사만 끝나면 모든 자재를 현장 안으로 들여 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도로와 인도에 공사자재를 적치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며 “동탄2신도시의 시행자로서 관리하고 있지만, 단속 권한이 없어 애로사항이 크다”고 밝혔다. 화성=박수철ㆍ홍완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