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살인' 용의자 "처음 만난 사람 죽이려 했다"

서울 수락산 등산로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피살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노원경찰서는 자수한 용의자 김모(61)씨를 30일 피의자로 특정하고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김씨의 점퍼에 묻은 혈흔과 이후 발견된 흉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 의뢰한 결과 숨진 피해자 A(64·여)씨의 DNA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29일 오전 5시30분께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서 A씨가 홀로 등산하다 목과 배를 여러 차례 흉기로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같은 날 오후 6시30분께 노원서를 찾아와 자신이 A씨를 살해했다며 자수했다. 김씨는 강도살인죄로 15년간 복역하고서 올해 1월19일 출소한 뒤 일정한 거주지 없이 노숙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계동에는 이달 16일 왔고, 같은 날 상계동 한 시장에서 과도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락산에는 범행 전날인 28일 밤 10시께 미리 올라가 밤을 새웠다고 진술했다. 그는 과거 강도살인으로 구속되기 전 노원구에서 공공근로를 한 적이 있어 범행 현장 주변이 익숙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A씨와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진술함에 따라 이번 사건 역시 불특정인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 성격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그렇게 단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사람을 상대로 범행(살인)하기 위해 과도를 샀다"며 "산에 새벽에도 사람이 다니나 궁금해서 올라갔는데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을 죽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A씨를 살해한 후 주머니를 뒤졌다고 진술한데다 범행 대상과 패턴이 2001년 김씨가 강도살인을 했을 때와 비슷하다며 강도살인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김씨가 사실 돈을 뺏으려 사람을 죽였으나 진술만 '묻지마 범행'인 것처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우선 살인 혐의로 신청했으나 구속 후 강도살인 혐의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를 투입, 심리면담 등으로 김씨의 범행 동기를 규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정신병력이 있는지와 상계동에 온 후부터 범행일까지의 행적도 확인하고 있다. A씨 부검 결과 성범죄 등을 의심할 만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자수한 이유에 대해서는 "도와줄 사람도 없고 돈도 없어 포기하는 마음으로 자수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고가밑 컨테이너 생활 10년째 도움 절실한 장애인지원시설

시흥시 장애인정보화협회(회장 민종기)가 10년째 전철 고가 밑 조립식 건물에서 ‘장애인정보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지원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시 장애인정보화협회는 현재 정왕역 인근 철도 고가 밑에 장애인정보화센터를 설치, 운영하면서 정보에 취약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10년째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센터는 개인 사비를 털어 운영되면서도 시설과 교재 등 교육환경이 극히 열악한 실정이다. 센터는 교육청에 평생교육시설로, 시에 장애인 정보화 교육시설로 각각 등록과 신고돼 장애인과 가족, 생활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20대의 컴퓨터로 한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운영체제, OA증급, 포토샵 등 기초반, 실용만, 직능반, 자격증반 등을 운영하면서 1천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수강 중인 장애인만도 기초반 20명, 고급반 10명 등 60명에 달한다. 더불어 장애인 예술단, 저소득 및 소외계층 문화센터, 공부방 등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조립식건물과 컨테이너 등 약 300㎡시설은 지난 2004년 입주 당시 민 회장 사비로 지어졌으며, 철도시설공단에 지불하는 연간 900만 원의 임대료도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장비와 시설이 낙후돼 교육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최근엔 철도시설공단의 퇴거소송에서 패소해 이전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민 회장은 “10년간 정보화센터를 운영하면서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컴퓨터를 익혀 취업,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ㆍ경제적 소외에서 벗어나는 것을 보며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운영했다”며 “수강생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장애인 정보화센터의 이전을 검토했지만, 여러 사정이 있었다”며 “현재 약 7천만 원의 지원예산이 확보된 상태로, 센터와 협의해 사무실 전세보증금을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시흥=이성남기자

[20대 국회, 경기도 과제와 전망] 2. 연정에 힘 보탤까

경기도 연정 2기 출범을 앞두고 연정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0대 국회가 남경필 지사의 연정에 힘을 보탤지 혹은 방관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된다. 지난 2014년 경기지사 취임 후 ‘연정’을 통해 야당과 협력관계를 형성했던 남 지사의 입장에서 여소야대 20대 국회가 여야 간 ‘협치’를 강조하고 있는 점은 일단 고무적이다. 연정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분위기는 조성된 셈이지만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충분조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 지사 역시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대 국회, 연정(협치)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국회 차원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 마련을 당부했다. 정치적 합의만로는 연정이 지속적인 추진력을 갖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연정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특히 남 지사 소속 정당인 새누리당이 오히려 연정에 부정적이어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인 이달 초 “국민의 명령은 연정을 생각할 게 아니라 협치를 우선 생각하라는 것”이라며 거리감을 두었고,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6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연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달 25일 굿모닝하우스에서 열린 남 지사와 20대 도내 국회의원 간 첫 간담회에서 연정을 호평한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소속이고, 이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연정토론회에서 연정을 긍정평가한 의원들도 야당 소속이었다. 연정을 업그레이드하고, 남 지사가 주장한 ‘연정을 통한 정치 리빌딩’ 를 위해서는 새누리당내 연정 공감대 확산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제기된다. 도는 연정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관련, 부지사를 현재 3명에서 5명까지 늘리고, 시·도의원의 부단체장 겸직 허용을 위해 단서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으로 지방자치법 개정을 20대 도내 의원들에게 건의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19대 때인 지난해 9월 새누리당 노철래 전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 됐으나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노 전 의원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공동발의로 참여했던 27명 중 도내 의원 12명이 20대에 여의도에 들어와 법안 재제출에는 문제가 없다. 새누리당은 김명연(안산 단원갑)·신상진(성남 중원)·유의동(평택을)·이우현(용인갑)·함진규(시흥갑)·홍문종(의정부을)·홍철호 의원(김포을) 등 7명, 더민주는 김현미(고양정)·유은혜(고양병)·윤호중(구리)·윤후덕(파주갑)·이찬열 의원(수원갑) 등 5명으로 이들만 합해도 법안발의 최소요건인 10명이 넘는다.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소극적이다. 행자부는 부단체장 정수 확대 등과 관련, 향후 부단체장의 업무 범위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거쳐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법안 통과는 도내 의원들이 얼마나 힘을 모아 여야 동료 의원들과 행자부를 설득하느냐가 문제고, 이를 위해 도가 도내 의원들에게 법안의 필요성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도 선행조건으로 지적된다. 도 관계자는 30일 “연정의 지속성 등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개정과 조례 제정 등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여당이 야당보다 관심도가 낮지만 남 지사의 뜻이 확고하고 새누리당 의원들도 취지에 공감하며 지켜보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에 향후 전망은 긍정적이다”고 밝혔다. 김재민 기자

“20대 국회가 누리예산 갈등 해결나서라”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30일 개원한 20대 국회가 지자체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을 조속히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더민주 백재현 의원(광명갑)과 도의회 정대운 예결위원장ㆍ안혜영ㆍ조광주ㆍ서진웅ㆍ임채호ㆍ송낙영 예결위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 갈등은 지방정부가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이며 균등한 교육ㆍ보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정책으로 적극 추진돼야 할 정책이지만 근본 취지는 실종되고 매년 예산부담의 주체를 두고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도의원들은 “2016년 누리과정 예산 갈등으로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준예산 사태를 맞게 되는 등 중앙정부와 시ㆍ도교육청과의 갈등으로 시작된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지방정부와 교육청 간의 갈등으로 확대됐다”며 “이로 인해 그 피해는 보육및 교육현장의 혼란과 학부모들의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의회 예결위원들은 “도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으로 현재 보육교사 급여 및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집 교사들의 이직 등 보육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며 “누리과정 예산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제도적 정치 마련, 예산 편성의 근거가 되는 시행령의 법률 위반 해소 등 국회 차원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대운 예결위원장은 “누리과정 혼란으로 보육교사와 학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이 심화하고 있다”며 “20대 국회가 이를 시급히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 개원 첫날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진욱 박준상기자

“안산에 아시아 생태계서비스센터 설치를”

제1회 생태계 서비스 파트너십(ESP) 아시아 총회에 세계본부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가한 루돌프 드 흐릇 교수(네덜란드 바흐닝헨 대학)와 로버트 코스탄자 교수(호주 크로퍼드 대학)가 “생태계서비스란 자연생태계가 인간에게 주는 모든 혜택을 말한다”며 “아시아지역 생태계 서비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센터가 안산에 설치되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오는 6월3일까지 안산에서 열리는 제1회 생태계 서비스 파트너십 아시아 총회 공식 개막(31일)에 앞서 30일 안산을 찾은 두 교수는 고잔동 행복예절관에서 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코스탄자 교수는 “ESP는 아시아사무소 설치에 관심이 있다”며 “아시아사무소가 생기면 생태계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확산하는 일이 지금보다 용이할 것이다”고 말했다. 흐릇 교수와 코스탄자 교수는 1997년 ‘네이처’지에 지구 생태계 서비스와 자연자원의 가치가 1995년 기준으로 연간 33조 달러에 이른다는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해 생태계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인 이 분야 최고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에는 그 가치를 2011년 기준으로 연간 145조 달러로 새롭게 추정한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의 아시아사무소 안산 설치 제안에 대해 신윤관 안산환경재단 대표는 “3일 열리는 아시아 총회에서 설치 필요성에 대한 참가국의 제안이 나올 거로 예상한다”며 “이런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이나 아직 시와 구체적인 논의가 오고 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안산은 국가산업단지도 있고 해변도 있어 다양한 생태계 특성이 있다”며 “이런 도시에서 아시아지역 최초로 ESP 총회를 열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ESP는 2008년 결성돼 현재는 세계 전역에서 1천5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하고 65개 전문 그룹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네트워크다. 이번 아시아 총회에는 아시아 국가와 미국, 독일, 호주 등 21개국 300여 명의 환경 전문가와 환경단체 활동가 등이 참여한다. 안산=구재원기자

[사설]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수도권 규제 경기도 정치가 초당적으로 합치면 된다

어두운 전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이다. 경기도민에겐 총선 기간 서운한 기억이 있다. 수도권 규제 강화 내지 유지를 얘기한 정당이다. 주로 충청지역에서 약속했던 공약이었다. 그 더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됐다. 국회 운영의 힘을 사실상 독점하게 됐다. 수도권 규제 강화 내지 유지라는 기조가 쉽게 바뀔 조짐도 없다. 수도권 규제 혁파를 약속하고도 파기했던 과거 국회다. 하물며 수도권 규제 강화를 약속한 더민주당이다. 그래서 걱정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경기도 국회의원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19대 52명에서 20대 60명으로 늘었다. 전체 의석수는 300석으로 같다. 국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7%에서 20%로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서울과 인천까지 합칠 경우 수도권 의석수는 122석에 달한다. 경기도와 인천, 그리고 서울은 수도권 규제 문제에 관한 한 한 덩어리다. 수도권 규제 개혁은 수도권 찬성, 비수도권 반대로 구분돼왔다. 그만큼 경기도에 유리해졌다. 결국, 해답은 초당(超黨)이다. 당을 초월한 애향심(愛鄕心)이다. 경기도 정치에는 이런 초당의 역사가 여럿 있다. 경기고법(현 수원고법) 설치 과정이 그 중 하나다. 현실적으로 청사가 들어설 곳은 수원이었다. 하지만, 경기도 국회의원들 모두가 나섰다. 모두가 지역을 초월했고 정당도 초월했다. 김학용 의원(새누리ㆍ안성)은 기재부와 담판을 벌여 3천억원의 예산을 따냈다. 전해철 의원(더민주당ㆍ안산 상록갑)의 법사위 투쟁은 유명한 일화다. 정당마다 갖고 있는 지역 정서도 희망을 갖게 한다. 새누리당은 총선 기간 내내 수도권 규제 혁파를 얘기했다. 더민주당을 향해 ‘수도권 규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며 공세를 폈다. 그랬으면 이제 그 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 더민주당도 총선 막판 ‘수도권 규제 개혁’이라는 약속은 내놓은 바 있다. 김진표 의원(수원 무)은 “경기도정 2기 연정의 목표는 수도권 규제 개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규제 혁파’는 몰라도 ‘규제 개혁’에는 차이가 없다. 이제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거의 모든 개원 때마다 수도권 규제 혁파를 요구했었다. 그 결과는 ‘찔끔찔끔’ 변화이거나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번 20대 국회도 그렇게 끝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주장하려고 한다. 시대가 달라졌고, 시장이 달라졌고, 의석분포가 달라졌다. 규제를 고쳐야 할 충분한 사정 변경이다. 너나없이 도민의 지지로 등원한 의원들이다. 그 도민들이 수도권 규제 혁파를 원한다. 똘똘 뭉쳐서 풀어내길 바란다.

[사설] 인천 토종기업 한진해운 위기의 교훈

한진해운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인천 토종기업인 한진해운은 오늘(31일) 중구 신흥동 정석빌딩에 있는 인천사무소를 철수한다. 경영 악화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저강도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진해운이 운영비 절감을 위해 취한 고육책이다. 한진해운 인천사무소 철수는 창업 이래 39년만의 일로 경영 위기가 그만큼 절박했음을 뜻한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회장이 1977년 인천을 기반으로 설립한 기업이다. 조 회장은 1969년 국내에선 생소한 컨테이너선을 처음 도입했고, 같은 해 인천항에 한진 컨테이너터미널을 착공, 1974년 처음으로 민자 부두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1977년 컨테이너선 중심의 해운사로 출발한 한진해운은 1988년 대한선주를 합병하며 국내 1위 선사(船社)로 올라섰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30여 개의 현지법인과 4개 지역그룹 산하에 200여 개의 해외지점을 둔 글로벌 해운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2년 조 회장이 타계하면서 형제간 계열 분류를 통해 3남 조수호 회장이 한진해운을 맡았고, 그 역시 2006년 사망하면서 시련은 시작됐다. 2007년 부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을 맡았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에다 무능·방만 경영으로 사운은 기울어 갔다. 그는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까지 7년간 경영하면서 현재 시세의 최고 5배에 이르는 고가의 용선(선박임대)계약을 체결, 2011년 이후 매년 수천억대의 적자를 냈다. 경영난에 비싼 용선료를 제때 지불하지 못해 그동안 연체된 선박 임대료가 1천 100억 원에 달한다. 용선료 연체로 선박이 압류되면 최악의 경우 내년 가입하기로 한 제3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생존 확률이 낮아지는 거다. 뿐만 아니다. 최 전 회장 일가는 지난 달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 신청 직전에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 보유 주식 30억 원어치 전량(97만주)을 팔아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경영권을 넘기기 직전 극심한 경영난에도 2년간 97억 원에 이르는 연봉과 퇴직금까지 챙겼다. 그의 철면피 행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한진해운의 알짜 계열사들을 따로 떼어내 유수홀딩스라는 자기 회사를 차렸다. 이 회사는 빌딩 임대 수익만 한 해 100억 원을 육박하는 걸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을 망쳐놓고 자기 몫만 챙긴 거다. 튼실한 글로벌 해운사도 경영인이 무능하고 사익 챙기기에만 몰두하면 하루아침에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실증한 악례다. 이는 한진해운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계가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지지대] 신인류 ‘○○충(蟲)’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흉물스러운 벌레가 돼 있음을 깨달았다. 등딱지는 딱딱했고, 누운 자세에서 조금만 고개를 든다면 곤충처럼 올록볼록 솟아있는 자신의 갈색 배도 볼 수 있을 터였다. 몸집에 비해 처량할 정도로 얇은 다리는 제멋대로 움직였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첫 대목이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하게 된다. 소설 중 ‘눈 감았다 뜨니 벌레가 돼있더라’는 내용은, 요즘 한국 사회와 꼭 닮아있다. ‘맘충’ ‘한남충’ ‘급식충’ ‘노인충’ ‘진지충’ 등 인터넷과 SNS엔 온갖 벌레들이 득시글거린다. 대한민국에 등장한 신(新)인류 ‘○○충’은 멀쩡한 단어에 벌레라는 의미의 충(蟲)을 붙여 대상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고 있다. 예전에도 ‘책벌레’라는게 있었지만 개념이 다르다. 이때 벌레는 ‘덕후’의 의미가 강했는데, 요즘 ‘충’의 의미는 비하와 경멸, 차별의 의미로 쓰인다. ‘맘충’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mom)를 벌레에 비유한 것으로 ‘자신의 아이만 아는 몰지각한 엄마’를 칭한다. 식당이나 극장 등에서 냄새나는 기저귀를 갈고 테이블 위나 통로에 놓고 나가는 엄마, 커피숍 한 가운데서 컵으로 아이 오줌을 받는 엄마, 카페에서 아이들이 시끄러워도 수수방관하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 엄마, 아이가 공공기물을 파손하자 몰래 도망치는 엄마 등 맘충의 사례는 많다. ‘가부장적이고 여성을 배려할 줄 모르는 한국 남성’을 뜻하는 ‘한남충’도 혐오의 대상이다. ‘맘충’은 주로 남성이, ‘한남충’은 주로 여성이 사용하며 서로를 벌레로 여길 만큼 남녀갈등의 심각성을 보이고 있다. ‘설명충(모든 일을 설명하려드는 사람, 잘난척 하는 사람)’, ‘진지충(매사에 진지한 사람)’처럼 특정 성향의 사람을 지칭하기도 한다. ‘노인충(또는 틀니충)’, ‘급식충’처럼 사회약자를 대상으로도 한다. 혐오 용어는 처음엔 일부 누리꾼의 장난처럼 인식됐지만 최근엔 비하 대상이 되는 집단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처럼 사용되면서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언어에는 그 사회의 모습과 의식이 투영돼 있다. ‘○○충’의 유행은 요즘 세대, 특히 젊은 세대가 혐오 수준을 넘어 분노가 심하다는 반증이다. 남에게 ‘벌레 충’ 자를 붙이며 키득대는 모습은 척박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자 사회병리현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기시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지난 칼럼에 이어 필자는 경기시론을 통해 우리사회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을 연속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시대정신을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라고 정의할 때, 필자는 현재 한국사회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사회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몇 주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사회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련의 논쟁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사례1.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야당과 이를 거부한 정부(보훈처) 간 논쟁! 야당 원내대표와의 회담에서 사회통합을 깨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당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던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는데, 과연 기념곡 지정을 수용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깨는 것인가? 또한 정부의 기념곡 수용 불가의 입장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야당의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정에 공조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과연 기념곡 지정이 현재와 같이 어려운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협력(협치)의 의지를 깰 만큼 중대한 사안일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니는 의미는 기념곡으로의 지정보다 5·18민주화운동이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의에 대한 상징일 것이다. 당시 희생당한 영령들은 기념곡 지정과 한국사회의 통합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 화가 치민다! 사례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 물론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부정부패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이 과연 ‘윗분’들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작은 선물과 조촐한 식사를 통해 서로의 정을 나누는 소시민의 일상에 대한 통제에 불과할까? 그래 좋다! 작은 선물과 식사조차도 하지말자는 취지라고 긍정적으로 이해하자.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김영란법과 같은 법적 규제로 인한 불신의 조장이다. 엊그제 스승의 날 제자들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 5만원이 넘느냐고 물어서 웃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웃을 일이 아니다. 만약 5만원 미만이라고 해도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이상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더러운 세상이다! 사례3. 강남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 살인을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가? 이 사건은 한 조현증 환자가 한 인간을 살해한 것으로 봐야지, 여성을 혐오하는 한국사회의 남성이 혐오 대상인 여성을 살해한 것이 아니다. 물론 한국사회의 성차별 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그러나 치안문제에서 발생한 사건을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로 확대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한 우리사회의 논쟁을 보면서 나 아닌 모두를 갈등의 대상으로 보고 적대시하는 한국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 가슴 아프다! 필자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최근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2~3주 동안의 주제는 어둡고 화나는 내용뿐이었다. 바라건데 이번 주에는 학생들과 가슴 울리는 뿌듯한 사회 이슈에 대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포토에세이] “풍년 농사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