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립월전미술관 고미술품 1천500여점 햇빛 본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 잠자고 있는 故 장우성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단원 김홍도와 추사 김정희 등 국내 유명 화가들의 고미술작품 1천500여 점(시가 2천억 원 상당)이 세상에 빛을 보게될 전망이다.5일 이천시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등에 따르면 시는 미술관 수장고 부족(본보 1월15일자 1면)을 해결하기 위해 증축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시는 월전미술문화재단이 기부한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1천628㎡의 대지와 연면적 2천434㎡의 건물을 매각하거나 시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전시공간과 수장 공간 990~1천322㎥ 규모를 증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천시와 월전미술문화재단은 증축과 관련한 다각적인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월전미술관 증축사업은 향후 증축 계획의 방침이 결정되면 지방재정계획 반영, 타당성 조사, 의회 승인 등 수순을 거쳐 건축 및 전시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이에 따라 미술관에 방치된 안평대군, 신사임당, 율곡, 퇴계 등의 한국서화와 단원 김홍도의 쌍치도, 겸재 정선의 월송정, 추사 김정희와 대원군의 인장 등은 물론 중국의 진귀한 작품 등 시가 2천억 원 상당의 작품이 새로운 전시공간과 수장고에 보관될 것으로 보인다.또 시는 조건부 기부채납 위법성 논란(본보 1월19일자 1면)에 대해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 계획이다. 월전미술문화재단은 월전 장우성 화백의 소장품과 서울 소재 부동산을 기부하는 과정에서 요구서를 작성해 논란을 빚었다. 현행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7조)상 재산을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경우 조건이 수반된 것은 채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시 관계자는 “미술관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며 “많은 관람객이 찾아올 수 있는 일정 규모의 미술관을 갖추기 위해 시는 타 미술관 벤치 마킹 등을 실시해 경쟁력 있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한편 월전 장우성 화백의 아들인 장학구 월전미술문화재단 이사장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장 화백의 유작과 그가 생전 모은 소장품, 서울시 소재 대지와 건물을 이천시에 기부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지난 2007년 월전 선생의 유작과 소장품을 기증받아 개관했다. 김정오·손의연기자

[대북특별사절단 방북] 3시간만에 파격 접견… 김정은, 비핵화 언급 수위 주목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저녁 6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접견,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 위원장이 평양도착 3시간 만에 특사단을 만난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치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과의 이날 면담 일정은 방북 전부터 남북 간에 사전 협의가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일정은 통상 비밀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 또한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특사단은 이날 공항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나와 맞이했다. 특사단은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로 이동한 뒤 김 위원장과 접견에 이어 만찬행사를 가졌다. ■한반도 비핵화 의지 특단 주목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특사로 한 대북특사단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 중개와 한반도 비핵화 메시지를 전하는 등 다양하고 폭넓은 의제들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북특사단은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진 시급한 북·미 대화뿐 아니라 향후 3차 남북정상회담을 조율하는 ‘투트랙’의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특사로 파견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듯 이번에도 파격적인 환대나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특단의 제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수석특사인 정 실장은 이날 김 위원장을 만나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고, 북미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대화 ‘중재’가 최대관건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북·미 대화의 물꼬를 틀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대화 조건으로 내건 비핵화 의지와 관련된 워딩이 과연 어느 수준으로 나올 지다. 북한으로선 비핵화 의지를 직접 언급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적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의지 표명을 놓고 우리와 미국, 북한이 서로 다른 ‘의역’을 할 경우 현재의 대화 훈풍모드 분위기가 자칫 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일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에서 대북특사단 파견을 협의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중견 언론인 모임인 그리다이언클럽 연설에서 “그들(북한)이 며칠 전 전화해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며 “우리도 그렇다. 그러나 비핵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팩트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북 특사단의 중재 성과와 김 위원장의 의중,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만 북·미 대화가 성사될 수 있다. ■남북 관계 개선과 이산가족 상봉 이번 특사단의 방북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남북 대화 무드를 이어가는 추가 조치에 관심을 끌고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북한 대표단이 방남해 문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특사단 역시 이번 방북에서 남북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갈 전망이다. 남북 화해 무드에 힘입어 금강산 관광 재개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 역시 남북 대화 분위기 속에 특사단이 적극적으로 성사를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강해인 기자

[지지대] 정치인 출판기념회

지난주, 경기지역에서도 여러 건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2일 이필운 안양시장의 ‘안양 누리기’ 출판기념회엔 2천500여 명이 참석, 현직 시장의 세를 당당히 과시했다. 3월3일은 날이 좋아서일까, 더 많은 행사가 열렸다. 재선에 도전하는 정찬민 용인시장의 ‘수퍼맨 정찬민’ 출판기념회가 강남대에서 열렸고, 김성제 의왕시장의 ‘김성제, 희망을 꽃 피우다’ 출판기념회가 계원예술대에서 개최됐다. 다시 화성시장에 도전하는 최영근 전 화성시장의 ‘최영근 레시피’ 출판기념회도 같은 날 협성대에서 열렸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6·13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출판기념회가 봇물이다. 광역ㆍ기초단체장, 교육감 출마 예정자들이 너도나도 열고 있다. 오는 14일까지 전국에서 하루가 멀다고 열린다. 공직선거법상 출판기념회는 선거일 90일 전까지는 횟수와 관계없이 열 수 있어 이때가 절정이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문자로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초대장에 짜증이 난다는 사람들도 많다. 초대장이 무슨 세금 고지서를 받는 느낌이란다. 선거에 나서는 출마 예정자가 자신의 인생 역정과 행정 비전, 가치관이 담긴 책으로 유권자와 소통하려는 걸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수 정치인의 책이 큼지막한 표지 얼굴 사진만 돋보일 뿐 제대로 된 책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직접 쓴 건지 의문이 드는 것은 물론 허술하고 조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 책들을 내놓고 버젓이 출판기념회를 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세 과시를 할 수 있고, 인지도도 높일 수 있고, 또 하나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 개인 후원금은 정치자금법 규제를 받지만, 책값 명목의 축하금품은 기부 행위로 간주하지 않는다. 수입 내용 자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행사에 보내는 화환만 10만원 제한이 있을 뿐 책값은 기준 자체가 없어 한권에 보통 1만5천~2만원 하는 책을 얼마 주고 사는지 깜깜이다. 책값 명목으로 출마 예정자들에게 돈 봉투가 전달되지만, 얼마가 들어있으며 누가 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자금 모금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 충전용’이란 비판이 거센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를 제한하는 별도 입법과 정치권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금 청구서’나 다름없는 초대장을 받아들고 마지못해 눈도장을 찍으며, 현금 봉투로 ‘보험’ 드는 이들이 많은 정치판, 정상은 아니다. 이런게 바로 민폐요 적폐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기시론] 좋은 죽음과 좋은 삶을 위한 인식변화

축복 속에 온 이 세상길, 마지막 순간에도 축복 속에 떠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누구나 한번은 겪는 마지막 순간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축복 속의 떠남, 곧 좋은 죽음이 될 수 있을까? 흔히 죽음을 의식한다고 하지만 나를 보더라도 그 의식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병원에 누워있을 때 잠시 절실하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신앙심도 더 키우며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내 뇌리에서 죽음은 사라지고, 내 생활은 도로 그 전과 마찬가지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보면 그런 속성은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듯하다. 일리치가 죽었다고 부음(訃音)을 받은 사람들이 그의 장례식에서 하는 생각이란 게 누가 그의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 하는 것일 뿐, 자기도 언젠가 죽게 되리라든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든가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일리치 자신도 그렇게 살아왔다. 적당히 순수하고, 적당히 타산적이고, 적당히 도덕적이며 적당히 방탕한 삶, 판사가 돼 적당히 인맥을 쌓고 적당히 돈을 모아 적당한 여자와 결혼해 외관상 별 탈 없는 가정을 꾸리며 승진도 하는, 한마디로 꽤 괜찮아 보이는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평생 아무도 진정 사랑하지 않았고, 아내와 자식들에게조차 진정한 사랑을 준 적이 없었다. 그러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고통에 울부짖으며, 아무도 자기를 동정하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심적으로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도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는 깨달음이 고통을 더 키운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그래도 일리치를 구원한다. 마지막 한 시간을 남겨두고 무관심을 넘어 냉담하게 밀쳐냈던 아들이 다가와 손에 입 맞추며 흘린 눈물이 피부에 닿는 순간 폐부 깊숙한 뉘우침이 일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잘못된 삶과도 마침내 화해하며, 죽음의 고통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환한 빛을 본다. 나는 과연 일리치처럼 죽음의 순간에 빛을 볼 수 있을까? 아니, 그에 앞서 나의 하루하루는 일리치의 ‘적당히 괜찮은’ 생활과 다를까? 아직 기회가 있을 때 하루하루를 좀 더 의미 있고 더 사랑하며 산다면 굳이 죽음의 순간에서야 빛을 보는 게 아니라 죽음조차도 두렵지 않은 인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죽음은 그러니까 죽음을 당겨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더 잘 살고 난 끝에 맞이하는 죽음일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삶이란 또 죽음을 당겨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지성으로 사는 삶이 아닐까. 그렇다면 죽음에 대해 침묵하고 금기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다. 오히려 밥상머리부터 죽음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죽음을 미리 상상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준비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소유한 존재는 아마도 인간밖에 없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주변인들과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다. 따라서 우리가 죽음에 대해 침묵하는 문화를 바꿔 죽어가는 순간, 곧 임종의 순간마저 삶의 질에 포함시킨다면 떠나는 길이 그저 고통과 슬픔과 두려움만은 아닐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얼마 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아직은 시행 초기단계라 문제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법이 너무 엄격하다보니 관련자들이 ‘엮이기’를 꺼리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다. 선진국처럼 규칙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선행 작업이 있고서야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기에 죽음에 대한 인식, 죽음 문화에 대한 변화도 필요하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국노년학회장

[사설] 100일 남은 선거, 여당에 몰리는 후보 / ‘확 기울어진’ 운동장으로의 조짐 있다

6ㆍ13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첫날인 2일 통계를 보면 정당별 차이가 크다. 시장군수의 경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36명이 등록했다. 야당은 자유한국당 17명, 바른 미래당 5명이고, 무소속 3명이다. 일방적인 여다야소(與多野少)다. 현역 시장 군수는 아직 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도내 현역 시장은 민주당이 17명으로 야당 14명보다 많다. 그런데도 여당 후보군들이 많다. 여당으로의 쏠림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더 적나라하다. 남양주ㆍ평택ㆍ군포시는 4명씩 등록했는데 전부 여당이다. 이천시는 6명의 후보자 가운데 4명이 여당이고, 안성시는 4명 가운데 2명이 여당이다. 전통적인 보수 지역의 구분도 없어진 것이다. 시도의원 예비 후보자 등록은 미미하다.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여당의 후보군이 야당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이 현장의 전언이다. 선거 풍향계가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음이다. 새로울 것은 없다. 선거마다 치우침은 있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의 쏠림은 선거사에 남을 만했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30곳의 시장군수가 한나라당이었다. 경기도와 인천시의회 광역 의원은 234석 모두를 한나라당이 가져갔다. 이후의 선거도 정도 차이는 있으나 기울기는 여전했다. 2010년, 2014년 선거는 민주당이 19석, 17석으로 연거푸 승리했다. 이번 선거를 여당이 완승하더라도 딱히 놀랄 일은 아니다. 다만, 균형이 사라진 선거는 부패로 이어진다는 역사가 걱정이다. 2002년과 2006년 완승을 했던 한나라당 지방 정부는 역대 가장 부패한 역사로 남았다. 호화청사로 대변되는 예산 낭비와 경전철 사업으로 대변되는 행정 오판이 거듭됐다. 거기서 비롯된 오류를 바로잡는 데 4년 또는 8년 세월이 걸렸다. 견제받지 않은 일방의 완승이 가져온 교만과 독선의 부작용이다. 작금의 선거판을 지켜보며 유권자가 갖게 되는 우려다. 안타깝게도 야당, 특히 자유한국당만 이 심각성을 모르는듯하다. 야당의 책임을 당최 찾아볼 수 없다. 개인의 미래만을 위한 정치 투자가 만연하고 있다. ‘깜’이 안 되는 출마자, ‘한풀이’식 출마자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이 와중에 측근 챙기기에 혈안인 지역도 있다. 필승의 전략보다는 필패의 효과를 계산하는 꼼수도 있다. 이래 가지고야 뭐가 되겠나. 12년 전 ‘30 대 1’ 완승의 추억이 ‘1 대 30’ 완패로 바뀌어 가고 있음을 모르는 모양이다. 선거 100일을 앞두고 차려진 예비후보 등록의 구도, 이 구도라면 자유한국당은 어느 한 곳에 깃발 꼽기도 힘들다.

[사설] 영세기업 ‘근로시간 단축’ 충격, 보완책 마련돼야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대 난제였던 휴일근로수당 할증률은 재계 요구대로 현재의 150%를 유지하기로 했다. 공무원·공공기관에만 적용되던 법정 공휴일의 유급휴무 제도를 민간기업으로 확대하고, 사실상 무제한 근로를 허용하는 특례업종도 현행 26종에서 의료·운수 등 공익 분야 5종으로 축소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기업 규모에 따라 오는 7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세 단계로 나눠 시행된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국민 삶의 질이 한층 개선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는 최장 근로시간의 오명을 갖고 있다. 2015년 기준 1인당 연평균 근로시간이 2천113시간으로 35개 OECD 회원국 평균(1천766시간)보다 20% 가까이 많다. 과로사로 사망하는 사람도 한해 300명이 넘는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저녁이 있는 삶’과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해지고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충하기 위한 신규 채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인 만큼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한다.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신세계 등 대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중소·영세기업의 사정은 다르다. 유예기간이 지나 실제로 적용되면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법정 근로시간이 줄면 기업은 생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법정 공휴일의 유급휴무 제도가 민간기업으로 확대되는 것도 기업의 인력운용에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주당 52시간이 적용된 후 기업이 현재의 생산 규모를 유지하려면 연간 12조1천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연장근로가 많은 제조업(7조4천억 원)과 운수업(1조 원)에 부담이 집중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8조6천억 원으로 전체의 70%에 달했다. 중소기업은 지금도 구인난을 겪고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비용 추가부담과 구인난 가중의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다. 엄살이 아니라 중소·영세기업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이들 업계의 현실을 세심하게 살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 경영이 어려워져 업계 우려대로 ‘범법’ ‘줄도산’ 사태라도 벌어지면 근로시간 단축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활성화하고 경직된 노동시장도 유연화해야 한다.

[이범관 칼럼] 부정선거 감시자가 되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등 바야흐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언론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의 선거공약을 보도하고 각 지역별 출마 예상후보들에 대한 기사가 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함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와 함께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3대 국가적 행사다. 언론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여러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공명선거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고 부정, 비리로 얼룩지면 우리 사회에 부패가 만연되어 망국의 길로 가게 된다. 공명선거를 이룩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하나는 정당의 투명하고 공정한 후보자 공천이다. 정당정치가 정착된 대의제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정당의 공천이 투명하고 공정치 못하고 금품수수나 파벌 등 비리에 얽히면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각 지역의 공천을 둘러싸고 금품 제공 제의나 요구가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선거과정에서의 부정, 비리 척결이다. 선거때가 되면 유난히 각종 행사나 모임이 많아지는데, 모두 선거를 염두에 둔 부정이 생겨날 소지가 높은 것이다. 선거브로커나 유권자와 후보자들 사이에 금품이 오가고, 상대방을 허위사실로 헐뜯는 등 부정을 저지르고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를 우리는 주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선거풍토가 사라지지 않는한 공명선거를 기대할 수 없다. 영국은 입후보자격을 영구 박탈한다. 금품수수 등 부정과 비리로 당선된 사람은 당선 후에도 더 큰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게 되어 부패하기 마련이다. 선진각국은 선거부정을 철저하게 엄히 다스려 공명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본 고장인 영국은 금품수수 등 선거부정이 끊이지 아니하자 1880년대에 선거법을 혁신적으로 제정해 부정행위로 당선된 사람은 당선을 무효로 함은 물론 후보자 자격을 영구히 박탈하여 앞으로의 선거에서 후보로 나서지 못하게 하였고 이를 철저히 시행했다. 그 이후 영국에서는 선거에서의 부정이 없어지고 공명선거가 확립되어 오늘날의 모범적 민주국가가 된 것이다. 현재 정치계에 부패전과자 많다. 우리도 공명선거를 정착시키려는 법적장치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으나 실제 처벌과 사후관리에 허점이 많아 공명선거가 정착되지 못하고 정치권이 부패의 온상이 되어 있다. 선거사범 처리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고 선거법 위반뇌물수수 등으로 처벌받은 전과자들에 대한 사면, 복권이 남발되다 보니 그들이 정치권에 다시 복귀하여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개를 치고 있어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권 말기마다 부패 스캔들로 막을 내리더니 급기야는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종말을 고하는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앞으로 부패 인명사전을 만들어 그들이 공적활동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감시자가 되자. 선거에서의 부정과 비리는 은밀히 이루어져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고 수사기관에만 맡겨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표를 부정하게 도둑질하는 자를 우리 스스로가 적발해낸다는 각오로 감시자가 되어 부정행위자를 고발하고, 언론은 부정 고발센터의 창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천자춘추] 왜 예술이 필요한가?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선수들의 선전이 빛났는데 그중 가장 사랑을 받은 종목은 단연 여자 컬링팀이었다. 시골학교 방과 후 컬링팀이 생소하기도 한 컬링이라는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것은 가히 기적과도 같았다. 컬링팀은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단합하는 팀워크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들의 정신력과 팀워크 뒤에는 예술이 치료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컬링팀은 훈련기간 동안 미술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치료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도록 돕고 팀원들 선수들 사이의 관계를 증진시켜 정신력과 팀워크에 도움을 주었다. 선수들에게 예술이 도움을 주었듯이 문학, 음악, 미술, 춤,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예술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술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예술작품은 인간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예술가나 작품 속 주인공의 감정을 나누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기도 한다. 특히 비극적인 내용과 공감하면서 내 마음에 쌓여있던 우울감, 불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를 카타르시스(catharsis)라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예술은 팍팍하고 감성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고 순화시켜준다.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스토리가 있지 않아도 구체적인 형태를 띠지 않을 때에도 예술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황홀한 경우도 많다.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Stendhal)은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그림을 보고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순간은 어려운 말로 표현하자면 무의식의 창조기능이 발현되는 순간이며 쉽게 말하면 내 안의 예술가가 감동받은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미적 체험은 그 자체로 인간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치유적인 효과를 가진다. 예술을 알아가는 것 또한 즐거운 경험이다. 이 즐거운 체험은 한 번 빠지면 물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흠뻑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도 모르는 현상인데 이를 심리학에선 ‘몰입’이라고 하고 옛 학자들은 ‘삼매경’이라고 했다. 미국의 칙센미하이 교수에 의하면 몰입은 인간의 삶을 즐겁게 해주며 또한 행복하게 해준다고 한다. 예술을 통해 감정을 다스리고 아름다움 그 자체를 즐기며 예술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게 되면 어느덧 초라한 자신이 더 커져 자존감이 향상되게 된다. 비록 배는 고프지만 자존감만큼은 높은 예술가들처럼. 그러니 컬링팀이 아닌 당신도 지금 빠져보기 바란다. 예술이 주는 즐거움과 치유의 늪에. 신동근 마마라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기고] 진정한 검찰개혁의 첫걸음

최근 검찰개혁이 대한민국의 주요 개혁과제로 대두되면서 체포ㆍ구속영장이나 압수ㆍ수색ㆍ검증영장을 받으려면 반드시 검사를 경유하게 하는 대한민국 헌법 제12조 제3항과 제16조의 존폐가 논의되고 있다.최초의 헌법에는 영장청구의 주체를 검찰에 한정하지 않고 ‘수사기관’이라고 명시했으나, 5ㆍ16 군사혁명 이후 1962년 제5차 개정헌법에서 영장주의의 본질과 무관하게 ‘검찰관의 신청에 의하여’라고 규정한 이후 현행 헌법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 헌법조문으로 인해 영장청구권의 합리적인 분배를 위한 국회에서의 논의는 진작 차단되고 그들만의 성역이 굳어져버렸다. 영장주의의 본질은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수사 당사자인 수사기관이 아닌,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게 판단을 하는 것이고, 그로써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핵심은 달성되는 것으로, 헌법이 아닌 법률로서 규정되는 것이 더 적합한 사항이다. 인권보호의 역할은 피의자를 공격하는 검사보다, 소송구조에서 중립적 위치를 갖는 법원이 더 적합하다. 직접수사기능이 비대화된 우리나라의 검찰은 엄격한 법률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경찰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검찰에 대해서는 막강한 수사권 및 기소권과 결합하여 권한남용, 전관예우 등 여러 폐단을 양산케 하고, 경찰에 대해서는 신속한 수사를 곤란케 하고 있어 2017년 1월23일 헌법개정특위에서도 삭제를 주장하는 것이다. 실제로도 위 헌법조문으로 인해 검사의 자의적 결정에 따라 경찰수사가 사실상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한 사실이 있고, 전관예우 등 특정인에 대한 봐주기 의혹까지 제기되어 사법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일선 수사관들은 피해자를 구제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데 꼭 필요한 강제수사에 대해서도 이 헌법 조문 때문에 검찰의 눈치를 보게 되고, 실제 신청하더라도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강제수사에 많은 제동이 걸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검찰만 장악하면 재판에 설 일이 없다는 구조도 헌법상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형사소송법상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라는 세 축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모습이다. 만약 헌법에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고, 법률차원에서 수사구조의 합리화에 맞는 방향으로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한다면, 현재의 왜곡된 수사구조에서 탈피해 법원이 명실상부한 수사통제의 주체, 인권보호의 주체가 된다. 또한 점차 흉포화, 광역화, 은밀화되는 범죄에 대응하는 경찰의 능력은 강화될 것이고,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가장 중립적인 법원이 함으로써 인권침해 우려도 덜 수 있다. 결론적으로 위 헌법조문은 5·16 후 국회의 의결이 아닌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삽입된 것으로, 도입과정에서 진지한 국민적 논의를 거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지금과 같이 ’17년 개헌특위 자문위원 대다수 의견이 헌법에서 ‘검사’ 규정 삭제를 요구하고 있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검찰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하는 시대적 상황에서는, 위 헌법조문에 대해 국민적 결단을 다시 받아야 하는 때인 것이다.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자. 경찰은 범죄수사에 충실해 국민들의 피해를 구제하고, 검찰은 직접수사보다 공소유지라는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고, 법원은 공정한 입장에서 모든 수사기관을 엄격히 통제해 인권보장을 이루는 것이 대한민국의 당면과제라 할 것이고, 헌법상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것이 그 근원적인 문제의 해결, 진정한 검찰개혁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김성택 평택경찰서 수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