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규 나날이 높아지는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실감하게 한다. 저녁이 되면 근무지와 연결된 청소년공원에서 반려견과 산책하거나 운동을 하며 건강을 다지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최근에 만난 젊은 부부는 “이 공원과 청소년문화센터를 보고 이사를 왔다”면서 집 가까이에서 여유시간을 누릴 수 있는 것에 흡족해하는 모습이다.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살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돼 지난해 통계로 보면 총 인구 5천170만여 명의 91.8%인 4천747만여 명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인구집중이 심해지고 주거형태도 초고층화되면서 집 가까이에서 자연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공원과 호수 같은 환경이 거주지 선택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도시녹지는 생활의 여유로움과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관을 주는 것 외에도 환경보호의 중요한 수단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도시숲이 도심 부유먼지의 26%, 미세먼지는 41%까지 줄여주고 미세먼지 29만t을 포함하여 약 107만t의 먼지를 흡수한다. 이를 경유차로 환산하면 1억7천만대가 내뿜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효과라고 하니 녹지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녹지는 공원숲생태통로 등 다양한 녹지의 형태를 포괄하는데, 인위적으로 단절하고 구획하여 파편화된 땅을 다시 이어준다는 뜻의 ‘그린웨이(green way)’라는 개념도 많이 사용된다. 하나의 도시를 넘어 광대한 영역을 아우르는 거대 그린웨이에서부터 내 집 앞까지 모세혈관처럼 연결되는 녹색통로는 세계도시들의 오랜 정책이자 국내 지자체들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린웨이의 완벽한 모델인 캐나다 밴쿠버시가 소개된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민-관 협력과 자발적인 시민그룹의 역할도 시사점이 있지만 큰 것은 크게, 작은 것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정책을 펼친 부분이 돋보인다. 밴쿠버시는 10여년 전부터 새로 건축하는 아파트 단지에 야채를 심어먹을 수 있는 텃밭과 30종 이상의 새가 사는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의무조항이라고 한다. ‘집에서 250m 내에 그린웨이 만들기’라는 것도 있다. 사람이 편안하게 보행하는 거리는 도보 5분, 성인걸음 400m인데 노약자와 어린아이는 이보다 짧아 250m 정도다. 즉 누구나 집에서 5분만 걸어나가면 그린웨이가 나타나 공원으로 연결해주는 도시가 목표인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커지자 도심공원들을 연결하는 것과 별도로 인근 도시들과 함께 설립한 광역밴쿠버지역청을 통해 그린웨이를 광역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북핵과 사드보복 때문에 불편한 관계가 된 중국의 약진도 놀랍다. 1996년 베이징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녹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중국은 12개 주요도시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 이들 도시는 1981년 10%였던 도시숲이 현재 40%로 확대됐다. 이달 초에는 쓰촨성 청두(成都)시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긴 도심 그린웨이 구축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스케일 면에서 남다른 중국답게 ‘한 개의 축, 두 개의 산, 세 개의 고리, 일곱 개의 길’로 구성되는 구-시-현 3단계 수준의 광역 그린웨이 시스템이다. 2025년까지 1천920㎞에 이르는 구 수준을 완성하고 이를 타 도시 그린웨이와 연결해 총 길이가 5천㎞를 넘는다. 최근 수원시가 내년 3월부터 교목(喬木, 큰키나무) 3천370그루를 심는 ‘도시공원 울창한 도시숲 조성사업’을 전개하고, 전국 최초로 ‘민간분야 조경관리를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광교산을 수원과 공유하고 있는 용인시는 ‘2035년 용인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여 광교산 자락에 더 이상 아파트단지 개발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뉴스도 나왔다. 경기남부권역은 자연과 주거 편의시설들이 긴밀히 얽혀있는 곳이다. 자연은 경계가 없다. 거시적이고 장기적 안목에서 지역적 경계를 넘어 백두대간을 더욱 온전히 하고, 작게는 집 앞까지 그린웨이를 연결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한 차원 높은 계획을 실행할 때가 된 것 같다. 김영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 김윤식 ‘2040년에는 도시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다.’ 지난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장관이 내놓은 일명 ‘마스다 보고서’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이미 극심한 고령화로 다양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향후 지자체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의 도시가 소멸한다는 충격적인 전망이었다. 출산 적령기 여성을 포함한 생산가능인구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대도시로 떠나면서 농어촌에는 노령인구만 남기 때문이다. 남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은 현재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가 3천700만명이지만 20년 후인 2037년에는 3천만명, 30년 후인 2047년에는 2천600만명으로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20~39세 여성 인구가 10% 미만이고 고령 인구는 20% 이상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 79개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농어촌 지자체가 소멸 위기 지역에 해당한다. 모두가 도시로 향하고 있지만, 반대로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은 없을까. 시흥시는 올해 7월, 931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귀농·귀촌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중 귀농·귀촌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이들이 68.8%에 이르렀고, 향후 귀농·귀촌 의향이 있다는 사람도 절반에 가까운 49.7%였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귀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대부분은 편의시설 부족, 경제적 여건, 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농촌에서의 삶을 망설이고 있다고 답했다. 우리는 시민의 꿈을 응원하고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지방정부 간 연대를 떠올렸다. 2015년부터 도농 상생을 위한 학습모임과 정책개발연구를 추진해온 결과, 지난 8월17일 충남 논산시, 전남 영암군과 각각 도농연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단순히 지역특산물 판매나 행사개최 수준의 교류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도시민과 농촌민이 서로 활발하게 왕래하며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로써 도시와 농촌 문제도 해결하는 새로운 도농연대 모델 구축이 목표이다. 도시와 농촌의 연결은 행정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고,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이 주체가 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흥시는 농촌 이주 및 활동영역 확장을 희망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논산시와 영암군에 연계한다. 그러면 지방은 귀촌 희망자가 지역에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을 하며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도시 지자체가 사례자 발굴과 사전 교육 및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둔다면, 농촌 지자체는 현지 적응 안내, 영농 교육 및 체험, 주거 연계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른 은퇴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 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농촌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고, 도시에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우리 시는 도시 간 교류로 비어있는 주택을 사회주택으로 활용함으로써 주거난을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교류를 통한 도농협력에 더욱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인구 과소화 추세가 일부 지방의 소멸에 그치지 않고 농어업 붕괴를 비롯해 국가 경제성장률 저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멸하지 않으려면 공조가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자구책을 모색하고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 시흥시와 논산시, 시흥시와 영암군의 연대가 도시와 농촌 모두가 잘 살기 위한 희망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 김윤식시흥시장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개설된 경기도 ‘카카오톡 플러스친구’가 도민들의 저조한 관심으로 2년 만에 폐쇄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시ㆍ군들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역시 시청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정보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는 등 부실하게 운영, 일부 시ㆍ군은 구독자 수가 10명에 그치는 등 주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도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지난 2013년 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 ‘경기도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개설했다. 당시 카카오톡 이용자 수가 4천300만 명에 달해 도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와 카카오스토리 등 카카오 채널을 이용하면 도정 홍보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더욱이 ‘카카오 플러스친구’는 일반 카카오톡 사용자들끼리 메시지를 보내듯, 지자체의 계정을 추가한 이용자에게 새로운 소식과 행사 등을 쉽게 알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많은 지자체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도’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계정은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도는 경기도 계정에 구독자 수가 늘어나지 않아 홍보 효과가 없다고 판단, 지난 2015년 사업을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도는 플러스친구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경우 문자나 사진 등으로 실시간 제보가 가능한 ‘민원접수 시스템’을 추가해 운영하려 했지만 구독자가 증가하지 않으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시ㆍ군이 운영하는 플러스친구 역시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정보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구독자 수가 저조한 실정이다. 플러스친구를 운영 중인 지자체 중 수원시가 이날 현재 26만8천48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가장 활발하게 운영될 뿐, 나머지 지자체의 경우 남양주 8천899명, 성남 1천635명, 시흥 727명 등에 그쳤다. 특히 안산시는 아직 게시물이 한 건도 없으며 구독자 수도 10명에 불과했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형태인 ‘카카오스토리’ 역시 도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는 매년 카카오톡 측에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그에 비해 구독자 수는 증가하지 않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도 도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일반 가정이나 영업용 매장에 설치된 IP카메라를 해킹해 사생활을 엿보고 은밀한 장면이 담긴 영상을 음란물 사이트에 올리거나 퍼 나른 네티즌 50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IP카메라를 해킹한 임모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전모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임씨 등은 올해 4월부터 이달 초까지 보안이 허술한 IP카메라 1천402대를 해킹해 2천354차례 무단 접속,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등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해당 영상을 음란물 사이트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모씨 등 37명은 임씨 등이 올린 동영상을 다른 사이트에 퍼 나른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김씨 등은 성폭력특례법상 ‘카메라 이용 등 촬영’ 혐의를 적용해 몰카 범죄에 준해 처벌키로 했다. IP카메라는 인터넷과 연결돼 개인 PC나 스마트폰으로 제어가 가능한 폐쇄회로(CC)TV의 일종이다. 집에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있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서 많이 설치한다. 틈틈이 집안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난사건 방지를 위해 영업용 매장에도 많이 설치한다. 잘 사용하면 유용한 제품이지만, 허술한 IP카메라 보호망을 뚫고 영상을 탈취한 뒤 음란물 사이트에 올려 사생활을 침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남의 일상을 훔쳐보는 흥미가 이런 영상을 원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 피의자들도 경찰에서 “호기심에 불특정 여성들의 사생활을 엿보려고 했다”라고 진술했다. 1차적으로 당국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피해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 이런 피해는 피해자가 실제 유출된 영상을 확인한 뒤 수사를 의뢰하기 전까지 인지 수사가 불가능하다. IP카메라 서버관리 사업자 등에 대한 해킹방어 조치를 강화하고, 해외 주요 사이트에 대한 추적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IP카메라 제조사는 사전에 인증된 특정기기에서만 영상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보안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관계 부처는 IP카메라 제조·유통·설치·사용 등 모든 과정을 분석해 보안상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표준을 마련해 인증제를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자 의지다. IP카메라라는 편리한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신 스스로를 지키는 보안 의식과 실천이 필요하다. 설치 뒤 비밀번호만 재설정하더라도 피해를 90%는 막을 수 있다. 유사 범죄피해를 막기 위해 IP카메라 사용자는 초기 설정된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수시로 접속 로그기록을 확인해 타인의 무단 접속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한국GM 노사 임금협상의 진통이 심상치 않다. 한국GM 노사는 카허 카젬 사장이 지난 1일 부임한 뒤 벌인 임금교섭에서도 노사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노조가 인천 부평공장에서 20일에 이어 22일 부분 파업을 재개한다. 노조는 지난 5일 첫 부분 파업에 이어 14·15·18일에도 4~6시간의 부분 파업을 벌였다.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20일 사측의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갖고 임금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잔업과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그동안 기본급 15만4천883원 인상·통상임금(424만7천221원)의 500% 성과급 지급·2개조가 8·9시간씩 근무하는 현행 8+9주간 2교대제를 8+8주간 2교대제로 전환·공장이 휴업해도 급여를 보장하는 월급제 도입 등을 요구해왔다. 경영권과 관련된 차종 생산 확약·디젤 엔진 생산 물량 확보도 들어 있다. 반면 회사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기본급 5만원 인상·성과급 400만원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했다. 노조의 근무방식 전환 요구도 사측은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노사는 지난 13일 카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제19차 교섭에 나섰으나 노조의 통역사 교체 요청을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교섭이 성과 없이 끝났다. 이런 와중에 카젬 사장이 돌연 미국 본사로 출장, 교섭 장기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현재 노조 지회장 선거가 실시중인데다 카젬 사장의 귀국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협상 전망이 안갯속이다. 일각에선 노조의 간헐적인 부분 파업이 그렇지 않아도 떠도는 철수설을 증폭시킬 걸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14일간 파업, 사측은 차량 1만5천대 생산 차질을 빚은 걸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2조원이 넘어 올 1분기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게다가 올 1~8월 내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감소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이런 경영 위기에도 노조의 인식과 대처방법이 달라지지 않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본사는 다른 나라 사업장보다 유독 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한국GM을 고비용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본사가 고임금과 강성 노조를 빌미로 한국GM 사업을 축소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코 노조가 원치 않는 국면이다. 노조는 이제 변해야 한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환경과 한국GM의 경영 위기를 직시, 사측의 경영 전략에 부응할 수 있는 전향적 전략이 필요하다. 파국이 오기 전에 노조 스스로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연구개발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상생적인 대화가 될 수 있다. 사측 또한 경영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제72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지난 8월15일 오전. 수원시 파장동 한 작은 빌라의 반지하 방에선 구순(九旬)인 김혜경 할머니(90)의 한 서린 탄식이 흘러나왔다. 무심코 본 TV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 고(故) 김용관 선생의 이름이 불려서다. 김 할머니는 당시 문 대통령이 거론한 잊지 말아야 할 독립운동가 5명 중 한 명으로 아버지가 언급되자 수십년간 쌓인 한이 녹아내린 듯해 펑펑 울었다고 한다. 눈물의 이유는 이랬다. 그렇게나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그토록 맹목적으로 사랑한 나라에서 업적을 인정해주지 않은데 대한 서러움이 복받친 데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의 어려운 삶이 주마등처럼 스쳤기 때문이다. 이렇듯 본보가 단독 및 기획보도한 고(故) 김용관 선생 가족들 외에도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펼치고도 제대로 된 예우를 못 받은 채 국가의 외면에,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광복 70주년이던 지난 2015년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광복회 회원 1천115명 대상으로 생활실태를 설문한 결과 독립유공자 가족의 월 개인소득은 200만원 미만이 75.2%에 달했다. 세분해서 보면 100만~200만원(43.0%), 50만~100만(20.9%), 50만원 미만(10.3%)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하층’에 속한다는 인식도 73.7%에 달할 정도였다. 이런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힘든 삶 뒤에는 시작부터 뒤틀린 대한민국의 보훈제도가 있었다. 국내 보훈업무는 1961년 군사원호청 설치가 시작, 해방 이후 17년이 지나서야 보훈업무가 시작됐다. 그마저도 한국전쟁 유공자에 집중돼 실질적인 보훈은 해방 20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프랑스가 2차 세계대전 후 2년 만인 1947년부터 나치에 맞섰던 유공자 보훈을 착수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제와 맞섰던 독립운동가 대부분이 광복 후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생활고에 시달렸고 2세와 3세까지 그 영향이 미친 것. 가난이 대물림되는 구조 속에서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현실로 다가왔던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립운동가 3대까지 예우하겠다”고 밝힌 만큼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지원책이 나와야만 한다. 이와 함께 고(故) 김용관 선생을 비롯해 여전히 국가 인정을 못 받은 5천575명에 대한 발굴 및 인정, 재조명을 통해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것을 시작으로 악순환의 고리도 끊어야 할 때다. 이용성 사회부장
▲ 곽경전 과거 1980년대 중반, 송도에서 소래까지 협궤열차를 타고 가자는 선배들의 제안으로 난생처음 수인선 열차를 타게 되었다. 처음 탑승하여 목격한 협궤열차는 좁디좁은 장난감 열차 같았다. 인도의 협궤열차를 토이 트레인(Toy Train)이라고 한다는데 그 별칭과 다르지 않았다. 열차의 간격이 장난감 열차처럼 좁아 의자에 마주보고 앉은 사람들 때문에 오가기 불편했다. 두 사람이 서 있으면 오갈 수조차 없었다. 탑승하여 둘러본 열차의 주 승객들은 송도역 부근의 열린 장터에서 농산물들을 팔기 위해 월곶과 달월 등에서 온 아주머니들이 다수였다. 아마도 이분들에게는 생계를 위해 힘들게 거둬들인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을 것이다. 협궤열차는 한국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협궤열차를 운영하는 국가들도 많다. 한국에 협궤열차를 부설했던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인도, 남아공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협궤열차를 폐쇄하지 않고 운영하는 것은 개선하여 운영해 나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스위스를 들 수 있다. 스위스는 관광대국으로 산악열차인 협궤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가 표준궤열차 대신 협궤열차를 운영하는 것은 아무래도 경사가 가파른 지형적인 조건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스위스를 찾아온 외국 관광객들에게 스위스의 자연 풍광도 풍광이지만 가파른 산악을 오르는 협궤열차의 탑승 경험도 하나의 즐길 거리라고 볼 수 있다면 협궤열차가 갖고 있는 가치는 상당하다. 수인선의 협궤열차는 1995년 12월31일로 운행이 중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협궤열차는 우리에게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이천과 여주 등지의 미곡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화물노선을 목적으로 부설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협궤열차가 갖고 있는 아픈 역사일지라도 역사와 문화의 가치는 고려되지 못하고 오직 수익성과 효율성만이 가치 기준이 되어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모든 가치 기준을 경제성으로만 판단하는 우리 사회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구의 동화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목적 하에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애경사라는 건물이 제대로 평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로 철거당한 일은 인천사회에 충격을 안겨 준 사건이었다. 이처럼 깊게 내다보지 못한 상태에서 철거당한 애경사 100년의 역사는 우리가 얻고자 발버둥 친다 해도 얻을 수 없는 역사와 문화가 벽돌 하나하나에 각인되어 있었다. 과거가 허름하고 낡았다 할지라도 그 안에는 역사가 있고 그 시대를 견뎌낸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철거가 아니라 재생을 통해 오늘과 미래로 연결시켜내야 한다. 인천시는 미래의 비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가 파괴되고 철거되는 상황에서 무슨 비전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 협궤열차는 20여 년 전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메마른 팍팍함만이 인천을 미래를 상징할 것이다. 곽경전 부평구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가을의 하늘이 푸른 지난 19일, 화성시 향남읍 발안천 앞엔 ‘3ㆍ1 만세로’라고 적힌 주소 표지판이 위치를 알렸다. 주소판이 알려준 곳으로 눈을 돌리니 발안천 다리를 따라 수십 개의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이곳은 화성시 발안천변에 있는 화성발안만세시장이다. 만세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났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민족 최고의 장터에서 항일 만세운동의 중심지로, 세월이 흘러 쇠퇴기를 맞았던 발안만세시장은 요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역사는 물론 사람과 문화, 책의 향기가 피어나며 사람이 다시 몰려드는 시장이 그것이다. 화성발안만세시장이 새롭게 펼쳐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봤다. ■ 만세 운동의 상징적인 장터… 역사적 이야기 ‘풍성’ 일제 강점기 시절 만세운동이 가장 격렬하게 일어났던 이곳은 수원과 오산을 걸어서 오가던 시절 농산물과 공산품 등 물물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장터 중 하나였다. 이후에도 북적북적한 장터를 형성하고, 1990년대 말에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곳 역시 변화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장 주변에 하나 둘 대형마트가 입점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시장에 몰리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하지만, 2013년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지원하는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장에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바로 주민, 관광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다. 시장을 변화시키려는 상인들과 상인회, 지역민들은 힘을 합쳤다. 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는 어린이, 다문화가정 등을 위한 한글교실과 인문학 강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멋스러운 분위기의 발안만세시장 고객지원센터는 1층 공연장과 주차장, 2층 갤러리터 만세카페, 3층 사무실, 4층 교육장 옥상 어벤져스 4D체험장 등이 설치돼 있다. 상인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인 셈이다. 만세 카페는 화성시 예술인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지역민들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평일엔 바리스타와 캘리그래피 교육도 진행한다. 젊은 여성들과 예술인들이 찾아오니 시장이 활기를 찾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사업을 통해 고객 유입은 35%, 매출은 평균 25% 상승했다. ■ 시골 장터와 현대적 감각의 점포… 다문화·예술도 공존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발안만세시장은 여전히 화성시 서남부 5개 읍ㆍ면의 생활중심 터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260여 곳의 점포가 있는 상설시장과 매달 5ㆍ10일 오일장이 열려 전통 장터의 느낌과 현대적인 시장의 모습을 모두 갖췄다. 5일 장날이면 번화가 같은 시장은 농촌냄새 나는 장터로 변한다. 각양각색의 물건 파는 사람과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사들이려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 흥겹다. 농촌 거주자들에게 필요한 각종 기구부터 세련된 간판의 귀금속 가게, 옷 가게, 다양한 맛집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주변에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글로벌 마켓의 역할도 한다. 주말엔 장을 보러오는 사람들의 80%가 다문화가정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인도 등 국적도 다양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인 만큼 세계 각국의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외국 식당도 많다. 역사와 예술, 문화, 글로벌, 장터.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섯 단어는 기막힌 조합을 이루며 화성발안만세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정자연기자 interview 이효정 화성발안만세시장 상인회장2011년부터 상인회장을 맡은 이효정 회장은 장사꾼 같지 않다. 백발의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 온화한 표정과 말투는 시인 같기도 하다. 30여 년째 발안만세시장에서 자리 잡은 이 회장은 시장을 자신처럼 바꿔나가고 있다. 역사가 있던 시장에 이야기를 다시 입히고, 생동감을 넣어 찾고 싶은 시장으로 다시 만드는 중이다.기반 시설이 하나 없던 시장에 하나 둘 시설을 구축한 것도 이러한 열정에서 시작됐다. 그는 “시장상인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기다리지 말고 찾아서 하자는 데 모두 뜻이 맞았다”면서 “시장만이 가진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사람들이 찾는 시장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장직에 오른 후 그는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에 도전해 시장에 기반시설이 하나씩 채워지도록 했다. 이 회장을 비롯해 시장상인회 임원들은 화성발안만세시장만의 역사와 매력, 상인회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렸고 한 차례 탈락 이후 드디어 사업에 발탁돼 지원받게 됐다.이 회장은 “무엇보다 지역시장인 만큼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그들과 마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데 힘을 실었다”면서 “단순히 판매를 하고, 매출을 올리는 시장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의 터전이자 공간으로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이 많은 점을 활용해 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장 고객지원센터에서 열고,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이렇다 보니 오히려 행정의 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곳에 시장상인회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주중ㆍ주말에는 외국인과 소통을 위해 외국인ㆍ다문화와 관련된 센터가 근무한다. 또 치안을 우려하는 주민을 위해 자체적으로 사각지대에 CCTV를 설치해 우려를 덜었고, 외국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했다.상인회는 상인, 주민 간의 소통이 돈을 버는 길이라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그는 “시장 상인들은 물론 주민과도 소통하고, 서로 이해해야 단합이 잘 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시장 상인회와 상인, 지역 주민이 함께 화성발안만세시장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시장에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소통의 시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화성발안만세시장은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을 깨는 시장,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시장”이라며 “전통시장 구성원들이 노력할 테니 지자체와 국가에서 제도적 지원, 지역주민들과 많은 분의 성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정자연기자
다양한 문화와 이야기, 역사가 살아숨쉬는 화성발안만세시장에는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다. 특히 벚꽃이 필 때 발안천 벚꽃길을 구경하며 올라가다 보면 입구 쪽에 발안만세벽화거리가 보인다. 작은 골목길 구석구석을 걸으며 숨겨진 벽화와 명소를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출출한 배를 달래줄 맛집도 찾아가보자. ■ 뚝방집… 얼큰한 민물매운탕 유명세 민물매운탕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얼큰한 민물매운탕에 쫄깃쫄깃한 국수면도 넣어 먹는다. 조그마한 식당이지만, 정치인부터 개그맨까지 찾을 만큼 소문난 맛집. 튼실한 붕어와 메기 미꾸라지를 한 솥 끓인 어죽 육수를 내놓는 어죽과 함께 생고기와 막창, 갈비도 판다. 가게 내부는 벽시계와 지게, 장롱, 짚신 등이 걸려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 밴댕이천국연탄구이… 먹어는 봤나? 스테이크삼겹살! 스테이크삼겹살이라는 독특한 메뉴가 눈에 띈다. 이 명칭은 두툼한 삼겹살이 스테이크 같다고 해 붙였다. 두텁게 썰어낸 삼겹살에 칼집을 내고 초벌로 바짝 익혀서 나온다. 연탄불에 자글자글 고기 굽는 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고기맛을 더한다. 목살, 꽃살, 왕갈비, 고등어, 꽁치, 돼지껍데기 등도 판매한다. 맛을 보고 싶다면, 일찍 가거나 예약을 해야 한다. 퇴근 시간이면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로 가게가 금방 꽉 들어찬다. ■ 학우당 문구점ㆍ서점… 60년간 지켜온 동네서점 화성발안만세시장에서 60년째 맥을 이어가는 서점이다. 동네 서점들이 대형서점에 못 이겨 하나 둘 문을 닫았지만, 시장 내 유일한 서점으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2대째 가업을 이어나가는 이곳엔 처음 학우당이 문을 열어 마련한 금고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층에는 다양한 문구를 판매하고, 2층엔 차를 마실 수 있는 소규모의 카페가 마련된 서점이 있다. 3층엔 화성발안만세시장의 또 하나의 자랑인 작은 도서관이 있다. ■ 만세작은도서관… 문학의 향기·배움의 열정 가득 시장에 인문학 열풍을 일으키고, 문학 향기가 넘치게 한 곳이다. 아동ㆍ청소년부터 다문화가정까지 모든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 엄마들이 마음 놓고 시장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책을 읽는 엄마들이 만나 마을에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시장과 마을이 변하길 바람에 마음에서 의기투합해 작은 도서관 운영을 시작했다. 지금은 작은 도서관 운영은 물론 시장과 지역주민,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만세 놀이터를 열어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또 지역 고등학생에서 청소년 멘토링을 하는 등 ‘모두의 엄마’로도 활동 중이다.
(사)경기언론인클럽 주최로 20일 경기문화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각계각층 패널들이 ‘6ㆍ13 지방선거 어떻게 치를 것인가’란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권오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