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바쳐 나라 지켰지만... 돌아온 건 ‘평생 고통’뿐 [잊지 않겠습니다 ‘호국영웅’]

순국선열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 어김 없이 찾아왔다. 목숨 바쳐 나라에 헌신한 이들을 오래 기억하자는 시기지만, 의도가 무색하게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는 ‘독거 국가유공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종 지원 제도나 혜택 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눈을 감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관심마저 저조한 상황이다. 이에 경기일보는 국가유공자 지원을 위한 실효 높은 대책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먹는 약이 늘어간다고 푸념하며 혼자 살던 형님이 어느 날 보니 없어. 당장이라도 나라가 당신을 찾으면 목숨 바치겠다던 노인네가 그렇게 외롭게 간 거지.” 현충일을 앞둔 지난 5일 경기일보와 만난 ‘월남전 참전용사’ 조광현씨(76)는 전우(戰友) ‘박씨 형님’을 회상했다. 이들은 20대 초반 해병대 청룡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전장에서 살아남았다. 조씨는 “숱한 생사의 고비를 이겨내고 귀국했는데 뒤늦게 들은 박씨 형님의 사정이 녹록지 않았다”고 입을 뗐다. 박씨는 전쟁 여파로 각종 질병과 질환을 얻은 데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취업도, 결혼도 못했다고 했다. 심지어 부모마저 어린 나이에 여의었던 만큼, ‘형님’은 외로움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15년 전 쓸쓸히 홀로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이런 게 남 일만은 아니다”라고 응어리를 풀어내던 조씨는 “내 삶도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고엽제 후유증과 각종 후천적 장애 등으로 고단한 삶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정작 힘든 건 신체적 아픔이 아닌 사회적 무관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거 유공자를 돕기 위한 지원 서비스가 있는지도 모른 채 혼자 초라한 마지막을 맞는 이들이 지금도 주변에 많다”며 “평생 남은 건 집 현관문에 ‘국가유공자’라는 명패와 훈장뿐”이라고 읊조렸다. 조씨와 같은 ‘독거 국가유공자’를 돕기 위해 정부가 각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의료 서비스와 같은 현실적인 지원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박씨 형님’처럼 국가유공자였지만 숨진 후 ‘무연고자’로 처리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국에서 숨진 국가유공자 중 49명이 무연고자로 처리돼 지방자치단체 창고나 서고 등에 유해가 보관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바 있다. 7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독거 국가유공자는 총 11만688명으로, 경기지역에선 2만2천282명(20.13%)으로 집계됐다. 인천에도 4천792명(4.32%)이 살고 있지만 일반적 통계만 파악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보행차 등 생활지원용품 지급 △보훈회관 등 여가활동 지원 △보훈 공무원 파견 및 민원 접수 지원 등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방자치단체 간 정보 공유도 아직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다. 따라서 혼자 남은 국가유공자가 쓸쓸히 생을 마감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용환 국가유공자를 사랑하는 모임 대표는 “나이가 들고 혼자 사는 독거 국가유공자는 사회의 무관심에 놓여 있다. 국가보훈처가 국가보훈부로 승격된 마당에 ‘의지’만 가지면 실태파악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지자체가 독거 국가유공자를 위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는 세심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외되는 무연고 국가유공자들... 책임 떠넘기기만 [잊지 않겠습니다 ‘호국영웅’]

보호자 및 거주지가 명확하게 파악되지 못한 채 떠도는 ‘무연고 국가유공자’들이 국내에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 정부와 지자체가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해서다. 무연고 국가유공자들의 ‘나 홀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 현황조차 파악 안되는 무연고 국가유공자 7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국가유공자는 총 56만5천822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35만8천628명(63.3%)이 ‘70세 이상’인 고령자다. 이러한 국가유공자 5명 중 1명은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독거 유공자(11만688명·19.5%)이기도 하다. 경기도민이 2만2천382명(20.13%)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그런데 이 모든 통계 안에 구체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가족이나 주소·직업 등 신원이 불명확한 ‘무연고 국가유공자’에 대한 현황이다. 말 그대로 연고지도, 보호자도 없는 유공자들이기 때문에 전국에 몇 명이나 존재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이처럼 ‘셀 수 없는 무연고 국가유공자’들이 홀로 외지에서 사망했을 경우 벌어진다. 통상적으로 국가유공자가 사망할 경우 범죄 경력 등 부적격 조건이 없다면 국립묘지에 이장되지만, ‘무연고 사망자’로만 처리된다면 국립묘지에 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원특례시에 주민등록을 해둔 고령의 유공자 A씨가 대구광역시로 이사한 후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A씨는 서류상 ‘수원에 거주하는 고령 유공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그가 대구에서 사망할 경우 대구시는 A씨를 국가유공자로 분류하지 못한 채 ‘무연고 사망자’로 남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A씨는 국립묘지에 안치되기 위한 심사 대상에 끼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일러스트 유동수 화백 ■ ‘떠밀기 식 행정’ 속 소외되는 국가 유공자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보훈기관과 지자체의 소극적인 업무 행태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건복지부 장사업무안내 매뉴얼’을 보면, 지자체는 무연고 사망자를 발견할 경우 지방보훈(지)청에 확인해 사망자의 국가유공자 해당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일보 취재 결과, 일선 지자체는 “보훈기관의 고유 업무”라며 수수방관하는 모습이다. 경기도 등 지자체 관계자들은 “무연고자가 발생했을 경우 대상자가 국가유공자인지는 시〈2022〉군 또는 보훈(지)청에 확인해봐야 한다”며 “지자체가 별도 관리하는 게 아닌 보훈기관의 역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데 국가보훈부 역시 무연고로 ‘사망’한 국가유공자의 처리가 “지자체의 고유 업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도내 한 지방보훈지청 관계자는 “지방보훈지청에선 국가유공자 등록 및 지원 업무만 하고 있을 뿐 대상자의 가족 관계 등을 분류해 관리하고 있지는 않다. 독거 유공자 중 무연고 여부를 따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자체와 보훈기관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지자체는 현재 사망한 무연고자에 대한 정보 열람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이렇다 보니 보훈명예수당 명단 등을 확인할 때, 국가유공자 여부를 일일이 수기로 파악하는 바람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고, 타 지역 국가유공자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명단을 확보하고 있지 않아 누락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권익위는 과거 49명의 무연고 국가유공자가 발생하자, 상황 재발을 막고자 지자체 행정 업무 포털시스템을 개선해 지자체 장사 업무 담당자가 국가유공자 여부를 간단히 조회할 수 있게 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권고에도 아직까지 국가보훈부는 지난 2월 전국 각 시·군에 관련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다. ■ “실태 파악 및 관리 체계 강화 선행돼야” 전문가들은 무연고 국가유공자의 실태 파악 등 현 관리 체계 보완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열 영남이공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는 “현재 지방보훈(지)청과 일부 지자체간 정보 공유 부재로 타 지역에 주소를 둔 국가유공자 등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지방보훈(지)청과 지자체 간 긴밀한 업무 협업 강화로 관련 업무를 위한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정부 차원에서 보훈병원 의료진을 이용한 순회진료 건강 검진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자체도 돌봄 서비스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독거 국가유공자의 고독사 방지를 위해 지방보훈(지)청과 지자체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진다. 김현제 대한민국상이군경회평택시지회장·평택시보훈협의회장도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고독사 방지에 필요한 예산과 제도 등을 확대·마련하고, 독거 국가유공자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과 관리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원·화성 3개 등기소 통폐합… 접근성 저하 ‘냉기류’

수원지방법원이 효율적인 등기업무를 위해 수원특례시 영통구에 광역등기국 신설을 추진하면서 수원·화성지역 일부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광역등기국이 출범하면 동수원·장안·화성등기소가 통·폐합되는 만큼 접근성 저하 등의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7일 법원행정처와 수원지법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현재 영통구 영통동 961-20(면적 7천845.2㎡)에 189억여원을 들여 연면적 6천671.02㎡ 규모(지하 1층~지상 4층)의 광역등기국을 조성 중이다. 완공 예정 시기는 2024년 1월로, 이후엔 수원지역과 화성지역의 등기업무를 하고 있는 동수원·장안·화성등기소가 광역등기국으로 통·폐합된다. 기존 화성등기소 건물엔 오산등기소가 들어서 오산지역만 관할하게 된다.  이를 두고 수원·화성지역 일부 주민의 반발이 거세다. 광역등기국이 각 등기소보다 먼 거리에 조성되면서 자연스레 접근성이 하락, 등기업무 불편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장안구 주민의 경우 종전 장안등기소와 비교할 때 광역등기국으로 가려면 30분 이상을 더 이동해야 한다. 게다가 이미 장안등기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법무사촌이 있는 만큼 등기 업무를 위임하려면 광역등기국과 장안등기소 인근을 오가는 등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감수해야 한다. 장안구에 사는 80대 한모씨는 “이제 등기업무를 보려면 영통까지 가야한다니 시간·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며 “과연 광역등기국 신설이 효율적인 움직임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존에도 오산지역에 있는 화성등기소로 불편을 겪던 화성 주민들의 불만도 극에 달했다. 경기도내 등기사건이 가장 많은 지역이 화성임에도 등기국 위치 재조정 이후에까지 수원으로 등기 업무를 보러 가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변규연씨(57·화성시 마도면)도 “화성지역은 경기도에서 등기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차라리 화성지역에 등기소를 설립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법원이 지역별 등기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탁상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화성지역에 등기소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수원지법 관계자는 “각 등기소의 1일 평균 접수건수의 증가로 인해 업무담당자 증원이 불가피하나 현재 각 등기소의 업무공간은 포화상태”라며 “각 등기소별 업무량 차이를 해소하고 업무를 균등화하기 위해 등기소의 통합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설] 지역별 노동권 격차 커, 경기북부 지원책 강화해야

경기도내 지역별 노동권 격차가 크다. 지역참여형 노동협업 사업, 노동관련 전담 부서, 노동상담소, 마을노무사 등 시·군마다 천차만별이다.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노동인권은 열악해진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일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노동 존중의 경기도’를 공언했지만, 노동권은 나아진게 없다. 노동정책에 대한 지역별 조직·예산 불균형 해소를 위해 마련한 ‘지역참여형 노동협업 사업’의 시·군 참여는 오히려 줄었다. 올해 참여한 지자체는 수원·용인특례시, 화성·부천·안산·안양·김포·파주·오산·광명시 등 10곳이다. 지난해는 12곳이었다. 올해 총 사업비는 3억원(도비 50%, 시·군비 50%)으로 지난해 2억5천만원(도비 100%) 대비 늘었지만, 도비 지원은 1억원 감소했다. 경기도는 “시·군의 주체성을 높이기 위해 도비 지원을 100%에서 50%로 낮췄다”고 하는데 시·군에선 불만이다. 지역참여형 노동협업 사업은 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행정·재정 여건이 미흡한 지자체에 도비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데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아파트 노동자 노동인권보호 상생협약 등의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김 지사 취임 후 지원 규모와 사업 참여가 줄었다. 도비 지원이 줄면 재정 부담을 느낀 지자체의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는 2019년 전국 광역단체 중 최초로 노동국을 신설했다. 노동국 신설 이후 노동인권이 강화됐는지는 의문이다. 일선 시·군 중 노동 관련 ‘과 단위 전담부서’가 있는 곳은 수원특례시, 성남·안산·안양시 4곳뿐이다. ‘팀 단위 부서’가 있는 곳도 10곳에 불과하다. 이마저 노동관련 업무를 경제나 산업정책의 하위 영역으로 보고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상담소·마을노무사 등 현장 밀착형 노동정책은 경기 남부권에 집중돼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도내 노동상담소는 22개 시·군 39개소다. 남부에 15개시 26개소가 운영, 북부 7개시 13개소 대비 2배에 이른다. 도내 마을노무사는 28개 시·군에 120명이 위촉됐는데, 역시 남부에 편중돼 있다. 북부의 가평·연천군, 동두천시에는 마을노무사가 1명도 없다. 도는 지역별 편차를 줄이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인 ‘스마트 마을노무사 플랫폼 상담’을 하고 있지만 이용은 미미하다. 경기 남부에 비해 북부 인구가 적은 것을 고려할 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마을노무사 등 관련 정책이 전혀 시행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스마트 마을노무사 운영 활성화 등 지역 편차 해소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경기 남부와 북부는 여러 면에서 격차가 크다. 북부 도민들이 차별과 소외감에 경기북도론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부의 노동인권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설] 다시 시동 거는 인천 청라타워... 준공과 수익 2마리 토끼 잡아야

청라시티타워 건설이 또 한번 사업 정상화에 시동을 건다고 한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랜드마크 사업이다. 4년 전 청라주민들을 모아 놓고 요란하게 기공식까지 치렀다. 그러나 민간시행사에 휘둘리느라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직접 떠맡기로 했다. LH가 타워를 짓고 인천경제청이 운영을 맡는 사업구조다. 공공기관 발주 사업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제는 정말 타워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인천경제청과 LH가 곧 청라시티타워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한다. LH가 자체 예산으로 청라시티타워를 짓고 인천경제청이 청라시티타워의 관리·운영을 맡는 내용이다. 준공 목표 시점도 정했다. 2029년이다. 인천경제청과 LH는 지난 2월 청라시티타워 민·관·정 태스크포스(TF)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LH는 인천경제청과 협약을 마치면 바로 청라시티타워 공사 비용을 산정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LH는 인천경제청과 협의해 기본설계 계획을 보완, 지하주차장과 복합시설 등을 조정할 예정이다. 청라시티타워 사업은 민간 사업에서 공공기관 발주 사업으로 바뀌면서 모두 8가지 환경등급을 이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LH는 재설계를 거쳐 최종 공사비용을 산출해야 한다. 공사 비용 산출에만 6개월이 걸릴 예정이다. 인천경제청은 청라시티타워 건설이 끝난 후의 관리·운영을 위한 준비에 나선다. 문제는 타워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연간 1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인천경제청은 타워와 연계한 복합시설의 효율적인 구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청라시티타워는 1차적으로 청라국제도시는 물론 인천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로 활용한다. 여기에 타워 내부 빈 공간을 활용해 수익 모델을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복합시설 활용으로 운영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 등으로 수익 구조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인천경제청이 자체 예산으로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청라시티타워는 처음부터 LH가 청라 주민들에게 약속한 사업이다. LH는 청라국제도시 개발을 주도했다. LH가 챙긴 개발이익에는 청라 주민들의 입주 비용도 포함해 있다. 인천경제청은 청라 주민들의 숙원 사업인 만큼 우선 복합시설보다는 타워부의 착공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타워의 운영 부분도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닌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특색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청라시티타워가 올라가고도 운영비만 까먹는 하마여서는 의미가 없다. 건립과 수익모델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 청년복지·신상진 청년복지, 그 불편한 동거

김문수 도지사·김상곤 교육감 시절이다. 경기도의회는 온통 무상급식 전쟁이었다. 교육감은 달라고 했고, 도지사는 못 준다고 했다. 이념으로 나뉜 진영 싸움이었다. 복지사(史)에 사건으로 남았다. 그 복판에 직업 공무원이 있었다. 경기도 예산을 책임진 정창섭 행정1부지사다. 그가 ‘김 기자’에게 독백하듯 말했다. “복지는 한번 시작하면 뒤로 갈 수 없지. 중단할 수도 없고. 그래서 신중해야 하는데.” 2010년 봄 일이다. 요즘 성남시의회가 싸운다. 청년 복지 충돌이다. 조례안 하나가 사달이다.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 폐지안이다. 청년소득을 없애자는 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했다.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효과가 미미했고 특정 나이가 대상이어서 한계가 드러났다.” 청년소득은 이재명표 복지다. 성남시장 시절 만들었다. 민주당이 펄쩍 뛴다. 비난 성명에 등원도 거부했다. 결국 국민의힘이 철회했다. 그런데 끝이 아닐 것 같다. 이게 처음도 아니다. 작년 11월과 12월에도 이랬다. 그때도 이 조례안이었다. 확실한 무기가 야당에 있었다. 새해 예산 의결이다. 민주당이 막았고 준예산 사태로 갔다. ‘30억원이 틀어잡은 3조5천억원’이었다. 국민의힘이 그때도 철회됐다. 예산과 청년소득을 바꾸는 합의도 했다. ‘성남시 두 개 청년 복지’가 그렇게 등장했다. 30억원 복지와 100억원 복지다. 그때 철회된 청년소득 폐지안이다. 그걸 또 들고나왔다. 뭐가 그리 다를까. 청년소득도 복지다. 성남시 24세 청년에게 현금을 준다. 연간 최대 100만원까지다. 2017년 이재명 전 시장이 시작했다. ‘청년 취업 All-Pass’도 복지다. 성남의 19세 이상 34세 이하 미취업 청년이 대상이다. 각종 자격증의 응시료·수강료를 100만원까지 내준다. 2023년 신상진 시장이 시작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우긴다. 서로 자기네 복지만 부둥켜안고 있다. 결판 날 리가 없다. 둘 모두 살아 있다. 생애 주기별 복지란 게 있다. 청년기(期) 복지도 거기 있다. 청년기는 인생의 시작이다. 인생 시작의 출발은 취업이다. 청년 복지의 최고는 그래서 취업 지원이다. 청년소득은 현금성 복지다. 당장의 생계, 소비 지원이다. 취업과 연계될 고리는 부족하다. ‘청년 취업 All-Pass’가 좀 낫다. 토익·기술·자격 취득 학원비를 지원한다. 취업에 다가갈 가능성이 더 많다. 하지만 이 판단도 주관적이다. 천차만별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성남시 싸움의 본질도 좋고 나쁨에 있지는 않다. 복지가 뒤로 갈 수 있느냐 문제다. 태생부터 말 많았던 청년소득이다. 중앙정부가 나서 막았다. 공무원 동원 논란도 있었다. 보수 언론이 끝없이 공격했다. 이재명 시장은 밀어붙였다. 그가 꿰뚫고 있는 게 있었다. 바로 복지의 불가역성(不可逆性)이다. 그 판단은 8년 지난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신상진호 성남 행정까지 지배하고 있다. 청년소득에 쉽게 손대지 못한다. 생각할수록 팔자 좋은 갈등이다. 찍어 뿌렸던 통화가 재앙으로 돌아온다. 급격한 물가인상에 앉아서 가난해진다. 퍼주기 경쟁에 나랏빚이 무너진다. 국가 채무는 지금 1분에도 1억2천만원 는다. ‘청년기본소득’, 문제 있다. 현금성 복지다. 책임감 없다. ‘청년 취업 All-Pass’도 문제다. 포괄적 복지다. 구체성 없다. 그런데 이 두 개 복지가 가감 없이 공존하고 있다. 책임감 없고 구체성도 없는데, 결단력마저 잃은 결과다. 이쯤에서 선택하고 매듭지어야 한다. 이재명표 청년소득을 어쩔 건가. 품을 거면 칼질 말고 품고, 버릴 거면 계산 말고 버려야 한다. 이 선택을 할 권위와 책임은 오로지 신상진 시장이다.

[경제프리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억측 제발 멈춰주세요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잔혹한 범죄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집중보도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이 사건을 더럭 은둔형 외톨이와 연관시키는 보도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은둔형 외톨이란 외부와 단절된 생활상태를 지칭하는 말이지, 특정 정신질환이나 그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료가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서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은둔형 외톨이와 정신질환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은둔 성향이 나타날 수는 있으나, 그럴 경우에는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하지 않는다. 고립은둔청년 문제가 처음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던 시절, 은둔형 외톨이의 개념이 정신질환이나 게임중독 등과 뒤섞이면서 편견을 조장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2017년, 전국 최초로 발의된 ‘서울특별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결국 제정되지 못했다. 이후 청(소)년, 사회복지, 정신의학, 심리상담 분야의 여러 활동가들은 사회적 고립과 은둔의 문제가 취약한 구성원을 사회 밖으로 내모는 경쟁사회에서는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임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 덕분에 2019년 광주를 시작으로, 부산, 전남, 인천 등지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가 제정됐고,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서서히 개선돼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은둔청년을 한때 ‘저활력 청년’이라고 부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은둔형 외톨이는 공격적이기는커녕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할 만한 활력이 너무 낮은 것이 문제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에서는 ‘인천시 고립청년 지원방안 연구’의 일환으로 은둔경험 청년들로 구성된 청년자문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문회의 자체보다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의견을 말할 수 있을 만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모임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로 보이는 범인을 ‘은둔형 외톨이’로 지칭한 보도가 쏟아지자 은둔청년 지원을 위해 헌신해온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 대표가 다급하게 연락을 주셨다. “은둔청년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지원체계를 만들고자 했던 노력이 허사가 될까 걱정이에요.” 나는 위로했다. “이미 만들어지기 시작한 제도적 기반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답니다.” 내 위로가 그대로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천자춘추] ‘챗GPT’ 대체재인가, 보완재인가

필자는 5년 동안 물류 소설을 연재한 적이 있었다. 연중 250일 이상을 해외에서 출장을 다녔는데 원고 마감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찾아왔다. 그때 ‘글빚’이 가장 무섭다는 것을 알았다. 가끔 해외 출장 중에 원고를 마감하는 것이 쉽지 않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내가 주요 키워드와 스토리를 알려주면 나 대신 누군가가 글을 써주면 좋겠다’ 또는 ‘나 대신 회의 자료를 만들어주거나 내가 필요한 논문을 찾아 요약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그렇게 바라던 바람이 이제 등장했다. 바로 챗GPT다. 챗GPT는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의성’의 영역에 진입한 생성 인공지능(AI)이다. 챗GPT는 생성 AI의 대표적 모델인 GP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말 그대로 ‘자가 학습’해 답변을 ‘생성’하고 대량의 데이터와 맥락을 처리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변환기)’ 기술이다. 여기서 핵심적인 기술은 GPT 중 ‘T’에 해당하는 ‘트랜스포머’인데 앞서 기술한 내용을 기억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기술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정말 놀라운 기술이다. 오픈 AI에 따르면 4월14일 기준으로 한국 챗GPT 이용자 수는 220만명이다. 국민 100명 중 4명은 챗GPT를 이용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경영컨설턴트와 교육이다. 기업의 당면한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일이다. 또 새로운 경영트렌드를 파악해 경영자에게 미래의 일을 준비하게 하는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대학에 컨설팅 제안서 작성과 충남지역의 지자체 컨설팅 제안서를 작성하는 데 챗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챗GPT를 사용하면서 나의 직업이 과연 얼마나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마이클 포터의 산업구조를 변경하는 다섯 가지가 있는데 이 중 대체재 위협이 현실로 다가왔다. 고객이 더 이상 나를 찾지 않고 챗GPT를 활용하면 나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한 컨설팅 직종이 과연 존재할 것인가의 두려움과 공포가 동시에 엄습해 왔다. 현재는 챗GPT가 보완재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 앞으로 챗GPT가 나를 대신하는 대체재가 될 것인가? 챗GPT에게 질문을 했다. ‘경영컨설턴트인 나의 직업이 챗GPT로 대체될 것인가?’ ‘AI 기술은 확실히 많은 산업에서 비효율성을 줄이고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팅과 같은 분야는 AI가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한 능력이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나는 챗GPT의 대답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 혹은 내가 속한 산업에 대해 ‘AI가 보완재인가? 대체재인가?’ 앞으로 도전과제인 것은 명확하다.

[지지대] 자영업자들의 ‘곡소리’

자영업자들의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코로나19는 엔데믹으로 전환됐지만 자영업자들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7년 472만6천명이던 자영업자는 2021년 656만8천명으로 5년 만에 184만2천명 늘었다. 자영업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들의 수익은 크게 떨어졌다. 2017년 2천170만원이던 자영업자 평균소득이 2021년에는 1천952만원으로 집계돼 2천만원 선 아래로 내려왔다.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면서 ‘제 살 깎아 먹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시기에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단순히 그런 식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봄이 타당하다. 올 초 전기·가스요금이 크게 올라 가뜩이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 더욱 힘들어진 데 이어 최근 정부가 지역화폐 국비 지원 중단을 추진하고 나서 소상공인들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2020년 4월부터 정부가 실시한 대출 특별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만료된다. 당장 4개월 후에는 대출금에 대한 상환 압박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걱정거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영업자 응답자 중 과반(55.0%)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고 내년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 시 9.6%, 3~6% 미만 인상 시 7.2%가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6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자영업자 문제만큼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서 주길 바란다.

[시정단상] 천년의 미래, 그리고 정암을 기억하는 일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나라는 전쟁터에서 공을 세운 병사들에게 토지와 가옥을 내리는 제도를 법령에 명시했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는 전사자를 국장으로 예우하고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근대에 와선 미국의 노력이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최근까지 전쟁에 참여한 자국 병사에게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와이에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 사령부를 설치해 세계 각지에서 전사자의 유해를 수습하고 기리는 일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고 그 유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를 위한 희생을 많은 국민이 기억하고 선양하는 것이 공동체의 생존과 지속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즉, 호국보훈은 국가의 안보, 국방과 직결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기능과 역할을 확대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아주 깊은 조처라 평가할 수 있다. 1961년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해 1985년 국가보훈처가 됐지만 정치적 상황에 따라 그 위상의 부침이 컸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하면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을 11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이번 국가보훈부의 승격으로 새 정부 출범 1년 만에 그 약속이 실현된 것이다. 광주시는 오랜 역사만큼 국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위대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다. 그 가운데 정암 이종훈 선생(1856.3.2~1931.5.2)은 특히 광주시민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기억해야 할 독립운동가다. 정암 선생은 20대에 동학운동에 나섰고 3·1 독립선언문에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정암 선생은 고려혁명위원회 활동 등 자주독립을 위해 다방면의 항일운동을 펼쳤다. 정암 선생의 아들 이동수(이관영으로도 불림)는 일본 유학 중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 귀국해 의병대장이 돼 전투를 지휘하다 25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손자 이태운 역시 보성전문대에 재학 중 3·1운동에 앞장섰고 독립신문 보급 등 항일 언론인으로 독립정신을 고양했다. 이렇게 정암 선생 가문은 3대가 독립운동에 헌신한 보기 드문 ‘호국의 명문가’다. 정암 선생은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추서됐다. 하지만 선생의 존함과 생애를 기억하는 국민은 드물다. 국회의원, 시·도의원, 광복회와 보훈단체 회원,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 올해 3·1절 기념식에서 광주시는 정암 선생을 추모하고 광복회원 3명에게 표창을 수여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정암 선생의 일대기를 돌아보는 영상을 시청했으며 정암 선생의 후손인 이천희 옹이 선생의 업적을 보고하는 특별한 자리를 갖기도 했다. 광주시는 ‘희망 도시 행복 광주’를 시정의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다.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시민 중심의 도시, 소통과 화합의 도시로서 천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비전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미국의 작가 데이비드 매컬러는 “과거를 잊은 국가는 기억을 잃은 사람보다 나을 게 없다”고 설파했다. 광주시 천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비전은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고 기념하는 일로부터 출발한다. 호국보훈의 달, 광주시가 정암 선생을 추모하고 선양하는 마음의 옷깃을 다시 여미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