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한 요새화를 추진 중이지만 남쪽으로의 귀순이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추석이었던 지난달 17일 새벽 북한 남성 주민 1명이 작은 목선을 타고 서해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했다. 이 남성 혼자 귀순에 나섰다고 전해졌다. 군은 이 남성이 타고 온 배가 NLL을 넘기 전부터 감시장비로 포착해 귀순을 유도했다. 북한 주민의 귀순은 최근 최근 두 달여 사이 세 번째다. 지난 8월 8일 북한 주민 1명이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통해 남측으로 왔고 8월 20일에는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넘어왔다. 북한이 최근 전방 지역 경계를 강화하고 남북 연결 통로 차단에 나섰는데 이는 내부 동요와 인원 유출 차단 목적으로 해석는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귀순이 이어지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남북 육로 단절을 위해 도로 주변 지뢰 매설, 가로등 제거와 철로 제거 및 인접 부속 건물 철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에서 대전차 장애물 추정 방벽 설치와 지뢰 매설, 철조망 설치, 불모지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또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지난 9일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내부 인원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김정은 체제는 두려움을 느낀다. (외부 유입 및 내부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외국인이 응시하는 인터넷 기반 한국어능력시험인 IBT 실시 횟수를 내년부터 두 배로 늘린다. 한국어 열풍이 불면서 IBT 시행 국가 수와 한국어능력시험 응시 외국인 수 모두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025년 한국어능력시험 시행 계획’을 공개, 올해 3회 시행했던 IBT 응시 횟수를 내년에 6회로 늘리고 시행 국가도 2배 가까이 늘린다고 10일 밝혔다. 1997년부터 시행된 IBT는 한국어능력시험과 더불어 재외 동포, 외국인 등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평가하는 시험이다. 올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 외국인은 42만8천585명으로, 2016년(25만141명)보다 71.3% 늘었다. 또 올해 6개국이었던 IBT 시행 국가 역시 루마니아, 말레이시아, 미국(괌), 베트남, 태국, 파라과이, 파키스탄 등 7개 국가가 추가되면서 내년 13개국으로 늘어난다. IBT와 별개로 이뤄지는 한국어능력시험 지필시험(PBT)은 내년에 6회, 말하기 평가는 3회 실시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IBT의 안정적인 시행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한국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생인데 작품을 꼭 나눠서 전시해야 하나요?” 화재 예방 의식 고취를 위해 마련된 ‘경기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전시회’에서 우수작품을 장애 및 다문화 어린이 등으로 구분해 전시하고 있어 차별과 인권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지난 7일부터 경기도청 구청사에서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우수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다음 달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아 안전 문화확산 공감대 형성과 화재 예방 실천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된 작품은 지난해 11월 ‘제1회 경기 어린이 불조심 포스터 대전’에서 입상한 초등학생 우수작품 87점이다. ▲다문화 어린이 22점 ▲장애 어린이 10점 ▲초등학생 어린이 45점 ▲역대 작품 10점 등으로 분야를 나눠 게시됐다. 이런 가운데 전시된 작품들을 ‘다문화 가정 어린이’와 ‘장애 어린이’로 분야를 나눠 전시한 것은 차별이며, 전시회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지영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다문화나 장애 어린이 작품으로 구분 지어 전시하는 것은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며 “화재 예방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전시회에 초등학생의 수상작들을 굳이 나눠 전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작품마다 학교와 학년, 이름 등 개인정보가 노출돼 있어 사회적 차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원 한국인권진흥원장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실을 알리면서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기재해 놓는 것은 추후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일”이라며 “작품이 불특정 다수들에게 공개되는 만큼 전시회 주최기관은 차별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지각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인권감수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수상작은 전시할 예정이라는 것에 대해 공지했으며, 학생들에게 개인정보동의서도 받았다”면서도 “다만, 차별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전시 방안을 고심해 보겠다”고 말했다.
#1. 지난 2020년 11월 A씨는 음식물처리기 제품을 48개월 렌탈로 계약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지난해 7월 고장이나 AS를 요구했으나 AS기사는 딱딱한 뼈와 많은 양의 음식물 투입으로 인한 고장을 이유로 기기 교체 비용 48만원을 청구했다. A씨는 “딱딱한 뼈와 음식물 과다 투입을 한 적이 없다”며 음식물처리기의 무상수리를 요구했다. #2. 소비자 B씨도 AS 관련 불만을 토로했다. B씨는 “지난해 6월 음식물처리기 48개월 렌탈 계약을 체결했는데, 7개월 정도 사용 중 음식물처리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AS를 요구했으나 부품 수급이 어려워 정상적인 AS처리가 어렵다고 안내받았다”고 설명했다. 음식물처리기 사용 가정이 증가하면서 ‘AS’ 관련 불만 역시 지속 제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음식물 처리기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총 750건이라고 10일 밝혔다. 올해 상반기만 기준으로 봐도 전년 같은 기간(104건) 대비 60.6% 늘었다. 피해구제 신청 이유를 보면 ‘AS불만’이 378건으로 50.4%를 차지했고, 이어 ‘품질’(188건·25.1%), ‘계약해제·해지’(114건·15.2%), ‘표시광고’(30건·4.0%) 순이었다. 계약 형태로는 ‘렌탈’이 476건, ‘구매’가 274건으로 음식물처리기를 렌탈한 소비자가 피해구제 신청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구매 시 무상 AS 기간이 통상 1년인데 비해, 렌탈계약 시에는 렌탈 의무사용기간 전체에 걸쳐 유지되는 특성이 반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음식물처리기 관련 피해 예방을 위해 AS 품질 관련 후기 등과 사업자의 평판을 미리 확인하고, 분쟁 발생에 대비해 계약서 및 품질보증서를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금요일인 11일 오전까지 깉은 안개가 끼겠고, 일교차는 10도 안팎으로 크겠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오전 사이 경기도(북부서해안 제외)에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고, 그 밖의 수도권에도 가시거리 1km 미만의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다. 산이나 호수, 골짜기에 인접한 도로에서는 주변보다 안개가 더욱 짙게 끼는 곳이 있겠으니, 차량 운행 시 추돌사고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퇴근길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 하늘은 대체로 맑겠으나 대부분 지역의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내외로 크겠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14도, 인천 15도, 수원 13도 등 10~15도, 낮 최고기온은 서울 24도, 인천 23도, 수원 23도 등 22~24도가 되겠다.
경기도의회 K–컬처밸리 특위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진실’이 아닌 ‘증인’을 두고 정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동연 지사 채택 문제로 여야가 갈등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데 민주당이 반대한다. 급기야 전직 도지사들이 무더기로 거명되는 상황에 왔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전 지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 김문수 장관, 남경필 전 지사,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출석시켜야 한다”며 반박했다. 서로 막 던지는 건가. 이재명 대표 소환의 정당성이 있을까. 2020년 사업계획 변경 동의에 따른 합의서가 체결됐다. 도가 CJ의 사업 중단을 알고도 맺었다고 국민의힘이 주장한다. 글쎄다. 이 사실과 2024년 협약 해제가 직접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 후보다. 경기도의회 특위에 출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물며 협약 해제 당사자인 김 현 지사의 증인 채택도 확정된 바 없는 상태다. 서로 알면서 하는 정쟁일까. 경기도민이, 그리고 고양시민이 특위에 원하는 게 있다. 밝혀 주기를 기대하는 실체적 진실이다. 해제 결정의 사유와 정당성, 해제를 결정한 실제 당사자, 검토했다는 법률 내용, 추후 계획의 내용과 라임라인이다. 경기도가 답변해야 할 일이다. CJ 라이브를 불러 물어야 할 부분도 있다. 해제가 부당하다는 근거, 사업 진행 의지 증명, 향후 대응 방향 등이다. 결국 실무부터 ‘상향식 토끼몰이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미 진행했더라도 촉박하다. 난잡하게 벌여 놓을 일 아니다. 필요한 증인은 김 지사다. 사업 기간 8년, 투자 사업비 2조원, 경기 북부 프로젝트다. 일개 도청 간부가 백지화를 밀어붙일 일 아니다. 도지사의 의중, 지시, 결정 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향후 계획에 대한 청사진도 그렇다. 원형 유지, 공영개발, 민간 참여 등이 공개됐다. 이를 직접 언급한 것이 김 지사다. 특위에 출석해 이 부분을 확인하고 보충해야 한다. 이는 경기도의회에 대해 경기도지사가 갖는 의무다. 특위의 중심은 국민의힘이다. 따라서 정쟁 지적의 상당 부분도 국민의힘에 있다. 다만 민주당이 성찰해야 할 자유롭지 못할 역사도 있다. 2017년 도의회 민주당이 주도했던 특위가 있다. K¯컬처밸리 특혜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시작했다. 박근혜·김문수·남경필을 그때 거론했다. 확인한 비위는 없었다. 그게 1차 공사 지연의 원인이었다. CJ 측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번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이유다. 여야 없이 특위에 충실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SNS 등을 통해 마약 구입이 쉬워지면서 10~20대의 마약 투약도 크게 늘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손쉽게 마약을 살 수 있으니 학생, 직장인, 주부 등을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장종태 의원이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마약류 검거 인원은 2021년 1만626명, 2022년 1만2천387명, 2023년 1만7천817명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다. 2021년 2천819명, 2022년 3천167명, 지난해 4천235명 등 연평균 3천185명이다. 이어 서울(연평균 2천854명), 인천(1천61명) 순이다. 마약류 사범 2명 중 1명은 수도권에서 적발되는 것이다. 마약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치료 등을 위한 재활 시설과 프로그램은 크게 부족하다.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치료받은 마약 중독자는 24만명의 0.3%인 721명에 불과했다. 중독자들이 치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전국에 마약 치료 병원을 수십 곳 지정했지만 예산과 의료진 부족으로 대부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 마약사범의 절반이 재범이다. 마약류의 중독성과 의존성이 치료되지 않아서다. 전국의 마약류 재범 인원은 2021년 5천357명(재범률 50.4%), 2022년 6천178명(49.9%), 지난해 8천821명(49.5%) 규모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류 예방·근절을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6월 기준 전국에 32개가 있다. 이곳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69명과 정신건강전문요원 232명이 함께한다. 전국 치료보호기관의 34.3%(11개)는 수도권에 있다. 전문의 80명(47.3%)과 전문요원 105명(45.2%)이 몸담고 있다. 마약류 중독자 치료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상당수 기관의 실적이 전혀 없다. 인천참사랑병원만 지난 1~6월 실적이 205명으로 전국 1위다. 서울은 2개의 치료보호기관에서 11명을 치료했다. 경기도는 7곳 치료보호기관의 실적이 없다. 마약류 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지 않는 데다 의료기관들도 환자를 적극 유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보호 예산은 2019년 2억4천만원에서 지난해 17억6천800만원까지 급증했는데 효과가 없다니 문제가 많다. 마약류 사범의 치료·재활·교육 정책을 꼼꼼히 점검하고 근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블라디보스토크 세관 통과하기 공항 세관은 익숙하지만 항구 세관인 해관(海關) 경험은 흔치 않다. 2천년 전 로마 시대부터 항구에 세관을 설치하고 수입품에 관세를 징수했다. 관세(關稅)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세금이다. 우리 일행은 여객선에서 가장 늦게 하선했다. 일행 중 한 명의 가방이 없어져 부두에 흩어져 있는 여러 짐가방을 뒤져 어렵게 찾았다. 문제는 사람과 짐가방이 아니라 자동차 통과였다. 통관 전문업자에게 위임했지만 최소한 5일이 걸린다고 했다. 러시아 세관 공무원에게 항의할 수도 없다. 자동차 여행에서 감수해야 할 기다림과 체념이다. 향후 열 번의 육상 국경의 세관 통과가 미리 걱정된다. 러시아 구간 운전에 따른 자동차보험 가입, 영어 표시 국제번호판 부착 등 준비를 병행한다. 다행인 점은 공통 경비를 보관 중인 일행의 짐가방이 세관검사에서 무사히 통관한 점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 제재로 달러와 신용카드 사용이 금지되고 사막 등 오지 통과 때문에 현금을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 세관 직원이 일행의 돈가방을 열어 보라고 했는데 위쪽만 살짝 보고 아래쪽은 확인하지 않아 모두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러시아 공무원은 생트집 잡기 등 악명이 높다고 여러 여행자에게 들었다. 1만달러 초과 세관 미신고로 처음부터 곤욕을 치를 뻔했는데 다행이다. 향후 교통법규 준수, 육상 국경 세관 통과 시 현금 분산 보관 등 큰 공부를 한다. ■ 연해주의 신한촌, 근현대 우리 민족 수난사의 현장 첫째 날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살았던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과 독립운동가의 유적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처음 방문지는 ‘신한촌(新韓村)’ 기념탑이다. 스탈린에 의해 1937년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당한 조선인이 살았던 동네에 세워진 기념탑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북쪽 도시라 7월 날씨는 서울과 달리 덥지 않아 걸어가기로 했다. 러시아 키질 문자를 모르기 때문에 도로표지판은 도움이 안 된다. 낯선 외국 도시의 초행길임에도 휴대폰 구글맵을 켜고 걸어가니 큰 불편은 없다. 한 시간 걸어가니 약 90년 전 강제 이주된 조선인 거주지역이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마을인데 남아 있는 과거의 흔적은 어느 단독주택 문 앞에 설치한 ‘서울거리’라는 작은 문패뿐이다. 서울거리 근처에 있는 신한촌 기념탑을 찾기 힘들어 지나가는 러시아 여성에게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기념탑으로 안내해 준다. 서민아파트 단지 모퉁이에 설치돼 있다. 그나마 철조망으로 막혀 가까이 접근은 안 된다. 기념탑의 기둥 셋의 의미는 ‘남한인, 북한인, 고려인’을 상징한다고 한다. 일행이 근처 공원에서 야생화를 따와 약식으로 헌화하고 위로의 묵념을 했다. 철문에 누군가 붙여 놓고 간 빛바랜 노란색 리본에 쓰인 문구를 읽으니 숙연해진다. “조국의 후손임이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이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해주에 이주한 조선인들은 근현대 한민족 수난사의 대표적 사례다. 국가가 멸망하고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는 격동기, 조선 역사상 최대의 변혁기이며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혼란기에 살았던 함경도, 평안도 주민들의 애환이다. 19세기 말기 조선시대 두만강 국경지대에 살았던 주민들이 관리의 폭정과 부패, 과도한 세금을 피해 두만강을 넘어 중국의 지린성, 러시아의 연해주지역으로 이주했다. 사람이 안 사는 황무지를 개척해 농사를 지어 생업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연해주지역은 청나라의 영토였는데 1860년 청나라가 서구 국가와의 2차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후 러시아에 빼앗긴 지역이다. 최초 이주는 1863년 두만강 근처의 13가구가 러시아 영토에 이주한 것으로 러시아 관리가 기록하고 있다. 19세기 말 연해주지역은 인구가 많지 않아 러시아는 조선인의 이주를 관대하게 대했다. 러시아인은 고려인을 ‘카레이스키’라 부른다. 고려 사람이라는 뜻이다. 1937년 가을 스탈린은 연해주지역에 살던 17만여명의 조선인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유대인과 같은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시작이다. 조국이 없는 망국의 국민을 지켜줄 사람은 없었다. 오늘날 약 50만명의 고려인 4세, 5세들이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다. 역사는 진행형이다. 강제이주 당시 신한촌에 아마 수만명이 살았을 것이다. 1930년대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대학, 중등학교, 많은 교회 가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독립군에도 입대하고 상하이임시정부에 독립자금도 지원했다. ■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 자택 방문 1909년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한일병합의 주역인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일본 경찰은 총기와 자금 지원 등 배후를 캐기 위해 안 의사를 심하게 고문했으나 안 의사는 끝까지 자백하지 않고 이듬해 뤼순감옥에서 총살됐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역사다. 안 의사에게 거사 자금을 지원하고 안 의사 사망 후 유가족을 보살펴준 사람은 최재형 선생이다. 안 의사는 거사 얼마 전 연해주에서 손가락을 절단했고 평소 최 선생 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한다. 최 선생은 19세기 말 어린 시절 함경도 부모님을 따라 연해주로 가서 러시아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러시아어 실력으로 군납사업 등을 해 당시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 됐고 교민사회 후원과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최 선생은 1920년 일본군에 의해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체포돼 즉결 처형됐다. 최 선생 기념패는 러시아 정부가 세운 것으로 러시아어, 영어, 중국어 3개 언어로 돼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말 설명은 없다. 특히 영어, 중국어 등 이름 표기가 ‘최재형’이 아니고 ‘최재현’으로 잘못 표기돼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우리 영사관에서 향후 이름 오자도 바로잡고 한국어 설명도 추가해 다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념패 내용은 “최재형(1858-1920)은 한국의 애국자, 독립운동가, 지도자다. 1962년 한국 정부의 건국훈장을 수상했다. 한국 언어와 한국문화 보급에 힘쓰고, 러시아문화를 한국인에게 소개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 6월 모 신문에 우즈베키스탄에서 어렵게 사는 최 선생의 외증손녀 주택을 KT와 국가보훈부가 고쳐줬다는 훈훈한 기사를 읽었다. 장장 6시간을 걸었지만 울림이 있는 첫날을 보냈다.
참 자주 옮겨 다녔다. 그럴 때마다 트럭에 이삿짐을 잔뜩 실었다. 정들었던 동네를 떠날 때마다 동갑내기들이 달음박질하며 따라오곤 했다. 어렸을 적 추억이다. 필자의 선친은 직업군인이었다. 근무처가 바뀔 때마다 어머니는 전셋방을 구해야 했다. 친구를 사귈 만하면 이사를 가야 했다. 살던 마을이 익숙해지면 이별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부쩍 늘었다. 그 긴 세월이 지났는데도 직업군인들의 이사는 줄지 않고 있다. 잦은 전출도 원인이지만 쥐꼬리만 한 월급에 집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여전히 민간인이나 일반 공무원과는 큰 차이를 보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 자료에 따르면 10년 이상 복무한 직업군인의 지난해 자가 보유율은 42.2%로 나타났다. 직업군인의 자가 보유율은 2016년 31.9%에서 조금씩 상승해 7년 동안 10%포인트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수치는 2022년 조사된 국민 자가 보유율 57.5%보다 15%포인트 이상 낮았다. 소득 1∼4분위 하위소득 계층 국민 자가 보유율(45.8%)보다도 낮았다. 일반 공무원(63.0%)이나 군인과 같은 제복 공무원인 경찰(64.6%), 소방공무원(58.9%)과도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직업군인 계급별 자가 보유율은 장성 68.8%, 대령 67.6%, 중령 62.2%, 소령 42.5% 등으로 나타났다. 준사관인 준위 60.2%, 부사관인 원사가 56.2%이고 상사는 39.4%로 분석됐다. 대한민국 국군은 세계 5위권이다. 그런데 최일선에서 국토를 수호하는 직업군인들은 절반 이상이 집도 장만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게 현실이다. 직업군인의 낮은 자가 보유율 및 군인 가족의 잦은 이사에 따른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