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조기 대선, 어느 주자가 유리할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본회의에서 가결되면서 박 대통령의 향후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결정되거나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내년 4월 퇴진’ 제안을 받아들이면 조기 대선이 불가피해진다. 따라서 향후 대선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탄핵이든 하야든 조기 대선 시점은 6~8월이 유력하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관측이다. 이 때문에 반년 가량 남은 기간 동안 여야 대권주자들은 선거운동 조직 구성과 선거공약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내년 1월 귀국을 앞두고 있어 내년부터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각 당 대권주자들 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여론조사 지지율, 선거운동조직과 정책조직 구성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박 대통령 비선 최순실 사태로 인한 촛불민심의 수혜도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누리고 있다는 평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지율 등 측면에서 문 전 대표에 비해 한발 뒤처져 있긴 하지만 국민의당의 근거지인 호남을 발판으로 중도보수세력을 포섭하는 데 성공할 경우 파괴력이 커질 수 있다. 반기문 총장은 귀국 후 친박과 비박을 아우르며 정통 보수를 규합하는 가운데 제3지대까지 흡수한다면 예상 밖의 파괴력을 보일 수 있어 보인다. 아울러 반 총장이 야권 분열의 핵으로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민주당 내 다크호스로 호시탐탐 당 대선주자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당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을 듣는 문 전 대표가 호남지역 민심을 회복하지 못하면 대체재로 급부상할 수 있다. 이밖에 새누리당 내 유승민 의원ㆍ오세훈 전 서울시장ㆍ원희룡 제주지사와 최근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젊은 피를 앞세운 보수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은 제3세력과의 연대 등으로 계기를 마련할 경우 문 전 대표를 위협할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총장의 귀국 후 정계개편 여부, 개헌 추진 여부, 최순실 수사 결과 등은 각 주자의 희비를 가를 변수로 주목된다.

촛불의 승리…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찬성 가결[종합]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체제가 시작됐다. 이번 탄핵안 통과로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정국으로 진입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지만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을 방치하고 비리를 저지르게 하는 등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배한 이유로 탄핵을 당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날 오후 3시에 이뤄진 국회 본회의 탄핵안 표결에서 전체 여야 국회의원 300명 중 299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통과됐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소추안을 발의한 야당·무소속 의원 171명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예상되는 무소속 정세균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새누리당 128명 중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찬성에 동참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누리당 친박(친 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의원이 유일하게 투표에 불참했다. 여야 모두 당론 없이 자유표결에 임했으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투표 때는 대조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소추 의결서를 받는 즉시 헌재 판결까지 직무가 정지되며,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아 내치뿐만 아니라 외교·안보까지 총괄하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내각 총사퇴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주류와 비주류 구분없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황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헌재의 심리 기간에 따라 최소 2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갈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180일(6개월) 이내 하게 돼 있고, 헌재 판결 후 60일(2개월) 내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헌재 최종 심판이 나오기까지는 63일이 걸렸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리면 박 대통령이 곧바로 직무에 복귀하고, 권한대행 체제는 막을 내리지만 탄핵심판을 인용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다. 내년 헌재가 3~4월에 인용 결정을 내리면 5~6월 대선이 실시되지만, 국정 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담과 ‘촛불민심’을 감안해 심리 기간을 대폭 단축해 인용 결정을 내리면 빠르면 3월 봄철에 이른바 ‘벚꽃대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이달 중·하순부터 최대 120일 동안 특검수사가 예정돼 있어 특검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이후 헌재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2년만에 대통령 탄핵, 2004년의 노무현과 2016년의 박근혜

12년이 흘렀다. 2004년 3월12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진 날이다. 헌정 사상 두 번째 현직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탄핵안이 234표로 찬성처리됐다. 그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를까. ■ ‘정면돌파’ vs ‘일방통행’= 2004년 3월9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탄핵안을 발의했다. 표결을 하루 앞둔 11일 노 전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을 했다. 당시 출입 기자들과 함께 한자리에서 직접 질문에 답하며 탄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경위야 어찌 됐든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유감 표명을 통해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은 “중대한 국사를 놓고 정치적 체면 봐주기, 흥정하고 거래하고 이런 선례를 남기는 것은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전혀 이롭지 않다”고 말했다.이어 노 전 대통령은 “제가 사과할 일이라면 탄핵문제가 끝나고 나서 그리고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 해석을 둘러싼 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드리고 그래도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사과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고 측근 비리 등으로 경제와 국정을 파탄 냈다는 이유에서 탄핵안은 발의됐다. 노 전 대통령은 ‘정면돌파’를 택한 셈이다. 박 대통령 또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주변인들을 관리 못 한 불찰을 언급하긴 했지만, 국정농단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 피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직권 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강요,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서로 다른 점은 노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던 반면 박 대통령은 1~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보듯 ‘일방통행’ 식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 차례 이어진 담화에서 박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모두 받지 않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리를 떴다. 했던 말들도 애매모호한 것들이 많아 해석이 분분하다. ■ 탄핵 민심 ‘얼음장’과 ‘아궁이’=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탄핵안에 대한 국민의 반대는 65%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은 반대로 퇴진 당일 찬성 여론이 81%에 달했다. 한국갤럽의 12월 2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9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였고 탄핵 ‘찬성’이 81%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 10명당 8명이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와 관련해 5%가 긍정 평가했고 91%는 부정 평가했다. 의견을 유보한 비율은 5%였다(어느 쪽도 아님 2%, 모름ㆍ응답거절 3%). 촛불 참여 인원은 10배가 넘었다. 2004년 3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탄핵 발표 이후 3월20일 광화문엔 13만여 명(경찰 추산)이 모였으며 27일엔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경찰추산 2만 5천여 명)이 촛불을 들었다.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 집회 참여 인원은 기록을 매주 경신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에만 주최 측 추산 170만 명(경찰 추산 순간 최다인원 32만 명)이 모였다. 전국적으로는 230만 명이 넘었다.

정세균 "헌정사 비극 되풀이 안돼…국정 흔들림 없어야"

정세균 국회의장은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관련, "더이상 헌정사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비록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될지라도 국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야 의원을 비롯해 이 엄중한 상황을 바라보고 있고, 국민의 마음 또한 한없이 무겁고 참담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국정은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이제 탄핵안이 가결된 이상 더이상의 혼란은 없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놓여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며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꺼리고 각종 구조조정과 일자리 부족으로 국민은 내일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있다. 얇아진 주머니에 소비는 줄고, 자영업자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공직자들께 당부 드린다. 오늘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상당부분 해소됐다"며 "공직자들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민생을 돌보는 일에 전력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제 탄핵안은 우리 손을 떠났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 국회도 국정의 한 축으로서 나라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민심에 부응하고 민생을 살리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김관영, 탄핵안 제안설명 "손상된 헌법질서 회복 대장정의 시작"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9일 ”우리는 지금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손상된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자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이자 당 탄핵추진단장인 김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17분 동안 읽어내려간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은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헌정의 지속’이며, 이 땅의 민주주의가 엄연하게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국회는 탄핵을 통해 상처받은 국민의 자존심을 치유해 내야한다“며 ”지금국회 앞에서 외치고 있는 국민들의 함성이 들리는가.우리는 오늘 탄핵가결을 통해 부정과 낡은 체제를 극복해 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의원은 ”국회는 오늘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대단히 안타까운 순간에 서 있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과 무소속 의원 등 171명이 발의한 탄핵안에 적시된 ‘헌법위반 사항’ 및 ‘법률위반 사항’을 설명했다.그는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집무집행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며 ”이는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것이자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해 준 신임을 근본적으로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특히 ‘세월호 7시간’과 관련,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에서 국민이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당일 오전 8시 52분 소방본부에 최초 사고접수가 된 시점부터 중앙재해대책본부를 방문한 오후 5시 15분경까지 약 7시간 동안 제대로 위기상황을 관리하지 못하고 그 행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대통령은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고 눈물 흘리는 그 순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최고결정권자로서 세월호 참사의 경위나 피해상황, 피해규모, 구조진행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사실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직무유기에 가까우며, 이는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되는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김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 지지율은 4%대에 불과하며 전국에서 232만명이 넘는국민들이 촛불집회와 시위를 통해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파면은 국론의 분열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론의 통일에 기여할 것이다.이 탄핵소추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권한행사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준엄한 헌법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오늘 표결을 함에 있어 사사로운 인연이 아닌 오직 헌법과 양심, 역사와 정의의 기준으로만 판단해 부디 원안대로 가결하여 주실 것을 간곡하게 호소 드린다“며 ”우리는 역사 앞에서, 우리의 후손 앞에서 떳떳해야 한다.의원님들께서 현명한선택을 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탄핵안 찬성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