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우크라이나 분쟁 1년, 도움의 손길 여전히 필요

우크라이나 분쟁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1년간 정든 고향을 떠나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등 유럽으로 떠난 우크라이나 난민 수는 약 8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내에서도 약 560만명에 달하는 실향민이 발생했다. 분쟁이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는 하루 평균 50명이 넘는 민간인 사상자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분쟁이 장기화되며 우크라이나에서는 식량, 물, 위생, 주거 등 생활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들이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전력시설 파괴로 인해 겨울 기간 생존에 대한 위협이 증가해 자국을 탈출하는 난민 수가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국민 약 1천700만명이 긴급한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더 위협적이며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는 대상은 아동들이다. 월드비전에서는 이번 분쟁이 우크라이나 아동들에게 미치는 심리정서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분쟁지역 아동 45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대상 아동의 83%는 자신의 안전에 대해 극도의 불안감을 나타냈으며 3명 중 1명 이상은 폭력을 가장 큰 불안의 요인이라고 꼽았다. 분쟁 중 경험하게 된 폭력, 박탈, 사망, 이주, 가족 분리 등은 아동들에게 심리정서적으로 매우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울증, 불안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질환을 겪게 될 위험에 놓인 우크라이나 아동이 약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동의 교육권 침해도 심각한 문제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2천528개의 교육시설이 분쟁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실시간 수업 진행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웃 국가에서 난민생활을 하고 있는 아동들은 언어 등의 문제로 현지 학교의 교육 지원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아동의 학업 중단 문제는 아동 발달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제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원래 교육 수준 상태로 회복할 가능성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2월 위기 발생 직후부터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접경 국가인 루마니아, 몰도바, 조지아에서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는 구호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총 65만6천여명에게 식량, 임시 거주지, 교육프로그램, 아동보호프로그램 등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 헤르손 등의 지역에서는 현지 파트너 기관과 협력해 아동들에게 심리사회적 지원과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식량, 위생용품, 난방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원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분쟁을 경험한 아동들이 신체적·정신적으로 온전히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는 많은 자원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크라이나 분쟁이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동들이 입을 피해는 앞으로 더욱더 커질 것이다. 분쟁이 종식돼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국제적인 연대가 강화돼야 하며 취약한 상황에 처한 아동들을 돕기 위한 우리의 관심과 지원도 계속돼야 한다.

[인천시론] 머리 아픈데, 다른 검사를 하는 이유

뇌졸중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외래진료를 보거나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환자 또는 보호자가 가끔 하는 질문이 있다. ‘머리가 아픈데 피검사와 가슴검사(흉부 엑스레이, 심전도)는 왜 하나요’다. 다르게 생각하면 교통사고로 차량을 수리할 때 카센터에서 이런 비슷한 질문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궁금할 법한 질문이다. 보통 뇌졸중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면 병원에서 하는 기본검사가 있다. 혈액검사, 심전도검사, 흉부 엑스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신속함을 요하는 뇌졸중 치료에서 갑자기 머리가 아닌 다른 부위의 검사를 하게 되면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애가 타거나 필요 없는 검사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검사는 뇌졸중 치료에 있어 기초가 되는 검사다. 뇌졸중은 여러 증상이 있으나 가장 대표적으로 △심한 두통 △한쪽 방향의 팔·다리 마비 또는 감각이상 △구토 △어지럼증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은 뇌졸중 외에도 다양한 질환의 증상 중 하나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통해 정말 뇌졸중으로 인한 증상인지, 혹은 저혈당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상은 아닌지 먼저 감별하는 것이다. 또 여러 검사로 뇌경색임이 밝혀졌다면 뇌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피떡)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개인의 혈액 특성에 따라 혈전용해제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혈액검사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 심장의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심전도와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하게 된다. 심장을 확인하는 이유는 혈전을 유발하는 심방세동(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 뇌졸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후 증상이 다른 질환의 결과로 보기 어려워 뇌졸중이 의심된다면 CT나 MRI 검사를 하고 경우에 따라 바로 시술을 하게 된다. 이처럼 머리가 아픈데도 머리 외의 다른 검사를 하는 이유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신속히 처치를 하기 위함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약 복용도 있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위해 많이 사용하는 소염진통제는 위장장애라는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병원에서 소염진통제를 처방할 때는 위장약을 같이 넣어준다. 하지만 일부 약에 민감한 사람들은 위장약을 임의로 제외하고 약을 복용해 속이 쓰리다며 다시 병원을 찾기도 한다. 질병의 치료는 의사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환자와 의사가 신뢰관계 속에서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고 한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봄이 오는 길목-진천 농다리

어릴 적 내가 살던 시골길은 긴 냇가를 끼고 있었다. 얼음이 얼면 우리는 겨울 내내 송판에 철사 줄을 매단 스케이트를 만들어 얼음판을 지쳤다. 겨울방학과 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오면 책보자기를 어깨에 가로질러 매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혼자 노래를 불렀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 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 노래를 부르며 나는 생각했다. 어머니 생각. 외삼촌 생각. 동심 속에도 옛날이 있고 추억을 그리워했다니. 헤르만 헤세 유년의 이야기처럼. 봄이 흐른다. 봄은 물소리 같다. 진천 세금 천의 농다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라고 한다. 고려 초엽에 축조한 것이 지금까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매우 견고하게 놓여 있는데 여러 가지 설화까지 있어 역사성과 농다리라는 미학적 아름다움까지 겸비하고 있다. 또한 돌의 뿌리가 서로 물리도록 한 건 쌓기식 축조 방식은 이 다리가 하나의 건축물이라는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재래식 다리의 종류는 섶다리, 외나무다리, 돌다리, 줄다리 등이 있지만 무엇보다 징검다리라는 말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산골 아이로 자라온 나로서는 징검다리를 참 많이도 건넜다. ‘조오심 조오오심 징검다리 건너던~’ 하고, 긴 머리 소녀라는 노래를 부르던 시절도 건너왔다. 개울마다 얼었던 물이 녹아 눈부신 윤슬을 이루고 있다. 봄은 스프링, 탄력 있게 한 해를 뛰어오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을 소중하게.

[지지대] 미코노미 단상

지난해 이맘때였다. 러시아산 대게가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반값 대게가 국내 수산시장을 휩쓸었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하던 시점이었다. 상당수 소비자가 대게 파티를 즐겼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져서다. 러시아 대게를 먹으면 그 돈이 우크라이나 전쟁자금으로 들어간다는 논리였다. 미코노미(Meconomy)의 발현이었다. 미코노미는 내가 주체가 되는 경제활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등장 시기는 2010년이다. 나를 뜻하는 ‘Me’와 경제를 뜻하는 ‘economy’의 합성어였다. 초창기에는 소득수준을 생각하지 않고 값비싼 명품이나 수입차를 사들이는 게 전형인 것처럼 인식됐다. 이런 콘셉트가 펑펑 쓰기보다 ‘나에게 가치 있는 소비에 지갑을 연다’는 뜻으로 바뀌었다. 대게 불매 사태가 대표적이다. ‘의미 없는 소비는 아무리 값이 싸도 하지 않는다’는 움직임이었다.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처음 언급했다. 이후 모바일 등 뉴미디어 플랫폼 등 네트워크 환경으로 확산됐다. 개인이 정보의 제작, 가공 및 유통 등을 전담하는 프로슈머(Prosumer) 개념도 이때 나왔다. 그래서 미코노미의 시점은 거시경제가 아닌 미시경제를 지향한다. 최근 미코노미의 영향을 받은 소비 패턴이 속속 나오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과일 소비 증가가 그렇다. 설향 딸기와 눈꽃 딸기의 매출이 각각 25%, 9% 늘었다. 레드키위(213%), 애플수박(39%), 애플망고(12%) 등도 증가하고 있다. 돈의 흐름이 경제의 기본 줄기다. 미코노미를 계기로 개인 소비가 확산된다면 경제도 회복되지 않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때로는 막연한 바람이 현실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SNS에 쌍방울 증인신문 조서 공개…法 "매우 부적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 당시 증인신문 조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전 부지사의 뇌물수수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는 “매우 부적절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22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 페이스북에 쌍방울그룹 전 비서실장의 증인신문 조서가 그대로 공개됐다”며 “증인신문 조서는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만 열람이 가능한데, 다른 목적으로 사용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이 대표의 행동을 ‘재판을 방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하며, 제3자에게 조서가 제공된 경위를 확인하고 재발을 막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쌍방울 비서실장의 공개법정증언과 증언보도. 너무 달라요’라는 글과 함께 지난 1월27일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의 증인신문 조서 일부를 공개했다.  현행법상 법원은 검사나 피고인, 변호인이 신청하면 공판 속기록 사본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 사본은 해당 사건이나 관련 소송의 수행과 관련 없는 용도로는 활용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 같은 검찰의 지적에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저희 법무법인에서는 민주당에 준 적이 없다”고 말했고,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측 변호인 역시 “저희는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매우 부적절한 사태로 검찰의 말이 일리가 있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데 소송 관련 서류가 노출되는 일은 있어선 안되며, 소송이 아닌 다른 행위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조례 폐지에도…수원특례시의회 여야, 남북교류사업 공감대 형성

남북교류 협력과 관련한 조례는 폐지됐어도 수원특례시의회는 해당 사업의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다. 21일 수원특례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여야 관계자는 이날 시의회에서 만나 이 같이 합의했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달 28일 제37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한 바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는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남북교류의 주체가 돼 정책협의기구를 구성하거나 남북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조례안의 실효성이 없는 데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일반회계로 통합·운영해 재정의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해당 조례안에 대한 폐지안을 상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여야는 대립을 겪었다. 이를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홍종철 의원은 지난달 임시회에서 “해당 조례에 따른 기금 등은 수년간 의미 있는 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존치 중인 상태”는 식으로 찬성(폐지)를 주장했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장정희 의원 등 여당은 관련 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유지) 주장을 펼쳤다. 결국 표결에 부쳐진 결과, 출석 의원 36명 중 찬성 19표, 반대 17표로 폐지 조례안은 통과됐었다. 그러나 시의회 여야는 이러한 진통을 뒤로 하고 남북관계 변화 시 관련 사업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남북이 화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의회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여·야가 협력할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민진용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 회장

구조물의 정밀 안전 점검 및 유지·관리, 건축물 내진보강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이들이 있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계기로 탄생한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와 그 회원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전국 7천여개사, 경기도에만 1천100여개의 업체들이 소속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안타깝게도 올해 폐지를 앞두고 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전문가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선봉에 선 민진용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경기도회 회장(58)을 만나 시설물유지관리업 유지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해 들어봤다. Q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A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1995년 1월5일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도입됐다.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는 시설물의 정밀 안전 점검은 물론 보수·보강 등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이들로 구성, 시설물을 일상적으로 점검·정비하고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를 업역으로 하고 있다. 출범 후 28년 동안 전문직인 지식과 경험, 장비 등을 갖추고 보수·보강·개량 공사 만을 전담해 이로 인한 사고 사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간 축적된 경험에 의한 특허도 많이 갖고 있다. Q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올해로 폐지된다. 이유는 무엇이고 내부에서는 어떤 분위기인지. A 국토부는 지난 2020년 29개 건설업 전문업종을 14개 대업종으로 줄이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폐지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건설업종 간의 상호 시장 진출을 위한 칸막이 줄이기가 취지인데, 이 과정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만 폐지될 위기에 처했고 국토부는 올해 12월31일까지 유예기간을 둔 상황이다. 시설물 업역에 있어서 폐지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면서 중앙협회 차원에서 반대 집회, 1인 시위, 매스미디어를 통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지만 국토부는 우리 협회에서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위헌소송의 판결이 나오면 그에 따라 시행하겠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협회는 2021년 3월 헌법재판소에 국토부의 업종 폐지 결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했는데,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에 관한 특별법에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있음에도 국토부가 이를 무시하고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과가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기 만을 바라고 있다. Q 생계와 직결된 만큼 업종 전환을 고민하는 회원들도 많을 것 같다. A 현재 이미 전체의 60%가 업종을 전환했다. 아직 전환하지 않은 40%의 사람들은 내년이 되면 시설물유지관리업에 대한 면허가 소멸되기 때문에 업종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모두가 고민에 쌓여 있다. 협회에 대안을 문의하는 회원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는데, 중앙협회 차원에서도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종 전환을 하지 않은 회원들 모두가 위헌소송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설사 업종 전환을 하더라도 전문 대업종으로 가야 할 것인지 종합건설로 가야 할 것인지도 고민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국토부의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 결정을 두고 ‘명분 없는’ 폐지라는 의견이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A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각종 시설물의 안전을 위한 유지·보수 및 재난·재해 시 긴급 개보수에 투입되는 업종이다. 이 업종을 폐지하면 그동안 관련 면허를 지닌 전문 업체들이 해오던 기존 사업을 다른 업체들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와 관련해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유예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세부 시행 방안을 충분히 논의하고 업종 폐지에 따른 영향력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해 시설물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수정하도록 조치하라는 것이었는데, 국토부는 이조차 수용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국토부는 업종 폐지 이유로 전문건설업과 업역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과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만 등록하면 모든 공사를 수행할 수 있어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설물유지관리업은 시설물의 보수·보강·개량을 업역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건산법 시행령에 명시돼있어 업역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국토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명분도 없다. Q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유지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A 시설물이 노후화 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성능에 대한 기능 변화와 구성부품·소재·설비 등의 마멸로 인해 편익이 감소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한다. 이때 안전성이 크게 저하되면서 자연스럽게 재난과 재해의 위험성이 커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 내구연수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 시에는 막대한 건설비용이 소요되는 등 국민 경제 차원에서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노후된 기반시설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시설물이 완공된 이후 사후관리에 있어서 사전점검과 정기 안전 점검, 필요 시 정밀 안전 점검을 통해 유해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그 기능을 보전하고 국민의 편의와 안전을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더욱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수 있다. Q 그동안 용산 대통령실, 국토부, 도청 국감장 등 전국에서 업종 폐지 반대 집회를 다양하게 열었다. 올해도 집회 계획이 있나. A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의 폐지와 관련해 서울시 용산 대통령실 앞의 1인 시위와 세종특별시를 오가며 집회도 하고 성토도 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업종 사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토부의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라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대통령·국회·국토부 장관에게 호소할 예정이며,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존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국토부가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설물유지관리업 폐지를 강력히 반대하며 시설물의 안정적인 유지·관리와 시설물의 안전을 확고히 하기 위해 우리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은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 국토부 장관은 ‘시설물유지관리업은 2029년 12월31일까지 유예하고 업종 폐지로 인한 영향력을 정기 모니터링 하라’는 권익위의 결정을 즉각 수용하고, 일방적인 업종 폐지에 따른 사업자들의 고충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협회와 협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번영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새빛수원] 지역 곳곳 첨단기술 활용, 글로벌 스마트도시 우뚝

도시가 똑똑해졌다. 예전처럼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리는 대신 어떤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를 꽤 정확하게 알 수 있고, 건너야 할 사람이 있을 때만 신호가 바뀌는 횡단보도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수원특례시가 스마트도시로서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말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국내 인증과 국제 인증을 차례로 확보하면서 시민체감형 도시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 스마트한 수원특례시, 국내외 인증 완료 시는 지난해 스마트도시 관련 국내외 인증을 획득하면서 명실상부한 스마트도시로 도약했다. 스마트도시 국제 인증은 지난해 12월 획득했다. 영국표준규격협회(BSI)가 심사해 인증하는 ISO37106(국제 스마트도시 표준)은 스마트도시를 위한 비즈니스 관리, 시민 중심 서비스 관리, 기술과 디지털 자산 관리, 이익실현 전략 등을 22개 항목으로 평가한다. ‘성숙함’을 의미하는 3단계부터 인증을 부여하는데 시가 국제 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SI는 시민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국내 인증은 지난해 9월 획득했다. 이는 ‘스마트도시의 조성 및 산업 진흥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심사하는 것이다. 인증은 스마트도시를 위한 인프라와 재정 등에 대해 서면평가와 현장실사를 거쳐 스마트도시로서의 역량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거친다. 시는 지난 2019년 시범 인증을 받았으며 이를 발전시켜 공식 인증을 획득했다. 국내 인증평가에서 3등급인 시는 혁신성 부문에서 공공역량과 스마트도시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 편리한 도시생활 만들어가는 스마트도시 수원 스마트도시를 향한 시의 노력으로 시민들은 이미 편리함을 체감하고 있다. 주차장이나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등 다수의 시민이 이용하는 도시 시설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을 도입하는 ‘스마트시티 솔루션 확산사업’으로 각종 불편을 해소한 덕분이다. 고질적인 주차장 부족 문제도 스마트한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 통합주차정보시스템과 내비게이션 업체시스템이 정보를 공유하면서 실시간으로 수원시내 52개 공영주차장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게 대표적이다. 관내 어느 공영주차장에 가면 대기 없이 주차 할 수 있는지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고, 결제도 편리하게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 등에서도 스마트도시를 체감할 수 있다. 홈플러스 서수원점 앞, 수원버스터미널 앞 등 10개소에 구축된 스마트 버스정류장은 각종 스마트시스템을 갖춘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한다. 스마트 버스정류장은 더울 때는 시원하게, 추울 때는 따뜻하게,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내부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해주고, 버스를 기다리며 휴대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스마트 횡단보도는 6개 지점 21개 횡단보도에 설치 완료돼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진다. 바닥에도 신호등이 설치돼 스마트폰을 보다가도 신호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행신호가 아닐 때 밟으면 음성으로 위험하다고 즉각 안내한다. ■ 스마트한 행정, 정책 효과와 시민 공감 ‘UP’ 스마트도시의 다양한 정책은 시민의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지능형교통체계(ITS)를 구축해 도심 교통 흐름을 개선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ITS는 전자, 정보, 통신, 제어 등의 기술을 교통체계에 접목한 것으로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교차로와 감응신호시스템을 구축하고, 교통정보시스템 구축 등으로 도심부에 적합한 신호시스템을 만들어 원활한 흐름을 위해 노력했다. 스마트교차로는 올해 말까지 50개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AI 기반의 영상검지기가 교차로의 영상을 수집하고, 통행량 등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신호 데이터베이스(DB)를 생성하고, 교차로별로 지체도를 산정해 신호 운영 효과까지 분석할 수 있다. AI 기반 감응신호시스템도 10곳에 구축한다. 영상검지기로 좌회전 차량을 감지해 차량이 없는 경우 좌회전 신호를 생략하고 직진 신호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스마트하게 신호를 조절한다. 2020년 시가 국내 최초로 도입해 2020년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긴급차량 우선 신호 시스템도 ITS 사업의 일환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구급차량이 최대한 빨리 병원에 도착할 수 있도록 수원시도시안전센터에서 교차로의 신호를 제어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시도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데이터가 핵심 자원이 된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데이터 기반 행정을 강화하면서다. 일례로 지난해 시는 공공와이파이를 설치하기 위한 최적지를 선정하기 위해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했다. 시 관계자는 “스마트시티 인증은 수원시의 스마트시티 전략과 활동, 인프라, 거버넌스 등 스마트도시 운영 전반에 대한 역량을 검증받은 것으로 글로벌 스마트시티 선도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는 의미”라며 “세계를 선도하는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로 보듬는 살고 싶은 마을 [동행공간, 문화도시 수원이 보인다]

서로 마음은 있으나 말 한 번 걸기 어렵고 눈길 주는 게 조심스러워진 시대다. 너와 나의 거리두기가 자연스럽고 개인의 삶이 사회의 흐름이자 진리가 돼버린 요즘, 사실 많은 이들은 누군가를 필요로 할지 모른다. 수원 곳곳에서는 이러한 느슨한 연대의 동행공간들이 각자 피어나 큰 줄기를 잇고 있다. 이번에 만나본 동행공간은 권선구 서둔동의 마을공동체 벌터온이다. 벌터온은 지역 주민들 스스로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며’ 살고 싶은 마을, 기억하고 싶은 동네로 가꿔 나가고 있었다. ③벌터온 지난 16일 찾은 수원특례시 권선구 서둔동 벌터마을회관은 이른 아침부터 주민들의 도란도란 대화 나누는 소리가 정겹게 들렸다. 마을회관을 빌려 지역공동체와 돌봄공동체를 운영하는 벌터온의 취미 활동 모임 ‘코바늘 수업’이 한창이었다. 내부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부엌과 아이들이 쉴 수 있는 방,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이 만든 작품으로 빼곡했다. 이날 코바늘 강사로 나선 신평옥씨(48), 코바늘을 배우러 온 염미화씨(44), 김선례씨(53) 모두 벌터온 주민이다. 강사로 나선 신평옥씨는 ‘무보수’로 주민들에게 코바늘을 알려준 지 3년째. 신 씨는 “처음엔 코바늘을 할 줄 몰랐지만 문화사업을 할 때 강사가 외부에서 와 배우게 됐다. 이후 관심 있는 동네 엄마들과 서로 시간을 맞춰 취미반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 “우리가 해보자” 문제에 맞서고 바꿔 나간 주민들의 힘 벌터마을은 나지막한 지붕과 담벼락이 정겨운 동네다. 오래된 집들이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골목골목이 이야기를 머금은 채 살아있다. 하지만 지역산업 쇠퇴와 전투기 소음 등으로 비교적 낙후된 동네로 꼽혔다. 동네에 유일한 놀이터는 가꿔지지 않아 막걸리병 등이 굴러다녔고, 밤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아이들이 배회하던 장소였다. 인근 서호초등학교의 전교생은 260명 남짓, 고령 인구가 많아 동네 여기저기엔 홀로 앉아 시간을 때우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주민들은 마을이 안고 있는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 아이들이 나고 자란 동네가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랐다. 2018년 송진영 벌터마을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노는 곳, 살기 좋고 정이 넘치는 마을로 만들자고 마음 먹었다. 시작은 동네에 유일하게 있던 놀이터였다. 때마침 진행되던 수원시지속가능재단의 놀이터 구조대 공모사업에 참여해 후원을 받았다. 낡은 미끄럼틀, 고양이 똥으로 가득한 흙바닥을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엄마들은 소매를 걷어올려 직접 놀이터 청소를 하고, 미니 책장을 설치해 아이들의 하교 시간에 맞춰 그림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놀이터는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주고 받는 어른들이 늘었다. 늦은 시각, 아이들이 놀이터를 배회하면 모른 체 지나가던 어르신들도 애정어린 잔소리와 관심을 건넸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마을이 키워냈다. “모이면 힘이 된다”, “우리도 시도하면 바꿀 수 있구나!” 벌터어린이공원에 스위치를 켠다(ON)는 의미의 벌터온의 도전이 시작됐다. ■ 더 많은 이웃이 담장 밖으로 나와 ‘무언가’를 나누길 스스로 동네 환경을 바꿔낸 힘을 경험한 주민들은 마을 축제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던 팀과 협업해 벌터마을축제를 공동 주최했다. 외부인들이 와서 하던 축제는 오롯이 지역주민들이 만드는 축제로 바뀌었다. 5월과 9월엔 계절을 반영한 마을축제를 열어 기타 연주와 주민들이 선보이는 공연, 음식 나눠먹기 등이 진행된다. 마을 축제가 열리고 연일 동네가 들썩들썩 하자 문을 닫고 있던 홀몸 어르신,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던 이웃이 한 걸음씩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엔 외로운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실 누군가와 나누면 더 행복하고 즐거운데,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벌터온은 동네의 어른 공동체, 학교 공동체와 끊임없이 마을의 연속성을 위해 무언가를 해나가고 만들어 나갔다. 경로당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함께 텃밭 가꾸기, 마을 정원을 진행했고 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환경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마을 안에서 소소한 무언가를 배우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강사는 주민들이다. 수원역 인근까지 마음을 먹고 나가 무언가를 배워야 했던 주민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취미활동을 동네에서 나눴다. 수공예, 독서모임, 도자기 만들기, 미술활동 등등이 벌터온에서 이뤄졌고 서로가 서로의 강사, 말벗이 돼줬다. 취미활동이 이어지는 공간 한 편에는 아이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취미활동뿐만 아니라 급히 아이를 맡겨야 하는 엄마들, 맞벌이 가정이지만 지역아동센터에 들어가지 못해 늦게까지 마을을 배회하던 아이들, 돌봄의 손길이 부족한 아이들, 놀이터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아이들에게 문을 열었다. 주민들이 보살피고 아이들이 서로에게 친구가 돼주자 동네 아이들이 모였다. 밥을 짓고 돌봄 활동은 주민들이 날짜를 맞춰 무료 봉사를 했다. 늦은 시각까지 동네를 배회하던 아이들도 벌터온에서 쉬어갔다. “돌봄은 아동뿐만 아니라 그 가정이 아이 걱정 없이 안심할 수 있도록 가정을 돌봐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이렇게 큰 청사진이 이뤄질거라고 처음엔 꿈도 꾸지 못했지만 끝없이 시도를 이어왔다”는 벌터온은 앞으로도 새로운 이웃, 또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주민들과 함께 소소한 삶의 재미를 나눌 예정이다. 살면서 힘들 때 견딜 수 있게 지탱해주는 것은 누군가에게 받았던 지지와 위로, 돌봄이란 것을 송 대표와 벌터온을 꾸려나가는 주민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 송진영 벌터온 대표 “외로운 사람 없게… 마음 나누는 동네 만들고파” Q. 공동체 활동으로 마을에 생긴 변화는 무엇인가. A. 마음을 열기 어려웠던 이웃들이 인사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보고 어울린다. 어르신들이 무료한 시간을 벤치에 앉아 때우시다 마을 행사에 함께 참여하려고 일어서실 때 정말 감동적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 우리 모두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전업주부이거나 평범한 직장을 다니던 엄마들이었다. 서로 변화를 꿈만 꾸다 모이니 힘이 나고, 무언가 이뤄졌다. 동네의 힘, 주민의 힘을 우리가 알았다. Q. 6년째 공동체를 이끌어 온 원동력이 궁금하다. A.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마을의 내일이 계속 기대됐다. 참여하는 아이들은 커 가면서 동네 동생들을 돌봐주고 가르쳐 주고 함께 하더라. 이런 활동이 있기 전까지 옆집에 사는 주민이 누군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함께 취미활동을 하고 우리 마을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고민한다. 때론 고민을 나누며 같이 엉엉 울기도 하면서 인간과 연결되는 느낌, 그 소소하고 자잘한 감동이 계속 이어져 왔다. 위로와 돌봄, 지지를 우리 마을 아이들과 어르신들, 또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다.

[기고] 인간의 오복과 죽음

인간은 누구나 많은 축복을 향유하면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동양에서는 일찍이 사서삼경에 장수(長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오복이라 했고, 그후 세월이 흘러 청나라 때는 수(壽), 부(富), 귀(貴), 강녕(康寧), 자손중다(子孫衆多)를 오복으로 여겼다. 우리나라 옛 선조들의 오복도 중국의 오복과 비슷한데 치아건강, 부부해로(夫婦偕老), 죽은 후 명당에 묻히는 것 정도가 차이가 있다. 결론은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부유하게 살면서 자손이 번성하고 선행을 베풀며 덕을 쌓고 존경받으면서 오래 살다가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돼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지금 상당부문 오복을 누리며 살고 있다. 우리의 평균 수명이 80세에 이를 정도로 장수하고 있고, 1인당 GDP 3만5천달러 시대에 살고 있으니 과거의 절대 빈곤은 벗어났다고 할 수 있다. 또 나이가 들었어도 건강을 챙기며 노익장을 과시하는 어르신도 많으며 봉사활동이나 자선을 베풀며 타인을 위해 베풀며 사는 인생도 많다. 또 많은 국민이 치과병원의 이용률을 높여 건치를 유지하며 산해진미의 미각을 느끼며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임종(臨終)과 관련된 고종명(考終命)의 실현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 삶은 죽음에 의해 완성된다고 봤을 때 고종명은 오복의 중요한 요소이다. 자기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천수를 누리다가 편안하게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 쉬워보여도 쉽지않다. 그래서 와석종신(臥席終身)이라는 말까지 있는지 모른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지진과 전쟁으로 많은 생명이 뜻하지 않은 죽음과 조우하고 있다. 또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것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집 밖에서 객사하는 것도 고종명과 거리가 멀다. 상당수 노인들이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한다. 이제 부모님이 노쇠하고 여러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요양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입원하게 될지라도 상황이 악화돼 임종이 가까워지면 집에 모시고 와서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세상과 하직하게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몸이 늙으면 마음도 함께 늙는다. 늙을수록 어린이와 같이 된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늙을수록 마음이 약해지고 감수성이 예민해져 인생이 허무해지고 센티멘탈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래서 많은 노인들이 죽음 자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이럴 때 친숙한 가족, 자신이 사용한 가구, 옷, 방 등의 체취는 당신의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죽음을 기꺼이 껴안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하찮은 미물인 여우조차 죽을 때는 고향을 그리워 할진데 감정의 동물인 인간이 죽음과 직면해 익숙한 고향집 자신의 방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