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꽃피는 나의 인생

또 한 해가 간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다. 1년여 동안 무엇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했고 보람을 찾았는가 반문해 보는 시점이 된 것 같다. 올해 나는 내 삶의 아주 일부분이었던 우연들이 필연이 되어 평생교육에 몸담게 되었고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제는 길 내고 건물 세우는 등 하드웨어적인 노력이 아닌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평생교육은 삶의 질 향상을 담보하고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 보편적 복지다”라고 참 많이 외치고 다닌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흔히 평생교육을 기초문해교육, 학력보완교육, 직업능력교육, 문화예술교육, 인문교양교육, 시민참여운동 등 6진으로 구분한다. 그 중 첫 번째 영역인 문해교육은 문자를 이해하고 문자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흔히 ‘비(非)문해율’이라고 하면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뿐만 아니라 글을 읽어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까지를 포함한다.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문해율은 OECD 하위권이다. OECD가 실시한 국제성인문해력 조사 결과, 문해력이 최저수준인 사람의 비율이 38%로 회원국 평균인 22%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실정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2014년 성인문해능력 조사 결과에 의하면, 18세 이상 성인인구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고, 쓰고, 셈하기가 불가능한 인원은 약 264만명(6.4%)으로 추정된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문해교육이야말로 국가책무의 이행이고 사회통합의 출발점이라는 정책기조 아래 비문해 성인들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부여하고, 불편함을 해소해 삶의 질 개선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펼쳤다. 시도 최초로 문해교육센터 설치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보조교재 개발 및 보급, 문해교육 강사 양성, 어르신 자서전 출판, 생활문해교실, 시화전 등의 사업을 통해 많은 도민들께 새로운 삶을 제공했다. 어느 어르신은 배우지 못해 자녀들의 숙제를 봐줄 수 없을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하시면서 이제는 문해교실을 다니며 어디서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글자가 쓰여진 모든 곳이 신기한 꽃들로 가득한 것 같다는 배움의 기쁨을 말하신다. “내 인생에 꽃이 피었어요./‘알록달록’ 신기한 꽃들이 잔뜩 피었어요./은행꽃, 동사무소꽃, 버스꽃……/처음 들어 보는 꽃이에요.”이분의 말씀이 올 한 해 나에게도 최고의 선물이 된 것 같다. 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기고] ‘언성 히어로’ 수원시태권도시범단

‘언성 히어로’(Unsung hero)의 의미는 ‘보이지 않는 숨은 공로자’를 뜻 한다. ‘언성 히어로’란 생소한 단어가 부각된 것은 한국축구의 아이콘이었던 박지성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하면서 각종 유럽 축구매체가 그를 ‘언성 히어로’라고 부르면서부터다. 수원시에도 이와 다른 의미에서의 언성 히어로가 존재한다. 수원시체육회가 운영하고 있는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다. 흔히 각 지자체의 체육을 대표하고 홍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그 지자체가 운영하는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라고 생각한다.수원시 역시 양학선(체조), 유연성(배드민턴), 안창림(유도), 2017년도에 입단하는 2016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김태훈(태권도)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이주용, 임태혁, 이승호 등 민속씨름을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전국체전, 민속씨름대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수원시를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선수들을 통해 나타나는 홍보효과는 그 파급력에 비해 대회 출전결과 등에 국한돼 지속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급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수원시를 홍보하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비해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은 대외적인 소개에서 ‘수원시의 홍보대사’라고 지칭해 왔지만 실제로 그들이 홍보에 관여하는 역할은 스타급 선수에 비해 매우 미비하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 초청을 통해 러시아 순회공연을 함께하면서 수원시태권도시범단에 대한 재평가를 하는 계기가 됐다.수원시태권도시범단은 지난 11월 24일부 12월 7일까지 12박 14일간 러시아 주재 대한민국 대사의 초청을 받아 리페츠크시에서 故 페도로프 러시아태권도협회장 기념 태권도대회를 시작으로, 우드무르트자치공화국에서 두 차례 시범과 나베레즈니예 첼리에서 제8회 러시아 주재 대한민국대사컵 태권도대회로 이어지는 총 4차례의 순회공연을 펼쳤다.이 기간 동안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 보여준 영향력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우리가 러시아의 격투기 황제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의 경기를 보고 열광했던 것처럼 처음 방문한 러시아에서 러시아인들이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 펼친 공연을 보며 열광했고, 공연일정 연장 요청과 함께 단원들을 대상으로 사인 요청도 쇄도했다. 이를 보며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이 공연이라는 장르를 통해 파생시킨 새로운 홍보효과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사실 그동안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은 러시아 외에도 프랑스, 중국, 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와 화성행궁 정기공연 및 각종 국내행사에 초청돼 시범공연을 펼쳐왔다.낯익은 것에 대한 기대심리가 낮은 탓일까 수원시태권도시범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의 역할과 운영방안에 대한 재검토를 생각하게 됐다.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세계무대에 대한 도전이었던 것처럼 수원시태권도시범단 역시 국제교류 행사 참여를 늘리는 등 그 활동 범위를 국외까지 넓혀 운영한다면 기존 스타선수들을 통해 전달되는 홍보효과의 단점 보완과 더불어 스포츠를 통한 홍보효과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보다 수원시태권도시범단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방안과 국외 공연에 따른 새로운 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수원시 홍보의 ‘언성 히어로’가 아닌 진정한 홍보대사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 이내응 수원시체육회 사무국장

[박옥수 칼럼] 왜 엄마 때문에 내가 고통스러워야 해?

미대에 다니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얼굴도 예쁘고 그림도 참 잘 그렸다. 학생은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마음은 항상 어두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학생의 엄마는 스무 살 때 뇌경색으로 시력을 다 잃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죽으려는 마음을 가지고 지냈지만, 그 마음을 버리고 새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맹아 학교에 들어가서 점자를 배우고, 보이지 않지만 길을 걷는 법을 배우고, 생계를 위해 마사지하는 법도 배웠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 학교에서 만난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결혼해 딸을 낳았다. 아이를 낳고 얼마 후 두 사람은 사이가 나빠져 헤어지고 말았다. 아이의 엄마는 눈만 캄캄한 것이 아니라 앞날도 정말 캄캄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엄마 혼자 어린 딸을 키울 수 없어서 친척집에 가서 사정해 아이를 키워 달라고 맡겼다. 부모의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어린 시절 이 학생은 멸시와 천대를 받으며 성장했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반항심이 가득 차 술을 마시고 방탕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면서도 항상 불평과 반항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 삶이 스스로도 싫었던 학생은 굿뉴스코 단원이 되어 1년 동안 탄자니아로 해외 봉사를 떠났다. 그러나 탄자니아에 가서도 동료 단원들과 자주 부딪혔고, 학생은 ‘난 안 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짐을 쌌다. 그때 굿뉴스코 탄자니아 지부장의 아내인 사모님이 이 학생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니?” “아무 일 없어요.” “네가 이야기해야 우리가 네 마음을 알지.” 그러자 이 학생이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사모님은 나에 대해 모르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거예요? 우리 엄마는 소경이에요! 앞 못 보는 소경의 딸로 사는 것이 어떤지 알기나 하세요?”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사모님이 이야기했다. “네 엄마는 너 같은 젊은 나이에 시력을 잃으셨어. 모든 것이 절망으로 변했지. 그리고 얼마 후 너를 낳으셨어. 너는 엄마에게 빛이고, 소망이고, 기쁨이었어. 그런 네가 엄마에게 원망하는 말을 쏟아냈을 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았니?” 학생은 깜짝 놀랐다. 스물 한 살이 되어서야 엄마의 마음을 처음으로 더듬어 보았다. ‘엄마가 나 때문에 얼마나 슬퍼하셨을까?’ 그날 이후 학생은 변했고, 딸과 엄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행복한 모녀가 되었다. 박옥수 칼럼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목사

[사설] 인천 루원시티 사업, 새 생존전략 필요하다

인천시의 루원시티(LU1 City)개발 사업이 10년 만에 재추진된다. 인천시는 지난 2006년 도시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진척되지 못한 루원시티 도시재생 사업을 오는 20일 착공, 2018년 12월 완공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3월 공동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답보상태인 루원시티 사업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를 체결, 각종 인허가 등 사업 추진 절차 준비를 해왔다. 루원시티 개발은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93만3천916㎡ 부지에 77층 쌍둥이 빌딩을 비롯해 아파트 9천666가구(2만4천361명 입주)를 짓고 시교육청을 이전, 교육행정타운 조성 등 입체복합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당초 계획으론 지난 2013년 이미 완공됐어야 했다. 하지만 2008년 국제금융 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어 LH가 건물·토지를 보상했을 뿐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인천시가 LH와 체결한 사업 정상화 합의서엔 루원시티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인 사업성 확보책으로 루원시티 일원을 입지규제 최소구역으로 지정하고 주거 공간 축소, 일반상업 및 중심상업지구 확대 방안 등이 들어 있다. 또 지난 7월 30일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과 내년 3월 개통 예정인 제2외곽순환도로 등 교통 인프라 구축이 루원시티 개발 호재로 작용할 걸로 전망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선 착공 시기가 좋지 않다. 정부는 지난 8월 밝힌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서 택지 공급 물량의 축소를 밝힌 데다 ‘11·3 부동산 대책’과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쏟아져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고 있다. 시교육청 이전 논의도 답보 상태다. 또 그동안 사업의 결정적인 좌초 원인이 됐던 문제점도 그대로 남아 있다. 개발지 조성 원가가 3.3㎡당 2천120만원으로 송도(194만원), 영종(365만원), 청라(407만원)보다 5~10배가량 비싸 사업의 최대 장애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LH가 지금까지 이 사업에 쓴 돈은 토지 보상비 등 1조7천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2억4천만원에 달한다. 사업을 재개하려면 또 1조2천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LH는 이대로 사업을 추진하면 1조5천억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런 악재들을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주민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종합병원과 해외 의료 관광객을 유치할 메디텔(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호텔)·대형 유통시설 등 차별화된 다양한 앵커시설(상권 유도시설)을 유치해 사업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사설] ‘지속가능한 발전’은 지방자치의 핵심 가치다

지방자치는 ‘주민이 주인’이 되고, ‘주민이 행복한 생활자치’여야 한다. 이는 주민 스스로 문화ㆍ복지ㆍ환경 등 삶의 질 개선과 지역발전을 이끌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생활자치 구현이 필요하다. 주민이 진정한 주인으로서 직접 참여하고,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주민을 위한 생활자치를 적극 실천해 나갈 때, 지방자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다. 자치단체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의 병폐였던 표를 겨냥한 선심성 사업을 지양하고 ‘책임있는 행정’을 펴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말은 환경분야에서 많이 사용돼 왔지만 경제에 이어 공공부문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공공부문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에도 존속할 수 있는 책임있는 현재’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배려와 상생, 동반성장이 바탕이 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국가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하고도 의미있다. 경기일보가 이투데이, 한국CSR연구소와 함께 14일 ‘제1회 경기도 지속가능 기초자치단체 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주민 행복을 위해 도내 31개 기초자치단체가 펼치는 다양한 정책을 경제ㆍ사회ㆍ환경ㆍ재정ㆍ거버넌스 등 5개 분야 95개 세부지표로 나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지속가능 대상’을 선정했다. 평가는 통계청ㆍ한국은행ㆍ행자부ㆍ기초단체 등의 공시 자료를 총 망라했으며, 30만 인구를 기준으로 2개 그룹으로 나눠 종합점수 상위 지자체를 대상 수상자로 정했다. 인구 30만 명 이상 기초단체 중에는 수원ㆍ용인ㆍ안산ㆍ화성ㆍ광주시가 대상을 수상했다. 수원시는 ‘좋은시정위원회’ 운영 등 거버넌스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용인시는 온실가스 감축 전국 1위로 환경분야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안산시는 경제분야에서, 화성시는 ‘사회적 경제활동’으로 경제ㆍ재정분야에서, 광주시는 규제 해소에 앞장서 경제ㆍ사회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인구 30만 명 이하 기초단체 중에선 포천ㆍ의왕ㆍ여주ㆍ과천시ㆍ연천군이 수상했다. 포천시는 가구ㆍ섬유산업 특화로 경제ㆍ재정분야에서, 의왕시는 환경분야에서, 여주시는 재정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교육과 복지 도시 과천시는 사회분야에서, 연천군은 DMZ 생태관광 활성화를 통한 통일 전초기지 구축 등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시상을 통해 자치단체들이 추구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의 우수 사례들이 많이 드러났다. 이는 도내 지자체에 ‘지속가능 문화’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지자체는 물론 국가의 정책과 사업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개념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에서 본보의 ‘지속가능 대상’ 시상이 갖는 의미가 크다.

[지지대] 김진욱 색깔의 ‘kt 야구’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한 프로야구 kt wiz가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기존 구단과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에 kt는 3년 동안 팀을 이끈 조범현 창단 감독을 대신해 김진욱 전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신임 김진욱 감독과 조범현 전 감독은 과거 OB 베어스(현 두산)에서 투수와 포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그러나 두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조범현 감독이 과묵하고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지도하는 스타일인 반면, 김진욱 감독은 화통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지도자다.▶지난 10월 1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김진욱의 야구가 아닌 kt만의 틀을 만들겠다”고 했다. 자신의 지도스타일을 반영한 야구가 아닌 신생구단 kt의 고유 색깔을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사령탑 부임 후 수원과 익산에서 한 달여의 마무리 훈련을 통해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주력했다. 방송 해설자로 두 시즌을 지켜보며 kt의 팀 분위기가 신생팀다운 활기와 패기가 실종됐다는 판단에서다.▶김 감독이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시도한 첫 선택은 선수들과의 모바일 메신저 소통이다. 처음에는 낯설어했던 선수들이 이제는 주저없이 감독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 또한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선수들을 가르치지 말라”고 주문했다. 선수를 지도하는 것이 직업인 코치들에게 가르치지 말도록 주문한 것은 ‘주입(注入)’이 아닌 ‘선수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우라’는 의미란다.▶지난달 16일 필자와의 첫 만남에서 김진욱 감독은 “선수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야생마처럼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운동을 즐기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성향이 좋은 선수가 성공한다. 성향의 기본은 인성이다. 인성이 되면 좋은 성향이 만들어지고, 좋은 야구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에 있어서 감독의 성향은 팀컬러의 형성과 성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조범현 감독이 지난 3년 동안 팀 골격을 만들었다면, kt의 인성(팀 컬러)을 만드는 몫은 김진욱 감독의 것이다. ‘자율야구’를 강조한 김진욱 감독과 함께하는 kt의 새로운 야구가 내년 시즌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다가설 지 기대가 된다. 황선학 체육부장

[함께하는 인천] 한국은 기후 악당 국가?

마침내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인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발효됐다. 지난 2015년 12월 파리에서 개최된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발효기준인 비준 국가가 55개국 이상, 비준국의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55% 이상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한 것이다. 한국도 파리협정 비준동의안이 협정 발효 하루 전인 지난 11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가까스로 발효 전에 비준한 나라에 끼게 됐다. 이로써 파리협정은 교통의정서(Kyoto Protocol)를 대체하는 2020년 이후 새 기후체제를 출범시켰다. 일부 선진국 37개국에게만 탄소 배출량 감축 의무를 지게 했던 1997년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선진국, 개도국을 망라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게 됐다. 한국도 기존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으로 편성되어 있지 않아 감축 의무가 없었지만, 이제는 감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감축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12월 6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는 2009년에 발표한 2020년 전망치에서 후퇴한 것으로 2030년 전망치(BAU) 대비 37%의 온실가스 감축하겠다는 것이다.알다시피 BAU라는 것은 감축량을 높여 보이기 위해 만들어낸 가상적인 숫자놀음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대로다. 한마디로 감축시늉만 내고 화석연료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셈이다. 실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정부는 2029년까지 총 63기를 운전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하고 있지 않고, 반면 현재 재생가능에너지 의존도는 전체 에너지비중에 1.1%로 거의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한국의 태도는 최근 국제 기후변화 대응 연구기관들로부터 기후변화에 무책임하고 게으른 국가인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목되어 국제적 망신을 받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이 기후불량국가로 지정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가 이어서만은 아니다. 문제는 온실가스를 가장 크게 배출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지속적인 증설계획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세계 에너지전망 2015 보고서에서도 한국이 이러한 추세로 가면 2030년에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4t으로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세계 주요 국가 중 3번째로 많을 것이라는 비극적 전망을 하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명제를 종종 언급한다.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기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유지. 바로 지구가 그렇다. 각 나라는 온실가스를 쉼 없이 배출하고 있고, 그로 인해 모두 공멸의 길에 접어들고 있으나 그 누구도 먼저 나서길 꺼린다.그래서 기후변화 총회 NGO 활동가들의 손에 들려있는 현수막은 절실하다. ‘There is no planet B!’(또다른 지구는 없다). 정말 이제는 이런 시스템을 유지하는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 조강희 인천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