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꺼리거나 문전박대 허다 “통계조사 제발 협조해주세요”

20년째 통계 조사원으로 활동 중인 강모씨(55ㆍ여)는 최근 경제인구활동조사를 하면서 싸늘한 냉대에 한숨을 여러 차례 내쉬어야 했다. 지역 조사구 1개당 20가구를 담당해 3년간 정기적으로 매달 조사를 하는데, 5가구당 1가구꼴로 조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한달 전 안양시 A동에 전입을 온 대상자를 만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보지 못해 결국 이번 주말에 다시 찾아갈 생각이다. 강씨는 “통계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예고하고 찾아가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갈수록 통계조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 사생활 보호와 개인정보 유출 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통계조사를 꺼리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통계조사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특히 통계 거부가 늘어나면 통계 조사를 위한 표본 수가 줄어드는 만큼 정확한 통계를 내는데 한계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경인지방통계청 등에 따르면 통계자료는 면접조사를 우선시한다. 통계 조사원이 맡은 1개 조사구당 20개 가구를 통계 시스템의 과학적인 방법으로 표본 추출해 3년간 매달 조사한다. 한 번 표본 가구로 선정되면, 대체하지 못해 불응하더라도 통계 조사에 참여하도록 계속해서 통계청과 현장조사원들이 설득해야 한다. 면접이 어려운 가구는 인터넷ㆍ모바일 조사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인터넷 조사는 전체 조사 가구의 8%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통계 조사 불응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 문제다. 가계동향조사 불응률은 지난 2012년 20.2%에서 올해 26.2%로 상승했고, 지역별 고용조사 불응률도 5.6%에서 10.2%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11월 말 기준 경인지방통계청 관할의 전체 조사 대상 가구 가운데 불응률은 11.5%에 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확한 통계의 경우 올바른 정책과 의사결정의 기초가 되지만, 조사 표본 수가 줄어들면 정확한 통계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통계법상 통계 자료 제출을 요구받거나 질문을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피하거나 거짓으로 응답하면 최고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개인이나 가구에 과태료가 부과된 적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통계청은 시대 변화에 따라 행정자료,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정보를 생산하거나 응답자가 원하는 방법으로 조사법을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 조사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는 만큼 조사 대상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남훈 경인지방통계청장은 “정확한 통계는 제대로 된 정책을 수립하게 하고 각종 의사결정을 하는 데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며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시민들은 사회 발전을 위한 소중한 정보 생산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경기지사 출마 여부 내년 구정 전까지 결정” 안민석 의원 본보와 통화에서 밝혀

차기 경기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4선, 오산)이 26일 “도지사 출마 여부를 내년 1월 중, 늦어도 구정 전에는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 주변 사람들의 여론과 조언을 다양하게 경청하고 있다. 민주당 승리를 위해 제 역할을 고민하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최순실 청문회’를 통해 ‘전국구 정치인’으로 도약한 안 의원은 최근까지 경기도 내 11개 시·군에서 ‘끝나지 않은 전쟁-최순실 국정농단 천일의 추적기’ 북 토크쇼를 개최, 경기지사 행보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차기 경기지사 선거 결과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좌우하는 만큼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승리해야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흔들림없이 국정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며 “반대로 수도권에서 실패하게 되면 문재인 정부가 위태로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특히 지난 1998년 민선 2기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경기지사를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해 “지난 20년간 민주당이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했는데 진정한 의미의 정권 교체를 위해 이번에야말로 탈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안 의원은 민주당 승리를 위해서는 경선 흥행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누가 (당내 후보가) 되느냐를 떠나 치열한 당내 경선으로 흥행에 성공해 본선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며 “저 역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우일 기자

김기흥 경기자활기업협회 회장 “업종·지역별 네트워크 구축… 경쟁력 높일 것”

“자활기업에 선입견 없이 동등한 기회를 주세요.” 김기흥 사단법인 경기자활기업협회 회장은 26일 경기광역자활센터 사무실에서 자활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 ‘선입견’을 꼽았다. 김 회장은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걸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라고 편견 없이 봐줬으면 좋겠다”면서 “우리에게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고 그저 동등한 기회를 주시면 더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회장이 이끌고 있는 ㈔경기자활기업협회는 자활기업의 자립적인 운영을 위한 기초를 마련하고 사업적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증대하며 기업 간 교류로 전문성을 높여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됐다. 지난 2011년 조직 당시 38개 참여 자활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80여 개 자활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자활기업협회는 지난 10월 사단법인으로 거듭나며 한 차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그동안 실체가 없이 ‘좋은 일을 하는’ 단체였다면 이제는 법적 지위를 갖춤으로써 개인의 자격이 아닌 법인으로 공적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면서 “어려운 사람들의 자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경기도나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과 함께 공식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통해 자활기업의 성공을 돕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자활 기업들 간 업종·지역별로 네트워크를 튼튼하게 구축하고 협동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자활기업 경영지원을 위한 자금을 공동으로 마련하고 이를 기초로 자활기업 자조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활기업들이 하고 있는 사업 중에서 서로 연관성이 있는 영역을 연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규사업을 개발하고 자활기업 매출증대를 위한 공동마케팅 및 판로개척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자활기업 대표자의 경영능력을 높이고 종사자들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회장은 “한번 실패한 사람들도 협동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적극적인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의지를 다졌다. 구윤모기자

4·16 민주시민교육원, 안산교육지원청에 짓는다

▲ 이재정 도교육감이 26일 ‘416 민주시민교육원’(가칭) 건립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가치를 계승하는 ‘4·16 민주시민교육원’(가칭)의 건립을 본격 추진한다. 이는 도교육청이 지난해 5월 4·16가족협의회와 경기도, 경기도의회, 안산교육지원청 등 관련 기관과 협약을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26일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감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 안에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 사업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며 “단원고 주변에 시설을 건립한다는 당초 계획을 포기하고, 현재 안산교육지원청 본관과 부속건물을 리모델링해 ‘4·16 민주시민교육원’(가칭)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4·16 민주시민교육원은 4·16 교훈과 가치를 공유하고 선진 안전교육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을 바탕으로, 학생안전교육과 성찰프로그램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이 교육감은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이 이르면 내년 6월 이전에 착공해 그해 여름에 개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4·16 민주시민교육원은 내년 9월에 단원고 인근에 세워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주민이 반대 뜻을 밝히면서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이 교육감은 지난해 5월 협약을 맺은 7개 기관 등과 함께 1년간 단원고 주변에서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물 설계와 주민 동의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학교 인근에 시설 건립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올해 9월부터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이 교육감은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을 계기로 참사의 아픔을 넘어 희망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규태·정민훈기자

강화군, 일용직 전원 정규직 전환… 157명 ‘웃음꽃’

인천 강화군은 비정규직(일용직) 157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상복 군수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맞춰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규직 수혜 대상자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발표 시점인 7월20일 이전에 근무한 일반사무, 사회복지, 의료업무, 공공시설관리 및 청소원, 환경미화원 등이다. 이들은 군청 내 신설되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석사유가 없으면 모두 전환될 예정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정년(60세) 보장과 함께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실질적으로 공무원 특채에 가깝다. 임금인상 등 관련 예산은 약 16억원이다. 현재 강화군의 기간제 근로자 수는 190명이며, 이중 60세 이상 및 일시, 간헐적 업무 종사자 33명은 전환대상에서 제외됐다. 군은 내년 1월 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군수는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157명의 근로자가 고용불안과 임금격차에서 벗어나 행복한 근무자세로 행정서비스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면서 "앞으로 모든 직종에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공공부문의 공용 환경 개선에 앞장서 가겠다"라고 말했다. 한의동기자

광교·제천 화재… 안타까운 사연들 ‘눈물만 흐른 생일’

“크리스마스라고 경북 경산까지 내려가 부모님께 식사 대접하던 아들이었는데…” 26일 오후 1시께 아주대학교 병원 장례식장 3층 33호. 크리스마스 당일 수원 광교신도시의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난 화재로 운명을 달리한 A씨(29)의 빈소에는 적막감 속 유족들의 한탄 섞인 울음소리만 들렸다. 빈소를 찾은 회사 동료들도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화재 당시 동료 직원에게 먼저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친 뒤 다른 직원을 찾겠다며 휴게실로 돌아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의 형 B씨(36)는 먹먹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B씨는 “내가 아는 동생은 화재현장에서 다른 사람을 먼저 구하고도 남을 아이”라며 “평범한 아이였지만 책임감은 강했던 동생이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B씨는 “동생이 건설업계 관련 학과는 아니었지만 이쪽에도 길이 있을 것 같다고 조언해준 게 바로 나”라며 자책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23~24일 부모님이 계신 고향(경북 경산)을 찾아 함께 식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동생이 취직한 이후로는 돈을 번다며 밥도 사고 그랬다”면서 “이번에도 연휴라고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식사를 했다고 들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서울에서 근무하던 A씨는 최근 서울 현장 공사를 끝내고 일손이 부족한 광교 현장으로 투입됐다. 광교 현장에서 A씨는 배관 설비 및 서류 작성, 공정 등을 다루는 현장관리자로 근무했다. 지난 2015년 입사한 A씨는 같은 부서원 모두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성실하고 업무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교 현장에서도 직원들과 허물없이 지내던 A씨는 형의 생일이자 크리스마스인 25일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B씨는 지인들로부터 “동생이 일하는 현장에서 불이 났다던데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를 받았지만, 설마 하는 생각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근로자들의 구조 소식이 전해진 탓에 동생도 구조됐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품었던 것. 하지만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동생 앞에서 B씨는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B씨는 “내 생일에 동생이 떠났다”면서 “23일에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연휴 잘 보내라며 웃으며 인사했던 동생이었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끝내 고개를 떨궜다. 김승수기자

[배기동 칼럼] 황해 명승, 시화호와 박물관섬, 대부도

아부다비의 루브르박물관! 불모의 사막 위의 도시에 세계 최고의 문화의 전당이라니…. 생광시럽게 들리는 단어의 조합이다. 우리도 많이 발전하였지만 지난 일 년 동안 돌아다닌 바깥세상도 엄청 바뀌었다. 세상 어디 가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고 외국 호텔에서도 인터넷이 무료인 곳이 대부분이고 그 속도도 빨라져서 IT강국이라고 뽐내던 시대는 지나간다. 석유로 영원히 부자로 살 것 같은 사막의 나라도 미래를 위해서 이제는 관광산업으로 돌아섰다.아부다비의 루브르박물관 분관 개관은 오늘날 세계 각 나라들의 절박함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의 절강성의 한 도시를 방문하였을 때 이들이 MICE산업을 위해서 어느 정도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느끼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었다. 문화유산의 정비, 엄청난 규모의 컨퍼런스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의 친절함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소비경제를 위해서 그리고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이제는 모든 나라가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관광에 몰입하는 전략을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모래사막 가운데, 중국의 작은 고대항구도시 등등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을 위해서 치열하게 미래전략을 짜고 있는데 경기도는 미래 산업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반도가 전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자연유산이 바로 서해안 갯벌이고 서남해안의 섬들이다. 그중 경기도는 동양의 지중해, 황해의 아름다운 바다호수인 시화호, 즉 옛날의 시화만을 가지고 있다.경기만의 시화호는 비운의 자연유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호수가 된 다음에는 수질 오염에 고통이 따랐고 매립지의 활용으로 도시가 난개발되면서 자연경관의 아름다움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대부도나 그 끝에 있는 탄도에서 보는 썰물 때의 해 질 녘의 풍경은 오늘날에도 아마도 단연 황해의 자연풍경으로서 세계유산 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옛날 자연을 타령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우리에게는 경제개발의 가치를 우선하였고 자연보전의 항구적인 미래가치는 등한시하였던 것이 이제까지의 경향이었다. 이제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다른 나라들의 정책을 참고로 하여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좀 더 밝게 할 수 있도록 가꾸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시화호에는 무궁무진한 역사적인 유산들이 잠들어 있다. 신라의 통일의 전략의 핵심이었던 당성이 남쪽에 버티고 있고 시화호에는 마산수로를 따라서 고대의 항구가 이어져 있어서 황해의 거점항구였음을 알 수 있고 한편으로는 안산에도 고대의 성태산성에서 시작하여 고려시대 무역상들의 대부도 고려무덤도 있으며 오이도의 신석기패총유적, 그리고 조선시대의 성호의 사상이 숨 쉬고 있고 표암 강세황과 그의 문하인 단원 김홍도의 흔적도 보인다. 역사 유적들뿐 만이 아니다.시화호의 동편으로는 공룡화석산지가 보존되고 있다. 누구나 흥분할 수 있는 한반도 지질시대사의 유적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바다와 갯벌 풍경 말고도 이렇듯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유적들이 산재하고 있는 특별한 우리의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분산된 지역사회의 노력으로는 시화호를 우리의 대표적인 현대명승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원의 한계 종합적인 개발전략 등을 효율적으로 이행하기가 어렵고 도시개발 우선정책을 허물어뜨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화호를 경기도의 영원한 먹거리 유산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자연과 문화의 조화로운 환경을 만들고 그 콘텐츠를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도와 시화호를 접하고 있는 화성, 안산, 시흥시와 협동하여 경관조성과 활용정책을 종합적으로 입안하고 수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호수와 해안 경관을 최고의 독특한 자연적인 풍광으로 재구성하고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에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또한 대부도와 같은 곳에는 ‘박물관섬’과 같은 특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동아시아 시민들의 쉼터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여 황해의 해안 중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는 전략이 시급하다. 배기동 칼럼 국립중앙박물관장·한양대학교 명예교수

[천자춘추] 동지다례와 납향제

눈 오는 동짓날 밤 [冬至夜雪] 동지가 드는 자시 한밤중(冬至子之半) / 한 자나 깊이 눈이 쌓였네(雪花盈尺深) / 만물을 회복하는 봄기운 넘쳐흐르고(津津回物意) / 천심을 보니 크고 광대하구나(浩浩見天心) / 관문을 닫고 나그네 금하니(關閉爲禁旅) / 양기가 생겨 막 음기를 깨뜨리네(陽生初破陰) / 깊은 시름에 한 선이 더해지니(窮愁添一線) / 동마주를 정히 마실만하구나(馬正堪斟) 소세양(蘇世讓, 1486~156 2), 양곡집권9「동지야설(冬至夜雪)」에 나오는 이 시는 동지(冬至)의 이치와 여러 상징을 잘 표현하여 널리 인용되고 있다. 동짓날 자정, 천심은 변함없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봄기운이 바로 동짓날에서 시작되니 동짓날에는, 관문을 닫고 행상인의 출입을 금지시키며 임금은 지방을 순행하지 않는다. 이는 땅속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지극히 작은 양기(陽氣)를 보전하려는 조심스런 마음에서 발로된 것이다. 그러므로 마유(馬乳)로 만든 동마주(馬酒)를 기꺼이 마실 만 하다는 내용이다. 섣달에 드는 납향제(臘享祭)의 ‘납일(臘日)’은 동지 후 셋째 미일(未日)로 1년 동안에 지은 농사나 그 밖의 일어났던 모든 일을 신(神)에게 고하고 무사하게 잘 지내게 해준데 대하여 감사의 제사를 지내는 풍속이다. 또한 섣달에는 군사들의 몸을 단련시킬 목적으로 사냥을 하도록 했는데 조선시대 정조는 납일 고기로 꿩, 토끼, 노루, 사슴, 산돼지만을 잡도록 허락했다. 이 고기로 종묘에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납제(臘祭)란 이름이 생겼다. 여기에서의 ‘랍(臘)’은 고기를 뜻하는 ‘월(月)’자와 수렵을 뜻하는 ‘렵(獵)’자를 결합해 만든 글자로 ‘랍(臘)’자에는 ‘사냥해서 잡아 온 고기’라는 뜻이 들어 있다. 국조오례의를 보면 창경궁 ‘영희전’에는 육명일(설, 한식, 단오, 추석, 동지, 납일)에 향사하도록 했고 순조는 동지다례를 올린 기록이 있다. 수원화성 ‘화령전’은 순조가 1801년에 세워 ‘화령전응행절목’을 개정하였는데 정기제향으로 탄신제향과 납향제를 올리도록 했다. 서울의 영희전은 지금 없어져 어쩔 수 없지만 수원화성 화령전은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으나 팥죽 한 그릇은 고사하고 납향제는 어찌할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강성금 수원화성예다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