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남자] 나현의 ‘실종 프로젝트’

2006년에 시작된 나현 작가의 ‘실종프로젝트’는 그가 미학적 개념으로서의 ‘제로 포인트’를 사유한 뒤에 수행한 첫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세계 구조의 밖이라는 잉여세계의 사유에서 ‘실종’이라는 코드는 아마도 전쟁의 역사와 가장 가까울 거예요. 우리의 남북 이산가족처럼 말예요. 전쟁을 떠올리게 되면 흥미롭게도 실종은 전쟁 영웅 신화와 맞물려 두 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살아 돌아 온자와 사라진 자의 전설을. 나현 작가는 바로 그것을 ‘미학’과 연결시켜서 ‘현실적 사건’을 ‘미학적 사건’으로 전치키는 작업을 해요. 그의 촉수는 1950년에서 53년까지 계속된 6ㆍ25전쟁 당시의 프랑스군 실종사건에 가 닿았어요. 그는 치밀한 아키비스트가 되어서 그것을 조사했죠. 한국이 파악하고 있는 프랑스군 실종자는 18명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7명으로 알고 있고 프랑스 육군 사료기관에는 12명이라는 거예요. 작가는 그들의 명단과 그 명단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획득된 문서들과 사진자료, 그리고 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아카이브들을 갖게 되지요. 그렇지만 날것으로서의 그것을 미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것은 그의 미학적 개념들과 이어져서 ‘나현 미학’의 문장이 되는 잉여세계의 역사학일 뿐이니까요. 잉여세계 역사학! 그것은 정사(正史)도 비사(非史)도 아닌, 몫 없는, 이름 없는 자들로서의 소외 정체성을 발굴해서 오직 잉여세계의 역사학에 정위치 시키는 미학적 전략일 거예요. 그러니까 역사학이 사회과학적 방법론으로서 ‘사실로서의 역사(사건 자체)’와 ‘기록으로서의 역사(사건의 기술)’을 포괄하되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나아가는 학문이라면, 나현식 잉여세계 역사학은 사실이나 기록의 오류 사이를 떠도는 ‘잉여주체’들의 흔적을 희미하게 재배치함으로써 역사학의 상대편에서 역사학의 그림자 되기를 자청하는 예술학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실종자들의 명단을 구체화 해나갔는지를 밝히는 것은 비평의 문장이 될 수 없어요. 지금 이 문장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그의 잉여세계 역사학이 어떻게 미학으로 둔갑하고 또 그렇게 둔갑한 미학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죠. 실종프로젝트에서 가장 유의 깊게 주목했던 작업은 살아서 돌아간 병사들의 인터뷰였어요. 인터뷰이들은 하나같이 진지하게 한국전을 기억해 냈고 그때 당시의 상황을 명료하게 묘사했어요. 그런데 반복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살피다보면 무언가 이야기의 핀트가 어긋나면서 각자 자신이 만들어 놓은 기억의 우물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돼요. 전쟁이라는 참혹하고 공포스러운 강력한 사건이 만들어 놓은 우물에서 그들의 ‘현존’은 부재했어요. 질문지를 작성한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살아남은 자들의 기억에서 ‘실종’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죠. 그 기억을 찾아가는 길이 어쩌면 미래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해요.김종길 경기문화재단 문화재생팀장

의정부교육지원청, 정신적 어려움 겪는 위기학생 치료에 행·재정적지원

의정부교육지원청과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의정부 힐링스병원, 한서 중앙병원 등 3개 의료기관이 위기학생 치료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1일 의정부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윤창하 교육장과 김왕태 도 의료원 의정부병원장 등 3개 병원장은 최근 위기학생 치료비 지원 사업을 위한 2017년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사업은 심리, 정서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정신의학 전문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학교생활과 학업에 적응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도 의료원 의정부병원과 한서 중앙병원에 이어 의정부 힐링스병원이 올해 새롭게 업무협약을 맺었다. 의정부지역 초중고교 Wee클래스(상담센터)에서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상담하고, 치료가 필요하면 의정부교육청 Wee센터에 신청하면 된다. Wee센터에서는 협약 의료기관과 연계해 치료를 받도록 하고 초기 치료비를 지원한다. 김왕태 원장은 “학생들의 심리적 어려움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범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윤창하 교육장은 “위기학생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단 한 명의 위기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왕조 재건' 노리는 SK 와이번스, 부푼 꿈 안고 플로리다로

‘명가 재건’을 위해 겨우내 많은 변화를 시도한 SK 와이번스가 본격적인 담금질을 위해 플로리다로 떠났다.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미국 플로리다주로 향하는 SK는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경유지 애틀랜타를 거쳐 베로비치까지 긴 여정을 시작했다. 2007년 우승을 시작으로 2008년, 2010년까지 4년동안 세 차례 우승하며 ‘왕조’를 열었던 SK는 2012년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가을야구에 초청받지 못하고 있다. 이후 포스트시즌 진출은 2015년 5위로 와일드카드전 한 경기를 치른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에도 정규시즌을 6위로 마감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SK는 절치부심하며 올 겨울을 준비해왔다. 미국인 트레이 힐만 신임 감독을 영입하며 구단 역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이 탄생했고, 민경삼 전 단장이 물러난 자리에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이 신임 단장으로 부임했다. 에이스 김광현은 FA 계약 직후 수술로 사실상 올 시즌을 접게 됐고, 스캇 다이아몬드(왼손 투수)와 대니 워스(내야수) 등 새 외국인 선수도 영입했다. 출국 직전 만난 SK 선수들은 하나같이 개인 성적보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꼽았다. SK의 4번 타자 정의윤은 “작년 후반기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 올해는 체력을 꾸준히 유지해 막판까지 힘을 보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지난해 홈런왕 최정은 “SK가 가을에도 야구 하게끔 하는 게 목표다. 올해는 무조건 간다”고 말했고, ‘안방마님’ 이재원도 올시즌 가을 야구 진출을 강조했다. 이재원은 김광현의 이탈에 대해 “물론 전력에 큰 타격이지만, 새로운 투수가 나올 기회다. 투수를 잘 이끌어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어린 선수가 캠프에 많이 참가한 만큼 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 가을 야구 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해외 유턴파’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왼손 투수 남윤성 역시 “1군 데뷔가 올해 목표다. 다시 SK 왕조 시절로 돌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SK는 베로비치에서 몸을 만든 뒤 26일부터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실전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김광호기자

kt 우완 사이드암 기대주 엄상백 "선발보단 중간에서 경험 쌓을 것"

프로야구 kt wiz에서 창단 초기부터 선발 유망주로 기대를 모으던 우완 사이드암 투수가 있다. 187㎝의 큰 키와 유연한 팔 스윙, 끝까지 공을 숨긴 뒤에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시원시원하게 공을 뿌리는 ‘영건’은 바로 엄상백(21)이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엄상백은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던져 큰 주목을 받았다. 프로 첫 해부터 선발 투수로 뛰며 5승 6패를 올려 kt 국내 선발 투수 중에서 정대현과 함께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했다.2016년은 더 큰 기대 속에서 출발했으나, 시즌 초반 6차례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5월 하순부터 불펜으로 이동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불펜에서 활약하며 1승 5패 8홀드 1세이브를 기록했다. 2017년 시즌을 준비하는 엄상백은 선발보다는 중간 계투로 뛸 것을 염두해 두고 있다. 지난 달 31일 미국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엄상백은 선발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중간이 더 좋아서라기보다는…”이라며 “뭐든지 일단은 많이 해보고 싶다”고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선발 투수로서 부진했던 이유에 대해 “많이 쫓겼다”며 “선발 투수는 5회를 채워야 승리투수가 되는데, 이닝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중간 투수의 부담과 선발 투수의 부담이 다른 점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키 187㎝, 72㎏의 마른 체형인 엄상백은 파워를 키우기 위해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 위주로 몸을 만들어왔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강화하겠다는 엄상백은 “지난해 마무리훈련 때부터 변화구 위주로 연마해왔다. 구종이 단순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각 큰 커브 등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상백은 올시즌 목표에 대해 “팀 성적이 10위를 벗어났으면 한다. 선배들도 그렇고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팀 분위기를 전하며 “올해에는 언제든지 1군에서 쓸 수 있는 투수가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김광호기자

한국 테니스, 정현ㆍ이덕희 앞세워 10년 만에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도전

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이 ‘에이스’ 정현(세계랭킹 73위·삼성증권 후원)을 앞세워 데이비스컵에서 10년 만에 월드그룹 진출을 노린다. 한국은 오는 3일부터 경북 김천테니스장에서 열리는 ‘2017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1회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은 세계 16강 격인 월드그룹에 이어 대륙별 1, 2그룹 순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한국은 최근 정현과 이덕희(139위·서울 마포고)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에 힘입어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2007년 당시에는 이형택 한 명에게 의존했지만 지금은 1, 2 단식에 나설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됐다. 정현, 이덕희, 권순우(308위·건국대), 임용규(444위·당진시청)로 대표팀을 꾸린 한국은 데니스 이스토민(80위), 산자르 파이지에프(367위), 파루크 두스토프(503위), 주라베크 카리모프(761위)로 구성된 우즈베키스탄 보다 랭킹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4단 1복식으로 진행되는 경기 특성상 승부를 낙관할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달 호주오픈 2회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를 꺾고 파란을 일으킨 ‘에이스’ 이스토민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은 2015년 아시아ㆍ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2회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대3으로 패했으며, 상대전적에서도 1승5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홍완식기자

전설의 라이벌 ‘짱구’ 장정구ㆍ‘작은 들소’ 유명우, 3.1절에 독도서 ‘맞짱’

한국 프로복싱 사상 세계챔피언 최다 방어기록 보유자인 ‘작은 들소’ 유명우(53)와 두 번째 기록을 보유한 ‘짱구’ 장정구(54)가 3.1절에 독도에서 ‘레전드 매치’를 벌인다. 1일 유명우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가수 김장훈씨의 제안으로 장정구 선배와 3.1절을 기념해 독도에서 이벤트성 경기를 갖기로 했다”면서 “여러 어려움에 힘겨워 하는 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기위해 이번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복싱 후배들도 함께 나서 침체에 빠진 한국 프로복싱을 살리는 데 동참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번 레전드 매치는 ‘독도 지킴이’인 김장훈의 제의로 성사됐으며, 대진 일정은 3월 1일이지만 독도의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3월 중순께까지 기상이 맑은날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유명우는 “이번 행사를 위해 조금씩 운동을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 장정구 선배와는 현역시절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어 다소 긴장이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1982년 프로에 데뷔한 유명우는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플라이급 17차 방어에 성공하며 한국 프로복싱 최다 방어기록 보유자임과 동시에 아직도 깨지지 않는 36연승 기록과 단 한번도 선수시절 다운을 당하지 않은 불세출의 복서다. 또 유명우보다 2년 앞서 1980년 이른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장정구는 1988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15차 방어에 성공한 뒤 챔피언 벨트를 자진 반납한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유명우와 장정구는 현역시절 화려한 기량을 인정받아 각각 2013년, 2009년에 국제복싱 명예의 전당(IBHOF)에 헌액되기도 했다.황선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