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비닐하우스 겨울나기… 이주노동자 한파주의보 [현장, 그곳&]

채소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포천시 가산면 일대. 사람이 살 것이라 생각지도 못할 이곳은 지난해 8월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네팔인 세마르씨(가명·27)가 사는 숙소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은 보일러가 없는 탓에 발이 시릴 정도로 냉골이었다. 살을 에는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검은 천은 추위는 막지 못한 채 햇빛만 막아 온 방이 곰팡이로 뒤덮인지 오래였다. 세마르씨는 “두꺼운 점퍼 3~4개를 껴입고 자는데도 너무 춥다”며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까지 덮고 있어야 겨우 잠이 들 수 있는 정도”라고 호소했다. 여주시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 보파씨(가명·26)도 비닐하우스를 불법 개조해 만든 숙소에서 살고 있다. 제대로된 시설 하나 없는 이곳에서 보파씨는 매일 목숨을 위협 받고 있다고 했다. 각종 인화물질과 비닐이 뒤덮인 이곳에서 따뜻함을 줄 수단이 ‘화목보일러’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퇴근하면 너무 춥긴한데, 불이나면 어떻게 하나 싶어 보일러 틀기도 두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0년 E-9 비자로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인 속헹씨가 추위에 숨진 사건 이후 나온 ‘이주노동자 주거 안정 대책’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곳곳에서 불법 비닐하우스를 이주노동자 숙소로 쓰고 있는데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경기도내 E-9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는 10만9천249명(37.4%)이다. E-9비자는 비전문 직종인 제조업, 건설공사업, 농업, 축산업 등에 종사하려는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비자다. 도농 복합지역인 도의 특성상 이주노동자는 각 분야에서 꼭 필요한 이들 중 하나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인권단체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지금도 가축이 살법한 가설건축물에서 30만~40만원씩 내고 사는 이들이 수두룩하다”며 “문풍지 뚫린 곳에서 살다 추위를 못 견디고 뛰쳐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포천이주노동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는 "지난 2020년 속헹씨 사망 이후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음에도, 현장 근로자의 주거 개선을 위해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 등 현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생긴 사각지대에 많은 근로자는 여전히 불법 가설건축물에 기거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비자 연장을 희망하고 있어 항의 한 번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비자별로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E-9 이주노동자는 도에서 일해도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도가 지난 3월 만든 ‘경기도농어업 외국인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 역시 무용지물이다. 지자체의 지원범위는 농·어번기 등에 일시적으로 허가하는 계절근로자(E-8)에만 한정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숙소를 쓰고 있음에도 지자체에서는 단속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계절근로자가 중심 대상인 외국인 공동숙소 외 다른(E-9 이주노동자) 건 관리 근거도 없고, 지원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주로 농촌에서 주거환경 문제가 생겨 지속적인 단속을 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도 알고 있다”며 “지도점검이나 단속 강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해명했다.

비 내린 탓에 기온 ‘뚝’…도로도 ‘꽁꽁’

전날 내린 비로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지면서 당분간 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 바람도 약간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는 더욱 낮을 전망이다. 수도권기상청에 따르면 28일 화요일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5도~영하 1도 사이로 전날보다 5도 이상 낮은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낮 최고기온도 1~4도에 머무르며 춥겠다. 지역별로 보면 ▲수원 영하 2~영상 4도 ▲성남 영하 2~영상 3도 ▲과천 영하 3~영상 3도 ▲오산 영하 3~영상 4도 ▲파주 영하 5~영상 2도 ▲연천 영하 5~영상 1도 ▲강화 영하 4~영상 2도 ▲인천 영하 1~영상 2도 등의 기온 분포다. 대부분 비는 그치겠지만 경기동부에는 이른 새벽까지 빗방울이 떨어지거나 눈이 날리는 곳이 있겠다. 경기북동내륙 높은 산지에는 눈이 조금 쌓이겠다. 또한 내린 비가 얼어 도로 살얼음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 수도권기상청은 “특히 눈이 조금 쌓일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동부 높은 산지와 그 밖의 지역에서도 교량, 고가도로, 터널 출입구에는 도로 살얼음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니, 차량 운행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경기남부 하늘은 가끔 구름이 많고, 서울·인천·경기북부는 대체로 맑다가 오후 한때 구름이 많겠다. 바다의 물결은 서해중부먼바다는 1.0~3.5m로 매우 높게 일겠고 바람도 25~55㎞/h(7~15㎧)로 강하게 불어 전날 발표된 풍랑특보가 유지되겠다. 인천·경기앞바다도 바람이 20~45㎞/h(6~13㎧)로 강하게 불고 물결도 최대 2.5m로 높게 일어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들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공사장이 등굣길인 남양주 초교 “우리도 안전하고 싶어요” [현장의 목소리]

“흙바닥이 어떻게 통학로입니까. 학생들이 매일 모험을 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9시께 남양주시 어람초·중학교 앞 통학로. 공사현장을 초등·중학생들이 친구 및 부모와 함께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흙바닥에 깔린 돌을 밟고 넘어질 수 있어서다. 통학로 개선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경사로를 구분하는 안전철봉 및 임시 안전펜스 등도 줄이 끊어져 있는 등 자칫 아이들이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공사자재들이 쌓여 있거나 초등학생 몸과 맞먹는 크기의 돌들이 한쪽에 가득 쌓여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제대로 된 출입구도 없어 안전펜스 옆을 지나갔다. 이 길은 인근 2천162가구 아파트단지 학생 대부분이 이용하는 통학로. 어람초등학교 학생 수는 1천17명, 어람중학교는 659명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매일 오전 공사현장을 지나 통학하고 있다”며 “담 쌓는 작업이 진행되길래 통학로가 조금씩 완성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멈춰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통학로 개설공사가 잠정 중단되면서 학생들이 공사현장을 통해 위험천만하게 통학하고 있다. 남양주시에 따르면 어람초·중학교 통학로 개설사업은 A업체가 지난 2017년 12월 도시관리계획결정(지구단위계획)에 조건이 부여됨에 따라 지난 4월 도시계획시설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받아 추진 중이다. 실시계획기간은 연말까지다. 남양주시가 해당 통학로를 개설하는 조건으로 A업체의 사업을 허가한 것이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 2012년부터 마땅한 통학로가 없어 해당 임야를 통해 아이들이 통학하자 통학로 개설에 대한 민원을 꾸준히 제기했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실시됐지만 최근 공사 구간에 설치된 한 전주가 발견돼 공사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공사 측과 협의한 후 한전주에 대한 조치가 완료되면 곧바로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공사가 지연되면서 학생 및 주민 불편이 발생하고 있어 공문을 보내는 등 사업 시행자에게 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며 “사업 시행자 측에 신속한 사업 추진을 요청해 빠른 시일 내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 주민과 학생들의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일보는 지난 24일부터 A업체 측에 정확한 공사 재개 시기 등 관련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경기만평] 200..300만을 향하여!!

[사설] 100만 구독자, 여러분의 뜻을 담는 경기일보 되겠습니다

경기일보 인터넷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27일 오전 8시43분 집계된 공식 통계입니다. 돌아보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습니다. 경기·인천 언론 유일의 콘텐츠 제휴사로 선정됐습니다. 2022년 10월14일 공표된 결정입니다. 국내 대표 포털의 콘텐츠 제휴(contents provider)사가 된 것입니다. 준비를 거쳐 올 1월3일 오후 4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28일째인 오늘, 대망의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습니다. 무한 경쟁에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CP사 선정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장의 길과 퇴보의 길이 똑같이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많은 중앙 언론이 퇴보와 답보의 길을 갔습니다. 구독자들로부터 외면받아 당초 꿈을 접은 것입니다. 그 기로에서 경기일보는 여러분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10만, 30만, 50만, 80만 고지를 앞당겨 달성했습니다. 그 감사한 증명이 오늘의 100만 구독자 인증입니다. 전국 언론이 주목합니다. 전에 없던 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과거의 모든 것을 바꿔야 했습니다. 과거에 가정했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해야 했습니다. 경기·인천을 뛰어넘어 더 큰 대한민국과 소통해야 했습니다. 비교하기 어려운 책임감 속에 기사를 써 가야 했습니다. 뉴스 선택이 달라져야 했고, 편집 구성을 개발해야 했고, 경쟁 언론을 새로 상정해야 했습니다. 취재 현장 기자, 편집 담당 기자, 경영 지원 직원 모두가 져야 했던 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에 왔습니다. 변화가 향한 방향은 하나입니다. 가장 경기·인천다운 것이 가장 대한민국다웠습니다. 경기·인천의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였습니다. 경기일보가 보도하는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였습니다. 지난 328일간 우리가 추구한 뉴스의 핵심 방향입니다. 경기·인천만의 현안을 발굴했습니다. 경기·인천만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제언했습니다. 경기·인천의 정치적 가치를 위해 주장했습니다. 전국을 상대로 토론하고 경쟁하며 경기·인천을 강조했습니다. 언론 환경의 변화는 이 시대 숙명입니다. 그 숙명은 피해갈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수용자 조사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뉴스를 이용하는 4대 매체를 꼽았습니다. 텔레비전(76.8%), 인터넷 포털(75.1%),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20.0%), 메신저 서비스(12.0%)입니다. 종이신문 이용률은 9.7%였습니다. 언론 수용자들이 답한 순서입니다. 반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추세가 바뀌지도 않습니다. 종이신문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뉴스 생산자로서의 위치는 중요합니다. 검증받고 책임지는 신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이런 생산자의 역할과 전달자의 역할을 함께해 가는 것입니다. 포털에 실어 전하는 시스템의 병행이 절박해졌습니다. 그 기능이 바로 포털과의 콘텐츠 제휴입니다. 경기일보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통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매개 역할을 가늠하는 소중한 측정값도 바로 구독자 100만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이 경기일보의 혁신 1년을 만드셨습니다. 2022년 10월14일(CP사 선정), 2023년 1월3일(제휴 시작), 2023년 11월27일(구독자 100만명 달성).... 이 1년을 통해 경기일보 역사를 바꾸셨습니다. 종이신문 구독자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신문 연매출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신문 열독률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통계로 증명되는 경인지역 1위 언론 경기일보입니다. 비견되지 않을 1등 신문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확신합니다. 시작에 불과함을 뼛속 깊이 새깁니다. 더 많은 독자를 모시려 노력하겠습니다. 300만, 500만, 그 이상을 위해 뛰겠습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뜻을 담아가겠습니다.

[사설] 인천공항 해외 시장 진출... 또 하나의 K-브랜드다

1990년대 초 당시 노태우 정부는 고속철도에 이어 신공항 건설에 매달렸다. 고도 성장이 가져온 풍요 속에 김포공항은 곧 포화상태에 이를 참이었다. 태안, 청주 등 여러 후보지 중 인천 영종도가 최종 낙점받았다. 1992년 영종·용유도 간 갯벌과 삼목·신불도를 메우며 착공에 들어갔다. 연륙교도 없어 공사 현장 시찰을 위해 헬기를 타던 시절이다. 착공 10년 만인 2001년 3월29일, 단군 이래의 대역사라 불린 인천국제공항이 마침내 문을 열었다. 그런 인천공항이 이제 해외 시장으로 진군한다는 소식이다. 동북아 허브 공항을 넘어 한국형 공항 플랫폼(K-Airport)의 수출에 나선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1년 4월 인도네시아 바탐경제자유구역청 발주 사업의 수주에 성공했다. ‘바탐 항나딤 국제공항 PPP(민관합작투자) 사업’이다. 인도네시아 제1공항공사(AP1), 국영건설사 위자야카르야(WIKA)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서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컨소시엄의 지분 30%를 갖고 486억원을 투자한다. 총 6천억원짜리 사업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바탐섬의 항나딤공항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민관협력개발사업에 들어갔다. 2040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제1여객터미널을 리모델링·확장한다. 여기에 제2여객터미널을 추가로 짓는 한편 신규 화물터미널 운영 등을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인천공사공사는 현재 부사장 겸 최고기술경영자(CTO), 마케팅·기술담당 등의 직원을 파견해 바탐공항 건설·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바탐의 항나딤공항은 올해 기준 4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하는 수준이다. 공사는 이 공항이 확장 및 보수를 마치는 2046년이면 연 2천460만명을 처리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른 공사의 배당수익도 4천800억원에 이른다. 공항공사는 이번 사업이 한국형 공항 플랫폼을 수출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항공사와 정보기술(IT)업체, 면세점 등 공항 연관 기업들을 포괄하는 공항 플랫폼 사업이다. 항나딤공항 공사의 설계 및 시공감리도 국내 업체에 맡길 예정이다. 국산 공용여객처리시스템(CUPPS)을 개발한 에어커서(AirCUS)는 항나딤공항에 이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내년 3월 이 공항에 면세매장을 열 예정이다. 한국형 공항 플랫폼의 해외 진출은 그 의미가 크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22년 만에 국내외에서 공인받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성취했다는 징표다. 또 하나의 K-브랜드를 보탠 쾌거이자 인천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인천국제공항의 첫 세계 시장 진출을 치하하며 더 멀리 뻗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윤준영 칼럼] 대응과 응징은 ‘안보’일 수 없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남과 북은 현재에도 군사적인 이해 충돌이 무력으로 번질 수 있는 많은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국가 안보만큼 중요한 국정 기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군사적 불안요소에 대한 안정감을 보수 정권은 늘 강조해 왔고 현재 윤석열 정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는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공식적으로 남북의 두 정상이 9·19 군사합의서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을 명백하게 이어 왔듯 북한이 비상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작년 12월, 북한의 무인기가 우리의 영공을 무단으로 침입해 대통령실의 집무실 근처까지 침범했으며 연이은 위성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군사합의를 수차례 위반해 왔다. 그렇기에 새로이 출발한 윤석열 정부는 이미 실효가 없고 사문화됐다는 이유로 9·19 군사합의서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몇 차례 되풀이했고, 결과적으로 지난 21일 밤에 정찰위성을 또다시 발사했다는 이유로 22일 비행금지구역을 정한 합의서 1조 3항을 우리 정부가 무력화하자 다음 날인 23일 북한도 군사합의 전체를 무효로 한다고 발표하고 말았다. 우리 정부는 강한 군대를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대응과 응징으로 안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실제 9·19 군사합의가 실효성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라. 남북이 분단된 지 70년이 지났지만 단 한 번의 군사적 합의가 없었던 상황에 실효가 없다 하더라도 최초이자 유일한 단 하나의 안전장치인 합의서를 파기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행했던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 국방비까지 증액시켜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물론 합의서 파기로 인해 북한에 대한 첩보 활동이 자유로워져 북한의 움직임을 예견해 대응과 응징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더라도 과연 안보를 대응과 응징으로 지킬 수 있을까. 더욱이 정부의 발표와 대응 또한 들쑥날쑥해 발표의 신뢰감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3월과 8월에도 북한은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큰 위협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과 3개월 만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얘기하면서도 북한의 작전 성공 발표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일관성 없는 태도에 국민은 ‘정부의 발표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하는 의아심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신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은 많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며 지난 10월에는 고위 장성들을 전원 물갈이하고, 더욱이 국정원장과 국정원 차장들을 갑자기 경질하는 정부의 인사와 대응을 보며 국민이 안보에 안심할 수 있을까. 수도 서울에서 군사작전을 하듯 강한 군대를 어필하며 국군의 날 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하고 미국과의 연합작전을 수행하며 국가 차원에서 최첨단 정보 수집 능력을 통한 안보를 어필할 수도 있지만 세계 최고의 정보력과 최첨단 방어망을 구축했다고 자부하던 이스라엘도 하마스라는 국가도 아닌 무장단체의 기습공격에 무방비로 피격돼 현재 전쟁 상황인 점을 생각하면 철저한 대응과 강한 응징보다는 예방이 더 최선임을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9·19 군사합의가 실질적 효력이 있고 없음을 떠나 실오라기와 같이 잡고 있던 남북의 유일했던 군사적 합의 자체가 사라져 버린 작금의 현실에서 과연 우리의 안보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정권마다 지향하는 정치적, 군사적 방향은 분명 다를 수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번 9·19 군사합의 파기는 마치 안보를 군사작전 실험하듯 너무도 성급했다. 잊지 마라! 안보는 ‘대응하는 것’이 아닌 ‘지키는 것’이다.

[경제프리즘] 치유의 도시, 집과 이웃

출생률은 가파르게 줄고 나 홀로 가정이 늘고 있다.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질수록 누구를 책임져야 하는 책임감에서 자유롭고 나만 생각해도 되는 나 홀로 삶은 점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나 홀로 삶에도 집은 중요하게 존재한다. 그러면 집이란 무엇일까. 건축적 공간으로서의 집은 외부 사회로부터 분리되는 은밀하고 독립된 공간을 의미한다. 또 그곳은 나 이외의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로서의 가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이 도시를 형성해 사회적 목표를 공유하며 함께 모여 살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전체 가구수의 50%를 넘었고, 인천은 2021년 통계를 보면 약 65%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파트나 연립, 다세대 등 일정 토지 위에 밀도가 높은 수직적 형태의 집합적 주거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켜켜로 쌓인 공간 위에서 같은 토지를 공유하는 이웃으로 살고 있지만, 우린 얼마나 이웃을 공동체로 인식하고 있는가.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사회가 진보할수록 제1의 장소인 ‘가정’과 제2의 장소 ‘직장’에 이어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제3의 장소’로서의 지역사회 커뮤니티가 중요해진다고 설명한다. 제1의 장소인 가정과 제2의 장소인 직장 외에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교류하는 데 필요한 장소, 즉 제3의 장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사람은 가정이나 일터에서 주어지는 사회적 역할만으로는 본연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고, 그래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교류 활동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단지에서 거주하면서 우리들에게 이러한 제3의 장소인 지역사회와 커뮤니티는 더욱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고 있다. 도시민으로서의 삶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사회적 역할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치유할 공간으로서 나 홀로 집은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도시에서 사람들과 겪는 다양성이 갈등과 스트레스로 인식돼 고립된 삶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적당한 갈등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며, 차이를 뛰어넘는 의사소통으로 문화적인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안에 치유의 의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나 주차장, 단지 코너의 횡단보도 앞에서도 서로를 알아봐 주고 인사를 건넴으로써 우리는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기도 한다. ‘한 아이를 훌륭히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격언처럼 집으로부터의 치유가 이웃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며,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과 인사를 나눠야겠다.

[지지대] ‘빚내 집 사라’는 영끌 정책

30대 직장인 A씨는 집값이 급등한 2021년 주택담보대출 4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그는 요즘 잠을 못 잘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하다. 6억원까지 올랐던 집값이 4억원대로 떨어져 고민 끝에 급매로 집을 내놨는데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가능한 모든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한 ‘영끌족’이다. A씨처럼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아 투자했다는 영끌족이 상당수다. 지난해 20~30대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집을 대거 처분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국에 걸쳐 12만채를 던졌다. 집값이 한창 떨어지는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하락한 집값이 조금 회복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집값이 더 폭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도 여전히 집을 사는 영끌족이 많다. 올해 3분기까지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31만6천603건이다. 이 중 2030세대가 사들인 건수는 9만9천991건으로 31.6%를 기록했다. 30대가 산 아파트는 8만5천701건(27.1%)으로 40대가 매입한 8만2천77건(25.9%)을 웃돌았다. 청년층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샀다. 정부의 ‘50년 만기 주담대’가 빚내서 집 사게 하는 데 일조했다. 대출받아 집 사는 젊은이들이 많으니 집값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영끌족이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무주택 청년에게 저금리 주담대를 제공하는 ‘청년 내집 마련 123주거지원 프로그램’을 또 발표했다. 청년(만 19~34세) 전용 청약통장을 신설해 청약 당첨 시 2.2% 금리로 분양가의 80%까지 최장 40년 대출을 해준다는게 골자다. 파격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기는 게 옳은지 의문이다. 청년과 무주택자들이 집을 못 사는 것은 대출 장벽보다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다. 대출로 집 사라 하지 말고, 질 좋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더 실효성 있는 정책같다.

[경기시론] 여기서 햇빛발전하자!

꽃뫼환승주차장, 서수원 음식물자원화시설 주차장, 수원시 각 버스정류장,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주차장과 건물, 중보들공원 주차장, 물향기공원 화장실 옥상, 성균관대 주차장, 수원시 여성문화공간 휴, 시립보훈어린이집과 보훈회관, 평생학습관,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경기도 건설본부 옥상과 주차장, 호매실도서관, 수도권기상청 주차장, 경기남부경찰청 주차장, 효행공원 어린이생태미술 체험관, 경기대 수원캠퍼스 컨벤션센터주차장, 금곡신미주 야외주차장. 이상 18곳은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여기서 햇빛발전하자! 공공부지찾기 시민공모대회’ 심사 선정 결과다. 수원시 공공부지를 우선으로 했지만 전체 공공부지를 대상으로 모집했다. 6주간의 홍보와 모집을 거쳐 응모된 곳들은 공공부지 여부와 소유 기관, 발전소 부지로 적합한지, 확산 가능성과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됐다. 지난 2019년부터 시작해 한 해를 거르고 올해까지 4회째 이어져 온 공모대회는 수원기후행동네트워크에서 함께하는 시민환경단체들과 교육기관, 시민발전협동조합들이 공동 주관으로 진행해 왔다. 선정 후보지들은 소유 지자체와 담당 기관부서들과 사업 추진을 정책으로 제안하고 협의할 계획이다. 당연히 응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는 것.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필요한 자원이 넘쳐 나지만 시공간을 넘어 그 많은 ‘욕구 충족’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많은 ‘저렴함’ 뒤에 지속가능성의 위기, 기후위기가 함께 잠복해 있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먼 곳으로부터 많은 자원을 옮겨 오는 것, 그 생략된 과정만큼 많은 에너지가 손실되고 소모된다. 동물적 힘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거리, 설사 우주여행이 현실이 되는 미래에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우주여행의 꿈과 도전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꿈까지도 품어주는 사회와 문명을 지탱하는 필요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 때문에 생략됐던 ‘저렴한 것들’이 우리에게 오는 시공간을 복원하는 도전이야말로 우주여행보다 원대하고 꼭 성공해야만 하는 꿈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은, 그래도 확실한 방법들이 흩어져 있다면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원의 효율을 위해 도시를 발전시켜 왔다면 도시는 우리가 극복하려는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고 핵심 방법이기도 하다.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여기서부터’. 응모에 참여한 시민들은 도시를 ‘다르게 보게’ 됐다고 말한다. “평소 빈 땅처럼 지나던 곳들을 다시 보게 됐다. 동네를 새롭게 보게 되고, 탄소중립 그린도시로 동네가 지속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과 관심이 생겼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을, 도시에 사는 시민은 이렇게 색다른 행동으로 대면한다. ‘여기서 햇빛발전하자!’ 여러분도 다시 주변을 둘러보시라. ‘도시 전원(電源)’이 손에 잡힐 듯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