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찾는 사람들] 굳게 닫힌 마음의 문 여는 아이들

“어른들의 눈엔 쉬워 보이나봐요. 애들 문제는 다…”, “공부만 힘든게 아니라 공부 때문에 다 힘든거 같아요” 드라마 학교 2013의 대사다. 요즘 청소년들은 수능, 대학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여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날이 갈수록 이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이 때문에 일부 청소년들은 그들을 둘러싼 ‘학교는 커다란 담장안에 갇힌 감옥’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공부에 일찍이 담을 쌓은 아이들은 학교 담장을 넘어선다. 이른바 일탈과 방황의 시작이다.심지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물론 일부에 한하는 얘기지만, 이들에게도 다시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미운오리에서 백조가 되기까지 김하인씨(21·여)는 2녀 중 장녀로 태어나 맞벌이로 노점상을 하는 부모님 대신에 초등학교 때부터 동생을 돌보며 자라왔다. 부모님은 군밤장사, 슬러시, 닭강정 등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당시 김 씨는 한쪽 다리가 없는 아빠가 부끄러웠다.초등학교 때는 친구들이 행여 아빠를 볼까 집에서 멀리 떨어진 친구 집에 가곤 했다. 또 남들 다 가는 찜질방이나 수영장에 “부모님은 왜 우리랑 같이 못가지” 라는 서러움에 불평, 불만이 많았다. 김 씨는 결국 고등학생이 되던 해 엇나가기 시작했다. 결석하는 것은 기본. 목표도 꿈도 없이 “왜 우리 집만 이럴까”라는 원망스런 생각 뿐이었다. 그녀의 방황은 1년여 동안 계속됐다. 학교에서 학교 밖으로. 공부는 항상 뒷전이었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학교가 있었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이 김씨에게 ‘경기도 꿈드림’을 권유했다. 그 당시 고등학교에서 경기도 꿈드림은 유명했다.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꿈드림만 다녀오면 결석하던 애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언가라도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다니고, 작게 나마라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마음 속 또 다른 김하인을 그리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곳에서는 김씨와 같은 상황에 놓인 또래 아이들이 전부였다. 그녀는 그곳에서 세상과 마주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다녀오고 그녀는 부모님 앞에 다시 섰다. 눈물이 흘렀다. 한쪽 다리가 없는 아버지를 보며 괜시리 지난 날이 후회스러웠다. 그날 부모님은 김하인씨를 아무 소리없이 안아줬다. 김하인씨는 현재 대학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그녀의 꿈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봉사하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 김씨는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며 “철 없던 시절 부모님을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과 방황하던 시절이 한없이 부끄럽지만, 이제는 부모님에게 좋은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수원지법 Hi School 프로젝트 방황을 벗고 희망을 입다…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쿵쿵’하고 벅차오릅니다” 지난 8월10일 오전 9시30분께 수원의 한 중학교 교실에 조금은 특별한(?) 학생 18명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옆에 앉은 짝꿍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 채 안절부절못한 모습이었다. 이 와중에 교실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깼다.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을 필두로 이동원 수석부장판사, 윤웅기 소년부 판사가 뒤를 이었다. 또 경기도학교밖지원센터와 경기도 관계자가 차례로 들어왔다. 이날 개교한 ‘Hi School(얘들아 학교가자)’의 입학식 모습이다. Hi School은 수원지방법원과 경기도, 경기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뜻을 모아 보호처분을 앞두고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의 학업복귀를 돕고자 만든 시범적 소년심판절차다. 학생들의 복학을 돕는 것이 주요 목표다. 성낙송 수원지법원장이 교장을, 이동원 당시 수석부장판사가 교감을 맡고 소년부 판사 3명이 학급 담임교사로 활동했다. 입학식이 열린지 4개월이 지난 현재 아이들에게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학교 복학에 성공했다. 이 중 2명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자격증 취득과 인턴십 참여 등 학업으로의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Hi School에 참여한 A군(18)은 “여름 중 가장 더운 8월, Hi School을 다녀오고 나서 학교가 정말 그리워졌다”면서 “배달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살았던 지난 날들을 잊고 마음 속으로 ‘졸업’이라는 단어 품고 학교를 나가고 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아이들은 아직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당시 Hi School에 참여한 윤웅기 판사는 “Hi School참여 이후 학교로 간 아이도 있지만 아직까지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꾸준히 연락을 통해 또 다른 길이 없는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인터뷰]김형근 경기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팀장“때로는 형, 때로는 아버지처럼열정으로 지켜낸 아이들 미래”“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이들의 손을 잡고 13년째 연애 중입니다”경기도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김형근 팀장(40)은 13년째 학교 밖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있다. 그는 다소 까칠하고 다가가기 무서운(?) 인상을 가졌지만, 아이들 일이라면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다. 또 그에게는 특별한 별명이 있다. ‘버팀목’이다. 10년이 넘도록 아이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자식이 잘못하면 내 탓’이라고 말하는 부모처럼 그는 시설과 소년원 등을 제 집 드나들듯 하는 아이들과 어려운 형편에 놓인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형으로, 때로는 아버지로서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 팀장이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02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중학교와 초등학교를 돌며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그는 사회와 학교를 사이에 둔 방황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됐다. 친구가 내뱉은 말 한 마디에 방황과 평범을 오가는 일상을 보며 점점 아이들을 도와야겠다는 꿈을 피우게 됐다. 결국 2002년 졸업과 동시에 군포의 한 청소년 중장기 쉼터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그곳에서 검정고시를 가르쳤다. 피곤함도 잊은 채 그는 날이 밝도록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그의 일상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13년이 흘렀다.김 팀장은 “쉼터에서 처음 만났던 아이들이 지금은 건강한 사회인이 됐다”며 “사회복지사, 피자집 점장, 직업 군인 등으로 성장해 이제는 나에게 힘을 보태주는 후원자가 됐다”라고 말했다.이어 “그 당시 쉼터도 여건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나날을 다 잊을 수 있었다”면서 “힘이 닿는 날까지 아이들 곁에서 희망과 꿈을 심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를 벗어나 있어 막막하고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청소년전화(지역번호+1388)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민훈기자

[사설] ‘내 복지’ ‘네 복지’가 부른 누리예산 파국

새해 출근 첫날부터 누리 예산 파국이 현실화됐다. 유치원생과 어린이집 아동 1인당 월 22만씩 지급되던 누리 예산이 중단됐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는 운영비의 절반이 사라진 것이다. 방법은 세 가지뿐이다. 식비 등 아이들에 대한 처우를 반 토막으로 줄이거나 자비로 부족분을 충당하거나 아니면 부모에게 청구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가능한 방법은 없다. 모두들 눈앞의 사태를 지켜보고만 있다. 직접적으로는 유치원생 19만8천명, 어린이집 아동 15만6천명이 피해자다. 여기에 60~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아이들의 부모도 피해자다. 정치권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누리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쪽에서는 ‘지방 자치를 말살하는 중앙 정부의 밀어내기식 복지 부담’이라고 말한다. 누리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쪽에서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 옳지 않다. 누리 예산 파국의 출발은 정치다. 정치가 만들어 놓은 포퓰리즘이 원인이다. 그 포퓰리즘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을 서로 차지하려고 벌이는 속 좁은 정치 싸움에서 시작했다. 2009년 경기도에 무상급식이 등장했을 때를 돌이켜 보자. 지금의 새누리당은 결사반대했고, 지금의 민주당은 당 운을 걸고 밀어붙였다. 그리고 5년여가 지난 지금, 이번에는 경기도에 누리 예산이 등장했다. 그때의 민주당은 지금 결사반대하고, 그때의 새누리당은 지금 당 운을 걸고 밀어붙이려 한다. 다 같은 복지다. 차이라면 한 가지다. 무상급식은 민주당의 것이었고, 누리 예산은 새누리당의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누리 예산을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이라며 반발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을 지방 정부에 떠넘긴다는 논리다. 2009년 무상급식 논란에서는 새누리당이 같은 논리를 전개했다. 야권 소속인 김상곤 교육감이 내놓은 공약을 여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떠넘긴다는 논리였다. 데자뷔가 따로 없다. 어쩌면 이토록 똑같은 논법으로 정 반대의 주장을 펴는지 모르겠다. 결국 ‘내 복지’ ‘네 복지’ 싸움이다. ‘내 복지’는 무조건 금과옥조라며 챙기고, ‘네 복지’는 무조건 포퓰리즘이라며 거부한다. 삼척동자도 눈치 챌 무상복지 계산법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도내 지자체는 수천억원의 무상급식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청년들에게 100만원씩 안겨 주지 못해 안달하는 지자체도 있다. 내 지역에서 내 지자체가 힘들어하는 누리예산 문제임에도 선뜻 편들어 줄수만 없는 이유다.

[사설] 인천도시公, 영세민 임대주택 관리비 내려라

영구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사회보호계층의 가슴에 또 피멍이 들고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관리 운영하는 영세민 임대 아파트 관리비가 송도 신도시의 최고급 아파트보다 비싸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도시공사가 관리 운영하는 영구임대 아파트 3곳에 입주한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부담하는 월 관리비는 ㎡당 최고 3천557 원에 달하는 데 비해 송도 신도시 최고급 아파트 입주자는 2천 원 안팎을 내고 있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상식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무주택 최저 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인천도시공사가 관리 운영하는 영구임대 아파트엔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한 부모 가정 등 사회적 약자가 입주해 있다. 연수구 영구임대 아파트의 지난해 관리비는 ㎡당 3천557 원, 선학동 영구임대 아파트는 3천97 원, 연희 해드림 국민임대 아파트는 2천804 원에 달한다. 반면 분양가가 ㎡당 1천만 원을 웃도는 송도캐슬해모로·송도롯데캐슬·송도더샵엑스포 등 아파트 관리비는 각각 2천9 원, 2천296 원, 2천243 원이다. 영구임대 아파트 관리비가 평균 1.5배나 비싼 거다. 특히 청소·건물관리비 등 입주 세대가 똑같이 나눠 내는 ‘일반관리비’는 ㎡당 808 원대 263 원으로 최대 4배가량 비싸다. 인천도시공사가 부과한 관리비가 적정한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겨울철엔 중앙난방 방식도 문제다. 개별난방에 비해 난방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가스 요금이 오르면 난방비 폭탄을 맞기 일쑤다. 인천도시공사측은 개별난방으로 변경하려면 20억 원이 필요한데 공사 재정상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용관리비도 비싸다. 연수 영구임대 아파트의 공용관리비는 ㎡당 1천832 원에 달해 송도캐슬해모로 아파트의 685 원에 비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공용관리비가 비싼 건 임대 아파트에 장애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도 통합 경비실이 구축되지 않아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장애인을 위해 경비원을 동별로 24시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경비원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렇긴 해도 이처럼 임대 아파트 전체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보다 비싼데도 인천도시공사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고통은 주거비 문제다. 인천시는 부산시가 지난 2011년 임대 주택에 대한 지원 조례를 제정한 걸 참고해 사회적 약자의 공동주택 관리비를 보조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지대] 교단이 두려운 교사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장래 희망직업으로 교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경우 여학생의 15.6%, 남학생의 9%가 희망직업으로 교사를 꼽았다. 중학생도 여학생(19.4%)과 남학생(8.9%) 모두 희망직업 1위로 교사를 꼽았다. 초중고생 학부모들도 자녀의 희망직업으로 교사를 가장 선호했다. 반면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교사의 36.6%, 10명 가운데 4명은 직업을 다시 선택한다면 교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도 20.1%나 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교사인데 정작 교사의 상당수는 교사라는 직업을 후회하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니 아이러니다. 지난달 23일 이천의 한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이 30대 남자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며 폭언을 했고, 한 학생은 보란 듯이 이를 촬영해 SNS를 통해 퍼뜨렸다. 수업시간에 교실 안에서 학생들에 의해 이런 폭행이 버젓이 자행된 것을 보면 상습적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 빗자루 폭행’ 사건과 관련, 최근 교권 추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에 의하면 2010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총 2만6천411건의 교권 침해가 있었다. 2010년 2천226건에서 2011년에 4천801건으로 두 배 이상 늘더니 2012년에는 7천971건이나 됐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5천562건, 4천9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과 욕설이 1만6천485건(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업진행 방해가 5천538건(21%)이고, 폭행도 436건(2%)이나 됐다. 여교사 성희롱도 375건에 달했으며,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412건이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찾아와 아이들 앞에서 욕을 하거나 소리치기 일쑤고, 심지어 따귀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매 맞고 욕 먹는 이런 현실에서 교사들이 제대로 스승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교사들은 험한 꼴 한번 당하고 나면 교육적 신념과 의욕이 모두 무너진다고 한다. 교사가 된 걸 후회하고, 교단에 서기가 겁나고, 교단을 떠나고 싶단다.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교권 존중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논단] 역시 먹고사는 것이 문제

사람의 몸이 가지는 에너지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선천적인 것은 유전적인 소인과 출산 전의 환경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출생과 동시에 결정된다. 후천적인 것은 말 그대로 출생 이후에 생겨나는 에너지로 외부에서 공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외부에서 들여오는 원료는 공기와 음식물, 그 두 가지다. 호흡으로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는 것이 생명유지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니 논외로 하고, 음식물로 받는 에너지, 즉 수곡지기(水穀之氣)의 중요성을 강조하려 한다. 우리가 움직이고 생각하고 각종 대사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연료로서의 음식섭취가 우선 떠오를 것이다. 숨쉬고 말하고 보고 걷는 일상은 물론 무거운 것을 나르고 먼 거리를 달리는 힘든 신체활동도 음식을 통해 얻는 에너지에 의해 이루어진다. 잘 먹지 못하면 힘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음식물은 우리 몸을 만든다. 매일 수천, 수만 개의 세포가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머리카락이 자라고 피부는 재생되며 적혈구가 만들어지고 바이러스를 물리칠 면역세포도 태어난다. 이러한 모든 것이 내가 먹는 음식을 원료로 사용하게 된다. 특히 적은 양으로도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호르몬, 효소, 전해질들은 원료의 부족으로 변화가 생기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몸을 만들고 발달시키며 전체 대사과정을 이루는 수곡(水穀)의 중요성은 소아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 키가 크고 몸이 커지는 것은 물론 몸 전체의 신경계 혈관계가 발달하고 뇌의 기능도 날마다 새로워지는 소아에게서 그 원료가 충분히 공급되는 일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가 없다. 선천으로 받은 계획서대로 성장하고 기능이 발달하며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펼쳐져야 할 때 그에 꼭 필요한 원료가 제대로 공급되어야 한다. 비위(脾胃)가 수곡(水穀)을 받아들여 후천의 근본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다. 소화기관이 음식을 통해 그 에너지와 원료를 흡수하는 것이 출생 후 사람의 근본이 된다는 말로 소화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이다.우리가 먹은 음식을 잘게 부수고 나누어 필요한 것은 흡수하고 불필요한 찌꺼기는 배출하는 소화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몸 전체의 기능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는 산해진미가 있다고 한들 먹지를 못하거나 먹어도 온전히 좋은 것을 내 몸에 들이질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비위의 기능이 약해서 나타나는 소아식욕부진이나 장흡수장애, 만성설사가 장기적으로 소아의 성장발달을 지체시키며 여러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실제 임상에서도 비염, 아토피, 천식 등의 소아질환에서 소화기능이 떨어져 있다면 증상의 개선보다 소화기능회복을 더 우선으로 둔다. 잘 먹고 잘 싸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치료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성인에 있어서도 최근 증가하는 역류성 식도염과 만성위염 등 질병 상태가 지속되면 다른 신체기능에도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화기관의 건강상태가 다르면 같은 음식을 먹어도 그 결과가 달리 나타나게 된다. 주변 사람과 같은 음식을 먹고 나만 병이 날 수도 있고 혼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먹는 것이 내 몸의 근본이 됨을 기억하고 내가 먹는 것과 그것을 잘 소화시키는 것에 조금 더 관심을 두면 좋겠다. 이재수 다올한의원 원장

“돈봉투가 교육 병들게 한다 불법찬조금 처벌 강화해야”

인천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감이 학부모로부터 불법찬조금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본보 4일 자 21면)된 가운데 불법찬조금 문제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관련 처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인천지부(이하 참학)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인천의 A 사립고교 B 교감이 학부모로부터 불법찬조금 성격의 돈을 받은 것에 대해 “인천시교육청은 서울시교육청처럼 직무 관련 10만 원만 금품을 수수해도 ‘파면’ 또는 ‘해임’하는 공무원 징계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앞서 A 사립고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 B 교감이 한 학부모로부터 50만 원이 든 봉투 2개를 받아 교직원 회식비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12월 17일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불법찬조금은 자발적인 의사에 반한 모금 조성 행위(일정액 할당, 개별 면담 또는 전화를 통한 강요 등), 학교발전기금회계에 편입하지 않는 모금 조성 행위, 법령에 포함되지 않는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모금 조성 행위(교직원 인건비, 선물비 등) 등에 해당하며, 관계 교원의 불법찬조금 조성 인지 정도나 금액 규모에 따라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올해 지역에서 불법찬조금 의혹을 사거나 시교육청 감사를 통해 적발된 학교가 수십 곳에 이른다. 이와 관련, 참학 관계자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불법찬조금 수수는 단순히 촌지가 아닌 우리 교육을 병들게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자

보육대란 막아라… 인천시 ‘錢錢긍긍’

인천시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인천시의회에 재의를 요구(본보 2015년 12월 30일 자 1면)한 가운데 인천시가 보육 대란 막기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4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시의회가 ‘2016년도 인천시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에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6개월분 561억 원을 편성한 데 대해 재의를 요구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시는 당장 보육 대란을 막을 대책을 강구 중이다. 현재 검토 중인 대안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25~30%(매달 25억 원가량)인 담임 수당을 시교육청에 줄 법정전출금의 자금 일부로 우선 처리하고, 나머지 보육료(매달 75억 원가량)는 카드사가 대납한 이후 재의 결과에 따라 시교육청으로부터 돈을 받아 되갚겠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달부터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카드사 대납 방식과 법정전출금의 자금 일부를 혼용하는 형태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논리나 기관의 입장만 내세워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을 볼모로 잡으면 안 된다”며 “필요하다면 이청연 시교육감을 만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진철 시교육청 대변인은 “이 교육감은 유 시장과의 협의를 언제든지 환영하겠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김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