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거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유신 시절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되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며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 의식을 드러내는 등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우째 이런 일이…"라는 말이 시중의 유행어가 되기도 했으며, 1995년에는 일본 정치인의 '망언'을 가리켜, 2008년에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공천을 두고 각각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고 하는 등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음은 김 전 대통령의 주요 어록. ▲순교의 언덕, 절두산을 바라보는 이 국회의사당에서 나의 목을 자른 공화당 정권의 폭거는 저 절두산이 준 역사의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야 만다. (1979년 국회의원에서 제명되자) ▲10·26 뒤 나는 대통령이 돼 꼭 4년 단임을 하고 물러나고 싶었다. 그러나 83년 단식투쟁을 통해 대통령을 하겠다는 욕심을 완전히 버렸고, 이런 생각을 버리게 해 준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1985년 한국일보 인터뷰) ▲노태우씨는 전두환 대통령과 같은 군인 출신으로서 12·12 사태를 일으켰고, 일선 군부대를 빼내 쿠데타를 한 사람이다. 쿠데타 한 사람이 대권을 잡는 것은 군정의 연장이다. (1987년 관훈클럽 토론에서) ▲단식 이후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설산을 바라보니 더 비워야겠다는 아쉬움이 살아나는 것 같다. (1987년 지리산 등반 중 기자회견에서) ▲산행 도중에 많은 낙오자도 있었다. 민주화도 이와 같다. 민주화의 길은 그만큼 고행의 길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민주화 산행에 있어서 최종 고지의 200m 전방에 와 있는 셈이다. (1987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 후보 지명은 축제 속에 이뤄져야 한다. 박종철군 사건으로 온 국민이 우울한 지금, 민정당의 6·10 전당대회에서 하는 대통령 지명대회는 초상집에서 춤을 추는 격이다. (1987년 국회의사당 단식농성 중 인터뷰에서) ▲선거혁명을 통한 민주화가 내 지론이었으나, 이 정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젯밤과 오늘 내내 생각한 끝에 이 정권을 완전히 타도할 것을 결심했다. 나는 박정희 정권을 타도시킨 사람이다. 기필코 전두환 노태우 정권을 타도할 것이다. (1987년 대통령 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 ▲신한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 눈물과 땀이 필요하다. 고통이 따른다. 우리 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 (1993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리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우리가 먼저 고통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 나는 대통령인 나 자신이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하는 바이다. (1993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추석 때 떡값은 물론 찻값이라도 받지 않을 것이다. (1993년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자금을 받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새 정부에 있어 국가기강 확립의 대도(大道)는 하나도 윗물 맑기요, 둘도 윗물 맑기다. (1993년 국가기강확립 보고회의에서 고위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하면서) ▲우째 이런 일이…. (1993년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과 관련해서)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이 고통이 되도록 하겠다. (1993년 신경제계획 민간위원과의 조찬에서) ▲요즈음 개혁을 하다 보니 환부 하나를 찾아내 도려내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한다. 32년의 권위주의 시대가 만든 '한국병'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실감한다. (1993년 주요 인사 접견에서) ▲너무 급히 달려도 위험하지만 달리다가 멈추면 쓰러진다. (1993년 모범수출업체 대표들과 오찬에서 개혁의 속도를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면서)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진다. (1993년 금융실명제에 관한 특별담화문에서) ▲아직도 골프를 열심히 치십니까. (1993년 경제5단체장 회식에서) ▲군 개혁을 단행해 문(文)은 문답게, 무(武)는 무답게, 문과 무가 각기 제자리를 찾도록 했다. (1993년 계룡대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사랑을 받지만, 또 한편으로는 달리는 기차를 보고도 짖는다. 그러나 개가 짖는다고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1994년 '개의 해' 의미를 되새기며) ▲대통령으로서 정도를 걷고 당당하게 대도를 가겠다. (1994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 분할론'을 부인하며) ▲지지율이 90%를 넘을 때는 너무 높아서 어지럽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민주국가에서는 반대도 있을 것이니,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1994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분노와 저항의 시대는 갔으며, 투쟁이 영웅시되던 시대도 갔다. (1993년 서울대 졸업식 치사에서) ▲북한이 무모한 핵개발을 계속하며 서방의 인내를 시험한다면 반드시 자멸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한다. (1994년 민주평통 운영위원 접견에서) ▲보름 후면 남북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 민족의 장래를 위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키로 했는데 이 소식을 접하면서 아쉽게 생각한다. (1994년 북한 김일성 주석 사망 소식에) ▲태풍을 기다리는 것은 밤에 도둑이 들기를 기다리는 것 같지만, 태풍이라도 와 비가 내렸으면 한다. (1994년 극심한 가뭄에 대한 심정을 토로하면서) ▲남북한 사이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 (1994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로마제국은 외침이 아니라 내부 부패로 망했다. (1994년 인천 북구청 세무비리 사건에 대한 엄단을 지시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참담한 심경과 허탈감, 정부에 대한 질책과 비판의 소리를 들으면서 대통령으로서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관련 대국민 특별담화에서) ▲이번 기회에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1995년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치인의 거듭된 망언에 대해) ▲저의 임기 중 대통령 중임제 도입이나 정경유착의 온상이 될 내각제 채택을 위한 개헌, 또는 어떤 형태의 개헌도 단호히 반대할 것이다. (1996년 신한국당 전당대회 치사에서) ▲북한이 국지전을 일으키면 전면전으로 갈 수 있다. (1996년 여야 및 국회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이라고 여기고 있다. (1997년 차남 현철씨의 한보사태 이권개입 의혹에 대해) ▲최 의원 나요, 나. 빨리 일어나야지.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의식 불명인 최형우 의원을 문병하면서) ▲정상에 오르면 반드시 내려갈 때도 생각해야 한다. (1997년 LA다저스 박찬호 선수 가족 초청 오찬에서) ▲국민들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1999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회동에서) ▲아버지와 딸은 다르다. (2001년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를 평가하면서) ▲나도 23일간 단식해 봤지만, 굶으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방문해 단식 중단을 종용하면서) ▲버르장머리 고쳐줘야 한다. (2008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가 엉망이라고 비판하면서)연합뉴스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을 지낸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22일 새벽 서거했다. 향년 88세. 김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0시 22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패혈증과 급성심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오병희 서울대병원장이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오께 고열과 호흡곤란 증상으로 입원했으며, 상태가 악화돼 21일 오후 중환자실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고 오 원장은 설명했다. 서거 당시 김 전 대통령 옆에는 차남 현철씨 등 가족이 자리해 임종했으나 부인 손명순 여사는 곁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제14대 대통령을 지낸 김 전 대통령은 올해 88세로, 고령인 데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종종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왔으며, 그때마다 며칠씩 입원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일 입원하기 전에도 이달 10일 검진 차 병원을 찾아 17일까지 입원한 뒤 퇴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로 한국 현대정치를 양분해 이끌어왔던 김대중·김영삼으로 상징되는 '양김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927년 12월20일 경남 거제군 장목면 외포리에서 아버지 김홍조(金洪祚)와 어머니 박부연(朴富蓮)의 외아들로 태어난 김 전 대통령은 장목소학교, 통영중학교,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1954년 3대 민의원 선거에 최연소로 당선돼 제 5·6·7·8·9·10·13·14대 국회의원까지 9선 의원을 지냈다. 야권 후보단일화에 실패한 채 통일민주당 후보로 독자출마한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민주정의당 노태우(盧泰愚) 후보에게 패해 2위로 낙선했다. 하지만 민주정의당ㆍ신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을 통해 탄생한 거대 여당 민주자유당에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다'고 합류, 박철언 전 의원과의 사활을 건 대결 끝에 대선후보를 쟁취했다. 1992년 대선에서 필생의 라이벌 김대중(金大中)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돼 '군정 종식'을 이뤄내며 '문민시대'를 열었다. 김 전 대통령은 야당 당수 세 차례, 야당 원내총무 다섯 차례를 역임하며 평생의 민주화 동지이자 정치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군사정권에 맞섰다. 양김의 '상도동·동교동'은 민주화 세력의 양대 산맥으로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40대 기수론'을 내세운 야당 당수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다 1979년 총재 직무를 강제로 정지당하고 의원직에서도 제명되는 고초를 겪었다. 신군부 정권 시절이던 1980년대 들어서는 23일간의 단식 투쟁, 장기간의 가택연금 등의 모진 정치적 박해와 고난을 겪으면서도 민주화추진협의회 결성, '87년 6월 항쟁' 주도 등을 통해 민주화 운동을 이끌며 군사정권 기반 약화와 직선제 개헌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대도무문'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화 투쟁과 인권 증진의 외길을 걸으면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자신의 신조처럼 군사독재 종식과 민주체제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재임 기간 '칼국수'로 상징되는 검소함과 청렴함을 표방하면서 하나회 청산과 금융·부동산 실명제 도입, 지방자치제 실시, 전방위적 부패 척결 등을 통해 사회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임기 중 친인척 비리와 외환 위기에 따른 국가 부도 사태 초래로 임기 초반 누렸던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대부분 상실하며 정치적 그림자도 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호남지역을 포위한 '3당합당', 상도동으로 대변되는 '가신정치'는 부(負)의 유산으로 기억된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PK(부산·경남)를 지역 기반으로 삼은 민주화 세력을 일컫는 '상도동계'의 영원한 리더로서 오랫동안 현실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평생 거르지 않다시피한 새벽 조깅과 영문이니셜 애칭 'YS'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유족으로는 부인 손명순 여사와 딸 혜영(63), 혜정(61), 혜숙(54)씨, 아들 은철(59), 현철(56) 씨 등 2남 3녀가 있다.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이 '야구 종가' 미국을 따돌리고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미국을 8대0으로 눌렀다. 조별예선에서 3승 2패로 B조 3위를 차지하고 8강에 올랐던 한국은 쿠바, 일본을 차례로 꺾은 뒤 미국까지 제압하고 프리미어 12 첫 대회 우승국이 됐다.한국은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1억6천만원)도 챙겼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3·4위 결정전에서는 준결승에서 한국에 3대4로 역전패한 일본이 멕시코에 11대1,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3위를 차지했다.이날 한국은 박병호가 3점짜리 쐐기 홈런을 터트리고 김현수도 5타수 3안타로 3타점을 올리는 등 장단 13안타로 미국 마운드를 두들겨 완승을 거뒀다. 선발 김광현은 5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삼진 5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막아 우승에 힘을 보태고 명예회복에도 성공했다.1회 선두타자 정근우가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2루까지 훔친 한국은 후속 이용규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려 선취점을 올렸다. 한국은 3회 첫 타자 이용규가 볼넷을 고른 뒤 김현수가 우중간 담장을 맞추는 2루타를 쳐 한 점을 보탰다.잔루가 많고 득점이 적었던 한국은 4회 타자일순하며 대거 5점을 뽑았다. 1사 후 김재호가 좌전상 2루타로 포문을 연 한국은 정근우의 내야안타,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으로 만루 찬스를 잡았고, 이어 김현수가 우익수 쪽 2루타로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이어 그동안 오랜 침묵으로 마음고생 했던 박병호가 한 방을 터뜨렸다. 2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미국 두 번째 투수인 브룩스 파운더스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박병호의 홈런으로 한국은 7대0으로 달아났다. 한국은 9회 2안타와 볼넷을 엮어 2사 만루를 만든 뒤 정근우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내 한 점을 더 쌓았다.조성필기자
21일 오후 4시께 경북 예천군 감천면의 한 저수지에서 A(45)씨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자 가족이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A씨의 시체는 이날 저수지 인근을 수색하던 경찰과 소방당국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유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에 멧돼지 2마리가 나타나 강동구청 엽사가 사살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께 이 아파트에 멧돼지가 나타나 활보하기 시작했고, 주민 양모(22·여)씨에 부딪쳐 손목과 무릎에 타박상을 입혔다. 주민 신고로 출동한 강동구청 엽사와 119 구급대원이 멧돼지 포획에 나섰으며, 엽사는 아파트 인근 주차타워에 있던 100㎏짜리 수컷 멧돼지를 사살했다. 엽사와 구급대원들은 추가로 출몰한 멧돼지의 행방을 쫓다가 인근 공사장에서 80㎏짜리 한 마리를 사살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8시 1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의 한 간판 작업장에서 불이 났다. 불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의 건물 2채 615㎡를 태워 9천700만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
김광현(28·SK 와이번스)이 왼 주먹을 불끈 쥐고 더그아웃으로 뛰어들어갔다. 그가 가장 기분 좋을 때 하는 동작이다. 김광현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 미국과 결승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4안타만 내주고 무실점했다. 대회 기간 내내 침울했던 김광현이 결승전에서 미소를 되찾았다. 이날 호투의 백미는 2-0으로 앞선 3회말 2사 1, 2루 위기를 넘기는 장면이었다. 김광현은 3회 2사 후 제이콥 메이와 엘리엇 소토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김광현이 이날 처음 맞은 위기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차분했다. 애덤 프레이저의 바깥쪽을 공략해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를 만든 김광현은 주 무기인 시속 135㎞짜리 슬라이더로 바깥쪽을 다시 한 번 공략했다. 프레이저의 배트는 허공만 갈랐다. 헛스윙 삼진 아웃을 잡은 김광현은 왼 주먹을 쥐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더그아웃을 향했다. 4회 위기도 무사히 넘겼다. 김광현은 7-0으로 앞선 4회말 선두타자 맷 맥브라이드에게 좌월 2루타를 맞았다. 그러나 타일러 패스토니키의 빗맞은 타구를 직접 잡아 송구했다. 김광현의 송구는 스리피트라인 안쪽으로 달리던 패스토니키의 어깨를 맞았다. 송구의 길을 막는 수비방해다. 이런 상황의 수비방해는 김광현의 송구가 정확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광현의 빠른 포구와 정확한 송구가 만든 판정이었다. 김광현은 댄 블랙과 조 스클라파니를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5회에 김광현은 더 신이 났다. 김광현은 1사 후 브렛 필립스와 존 메이를 연속 스탠딩 삼진으로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김광현은 이번 대회 예선전에 두 차례 등판해 아쉬움만 남겼다.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 개막전에서 2⅔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15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미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는 초반 호투를 펼치다 5회 무너지며 4⅓이닝 4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꼽혔던 김광현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한 기록이었다. 더구나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당한 2패를 모두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당했다. 김인식 감독은 또 한 번 김광현에게 신뢰를 보내며 명예 회복할 기회를 줬다. 사실 우려도 컸다. 김인식 감독은 김광현이 흔들리는 상황이 오면 조기 교체 카드도 고려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완벽한 투구로 마운드를 지켰다.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한국은 김광현의 호투 속에 6회말이 진행되는 현재, 7-0으로 크게 앞서 있다. 연합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박병호(29·넥센 히어로즈)가 일본 야구의 심장 도쿄돔에서 야구 종가 미국을 상대로 대형 스리런 아치를 그렸다. 박병호는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미국과 결승전에서 4-0으로 앞선 4회초 2사 2, 3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브룩스 파운더스의 시속 138㎞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외야 관중석 상단에 꽂히는 3점 홈런을 쳤다. 비거리는 130m로 측정됐다. 타구는 3루쪽 파울 폴보다 높이 날아갔고, 외야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3루심 미국의 폴 길은 팔을 파울 라인 안쪽으로 흔들며 '홈런 사인'을 냈다. 답답했던 박병호의 가슴을 뚫어준 통렬한 한 방이었다. 이날 전까지 박병호는 타율 0.192(24타수 4안타)로 부진했다. 박병호는 14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B조 예선에서 이번 대회 첫 홈런을 치긴 했지만, 다시 침묵했다. 19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쳐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박병호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파운더스는 몸쪽 공 2개를 연속 던지며 박병호를 위협했다. 그러나 박병호는 물러서지 않았고, 볼 카운트 2볼에서 파운더스의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특유의 호쾌한 스윙으로 대형 홈런을 만들었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을 돌파하고,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 진출을 시도했고 1천285만 달러를 제시한 미네소타 트윈스와 연봉 협상 중이다.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참가하지 않았지만, 미국 팀을 상대로 중요한 경기에서 대형 아치를 그리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한국은 4회말이 진행되는 현재, 7-0으로 앞서 있다. 연합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아세안+3(한중일) 회원국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더 큰 통합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이라는 꿈을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향해 나아가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갖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두 개의 수레바퀴는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22일 서명할 예정인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25'와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제2차 동아시아비전그룹(EAVG Ⅱ) 행동계획'이다. '비전 2025'는 올해말 공동체 출범을 앞둔 아세안 10개 회원국이 역내 경제 통합 등의 지향점을 담은 선언문이고, 우리나라가 주도해 도출한 '동아시아비전그룹 행동계획'은 아세안+3 협력방안 및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의 로드맵을 담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위한 협력 방안과 관련, ▲역내통합을 위한 아세안+3의 기능협력 강화 ▲동아시아 비전그룹(EAVG II) 행동계획의 충실한 이행 ▲한중일 3국 협력체제와 아세안간 협력 및 연계 강화 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아세안 공동체는 아세안+3의 발전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역내 통합의 강력한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동아시아비전그룹 행동계획은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의 로드맵이자 이정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3주 전 서울에서 3년 반만에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재개됐는데 3국 협력체제 복원은 아세안+3 협력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아세안+3는 아세안과 한중일 3국 협력체간 연결과 협력의 중심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동아시아의 발전과 성장은 역내 평화와 안정의 기반 없이는 달성할 수 없다"며 "북핵 문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아세안+3 조정국 자격으로 가운데 자리했고, 아베 총리와 리 총리가 박 대통령 좌우에 위치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지난 9월 취임한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아세안+3 정상회의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30분 가량 늦게 시작하면서 한-호주 정상회담을 22일로 연기했다. 아세안+3 정상회의는 앞서 열린 아세안 10개국 정상회의 등이 길어지면서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개최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