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3월 24일 금요일 (윤달 2월 3일 /辛巳) 띠별 / 생년월일 운세

쥐띠 丙子 36년생 재물이득 계약성사 운수왕성 가정화평 길(吉) 戊子 48년생 자손걱정 직업고민 집안문제로 재물지출 庚子 60년생 중상모략주의 돈거래 불리 말을 조심해야 壬子 72년생 시험합격 좋은소식듣고 상사후원 만사 길(吉) 甲子 84년생 인기상승 능력인정 직업해결 음식접대 길(吉) 소띠 丁丑 37년생 투자이득 문서해결 집안화평 만사원만 己丑 49년생 직업안정 자손기쁨 가택 차량 금전원만 辛丑 61년생 경쟁관계 발생 로비 활동해야 일이성사 癸丑 73년생 시험 문서차량 구직구재 가정화목 만사 길(吉) 乙丑 85년생 기분하락 재물지출 술조심 운전주의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자손 및 직장문제 발생 오후에 모두해결 庚寅 50년생 컨디션 나쁘고 정신불안 재수불길 언쟁 壬寅 62년생 문서원만 소식듣고 길(吉)하나 재물은 과지출 甲寅 74년생 명예상승 음식대접 직장안전 연인데이트 丙寅 86년생 재수왕성 인기상승 귀인도움 만사해결 길(吉) 토끼띠 己卯 39년생 직업안정 자손기쁨 모임초대 즐거운날 길(吉) 辛卯 51년생 재물성사 친구도움 명예상승 헛소문조심 癸卯 63년생 문서시험 구직해결 매사원만 재물은지출 乙卯 75년생 시비쟁투 사고 예상되니 말을 조심해야 흉(凶) 丁卯 87년생 일진왕성 모임성사 술즐겨 재물지출 용띠 庚辰 40년생 재수 불리하니 돈거래 투자 도난 조심 壬辰 52년생 상사의후원 금전원만 문서계약 가능원만 甲辰 64년생 혼담원만 인기있고 데이트성공 만사해결 丙辰 76년생 재수있고 시험합격 애인생기고 소원성취 戊辰 88년생 일진평범 직업고민 부모걱정 여행행운 뱀띠 辛巳 41년생 형제친구 및 전문가와 상담해서 결정해야 癸巳 53년생 금전해결 문서차량 서류관청 원만해결 길(吉) 乙巳 65년생 컨디션 불리사고 시비 도난주의 가졍불화 흉(凶) 丁巳 77년생 재물성사 모임성공 선물생기고 데이트운 己巳 89년생 고민해결 시험원만 가족모임 변화생길때 말띠 壬午 42년생 대체로 무난 귀인도움 금전원만 만사 길(吉) 甲午 54년생 자손근심 허명발동 실속없고 데이트운 丙午 66년생 투자증권 재물이득 연인화합 승진가능 길(吉) 戊午 78년생 자존심 상하나 운수는 왕성 직장고민발생 庚午 90년생 인간배신 마음의상처 가족불화 언쟁 술조심 양띠 癸未 43년생 재수있고 귀인도움 뜻을 성취 능력인정 길(吉) 乙未 55년생 운수불길 심신피로 사고 쟁투 도난 조심 흉(凶) 丁未 67년생 뜻하는일 성공 금전원만 연인데이트 만사길 己未 79년생 만사고민해결 사업잘되고 돈 음식생기고 辛未 91년생 일진평범 반길반흉 모임성사 대우는받고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명예생기고 음식초대 가정화합 만사 길(吉) 丙申 56년생 투자증권이득 시험합격 승진가능 데이트 戊申 68년생 구직구재성사 자손경사 문서해결 만사 길(吉) 庚申 80년생 친구동료언쟁 재물지출 탈선 가출가능 壬申 92년생 일진왕성 능력발휘 연인화합 재수대통 길 닭띠 乙酉 45년생 컨디션 나쁘니 참고 인내하고 근신해야 丁酉 57년생 재물투자이득 귀인도움 행운오고 만사길 己酉 69년생 직장고민해결 자손경사 재수대통하고 길(吉) 辛酉 81년생 친구친척단합 귀인도움 능력인정 만사 길(吉) 癸酉 93년생 시험원만 부모도움 여행줄행 만사해결 길(吉) 개띠 丙戌 46년생 투자증권이득 가정화합 능력인정 만사길(吉) 戊戌 58년생 문서계약 가택이사 문제원만 자손은고민 庚戌 70년생 만사불리 투자도박손해 연인불화 술조심 壬戌 82년생 문서 시험문제 원만 재수도 왕성 대체로 무난 甲戌 94년생 인기있고 무난하고 음식생기고 평범무난 돼지띠 丁亥 47년생 출행이나 변동수 분주하고 실속없을 때 己亥 59년생 마음의 변화 갈팡질팡 안정하면 만사 길(吉) 辛亥 71년생 투자재수불리 경쟁탈락 출행변동은 불리 癸亥 83년생 여행출행 분주다사 집안걱정 문서변동 乙亥 95년생 일진불리 여행출행조심 언쟁 술조심 서일관 운명철학원

[경기만평] 애매하게...

[사설] 법이 있어도 무용지물, 감정노동 극심한 콜센터상담사

영화 ‘다음 소희’는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홍수연양의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했다. 이 영화를 계기로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에 노출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일선의 콜센터 노동자들은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은 “전체 노동자의 95% 이상이 여성인 건강보험고객센터의 상담노동자들은 방광염, 신우신염과 근골격계질환 등 질병을 달고 산다”고 했다. 이런 질병에 노출돼 있지만 12개 센터의 용역업체가 각기 다르고 경쟁관계에 놓여 실적 압박은 일상이라고 했다. 악성 민원도 큰 부담이고, 원청과 하청의 위·수탁이라는 고리 속에 갇힌 노동자들은 불안·공황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이가 많다고 했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5년여 됐지만, 감정노동자의 대표 직종인 콜센터 상담사들은 여전히 폭언과 성희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욕설이나 성희롱을 할 때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하며 감정노동을 강요받는다. 전국의 콜센터 상담사는 약 50만명에 이른다. 이 중 77%가 비정규직이다. 국가인권위의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상담사들은 월평균 12회 폭언과 1회 이상 성희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전인 2008년보다 폭언 약 62%, 성희롱이 약 14% 증가했다. 공공·민간 부문 상담사 1천990명 가운데 48%가 경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등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강도 높은 감정노동에도 콜센터 상담사들의 평균 월급은 217만원(202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이다. 임금도 적은 데다, 극심한 감정노동에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오래 근무하지 못한다. 평균 근속기간이 6개월, 1년 미만 근무한 상담사가 전체의 89%에 달한다. 여성 집중, 감정노동, 저임금,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자감시, 높은 이직률 등은 콜센터 상담사를 상징하는 단어들이다. 법이 만들어졌지만 나아진 게 없고, 보호도 못 받고 있다. 법 취지대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려면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사업장 내 다양한 보호 조치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하다. 반복적 욕설과 성희롱을 하는 고객 전화는 바로 끊을 수 있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해야 한다. 직접고용, 사업장 내 건강권 보호조치, 저임금과 성 불평등, 근무여건 개선 등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사설] 김진표 의장, 정치 어른의 균형감 뵈다

우리 정치에 어른은 있는가. 다선(多選)이 조건은 아니다. 경력만 따질 것도 아니다. 단순한 연령은 물론 아니다. 이 세 조건에 앞서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모두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생각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정치 어른이 없다. 다선, 경력, 원로 정치인들이 더 싸운다. 방송 정치 평론은 그 싸움터다. 진영을 대표한다며 서로 독한 말을 토해낸다. 갈등 조장하고, 네 편 내 편 가르고, 정치 불신 키운다. 전직 당 대표 아무개, 전직 국정원장 아무개 등이다. 이런 가운데 모두를 주목하게 만드는 발언이 있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밝힌 한일 관계에 대한 의견이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큰 결단과 양보를 한 것”이라고 했다. “양국 정상의 외교 행위에 대해서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고 외교 결과라는 건 시간을 좀 둬야 나타난다”고도 했다. “피해자 및 유족들과의 소통이 더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그다. 연일 ‘매국’ ‘굴욕’ ‘참사’로 규정짓는 민주당의 방향과 다르다. ‘유족과의 소통 필요’ 주장은 민주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 주장에 가까워 보이는 제언도 있다. 하태경 의원 등이 펴고 있는 ‘시간을 두고 평가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깊이 있는 정책적 조언도 빼놓지 않고 있다. 추가적인 청구서를 일본에 제시하라고 했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양보했으면 일본도 양보를 해야 하고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사과 의사 표시가 다른 사람의 의견이 아니라 기시다 총리의 의견으로 나와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 의장은 나라 곳간을 지키는 경제관료였다. 기본적으로 실사구시의 철학을 갖고 있다. 여기에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를 역임했다. 국가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역임했고 이제 일흔을 훨씬 넘긴 최고참 의원이다. 정치 어른의 기본 조건은 다 갖추고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생각’을 말하고 있다. 편중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조언과 경륜에서 나온 깊이 있는 조언이다. 김 의장이 견지해온 고집스러운 그만의 정치 세계가 있다. 진영에 매몰되지 않는 시각이다. 사회적 이슈 때마다 이런 논리로 접근했다. 일부 당원으로부터 ‘선명성’을 공격받았던 것도 사실은 이 부분이었다. 수원시민은 그런 김 의장을 20년간 선택했다. 그리고 국회의장에까지 앉혔다. 다행히 그가 소신 그대로 말을 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소리가 돼 울림을 키우고 있다. 기분 좋은 일이다. 대통령실도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 유족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라. 이제 일본에 청구서를 제출해라.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를 받아내라-.

[김남희의 길 위에서] 내가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이유

역병이 창궐하기 전 해, 가을날의 며칠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보낸 적이 있다. 안정환이 선수로 뛰던 축구팀이 있고, 피렌체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근처에는 아시시, 산지미냐노, 시에나 이런 이름난 곳들이 있었다. 페루자는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도시의 규모가 걸어 다닐 만큼 작고,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페루자의 중심지는 11월4일 광장. 산로렌조 성당 계단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다. 13세기 조반니 피사노가 설계한 마지오레 분수, 산로렌조 대성당, 프리오리 궁전이 다 이곳에 서 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오래된 박물관 같았다. 헤이즐넛을 채운 다크초콜릿 바치(Baci)를 100년 전에 처음 만들어낸 초콜릿 회사가 이 도시에 있었다. 나는 매일 바치 초콜릿을 까먹으며 도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텍스타일 박물관에는 1801년 이탈리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컴퓨터 형식의 직조 기계가 있었다. 디자인을 그린 필름을 넣으면 기계가 그걸 읽어내고, 사람이 손으로 직조를 하는 방식이다. 그 오리지널 기계를 사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텍스타일 제품을 생산하는 공방이었다. 공방의 가장 오래된 기계는 1836년산. 이 공방의 모든 기계가 19세기 오리지널 제품으로 이탈리아에서 이런 방식으로 천을 짜는 곳은 이곳 하나만 남았다. 세 명의 직조 장인과 함께 이 공방을 이끄는 사람은 마르타. 한때 페루자에서 가장 유명했던 텍스타일 공방이 그녀의 고조할머니가 운영하던 곳이었다. 대를 이어오던 공방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그녀의 어머니대인 1993년 문을 닫았다. 1994년, 마르타의 아버지가 경매에 나온 교회 건물을 구입했고 마르타는 다음 해인 1995년 그 교회에 공방을 다시 열었다. 공방은 아름다운 기물로 가득 차 있어 공간 자체가 품격 있는 전시장 같았다. “내가 철이 없고 어리석었지.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몰랐으니까. 1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의 테이블클로스를 하나 짜는 데 최소 22일에서 30일이 걸려. 근데 이탈리아에선 이런 제품의 세금이 68%야. 상상해 봐. 세금 내고, 장인들 월급 주고, 스튜디오 운영 비용을 마련하려면 테이블클로스 하나에 5천~6천유로(최소 600만원)를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거든. 그걸 누가 살 수 있겠어?” 그럼 도대체 어떻게 꾸려 가느냐는 내 질문에 그녀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다행히 내 남편이 치과의사야. 돈은 그가 벌어오고 난 이것만 운영하는 거지. 비즈니스와는 상관없이!” 내 짐작으로는 국가의 보조금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별로 돈이 되지 않는 일을 긍지와 자부심만으로 운영한다니 대단할 수밖에. 부자들의 역할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다음 날에는 스테인드글라스 박물관을 찾아갔다. 1859년 화가이자 스테인드글라스 장인이었던 프란시스코 모레티에 의해 설립된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이었다. 설립자의 외가 쪽 5대손인 아나와 그 남편 조르지가 공방을 꾸려 가고 있었다. 공방은 15세기 건물이라 후기 고딕 양식의 인테리어가 남아 있었다. 전날 갔던 텍스타일 공방도 그렇고, 이곳도 이탈리아의 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힘들고 귀찮고 돈이 되지 않아도 묵묵히 가업을 잇고, 그 전통을 외부인과 공유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내가 이탈리아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이다. 이 나라는 어디를 가나 박물관이며 유적지였다.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저 내키는 대로 돌아다녀도 어디에나 볼거리가 넘쳤다. 어지간한 도시의 동서남북 어디로 걸어도 고층 건물 한 채 보이지 않는다. 명품 매장이 궁전이었고, 카페가 수도원이었고, 젤라토 가게는 귀족의 저택이었다. 오래된 것들에 대한 존중,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집착. 속도와 성장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느긋함,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태도. 이런 삶의 방식이 어디에나 배어 있었다. 수백년 전의 모습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 촘촘한 규제의 그물에 갇혀 살겠구나, 내 집이어도 내 땅이어도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겠구나, 이 도시의 주민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나름의 사회적 합의를 이뤘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다녔다. 사람처럼 도시도 지나치게 아름다우면 고통을 겪는데 이탈리아는 도처에 그런 곳이 많았다. 인류 전체에 보물 같은 나라니 극성을 부리는 소매치기 같은 건 그냥 눈감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에 살아본 사람들은 행정 처리의 비능률성, 사람들의 다혈질적인 성격 같은 걸 맹렬히 불평했지만 지나가는 여행자인 내게는 그저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깔끔하고 조용한 북유럽의 도시들에 비하면 좀 소란하고 슬쩍 지저분하기도 한 이탈리아가 사람 사는 곳 같아 더 정겨웠다.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는 왜 평생을 이탈리아에서 사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격정을 표출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거든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독일에서는 불법주차를 하면 이웃이 바로 신고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불법주차를 하면 이웃이 와서 몇 시에 경찰이 단속 나오는지 알려준다고. 오래전 이야기라 이제는 다르겠지만 작가의 이 말도 내 외사랑을 부추겼다. 오랫동안 찔끔찔끔 이 나라를 드나들기만 했던 내가 드디어 결심했다. 내년 한 해는 이탈리아어를 공부하며 이탈리아에서 1년쯤 살아보겠다고. 노래처럼 들리는 이 나라 말을 더듬더듬 구사하며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 다니겠다고. 그 혼돈과 무질서와 비능률의 세계로 뛰어들겠다고. 돌이켜 보면 내 삶 자체가 계획, 능률, 효용 이런 단어들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저 마음 가는 곳에 몸을 두며 살아왔을 뿐. 다만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해짐을 깨닫는 중이다. 그러니 내 용기의 바구니가 텅 비기 전에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나라에서, 마음이 가는 도시에서 살아보는 일을. 학비와 생활비는 마련돼 있느냐고 묻는다면 먼 산을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완벽한 준비를 마친 후에 무언가를 시작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서울의 우리 집을 장기 렌트로 내놓고, 적금 담보 대출을 받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일단 저지르고 보는 거다. 길을 나서면 늘 새 길이 열리곤 했으니 이번에도 일단 시작해 보는 수밖에. 가지 않은 그 길을 미리 상상하는 것만으로 올 한 해는 설레며 지나갈 듯 싶다.

[의정단상] 전통시장이 ‘봄 희망’을 알려야 한다

봄을 맞이한 전통시장에선 온갖 나물이 우리를 반긴다. 달래, 냉이, 머위, 미나리, 참나물, 곰취, 두릅의 향내가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지금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온갖 봄나물들로 봄이 다가온 것을 실감한다. 갓 나온 봄나물처럼 동토를 뚫고 자라난 새싹과 동면을 마친 짐승들의 생기가 새로운 시작,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절망도 조용히 도둑처럼 온다. 따뜻한 기온과 낮은 습도로 불길이 번지기 쉬운 봄철 불 소식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 발령’ 재난문자가 도착했다. 정치에 몸 담고 있는 나로선 봄이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는 이유다. 지난 4일 지역구인 인천 동구 현대시장에서도 큰 화재가 발생했다. 커다란 화마가 세 시간도 안 돼 시장을 삼켰다. 각종 봄나물 내음을 풍기며 활기 넘치던 현대시장은 한순간 재로 뒤덮였다. 요란하던 시장 골목엔 회색빛 재와 함께 절망한 상인의 한숨이 내려앉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2월 말까지 총 299건의 전통시장 화재가 발생했다. 특히 올해는 두 달 사이 벌써 14곳의 시장이 불탔다. 4일 인천 현대시장, 6일 강원 삼척번개시장에 화재가 잇따르자 행정안전부는 5월까지 전통시장 화재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같은 기간 피해액은 약 824억원에 달했다. 주 원인은 ‘전기’가 132건, ‘부주의’가 104건이다. 사람 탓이다. 현대시장 화재 원인은 술김에 저지른 방화로 밝혀졌다. 이 또한 사람 탓이다. 문제는 더 있다. 사람에 의해 실화된 불이 사람이 만든 전통시장 구조물 탓에 피해가 더욱 심화됐다. 정부는 2003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로 아케이드 설치가 많은데 현대시장 화재 당시 아케이드로 인해 불길이 확산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시장의 아케이드는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재질이었던 아크릴(PMMA)보다 화염 전파는 느리지만 똑같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소방청 화재실험 결과 공식 확인됐다. 아케이드가 설치된 인천 전통시장의 81%가 PC다. 최근 행안부 관계자는 ‘가연성 아케이드 설치 등 전통시장 현대화 과정에서 취약지가 생기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현대시장의 화재 잔재물 처리는 완료됐다. 그득히 쌓인 잿더미 중 달래와 냉이도 있었을 것 같다. 봄을 미처 다 알리지 못한 채 한 줌 재가 된 봄나물들을, 그 봄나물을 팔지도 못한 채 피해 복구 대책만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을 상인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소를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지난 13일 전통시장 현대화사업 추진 시 관할 소방당국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전통시장 화재예방법’을 대표발의했다.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어제 미추홀소방서 관계자도 만났다. 봄을 알리는 소식이 불이어선 안 된다. 향긋한 봄나물 내음과 발 디딜 틈 없이 활기찬, 달래간장과 냉이된장 끓일 생각에 설렘 가득한 전통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전통시장이 봄의 희망을 알려야 한다.

[천자춘추] 수출 꽃샘추위, 완연한 봄을 기다리며

올해 반도체 수출이 반 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4.5% 감소한 60억달러, 2월은 42.5% 감소한 59억6천만달러로 7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도체 재고율은 265.7%로 1997년 3월(288.7%)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 위축으로 세계 반도체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우리 경제에 부는 반도체 한파가 한없이 매섭기만 하다. 반도체는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그야말로 우리 경제의 대들보이자 전략산업이다. 반도체 부진으로 지난해 무역적자가 역대 최대인 475억달러를 기록했고 총수출도 발목이 잡혀 5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미 예상했던 반도체 한파이지만 생각보다 크게 몰아치는 칼바람으로 우리 수출 곳곳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얼어붙은 반도체 수요로 2분기에는 기업 실적이 바닥을 칠 것이란 우려도 크다. 하반기에 업황이 살아난다고 하지만 최악의 국면에서 겨우 고개를 들고 회복하는 수준이라 당분간 우리 수출은 반도체 보릿고개를 버텨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암울한 상황 속에서 최근 정부가 경제 버팀목을 다시 세우기 위해 나선 것이 굉장히 반갑다. 2042년까지 300조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경기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면서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미래차, 우주산업, 2차전지, 로봇 등 반도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엔진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일본 등 경제외교 성과가 수출 활력의 모멘텀이 될 수 있도록 지원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어 무역 훈풍의 기대감 역시 높여주고 있다. 꽃샘추위는 초봄에 날씨가 풀린 뒤 다시 찾아오는 일시적인 추위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지금 우리 수출은 경기가 제대로 달궈지기도 전에 꽃샘추위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에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꿋꿋하게 버텨온 수출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숨 고르기를 하며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정부의 아낌없는 투자와 우리 기업의 혁신 노력이 지속돼 한국 수출의 완연한 봄이 곧 오기를 기대해본다.

[지지대] 1천원의 행복

껌 한 통, 시금치 반 단, 붕어빵 두 개, 공깃밥 한 그릇.... 딱 1천원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다. 거침 없는 물가 오름세에 뭐 이 정도면 감지덕지해야 하지 않을까. 1천원의 무게를 달아보자. 1천원짜리 지폐로는 한 장이겠지만 10원짜리 동전으로는 100개, 100원짜리 동전으로는 10개, 500원짜리 동전으로 2개다. 10원짜리 동전 100개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 제법 무겁다. 100원짜리 동전 10개도 결코 가볍지 않다. 요즘 대학가를 중심으로 행복한 반전이 일고 있다. 단돈 1천원에 아침밥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새학기를 맞은 대학 구내식당 앞에는 아침마다 긴 줄이 늘어선다.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용돈을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편의점 도시락보다 싼 1천원짜리 식사는 단비보다 더 반갑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추진 중인 1천원의 아침밥 사업에는 전국 대학 41곳이 참여하고 있다. 신청 인원도 늘고 있다. 당국은 추가 예산을 확보해 지원 인원을 68만명으로 확대했다. 1천원의 행복은 대학가에서 사회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1천원짜리 국수가 그렇다. 어르신 대상의 1천원짜리 택시도 그렇겠다. 일부 지역에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1천원짜리 통학버스도 운행 중이다. 아직은 일부에 국한됐지만 공연계로도 퍼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형 공연장은 관람료 1천원으로 2만2천여명이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1만명가량 늘었다고 한다. 장르는 국악, 클래식, 무용 등 다양하다. 지금까지 무려 36만명 이상이 관람했다고 한다. 단돈 1천원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구나”라는 공감대가 선순환될 수 있어서다. 값은 1천원이지만 만족은 1만원인 포만감만이 천정부지(天井不知)의 고물가 시대를 극복할 수 있다.

자립 주거지원 ‘빛 좋은 개살구’... 장애인 선택권 뺀 ‘김동연표 기회경기’ [집중취재]

발달장애인 하원준씨(34·용인특례시)는 개인 네일숍을 지나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경기도에서 장애인 자립을 돕기 위해 제공 중인 체험홈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택한 월셋집이 화근이었다. 밀려드는 월세 부담으로 미용학교 입학을 포기한 그는 “자아실현의 첫걸음인 원하는 주거 환경을 택하고자 용기를 냈지만 ‘선택의 폭’은 좁았다”고 토로했다. 뇌병변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김선교씨(가명·48·수원특례시)도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김씨는 “지원 주택의 싱크대와 세면대 높이가 거동이 불편한 가족에게 맞지 않아 결국 포기했다”며 “장애 정도에 따른 주거 지원이 활성화된 서울로 거주지를 옮길까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발달장애인 등의 자립 주거 지원을 공언해온 김동연 경기도지사표 기회경기가 장애인의 주거결정권을 고려하지 않은 ‘폭 좁은 선택지’로 장밋빛 청사진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10명 중 1명이 자립을 희망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장애 유형 및 장애 정도를 고려한 ‘경기도형 자립생활 주택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23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09년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주거 지원 등을 이어왔다. 앞서 김 지사 역시 후보 시절부터 독립된 주거 환경에서 자립하기를 희망하는 장애인을 위해 주거 지원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가 지난해 시행한 ‘경기도 장애인 자립 욕구 실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5.9%가 자립 생활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도가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시행 중인 주거 지원 서비스가 여전히 이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단순 공급’에 치우쳐 있다는 데 있다. 도는 일정 기간 자립에 대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체험홈’과 비장애인과 어우러져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공간을 지원하는 자립생활주택인 ‘누림하우스’ 등 두 가지 형태의 주거 지원을 시행 중이다. 반면 서울시는 ‘체험형 자립생활 주택’과 ‘장애인 지원 주택’을 비롯해 ‘장애인 자립생활 주택’으로 기본적인 자기 관리가 가능한 장애인, 상당한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 등 장애 정도에 따른 세분화된 주택 모델을 운영 중이다. 도 관계자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해 목표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자립 주거 지원의 다양한 정책 모델 발굴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내 장애인 거주시설 포화... 체계적 주거 지원 절실 [집중취재]

경기도가 전국 최대 규모의 장애 인구를 품고도 연도별 탈시설 목표치 등을 포함한 ‘체계적인 자립 지원 로드맵’ 수립에는 손을 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내 장애인 거주시설의 포화율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도가 구체적인 자립 정책 목표 및 전담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23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6년 6월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탈시설 로드맵 수립 건의를 받고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생활 욕구 실태조사를 시작, 관련 정책 과제를 도출해왔다. 하지만 도는 연도별 탈시설 목표치 등의 구체적인 로드맵조차 수립하지 않았다. 연도별로 몇 명을 지원하겠다는 기본적인 정책 목표조차 없다 보니 장애인 탈시설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위한 적절한 행정·재정적 조치와 신속한 정책 실현이 미흡한 것이다. 반면 서울시의 경우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담은 중·장기적 로드맵을 통해 수혜자 맞춤 정책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제2차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2018~2022년)’으로 지난해까지 800명(연간 160명)의 자립 지원 목표치를 정했다. 지난 2013년에는 전국 최초로 ‘제1차 장애인 탈시설화 정책(2013~2017년)’을 수립해 604명의 탈시설을 지원하면서 당초 목표치였던 600명(연간 120명)을 뛰어넘은 100.6%의 정책 성과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도내 장애인 거주시설이 포화 상태에 달해 신속한 장애인 자립 주거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도 ‘장애인 자립욕구 실태조사’에서 도내 시설 정원 5천576명 중 현원 4천939명으로 포화율 88.6%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연도별 정책 목표 설정이 장애인 주거결정권이 실현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도의 장애 인구는 전국 17개 시·도 중 최대 규모다. 이들을 위한 자립 지원 정책을 발전시키려면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연도별 목표 수 설정을 고민해야 한다”며 “특히 주거 지원의 경우 필요한 행정·재정적 투자 규모가 커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아직 연도별 탈시설 목표치 설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장애인 자립 주거 지원에 대한 인프라 확충과 질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